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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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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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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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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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화창하게 내리쬐는 빛이 늘어선 건물을 비춘다. 맑은 날씨에 사람들은 밖을 거닐었고, 물결치는 듯한 거리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인파들로 만들어지는 물결 또한 파도가 치는 것 같았다.


실로 괜찮은 날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날씨가 무색하게 크게 마차 안에서 한숨을 거하게 토해내는 거구의 2인조가 있었다. 한 명은 신관복을 입은 가이란으로, 그는 창밖의 풍경을 보며 맥이 빠진다는 듯이 어깨를 떨구었다.



“설마 분점일 줄이야······.”

“본점은 단체로 휴가였고 말이지.”


재차 한숨을 쉬는 가이란에게 그의 동료이자 또 다른 거구, 리시타가 동의했다.


그랬다. 가이란의 말대로 찾아간 멜리다 상회는 분점이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긴 하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내심 긴장도 했었으니까. 그렇지만 길을 가르쳐준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성기사 단장에게 문이 닫힌 본점으로 안내할 순 없었을 테니 말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러니 리시타는 따라 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좋게 생각해야지. 이래저래 베드다드로의 방문을 허락받은 데다, 이렇게 마차까지 준비해줬으니.”

“그건 그래. 암만 인디아 주교들이 와있다지만 이리 쉽게 허락해줄지는 몰랐거든. 근데······ 태도가 좀 묘하지 않았어?”

“벨루디스 폐하와 파라디우스 공작을 말하는 거냐?”

“그래. 말썽부리지 말라고 완곡히 돌려 말하는 건 이해하는데, 그 뭐랄까······ 너무 조심스럽지 않았어?”


그건 그렇다. 저 이야기를 꺼낼 때 둘은 몹시도 조심스러워했었다.


하나 분명한 것은 이쪽을 향해 예를 차린 게 아니라는 거다. 그들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듯 이쪽이 베르다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걸 몹시도 염려했었다.


참고로 이때 인디아 주교들이 와 있음을 알았다. 먼저 출발했던 터라 그들의 소식을 몰랐는데, 이곳에 먼저 와 있어서 제법 놀랐었다. 한 달이 넘게 체재하고 있다는 소리에는 한 번 더 놀라기도 했고.



“이스피리아―― 그 여자의 힘을 알고 있기에 조심하는 거라 치더라도 너무 과한 느낌이야. 본래 능력의 100분의 1도 모를 텐데. 으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데······?”

“무슨 이유든 상관없다. 가서 일을 벌일 것도 아니고. 그보다는 태도에 신경 쓰도록. 베르다드엔 학생들이 깔려 있으니. 기본적으로 어디에나 시선이 있다고 여겨라.”

“그러네. 까먹고 있었다.”


그리 말한 가이란은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으~! 계속 점잔빼고 있어야 하는 거야?! 생각만 해도 답답하네······.”

“못 하겠으면 돌아가라.”

“여기까지 와서 누가 그냥 가? ······후우. 알았어. 난 얌전히 있도록 하지.”

“꼭 그래라. 인디아 주교들과 함께 널 제압하고 싶진 않으니.”

“켁. 동지끼리 너무한 거 아니야?”

“네가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될 일이다.”


쌀쌀맞게 말한 리시타는 그걸 끝으로 눈을 감고 명상을 취했다. 머릿속에서는 흥분인지, 기대인지 모를 감정들이 날뛰어 대는 통에 진정시키고 싶었다.


갑작스럽게 대화가 단절되었으나 가이란은 불평하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도 진정되지 않았던 거다. 아까부터 조급하다는 양 계속 발을 떨어댄 걸 보면 자명하다. 그러하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건 그도 찬성이겠지.


마차의 바퀴 소리와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만을 들으며 시간은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다. 바깥에서 경비와 대화하는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음? 귀에 익은 목소리로군. 아직도 경비로 근무하고 있나?”

“네가 다닐 때의?”

“아마도.”

“헤에. 그만한 시간 동안 일했다면 꽤나 노련한 경비겠구먼.”

“그러니 지금도 근무할 수 있는 거겠지.”

“뭐, 그것도 그러려나?”


잡담을 나누고 있으니 다시 마차가 움직였다. 검문은 따로 없었다. 이 부분은 벨루디스 국왕이 나름 배려해줬나 보다.



“이야~ 오긴 왔구나. 생각하던 것보단 제법 긴 여행이었어.”

“그렇군······.”


감회가 새롭다는 듯한 가이란에게 동의하며 리시타는 이번 여정을 돌이켜봤다.


솔직하게 말해 얻은 건 별로 없었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해도 좋았다. 자신의 고집으로 시작된 탐문이었음에도 기껏 알아낸 건 콜다리움에서 자인 디바오러가 모험가로 등록했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참으로 맥이 빠질 일이다. 보름이면 올 거리를 거의 3달이나 소모하며 왔건만. 그러나 후회는 없다. 이래저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얻었으니 말이다.


‘처음의 흥분 상태로 왔다면 분명 멀쩡한 대화는 성사되지 않았겠지.’


그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렇기에 다소 늦은 감이 있기는 해도 나름대로 보람은 있었다.



“오. 도착했나 보네.”


반기는 가이란의 목소리와 함께 마차가 멈췄다.


명목상 수행하는 입장인 가이란이 먼저 마차의 문을 열고 나가 밖을 살폈다. 그리고 큰 이상은 없었는지 곧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리시타도 육중한 몸을 일으켜 옆에 세워놓은 방패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제대로 도착했다. 마차가 멈춘 곳은 베르다드의 마차장으로, 리시타는 수십 년 만에 오게 된 모교를 제법 그리운 눈으로 둘러봤다.



“저기······.”


가만히 있자 의아했던지 마부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불렀다.


마차의 문에 팔을 걸치고 있던 리시타는 힐끔 시선을 내리고는 훌쩍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미안하오. 오래간만에 방문하게 된 모교라 잠시 감상에 젖었었네. 결코 자네를 곤란하게 할 목적이 아니었음을 알아주게.”

“예, 예!”

“단장님······.”


긴장과 더불어 너무 황송해하는 마부를 안쓰럽게 생각했는지 가이란이 조용히 불렀다.



“음. 여기까지 태워줘서 고맙네. 부디 자네가 무사히 돌아가길 기도하지.”

“가, 감사합니다! 다, 단장님께서도 부디 좋은 시간 되시길.”


제법 감동한 눈으로 바라보는 마부. 그를 뒤로하고 리시타는 근처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남녀 두 사람에게로 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둘은 즉시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성국 성기사단의 단장님인 줄 아뢰옵니다.”

“그대는?”

“인사가 늦어 실례했습니다. 베르다드의 학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리카드 디안 클로디아노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베르다드에.”

“나는 말씀대로 성기사 단장인 리시타 비론 브리타스라 하오. 고명한 대마법사, 클로디아노 경이 몸소 마중을 나와주어 영광이라네.”

“우연히 여유가 생겼을 뿐입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길.”

“여신님이 굽어살펴 주셨나 보구려. 아. 여긴 수행원인 1급 신관, 가이란이라오.”


소개받은 가이란은 가슴에 두 개의 정십자를 그리며 예를 취했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학원장은 웃는 얼굴로 길을 비켜서고는 정중히 팔을 뻗었다.



“만나 뵙기 어려우신 분인지라 이대로 헤어지기 무척 아쉽군요. 그래서 말씀드립니다만, 혹 괜찮으시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때마침 제법 괜찮은 차가 들어왔습니다.”

“귀공이 괜찮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따르겠네.”

“감사드립니다.”


리카드를 따라 여성―― 소개받기를 베르다드의 부학원장인 세리오 리벨리타스가 고개를 숙인다.


‘속을 모르겠군······.’


언뜻 정중해 보이는 이 초대는 강압적인 것으로, 거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압박이 존재하였다.


그래서 수락한 건 절대 아니었지만, 듣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인물상에 조금 당혹스럽다.


확실한 건 미리 파악해둔 리카드와는 상당히 괴리감이 있다는 거다.


게다가 이 감각. 시선을 마주하는 리카드에게서 느껴지는 건 강자의 기척으로, 상상 이상의 기척은 마치 거대한 파도를 맞이하는 듯했다.


범상치 않다. 절대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전부터도 예의주시한 상대이기는 했으나 그 정도를 몇 단계 올려야 할 것만 같다.


가이란도 이를 느꼈는지 순간적으로 얼굴을 굳혔다. 아마 속으로 리카드의 대한 보고를 올린 잿빛을 욕하고 있지 않을까······.


마음이 어떻든 겉으로는 평온한 척 꾸며낸 리시타는 뒤를 따라 베르다드 내를 나아갔다.


지나치는 학생들의 시선이 모인다.


인디아 주교 때도 비슷했을 것이다. 오히려 그쪽은 동행하고 있는 자들이 다채롭다 보니 더욱 눈길을 끌었을 터다.


그렇게 쭉 쏟아지는 시선을 뚫고 도착한 곳은 화려한 문 앞이었다.


‘학원장실······. 여긴 여전하군. 보안만은 최첨단으로 바뀐 듯하지만.’


학원 내 곳곳을 제법 그립게 둘러봤던 리시타는 마력 인증을 통해 열린 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보게 된 학원장실의 풍경은······ 리시타의 기억 속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흑단으로 만들어진 중후한 테이블만큼은 그대로 있었으나, 사치의 극치 같았던 여러 장식과 가구들이 몽땅 빠져있었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검소한, 일반 평민들도 구할 수 있을 만한 품질의 물건들로 대체됐다.


‘과연. 그가 학원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급격한 발전이 있었다고 하더라니. 원래 있던 물건들은 모두 팔아 학원의 재정에 보탰으려나? 사소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부터 차이가 느껴지는군.’


살짝 감탄하며 리시타는 이전에도 있었던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 가이란은 일단 뒤에서 대기하도록 했고, 그에게 허리춤에서 검을 풀러 맡겼다. 딱히 언급은 없었으나 적의가 없다는 표시와 더불어 기본적인 예의였다.


등에 걸린 방패도 옆에 세워놓고 있으니 곧 차가 준비되었다. 향긋한 향이 나는 노란색의 차였다. 관심이 없어서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겠다.



“신관님은······.”

“단장님을 수행하는 몸. 배려는 감사하지만 사양하도록 하겠습니다.”

“1급 신관님다운 귀감이 될 말씀이시군요. 참으로 근면하십니다.”


분명 어투는 몹시 친절하고 내용도 그러했으나 비꼰다는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이려나······.


그런 찝찝함과 함께 마주 앉은 리카드와 티타임을 가졌다. 부학원장, 세리오는 보조 역으로 남을 셈인지, 가이란과 마찬가지로 리카드의 뒤에서 대기했다.



“차엔 무지하여 어떠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제법 맛이 괜찮군. 차분해지는 느낌일세. 어쩐지 그리운 기분도 들고.”

“호오. 과연. 그러한 상태이십니까······.”

“응? 뭔가 이상했는가?”

“아뇨. 성기사단을 이끄는 단장님답게 운치를 즐길 줄 아시는 분이라 감탄했을 뿐입니다.”


뭔가 대답이 묘하다. 둘러대기나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혹시 독인가 싶기도 했으나, 그건 또 아니었다. 딱히 느껴지는 건 없었고, 상태이상에 저항력을 올려주는 마도구에서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럼 리카드는 왜 저런 말을 한 것인가······.


몹시도 궁금했으나 묻는다고 대답해줄 것 같지 않다.


그런 께름칙함을 남기고 티타임이 재개됐다. 그렇지만 즐길 수 있을 턱이 없다. 싱숭생숭한 채로 어영부영 끝을 고했다.



“우릴 부른 이유는 뭔가? 정말 차나 마시자고 부른 건 아닐 터. 본심을 말해보게. 솔직하게 털어놓더라도 문책하지 않을 것이라 보장하네.”


꺼림칙한데다가 전사로서의 감이 상대의 진지에 고립됐다며 외치고 있었다. 그러한 곳에서 오래 머무를 생각 따윈 없다. 이야기는 대충 마무리하고 싶었다.


다행히 리카드도 오래 끌 마음은 없었는지 눈에 각오를 담아갔다.


그리고 입을 여는데――


――똑똑.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여긴 학원장실. 용무로 찾아오는 사람 정도야 당연히 있을 것이기에 이야기가 끊긴 아쉬움을 삼켰다.


근데 어째서인지 리카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예상치 못한 방문자라는 건가?’


조금 호기심이 동한 리시타는 마력을 감지해봤다. 그리고 밖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미숙한―― 어떻게 이 학원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미약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사무직원이려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마력량이다. 아무리 중등부라도 이 정도로 마력이 적진 않을 테니.


다만 의아한 건 함께 온 자다. 상당한 마력량으로, 충분히 학원에 재직 중인 학생이라 하더라도 납득이 가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마치 사용인이라도 되는 양 행동했다. 문도 이자가 두드린 것이었다. 마력이 적은 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귀족과 사용인이란 느낌인데······. 그렇다면 부정 입학? 나 때도 뒷배로 들어온 자들이 없진 않았으니. 하지만 리카드가 그러한 걸 내버려 둘 리는 없어 보인다만······.’


리카드가 학원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건 부패의 척결이었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비슷한 짓에 손을 댄 자들은 모두 해고됐다고 한다. 그러한데 이제 와 부정 입학을 주도할 교수가 나오기나 할는지.


암만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고민하는 사이 세리오가 문을 열어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다.


방문한 자들은 한 쌍의 남녀였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귀족과 사용인의 관계인 듯했다. 앞장 선 남자에게서는 벨루디스 귀족 특유의 거만함이 깃들어 있었고, 이를 따르는 여성에게서는 모시는 자를 보필하는 기색이 있었다.


이러한 둘을 본 리카드는―― 특히 남자 쪽을 보더니 크게 인상을 찌푸렸다.



“어쩐 일입니까, 아서 씨. 지금은 손님을 맞이하는 중이라 다음에 용건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아서?’


들어 봤던 이름에 리시타는 슬쩍 눈짓으로 가이란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한 답으로 그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이전 보고에서 들은 그자가 틀림없는 듯하다.


뜻밖의 상황에 놀라는 동안 아서는 만류하는 리카드와 세리오를 무시하고 거침없이 다가왔다.



“오오. 방패 한번 쌔끈하네. 검도 그렇고. 역시 성기사는 메이스보다는 검방이랄까? 졸라 비싸 보이는 게 쥑이네!”


경박하게 말한 아서는 대뜸 옆에 세워둔 방패를 집어 들었다.


모든 게 너무 황당한 나머지 미처 제지하지 못했다. 가이란마저도 설마 이러한 무례를 저지를 것이라고는 생각 못 하고는 얼이 빠져있었다.



“우왓?! 왜 이렇게 무거워?! 도대체 이딴 걸 어떻게 들고 싸우는 거냐······.”

“아서 씨!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한 번 들어보는 걸로 웬 유난이야. 이 정도는 해볼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래, 성기사 단장님?”

“아서 님······.”


남의 말은 안 듣고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용인의 말은 듣나 보다. 여성이 조용히 부르니 아서는 혀를 차고는 낑낑대며 들지도 못했던 방패에서 손을 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똑바로 세워놓지 못했다는 거다. 제대로 들지 못했으니 당연하지만, 그 탓에 기우뚱거렸고, 리시타는 서서히 쓰러지는 방패를 잡아 도로 소파에 기대 세워놨다.



“오우. 땡큐, 단장님.”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리카드는 이마를 짚었다.



“도대체 어디서 단장님들이 오신다는 걸 들으셨습니까? 아니, 어디서 들었든 상관없습니다. 당장 여기서 나가십시오.”

“뭘 멋대로 나가라 마라야? 볼 일이 있어서 왔는데.”

“다음에 하세요. 오늘은 무리입니다.”

“용건이 있어서 왔다니까? 근데 눈앞에 두고 그냥 돌아가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정도껏 하십시오. 제대로 약속도 잡지 않고 이 무슨 무례입니까?”


누구라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기본적인 상식이다. 한치도 틀리지 않은 정론에 아서의 사용인마저도 눈치로 이를 긍정했을 정도였다.


그나마 아예 눈치가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분위기를 읽은 아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잠자코 추이를 지켜봤던 리시타는 끼어들기로 했다. 첫인상에서도 그렇지만 성기사 단장이 된 이래로―― 큰 체구 때문에 이전부터도 자신을 이리 가볍게 대하는 자가 없었던지라 조금 흥미가 생겼다.



“아니. 괜찮다오, 클로디아노 경. 귀공이 괜찮다면 잠깐 이야기를 들어보겠네.”

“오오! 역시 단장님. 덩치만큼이나 배포도 크구먼!”


한껏 밝아진 아서와는 달리 리카드는 이마를 짚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는 눈으로 물었다.


······정말 괜찮겠냐고.


대화를 나눌 뿐인데 별일이야 있겠는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리시타는 아서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 대뜸 아서는 위로 눕힌 손을 내밀었다.



“이봐, 단장님. 나에게 줄 성검은 가져왔어?”

“뭐······?”


순간이지만 리시타는 얼이 빠졌다.


물론 성국에는 몇 자루의 성검이 있기는 했다. 다만 전부 의례용이다. 몬스터와 싸우거나 할 때 쓰는 용도가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당연하게도 하나 같이 유물로서 지정된 것들이다.


성자 디바오러의 손을 거친 것도 상당수기에 국외로의 반출은 언어도단. 남에게 내줄 물건 자체가 아니거니와, 제아무리 성기사 단장이라도 쉽사리 만질 수도 없는 게 성검이다.


그런데 어찌 이 남자는 성검을 달라고 하는 건가? 마치 자신의 것을 돌려달라는 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 아서라는 인간의 사고가 어떠한 구조로 되어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클로디아노 경이 왜 골치 아파했는지는 이해가 확 됐지만······.’


황당함에 어이없어하고 있으니 아서가 흥미롭다는 눈으로 가이란을――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리시타의 검으로 향했다.



“아~ 혹시 저게 내꺼였어? 난 또 단장님 건 줄 알았네.”


어디부터 지적해야 할지······.


어이가 없다 못해 이제는 미치광이의 헛소리로만 들린다.


하지만 이 남자―― 아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냉큼 가이란이 가지런히 들고 있는 검을 잡는 게 아니겠는가.



“뭐야? 안 줘?”


맡긴 검을 옳다구나 하며 남에게 넘기는 수행원은 단언컨대 없다. 미덥지는 못하지만 맡은 역할엔 나름 충실했던 가이란 또한 그러했다. 검을 든 채 바위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중등부의 학생보다 못한 아서가 암만 발악하더라도 제1 위상에게서 검을 뺏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아서가 눈을 부라려봐야 흔들릴 사람도 아니었다. 가이란은.


으름장을 놓듯 위협하는 아서를 무시하고 가이란은 일자로 뜬 눈을 리카드에게로 향했다.



“학원장님, 실례지만 이분은 당최 뉘신지요?”

“그건――”

“――아아. 내 소개가 아직이었구나. 어쩐지 성검을 안 넘겨주더라니. 이것 참 나답지 않은 실수를.”


말을 자르고 끼어든 아서는 검을 놓고 당당하게 자신을 엄지로 가리켰다.



“난 아서 알펜리트. 무려 지구라는 세계에서 온 용사라고?”

“지구······?”


슬쩍 가이란을 쳐다보았으나 그도 모르는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어라. 단장님도 지구를 들어본 적이 없어? ······흐음. 그렇다는 건 역시 지구에서 건너온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건가. 왕님이랑 성기사 단장마저 처음 듣는 거라면 거의 확실하겠는데······? 어쩌면 내가 첫 번째일 수도 있겠어.”


여태까지의 인상과는 다르게 아서는 진지하게 고민하며 중얼거렸다.


저 반응을 보건대 거짓은 아니었다. 진실이 어떻든 저 아서라는 자는 본인이 지구라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를 넘나드는 그런 대마법이 과연 실제로 존재할지 의문이다.


‘역시 정신에 이상이 있는 자인가? 근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마음대로 활개 치게 두지 않았나? 사용인까지 딸려 있고.’


이번에도 잘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주교들이 머리를 맞대고도 답이 나오지 않았던 사안이다. 괜한 머리를 써봐 갑자기 답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힘만 뺄 뿐이다.


‘알아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고.’


깔끔하게 고민을 접은 리시타는 득의양양해하는 아서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계에서 온 용사께서 나에게 무슨 볼일인가?”

“뭐긴 뭐야. 성검이지. 무기가 있어야 마왕을 쓰러뜨리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자신이 똑바로 들은 것인지 리시타는 어안이 벙벙했다.


뭘 어떻게 하면 이계에서 왔다는 것에서 마왕을 무찌르는 것으로 이어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조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 짧은 시간만으로 도대체 몇 번째란 말인가. 사실 자신은 머리가 나빴던 게 아닐까 의심마저 됐다.


‘똑똑하다고는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했나······.’


애당초 용사라는 직책부터가 이상했다. 보통 용사라는 건 위대한 업적을 이룬 자를 기리는 명칭일 터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자가 스스로에게 붙인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지구라는, 본인의 세계에서 용사라 불릴 위업을 달성했을 리는 만에 하나라도 없을 테고.


말 그대로 허울뿐이다.


그렇기에 딱히 대접받는 게 없는 것이겠지.


눈앞의 리카드나 세리오만 하더라도 그렇다. 둘은 명백히 이 용사라는 작자를 꺼리고 있다. 베르다드에선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둘이 이러하니 실질적으로는 최소한의 돌봄 정도만 받는 게 전부일 것이다.


‘그것조차도 과한 느낌이다만······ 벨루디스에서 판단하기엔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건가? 어쨌든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리시타는 이만 이 무례한 작자를 내보내기로 결단했다.


하지만 그건 이루지 못하였다. 가이란이 먼저 말했기 때문이었다.



“오호. 마왕을? 그건 참으로 훌륭한 각오이시군요. 이 나라에 이런 고귀한 분이 계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리시타는 시선으로 무슨 짓이냐며 따졌다. 그러나 가이란은 보지 못한 체했다. 가볍게 흘려 넘겨 버리고는 아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1급 신관, 가이란입니다. 이번엔 단장님의 수행원으로 찾아뵙게 되었지요.”

“엥? 덩치 때문에 따까리인 줄 알았는데 신관님이었어?”

“제가 그런 말을 좀 듣지요. 괜히 수행원으로 뽑힌 게 아니랄까요? 물론 루시아스 님을 모시는 데엔 불편함이 없으니 만족하고 있지만요.”

“하긴 시비 걸 사람은 없겠네. 아무리 봐도 신관님이라 하기엔 별로 어울리지 않지만.”


웃기까지 하며 가이란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신을 섬기는 자로서 민감할 수도 있는 이야기는 개의치도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여길 온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리시타가 슬쩍 눈치를 주자 가이란이 웃는 얼굴로 말하였다.



“모처럼이니 더 찬찬히 말씀을 나누고 싶지만 저흰 용무가 있어서 온 바. 아쉽지만 용사님께 드릴 성검도 지참하지 못한 터라 다음 기회에 만나 뵀으면 하는군요.”

“응? 그거 성검이 아니야? 제법 그럴싸한 데?”

“예. 단장님의 애검이지요.”

“에이. 그러면 그렇다고 말해주지. 괜히 설레기만 했잖아.”


물어보지도 않고 가져가려고 한 건 너이다만?


목구멍까지 그런 말이 올라왔으나 더는 아서와 얽히고 싶지 않았던 리시타는 참아냈다.


만날 언질을 잡아서인지 아니면 소기의 목적 정도는 이루었다고 봤는지, 아서도 더는 군말 없이 가볍게 몸을 돌렸다.



“다음에 볼 때는 꼭 성검을 가져오라고?”


저 헛소리만 없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탁.


조용히 문이 닫힌 소리가 난 학원장실은 침묵이 흘렀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다. 채 5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폭풍이라도 휩쓸고 간 듯하다니······.


당최 어디서부터 걸고넘어져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가이란에게도 왜 그런 약속을 했는지 추궁해야 하건만 그럴 의욕조차 생기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지친다는 게 이런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에 있었던 성전 사태 때보다도 피곤한 기분이다.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미리 막았어야 했는데······.”

“이야기를 듣겠다고 한 건 나일세. 클로디아노 경의 잘못이 아니오.”


동병상련의 기분으로 리시타와 리카드는 동시에 한숨을 토해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세리오도 지친 얼굴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책임을 추궁하는 건 아니지만, 방금 그자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겠소? 본인을 용사라고 하던데······”


리카드가 눈을 날카롭게 했다. 방금까지 있었던 공감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그곳에 자리한 건 처음 느꼈었던 그 강자의 기척이었다.


‘생각보다 책임감이 강하군. 아서라는 자를 대할 때의 태도와는 딴판이야.’


전투를 벌일 마음은 없다. 긴장은 하되, 경계하지 않도록 가만히 있었다.


빠르게 의도를 훑어본 리카드는 이내 압박감을 느슨하게 했다.



“여러분들은 손님. 이곳의 책임자로서 무례를 겪게 한 책임이 있으니 말씀드리자면, 아서 알펜리트 씨는 분명 이계에서 오신 용사가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건 거기까지입니다.”

“충분하다네. 청을 들어주어 고맙소.”


가장 난제였던 문제가 풀렸다. 추론했던 여러 가지 것들은 전부 사실이었다.


경악을 숨기고 리시타는 가볍게 묵례하며 정십자를 그려 예를 표했다.


그러다 문득 화려한 정문 쪽으로 시선을 줬다.


똑똑.


문이 두드려졌다.


똑똑.


이내 다시 한번 노크 소리가 울렸다. 흡사 환청이 아니라는 듯 자기주장을 하는 듯했다.


설마 아서가 다시 돌아온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리카드의 놀란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교수일려나?’


아서 때와 같았다. 여긴 학원장실. 누가 찾아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근데 리카드가 저런 반응을 보일까?


리카드는 교수를 채용할 때 본인이 직접 면접을 본다. 그것도 모자라 새롭게 입학하는 신입생들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한다고 한다. 익숙한 면면들일 텐데 과연 놀랄만한 이유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괴하게만 여겨진다.


크게 의문을 느낀 리시타는 문밖의 마력을 읽었다. 아니, 읽으려 했다. 그런데 읽을 수가 없었다. 밖에는 마력이 일절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그 말인즉슨, 밖엔 아무도 없다는 소리였다.


그럼, 누가 문을 두드렸다는 말인가?


‘진짜 지쳤나······. 황당무계한 일을 겪었다 보니 무리도 아니지만.’


거기에 3개월간의 여정을 보내기도 했다.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리시타는 피로를 풀려 콧잔등을 주물렀다.


그때였다.


――똑똑.


역시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아!’


자신을 상대로 마력을 감출 수 있는 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번뜩 떠오른 생각에 리시타는 뒤로 시선을 보냈다.


그랬더니 역시나. 돌아본 가이란의 얼굴에는 희미하지만 진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차원에서 리카드들의 눈치를 살폈는데,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 눈에 담긴 감정은 곤혹과 당혹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했다.



“손님이 오신 듯합니다만, 확인해 보시지 않아도 되십니까?”


단숨에 공기가 술렁거리며 무거워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은 가이란은 재차 물었다.


태평한 가이란치고는 제법 서두르는 기색이다. 그렇지만 이해는 한다. 이번 여정의 목적이 바로 저 문밖에 있으니 말이다.


머리에 김이 나도록 고뇌했지만 달리 선택지가 생기거나 하지 않는다. 굳은 얼굴로 리카드는 자신이 직접 나가 문을 열었다. 세리오도 뒤를 따랐다.



“어서 오시지요, 리아 양.”


다소 긴장한 억양이었지만 리카드는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다.


그리고――



“네. 안녕하세요, 학원장님.”


청아하고 맑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리시타는 전율했다. 왜인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목소리를 들었을 뿐이었는데 몸이 떨렸다.


가이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소 어리둥절한 낌새가 섞여 있기는 했으나 주먹을 꽉 쥐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보이지 않을 감정의 표출이었다.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음. 잠시 볼일이 생겨서요. 안에 계신 분들에게.”

“······알겠습니다. 들어오시지요.”


망설이기는 했지만 리카드는 찾아온 손님들을 환영했다. 그 태도는 큰 은의라도 품고 있는지 무척이나 정중하면서도 다정다감하였다.


아서를 대할 때와는 엄청난 차이로, 단순 학원장과 일개 학생의 사이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본인이 추천장을 써준 학생이라고 하니 아예 이해 못할 건 아니긴 했다만, 뭔가 이쪽이 모르는 유대 같은 것이 느껴진다.


탁탁.


무척이나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어린 소녀가 보기 드문 은발을 살랑살랑 흔들리며 당당히 학원장실로 들어온다.


귀여웠던 목소리가 어울리는 외형의 예쁘장한 소녀였다.


연분홍빛 눈망울을 마주한 리시타는 뭔지 모를 감정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소녀가 교복 치마를 잡고 어여쁘게 머리를 숙였다.



“이스피리아라고 해요. 갑작스러운 실례에 사죄드려요, 여러분. 더불어 반가워요. 성기사 단장님과 제1 위상을 뵙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앞선 아서와는 달리 완벽한 예의를 선보이는 소녀―― 이스피리아가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분명 사랑스럽고 순수했다.


하지만 내용이 내용이다. 알려주지도 않은 리시타의 직책을 안 것은 뒤로하더라도, 기밀 중의 기밀인 심판관의 언급은 쉬이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극도로 경계심이 오른 리시타는 반사적으로 옆에 놓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몸을 짓눌렀다.



“이거야 원. 바보 천치들만 있나 봐······. 사람이 좋게 좋게 넘어가면 말귀를 알아먹어야지. 뭔 자신감으로 이렇게 까불어 댄다냐. 진짜 모르겠네. 죽는 게 소원인가?”


자칫 무릎이 굽혀질 듯한 위압감을 뚫고 리시타는 앞을 봤다.


놀랍게도 이 압박감은 자신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인 듯하다. 리카드와 세리오는 다소 긴장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듯 잠자코 숨을 죽일 뿐이었다. 아마 밖에서도 이변을 알아차릴 순 없으리라.


‘이리도 진한 위압감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단 말인가.’


탁탁.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니 아까 들었었던 가벼운 발걸음을 내며 이스피리아가 천천히 걸어왔다.


이윽고 이스피리아는 예상 밖의 사람 앞에 섰다.



“저기요, 제1 위상 씨? 잠깐 숙여보세요. 좀 높네요.”


가이란의 앞으로 온 이스피리아가 그를 올려다보며 손짓했다.


언짢은 어투와는 별개로, 지금도 대놓고 위압감을 내뿜으면서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적의만 내뿜지 않고 있다 뿐이지, 적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하니 이쪽으로서는 지시에 따를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죽인다는 불미스러운 발언까지 한 상대다. 오히려 전투를 벌인다면 또 모를까, 지시에 따르기란 쉽지 않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가이란은 몹시 고민스러워 보였다.



“하아. 귀찮게 하지 말고 얼른 숙여요. 카운트 셀 거예요?”


짜증이 섞인 단호한 어조에는 반박은 일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압적인 의사가 담겨 있었다.


괜한 문제를 일으키지 마라.


그러한 뜻으로 리시타는 시선을 보냈다.


기척을 읽은 가이란은 한숨을 쉬면서도 천천히 맡긴 검을 든 채로 몸을 숙였다.


눈높이를 맞춘 가이란과 이스피리아는 한동안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이스피리아가 손을 뻗었다.


아니, 뻗는 듯했다. 너무 빨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가이란은 감각적으로 몸을 뒤로 눕혀 그대로 굴렀다. 상당히 다급한 나머지 들고 있던 검도 내팽개쳐버렸다.


요란한 금속음이 나는 가운데, 아쉽다는 듯한 이스피리아의 고운 목소리가 들린다.



“생각보단 잽싸네요. 눈알을 뽑아버리려고 했는데······.”


섬뜩한 소리를 한 이스피리아는 눈썹에서 피를 흘리며 멍하니 쳐다보는 가이란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이건 경고예요. 베르다드에서―― 제가 발이 닿는 곳에서 개짓거리를 한다면 각오하세요. 이번엔 대충 넘어가지만 다음은 없어요. 알겠나요, 잘나신 제1 위상 씨?”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라스티아 입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구성상 맞지 않다는 기분에 -2와 분할하게 됐네요.

뭐... 그래도 전체적인 분량은 2만자로 내외로 같습니다만...ㅎㅎ

여하튼 좋은 한 주 보내시기를 바라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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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188 +1 23.03.30 131 0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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