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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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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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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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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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우흐흐흥~ 흐흥~ 흐흥~ 우르르르흥~”


지구에서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리아.


화창하게 내리쬐는 빛에 드러난 그 얼굴은 무척이나 반짝였다. 눈이고 입이고 전부 예쁜 초승달 모양을 그리고 있어 신나 보인다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걸음걸이에서도 대놓고 현재의 감정이 담겼다.


하지만 신난 리아가 눈치챌 일은 없었다.


그렇게 아이 특유의 깨금발―― 일명 깽깽이 스텝을 밟으며 리아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도중 마주치는 학생들이 인사를 건네기도 했는데, 전부 만면의 미소로 마주 인사해주었다. 헤어지는 학생들이 흐뭇하게 보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신나는 발걸음은 돌연 멈추게 됐다.


리아의 발이 멈춘 곳은 학원 뒤편의 외곽. 그곳에서 리아는 건물 벽에 바짝 붙어 조심스럽게 머리만 내밀었다.



“어, 없지?”


마치 무언가의 위협이라도 있는 듯 리아의 태도는 매우 신중했다.



“리아? 뭔가가 있어?”

“비둘기요. 비둘기가 있나 확인하고 있어요.”

“비둘기······?”

“네. 아주 포학한 녀석이에요. 조심해야 해요.”


사랑하는 아내의 말이건만 이번만큼은 에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리아다. 비둘기를 무서워할 이유 따윈 무엇 하나 없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기에 주변을 탐지해봤는데, 이 근방에는 리아의 위협이라 부를 만한 존재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있는 거라고는 평범한 비둘기뿐인가?’


여기서는 상당히 떨어진 곳이다. 거기에 새하얀 깃의 비둘기가 있다. 그 외에도 멀지 않은 곳에 몇 마리가 있었다.


이러한 것을 에르는 슬쩍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 모두 파악했다.


감각으로 느낀 게 아니다. 눈으로 본 것이다.


리아는 에르가 특수한 방법으로 멀리 떨어진 장소를 보는 줄 알지만, 실은 그런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눈을 빛내는 리아가 실망할까 봐 말하지 못했지만, 그냥 보일 뿐이었다.


이는 신에 의해 탄생했을 때부터 가진 능력이었다. 후천적인 노력에 의한 게 아니었다.


아니. 능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새가 나는 걸 능력이라고 하는 않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에르에게 있어선―― 용왕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심소에서 전 세계를 둘러보는 일 따위가 가능하겠는가. 그것도 잠을 자면서.


인간으로 변한 지금에도 딱히 변함이 없다. 의식하지 않아도 세계 곳곳―― 하물며 지하 깊은 곳까지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억지로 억눌렀다. 리아를 위해서.


리아의 감은 날카롭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쪽의 반응을 알아차린다. 그렇기에 시야를 제한했다.


오로지 리아의 재미가 떨어지지 않게.


어떤 게 나올지 아는 게임만큼 시시한 건 없으니 말이다.


물론 사명을 저버린 건 아니다. 열흘에 한 번 정도는 이 대륙을 대강 살펴보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본디 종의 멸망을 초래할 정도의 대사건은 하루아침 만에 벌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그런 준비를 한다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밖에 없으니 문제는 없었다.


다른 대륙은 동포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각자 다른 대륙에 체재한다고 했으니 빈 곳은 없으리라.


에르가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안전을 확인했는지 리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도 없는 거 같네요.”

《도대체 비둘기가 뭐라고 유난을 떠냐? 그리고 있는지 없는지는 마력을 감지해보면 될 거 아니냐.》


목적지를 듣고 동행하게 된 페리가 불만을 늘어놨다.



“쯧쯧.”


리아가 검지를 흔들었다.



“마력은 감추면 안 보이는 거라고요? 페리도 제 마력이 안 느껴질 텐데요?”

《비둘기 따위가 너랑 같겠냐?》

“혹시 모르잖아요. 슈퍼 파워 울트라 짱 센 비둘기가 있을지도요.”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어어, 벌써 잊은 거예요? 공국에서 다이탈로스 씨를 봤잖아요. 여기도 그런 굉장한 새가 있을 수도 있죠!”

《그래서 있냐? 슈퍼 뭐시기 엄청나다는 비둘기 말이야.》


입과 함께 리아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 시야의 끝에는 아까 본 하얀 비둘기가 있었다.


그렇다. 무척이나 평범했던 그 비둘기다.


‘저 새와 뭔 트러블이 있었나? 만약 있었다면······ 저 건방진 살쾡이를 데려왔을 때인가.’


그때 말고 리아와 떨어진 일은 체험학습뿐이다. 하지만 체험학습은 이곳과는 무관하기에 예상이 맞을 것이다.



“어, 어쨌든 포악하니 얼른 지나가도록 하죠.”


먼저 뛰어가는 리아의 뒷모습을 보며 페리는 지친 숨을 내뱉었다.



《왠지 괜히 따라온 기분이야.》


꿍얼거리는 페리의 뒤를 따라 에르는 천천히 걸어갔다.


이윽고 발걸음이 멈춘 곳은 베르다드의 끝자락인 외벽으로, 리아는 벽을 올려다보고는 슥삭, 좌우를 살폈다.



“아무도 없지?”


평소처럼 일정 거리를 두고 쫓는 미행들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리아도 확인을 마치고는 페리를 쳐다봤다.



“페리, 일로 오세요.”

《앙?》

“빨리요!”


재촉했음에도 멀뚱 쳐다만 보자 리아는 냉큼 페리를 들쳐 업었다.



《놔라!! ······응? 너, 설마 이리로 가려는 거냐?!》

“갑니다.”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고 리아는 출발을 알렸다. 그리고 페리가 말릴 틈도 없이 단숨에 솟아올랐다.


중량 따윈 느껴지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올라간 리아를 보며 에르도 몸을 띄었다. 물론 저 멀리 눈을 부릅뜬 감시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정보를 줄 마음은 없던 터라 점프한 척 꾸며냈다.


그렇게 40m쯤 되는 외벽 위에 오르니 리아가 페리를 업은 채로 바깥쪽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결계인가······.’


제법 나쁘지 않다. 설치한 자의 실력이 돋보이는 훌륭한 결계다. 꼼꼼하게 바닥도 놓치지 않았고.


지금의 인간으로서는 재현 불가능한 마법이다. 아마 당대에서도 손에 꼽는 실력의 마법사가 결계를 만들었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 수준에서 나쁘지 않을 뿐이다.


리아에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 지나갈 곳만 여는 부분 해제 따윈 아주 손쉽다. 지나가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냥 뚫고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계가 아직 멀쩡히 남아있는 건 단순히 리아의 착한 마음씨 덕분이었다.


역시나 10초가 지나기도 전에 리아는 결계에 구멍을 냈다. 당연히 결계에 손상은 입히지 않았다. 조금 지나면 자연스레 복구될 것이다.



“됐다! 에르, 어서 가요.”

“알겠어.”


리아가 먼저 연 결계의 틈으로 뛰어내렸고, 에르도 밑으로 내려갔다.



《멀쩡한 입구를 놔두고 무슨 짓이냐! 상식이라는 게 있는 거냐?!》


어쩐지 뒤로 온다 싶었다며, 발이 땅에 닿자마자 페리가 불만을 늘어놨다.


그렇지만 과연 리아다. 건방진 살쾡이 따위에게 화내는 법도 없이 가볍게 너스레를 떨었다.



“에이. 정문으로 가면 많이 돌아가잖아요. 거기다 따라오던 사람들도 떨어뜨릴 수도 있고요. 뭐, 금방 돌아와서 붙긴 하겠지만.”

《잠시라지만 녀석들이 떨어진 건 나도 환영한다만······ 이건 좀 상식 밖이지 않냐.》

“오늘따라 상식을 찾으시네요. 맨날 놀고먹는 고양이면서.”

《아앙?!》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그것보다 빠, 빨리 가죠?”


어색하게 웃은 리아가 선두로 나아갔다. 그 모습을 잠시 째려보던 페리도 콧방귀를 끼고는 쫓았다.


에르는 제일 뒤에서 걸으며 산림이 작게 우거진 공원을 둘러봤다.


제법 마음에 든다. 잎사귀들 사이로 내려쬐는 빛은 따스했고, 살짝 깔린 낙엽을 밟는 소리는 적적하니 좋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의 소리와 물결치듯 밀려오는 풀들의 모습도 꽤 운치가 있다.


‘확실히 리아가 좋아할 법도 하군.’


겨우 벽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이토록 고향―― 나트알을 생각나게 하니 말이다.


역시나 고향 생각이 났는지 리아는 조용히 지금의 산책을 즐겼다. 보기보단 제법 눈치가 있던 페리 또한 방해하지 않게 입을 다물고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렇게 나름 만족스럽게 걷고 있으니 평화로움을 깨는 소음이 들려왔다.


‘검인가······.’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일정하게 울려 퍼진다.


그리 대단한 실력은 아니니라 여겨진다. 왜냐하면 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리아가 휘두르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고 빈약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루데릭보다도 못한 파공음이다.


필시 실력자는 아니니라. 실력자로 볼만한 판단의 근거가 전무하다. 그렇지만 그 안에선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 실력과는 별개로 제법 검을 휘두른 경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음. 노력이 담긴 좋은 소리예요. 아직도 꾸준히 연습하나 보네요.”


그리 말한 리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한동안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즐겼다.



《어이, 언제 갈 거냐?》

“그러네요. 방해하긴 미안하지만 슬슬 약속 시간이 됐으니 가볼까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가니 잠시 후 넓은 공터가 나왔는데, 거기엔 혼자 검을 휘두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렇다. 저자가 오늘 리아와 만나기로 약속한 상대였다.


집중하고 있던 상대는 인기척을 느끼고는 돌아봤다.



“왔나, 리아?”

“안녕하세요, 레온.”


미소 짓는 리아의 인사에 이 나라의 제2 왕자, 레온하트 디안 벨루디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리아를 반겨주는 것이니 영 탐탁지 않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리아를 반겨주는 사람들과 레온하트 사이에는 차이가 있달까······


‘우려할만한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군.’


리아가―― 아내가 거부감이 없어서 망정이지, 솔직한 심정으로는 싫은 기색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이곳에 오기는커녕, 영영 레온하트가 근처로 다가오지 못하게 조치했을 것이다.


이것이 에르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심한 질투 따위가 아니다. 레온하트는 확실하게 리아에게 호의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


물론 필므처럼 호의를 까마득하게 넘어선 인간도 제법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품은 감정은 숭배에 가까운 것이었다. 앞에서 눈을 빛내는 레온하트와는 분명히 다르다.


몇몇 리아에게 비슷한 감정을 품은 놈들이 더 있었으나, 그런 그들조차도 밑바탕엔 존경이나 경외의 감정들이 깔려있었다. 대표적으로는 레스가 그러했다. 그도 호의 이상의 감정이기는 하나 지극히도 건전하여 염려할 부분 따윈 조금도 없었다.


‘그나마 리아가 전혀―― 그저 친구로 보고 있다는 게 위안인가······’


아내의 반응이 무척이나 기쁘지만 무턱대고 안심할 순 없다. 요주의 인물이라 정하며 에르는 얌전히 집사의 연기를 하였다.



《다녀온다.》

“아, 네. 오랜만이라고 너무 멀리 가지 말고요.”

《내가 애냐? 알아서 한다.》


쌀쌀맞은 대답과는 다르게 페리는 벌러덩 누워 낙엽에 몸을 마구 비볐다. 낑낑거리기까지 하는 게, 어딜 어떻게 봐도 즐기고 있다.


이해는 한다. 페리에게 이곳은 고향이나 마찬가지이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여길 온다는 걸 알자 곧장 따라간다고 했겠지.’


에르는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전이라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일 따윈 없었을 텐데. 변한 지금의 자신이 어쩐지 재밌다.



“에르?”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리아.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내가 왠지 사랑스러웠던 에르는 살며시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말고 리아의 볼일을 봐.”

“에르는요?”

“옆에서 구경할게.”

“심심할 텐데······”

“아냐. 나름 보는 맛이라는 것도 있잖아? 걱정하지 마.”

“으음. 알겠어요.”


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레온하트에게로 갔다.


그때를 맞춰 바닥에서 뒹굴고 있던 페리도 포효를 내지르고는 숲으로 들어갔다. 아주 신났다.



“다녀온다네요.”

“음. 그러한가······”


내심 화들짝 놀란 레온하트가 무안하게 검 자루를 쓰다듬었다.



“오늘은 고맙네, 리아. 갑작스러웠을 텐데······”


정말 그렇다. 뜬금없이 찾아와서는 대련해 달라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리아에게 들은 관습대로 소금이라도 뿌려 내쫓고 싶었다.


하지만 리아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요즘은 달리 할 일도 없어서 널널했어요. 거기다 슬슬 검술 연습 좀 재개하려고 했거든요. 레온이 찾아와 부탁했을 땐 때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할 일이 없다는 건 반쯤 거짓말이었다. 오토바이 제작이나 퍼스트 및 세컨드의 관리, 리카드와의 연구 등등 리아는 매우 바빴다. 시간을 할애하려고만 했으면 24시간 눈코 뜰 새도 없었을 것이다.


수락한 건 단순히 리아 변덕으로, 저 염치없는 왕자는 넓디넓은 리아의 아량에 엎드려 감동의 눈물을 쏟아야 할 거다.


뭐, 사실 에르의 입장으로서는 나쁠 게 전혀 없었다. 할 일이 많아진다는 건 리아의 즐거움이 느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니 왕자가 아니꼬워도 너그러이 넘어가 줄 수 있다. 이전에 약속도 했었다는 모양이기도 하고.


······다만 굳이 리아가 이곳까지 온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는 건 안다. 리아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는 것도.


하지만 그건 왕자의 문제다. 리아와는 조금도 관련이 없다. 오히려 본인이 시답잖게 살아왔기에 생긴 문제이거늘 리아에게 양보를 강요한 점이 용납이 안 된다.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군.’


능력이 부족한 건 그럴 수 있다. 세상 모든 존재가 리아만치 완벽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어리광 부리는 꼬락서니가 참을 수 없이 짜증 나게 했다.


저건 문제를 덮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하는 것과도 같다.


차라리 제1 왕자가 훨씬 나은 편이다.


제1 왕자는 분명 망나니이긴 했다. 첫 만남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걸 참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는 결코 어리광 따윈 떨진 않았다. 오만하게 굴면서도 제대로 현실을 응시하고 본인이 감당해낼 수 있는 선을 지켰다. 달리 말하면 주제를 잘 파악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무엇이 계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달라지기까지 했다. 에르가 보기에도 현재의 제1 왕자는 제법 괜찮은 축에 들어갔다.


이전에는 제2 왕자가 그나마 비교될 면이 살짝 있긴 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것조차도 없다. 그냥 제1 왕자의 압승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적어도 이딴 식으로 굴진 않겠지. 필시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난 다음에야―― 리아에게 아무런 부담이 가지 않게 되고 나서 만남을 추진했겠지.’


그전에는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기껏 해봐야 학원에서 자존심 강한 왕자답게 지나치며 인사를 나누는 정도에 불과하리라.


생각할수록 점점 인상이 써진다.


그렇게 에르의 기분이 점점 나빠지는 사이 화기애애 떠들던 둘은 마침내 안부 인사가 끝났는지 거리를 벌렸다.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건 에르의 몫이었다.


리아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얼른 얼굴을 편 에르는 대충 마법으로 주변에 있는 돌맹이를 띄워 위로 던졌다.


풀썩 소리가 나고 제2 왕자가 달려들었다.


에르는 별 관심 없이 둘의 대련을 지켜봤다. 아니. 관심을 가지려 해도 그러하지 못하였다.


어쩔 수 없었다. 워낙에 리아와 실력차가 많이 났던데다, 제2 왕자의 검술―― 싸움법에선 얻을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면서 들었었던 파공음으로 판별한 실력은 틀리지 않은 것이다. 확실하게 루데릭보다 못한 검술이었으며, 체술은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로 뒤떨어졌다. 만약 대련한다면 몇 합 이내에 루데릭이 제압할 것이다.


‘내가 훈련을 도왔으니 당연하다만은······ 생각 이상으로 차이가 심하군. 듣기로 제2 왕자는 1학년에선 나름 상위권이라던데. ······흐음. 모르겠군.’


이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에르가 보기에는 학년 내 1위와 꼴등 간의 차이는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에······.


에르로서는 우열 없이 모두 연약하기 그지없는 존재들에 불과했다.


펑!



“커헉!”


금속을 때리는 소리와 파공성이 울리며 동시에 신음이 솟았다.


리아가 대검의 옆면으로 후린 것이었는데, 별로 변칙적이지 않았음에도 제2 왕자는 막지 못하고 일격을 허용했다.


‘경험 부족이로군. 하긴 왕자이니 대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 그건 그거고―― 뭐 하는 거냐, 저 녀석은.’


팔꿈치와 늑골이 연속으로 부딪혀 아픔이 생겼는지, 한쪽 무릎을 꿇은 제2 왕자는 쉽사리 자세를 추스르지 못하였다.


‘숨이 안 쉬어지는 거야 그렇다 치지만······. 분명 탑에서 선봉으로 나섰다고 하지 않았나? 실전에 강한 타입인가? 뭐가 됐든 한심한 꼬락서니로군.’


결국 서둘러 뛰어간 리아가 [치유]를 써 주고 나서야 제2 왕자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에르는 재차 한심하다며 속으로 혀를 찼는데, 바로 그때 당혹스러워하는 리아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대로 때려서 놀란 건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주먹을 쥐었다 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리아는 자기 자신에게 놀라고 있는 것이었다.


의아했던 에르는 잠시 아까의 장면을 돌이켜봤다.


무언가 놓친 것이 있었나······


‘그렇군.’


순식간에 기억을 되돌린 에르는 곧장 리아의 놀람을 이해하였다. 더불어 제2 왕자에게 했던 한심하다는 말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제2 왕자가 일어나지 못했던 건 엄살도, 고통에 취약해서도 아니었다. 정말 일어날 수가 없었던 것뿐이었다.


늑골이 부러지고 횡격막이 파열된 상태였는데 어찌 태연하게 일어나겠는가.


도리어 통증과 호흡 곤란 속에서도 꾸역꾸역 일어나려고 했던 의지가 용했다. 그만큼 제2 왕자는 제법 중상이었었다. 리아가 아니었다면 단숨에 치료는 어려웠을 정도였다. 지금은 고쳐놨지만 팔꿈치도 보호대와 함께 으스러졌었다.


역시나 금세 사색이 된 리아가 곧장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사과하지 말게. 내가 바란 대련이지 않았는가. 정말 괜찮으니 머리를 들게. 리아가 치료해줘서 아픔도 없네.”


재차 괜찮다고는 하나 제법 중상이었음을 인식했던 터라 리아의 얼굴엔 미안함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게 무척이나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법은 모자란 부분이 제법 있었지만, 육체만큼은 거의 완벽하게 다루었던 게 리아였다. 이제 와 힘 조절에 실패한다는 게 더 이상하다.


당사자는 오죽했을까.


그렇기에 리아는 당황한 것이었다. 분명 평소와 똑같은 힘을 준다고 했을 텐데 그보다 한참 강한 힘이 들어가서.


‘세스타스라는 녀석과 세인트리안 때문인가······’


감각이란 게 자주 바뀌는 것이기는 하나 이토록 극단적이지는 않다. 당연히 원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최근에 있었던 일전들이었다. 알게 모르게 몸에 부담을 줬던 그날의 일들이 리아에게 득이 되었던 거다.


비슷한 것으로는 초회복 이론인가가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리아의 몸 상태가 전보다 더 좋아지게 해준 밑거름이 된 것이다.


전조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걸을 때 미묘하게 몸의 축이 틀어졌었으니까.


다만 이 정도로 감각이 틀어졌을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위험할 일 따윈 없지만.’


만약 잘못되어 제2 왕자가 그대로 두 동강이 났어도 멀쩡히 후유증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리아 덕분으로, 첫 만남 때 입힌 상처와 산속에서의 팔을 치료했던 경험 때문에 이전보다 더욱 정밀한 [치유]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정말 죽지만 않았으면 멀쩡히 살려낼 수 있다.


그러니 아무 문제도 없건만 리아는 워낙 착한지라 계속해서 사과하였다.



“사과는 이제 됐네. 그보다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네.”

“네? 어떤 거요?”

“그······ 방금 리아는 어느 정도의 힘을 쓴 건지 알고 싶네.”

“앗. 죄, 죄송해요.”

“아, 아니, 그게 아니네.”


무슨 소리냐는 듯 리아는 고개를 기울였다.


제2 왕자는 작게 헛기침하였다.



“말이 짧았군. 내가 묻고 싶은 건 전력에서 몇 퍼센트의 힘을 썼는지라네.”

“제 전력에서요?”

“그렇네. 아아. 물론 다친 걸 탓하려는 게 아니야. 지금 내 위치를 알고 싶을 뿐일세.”

“어, 그게요······.”


리아는 말을 흐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딱히 리아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조금이라도 남을 위할 줄 아는 자라면 모두 망설였을 것이다.


그만큼 충격적일 수치다. 제2 왕자가 못마땅한 에르마저도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지만 막상 들으면 반드시 충격받겠지.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제2 왕자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사양하지 않아도 된다며 태연하게 굴어댔다.


눈치도 부족한 모양이다.



“아!”


양반은 못 된다고 흉보기 무섭게 제2 왕자가 곧장 본인의 행동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위치라는 걸 알고 싶은 듯하였다.



“무리라면 리아의 전력을 보여줄 수 있나?”

“어, 어, 그게······”


리아가 아까보다도 더 당황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아니······ 이놈은 방어전에도 참가한 녀석이잖아? 근데 이리도 생각이 없다고?’


더군다나 제2 왕자는 마지막 순간의 리아를 보기까지 했다. 그런데 전력을 보여달란다. 몸 상태가 나빠져 3일간 잠자리에 들었던 리아에게······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더라도 뻔히 상태가 안 좋아진 걸 보고 할 부탁이 아니거늘.


이놈은 남에게 배려 따윈 할 줄 모르는 건가······.


막말로 리아의 컨디션이 무너져 숨이라도 거두면――물론 그렇게 놔둘 생각 추호도 없다. 단지 예시일 뿐이다.―― 책임이라도 질 수 있나?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러하다. 만약 마력이 폭주하기라도 하면 어찌할 텐가? 본인을 포함해 인간의 모든 나라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걸 어찌 감당하려는 건지.


물론 그전에 진정시키면 되긴 한다. 하지만 그건 아예 고려사항에 넣지도 않았다. 당연히 못 할 테니까.


게다가 리아의 전력을 본다 한들 뭘 알겠나. 리아의 힘에 천조분의 일도 안 되는 제2 왕자 따위가.


주제를 모르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어이가 없다 못해 화조차 나지 않는다. 방금 막 가볍게 슬쩍 친 것만으로 옆구리가 작살나 죽을 뻔한 것도 잊었단 말인가.


‘리아는 뭐 하러 이런 놈을 챙겨주는지 원.’


이해되지 않았지만 리아를 더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기에 에르는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마법의 신호가 왔다. 상대는 엔가나였다. 리아가 준 마도구로 연락을 취해온 것이다.



“잠시만요, 레온.”


양해를 구한 리아는 곧장 [염화]를 연결했다.


몇 차례 고개를 끄덕거리던 리아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곧 [염화]를 종료했다.



“리아······?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이건 또 분위기를 읽었는지 제2 왕자가 바로 물었다.



“어, 그러니까······ 아! 체험학습 때 레온도 탑에서 봤었죠? 화면이랑 목소리가 전달되던 거요.”

“기억나네. 굉장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마법이었지.”

“네. 그거에서 목소리만 전달되는 염가판의 아티팩트가 있어요.”

“아하. 과연. 그렇기에 그러한 통신 마법을 쓸 수 있었던 거로군.”


사실은 반대지만 말이다.


리아도 딱히 밝힐 마음은 없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염화]라고 부르는데, 방금 그 마법이 저에게 연결됐어요.”

“누구에게? 아이리스인가? 그리고 무슨 내용이었는가?”

“그거는 말이죠――”

“――실례.”


에르는 한 발짝 나서 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왕자 전하께는 무척이나 송구한 말씀이지만, 아가씨의 사적인 용무입니다. 개인의 사생활은 지켜주시길 간청드리지요.”


정중하게 들리게 하였으나 직역하자면 사사건건 캐묻지 말고 짜져있으라는 소리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리아와 친하게 지내고는 있으나 제2 왕자와는 어디까지나 동급생에 불과했다. 페리를 도와준 일이 있긴 하나 딱히 막역하게 지낸 것도 아닌데, 있는 사정 없는 사정 모두 말해줄 의리는 없다.


‘게다가 굳이 연락한 걸 보니 막 떠벌릴 사안도 아닌 것 같고.’


막되게 굴었었던 엔가나는 현재 리아를 깊게 추종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나트알의 마족들과는 견줄 수 없겠지만 그 바로 밑 정도는 거뜬할 거다.


그런 엔가나다. 연락하기 전까지 무수히 고민했을 터. 그러다 내린 결론이 리아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코 가벼운 용건일 리가 없다. 적어도 아무 연관도 없는 타인인 제2 왕자에게 떠들 사안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제2 왕자는 구태여 끼어들 요량인가 보다.



“내가 들어서는 안 될 이유라도 있나?”


일전에 자신을 섬기라며 거들먹거리던 녀석들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이러한 작자들은 완곡히 돌려 말해봐야 소용없다. 도대체 뭘 기대하는 건지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 먹질 않으려 든다.


한마디로 무척 피곤한 타입이라는 것이다. 말을 들어 먹질 않으니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는 점이 더더욱 피곤을 유발하게 한다.


그때의 시달림을 떠올린 에르는 여봐란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한껏 비웃음을 담아.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만, 어째서 제2 왕자님께서 들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실례지만 아가씨와 왕자님은 그저 동급생일뿐. 나름 안면을 터고 지내고는 있으나 개인의 사정을 모두 말씀드려야 할 정도의 관계는 아니라고 사료됩니다만?”


서로 간에 숨김없이 모두 털어놓는 건 부부들 간에나 행하는 법이다. 일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한 자신과 리아처럼.


‘네가 아니라.’


레온하트―― 제2 왕자의 이 행동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추태에 불과했다.


이쪽의 사이를 몰랐다 하더라도 그러하다. 미래를 약속한 그런 관계도 아니거늘 뭘 멋대로 약혼자 행세를 한단 말인가.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순간 욱했던 제2 왕자도 딱히 틀린 말이 아님을 깨닫고는 입을 뻐금거렸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고개를 팩 돌리더니 끝까지 발악하였다.



“난 그대에게 물은 게 아니다. 리아에게 물은 것이다.”


맹렬하게 쳐다보던 제2 왕자가 대뜸 손을 뻗어 리아의 손목을 잡으려 들었다.


이건 선을 넘었다.


굳이 남편이 아니더라도 그러했다. 사교계에서는 아웃인 행위였다. 강압적으로 여자를 휘두르려고 하는 시점에서 변명의 여지도 없다.


눈을 번뜩인 에르는 내지르는 제2 왕자의 손목을 낚아챘다.



“크윽······.”

“실례. 집사로서 모시는 자를 향한 무례를 지나칠 순 없었던 터라.”


나름 힘을 주었던지라 제2 왕자의 표정이 점점 고통에 물들어갔다.



“······에르.”


조용히 부르는 리아의 목소리에 에르는 바로 손을 놨다.


제2 왕자는 하얗게 질려버린 손목을 붙들고 한 걸음 물러섰다.


리아는 그런 왕자에게 다가가 [치유]를 걸어줬다.



“미안해요, 레온. 에르가 제법 신경이 날카로워졌나 봐요.”

“아니, 난 괜찮――”

“――그렇지만 에르 말대로 [염화]는 제 개인적인 사정인지라 말씀드리기 어려울 거 같아요.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설마 리아가 이런 대답을 할 거라고는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는지 제2 왕자는 멍한 눈이 되었다.


정말 어디서부터 걸고넘어져야 할지를 모르겠다.


한동안 넋을 놓고 있던 제2 왕자는 조용히 리아에게 물었다.



“저 남자에겐 말해주는 건가?”

“네. 에르는 제 가족이니까요.”

“나는――.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소란을 피워서 미안하네.”

“아, 아뇨, 저야말로 기껏 약속 잡았는데······”

“신경 쓰지 말게. 원래부터 무리하게 잡은 약속이지 않은가? 마음 쓰지 말고 볼일을 보러 가게.”


칙칙해진 분위기 속에서 리아는 눈치를 보았다. 그렇지만 미룰 수도 없었던 터라 리아는 재차 미안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자리를 떴다. 동시에 페리에게도 [염화]를 날려 돌아간다는 소식을 알렸다.



“페리는 알아서 돌아가겠대요.”

“응.”


미소와 함께 대답하며 에르는 슬쩍 곁눈질로 옆을 보았다.


제2 왕자는 멀뚱멀뚱 가만히 서서 멀어지는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아까의 분노도 없이 무척이나 잔잔하였다.


하지만 그 안쪽 깊숙이에 담긴 감정을 엿본 에르는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다.


‘미래라······. 이거 골치 아파질 수도 있겠어. 어쩐지 서훈식 때 소베르비아가 경계하더라니.’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는 같은 인간인 소베르비아가 더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역시나 아직 배울 게 많다.


제법 분하게 여기며 에르는 혀를 찼다.



“왜 그래요?”

“아무것도. 그보다 엔가나는 무슨 일로?”


리아는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그게······ 왔다나 봐요.”

“그거?”

“네. 지금 왕성에 와 있어요.”

“왕성이라······”


왕성 방향을 본 에르는 억눌렀던 감각을 해방해보았다.


즉각 한눈에 사치스러운 왕성이 보이고, 바로 리아가 말한 자들을 찾아냈다. 제법 많은 마력이 그들의 위치를 핀 포인트로 알려준 덕분이었다.



“성기사 단장······ 리아에게 묘하리만치 집착하던 녀석인가. 다른 하나는······ 모르겠군. 마력량으로 보자면 신성이라는 녀석 중 하나로 보인다만. 어쩌면 저놈이 제1 위상일지도.”

“그럴 거예요. 마력조작이 무척이나 뛰어나거든요.”


왠지 모르게 리아의 목소리엔 즐거운 기색이 담겨 있었다. 그와 함께 섬뜩한 기운이 감돌았다.


왜 그러는 건가 싶었던 에르도 곧장 진한 미소를 띠게 됐다.



“과연. 저 녀석이었나.”


리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엔가나 씨네 집으로 가죠. 거기에서 모이기로 했어요. 그러고 나서 바로 학원장실로 가죠. 리카드 씨의 지식이 필요해요.”

“알았어.”


대답을 들은 리아는 속도를 높였다. 에르도 한순간에 사라진 듯 달려간 리아의 뒤를 바짝 쫓았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라스티아입니다.

오늘은 거두절미하고 늦은 사죄부터 하겠습니다... 더불어 분량도 반토막인 점 무척이나 송구합니다.

변명을 하려는 건 아니오나.... 그.... 표지 작업을 하고 있어서 집필할 시간을 제법 뺐겨서... ㅎㅎ!

폰트라든가 아직 갈길이 먼... 반쪽짜리오나 중간 작품을 보시고 노여움을 풀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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