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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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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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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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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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차, 영국 -2-

DUMMY

“다음은 저 쪽, 폐선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자!”


일반적인 관함식에는 잘 없는 일이지만, 신무기가 개발되는 경우 불꽃놀이 대신 화력시범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영국 해군은 새로 배치한 작열탄을 시험해본 후, 실전 배치를 결정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전에서 포를 쏜다고 하는 것은 구형 쇳덩이를 쏘아대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대함전을 주로 해야 하는 해군의 특성상 포탄 두 개를 사슬로 이어붙인 특수탄이나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장전하고 쏴서 상대 함선의 유폭을 유도하는 핫샷 정도나 있었다.


그러나 진천뢰처럼 내부에도 작약을 충전하고 발사시 연소가스에 의해 자연스럽게 점화된 후, 내부에 감아둔 도화선을 통해 지연신관 효과를 노려 배 안쪽에서 터지게 만드는 작열탄에 대해 영국 해군은 매우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화력 시범을 위해 폐선 십여척을 관함식장에서 1000야드정도 떨어진 곳에 정박시켜 두고, 내부에는 일부러 화약을 꽤 넉넉히 넣어둔 것이 타겟이었다.


작열탄의 위력이야 기존 단일 철구로 된 탄체에 비해 훨씬 강력할 것이지만 군대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 아니겠는가. 쇼를 하려면 화려하게 해야 했고, 그것을 위해 표적함 안에는 화약을 잔뜩 넣어둬서 강력한 위력을 어느정도 ‘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니 이번 경우에는 죽 쒀서 개를 주게 생겼다.


“Stop it! Damn bloody bastard is heading to target ships!”

“막아! 씨팔것들이 표적함으로 간다!”

“막으라고!”


그러나 오와 열을 맞춰 배를 정박해두고, 닻까지 단단히 내려둔 상황에다 관함식을 위해 최소 인원을 남기고 나머지 선원들은 갑판 가장자리에 둘러서서 예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었다. 급한대로 건보트 몇 척을 내려 노를 저어 가 보는 자들도 있었으나, 팔힘으로 시속 60km에 가깝게 달리는 배를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한두대는 터뜨리고 가겠구만.”

“그냥 돌아오라고 해라. 못 잡는다 저거.”


그나마 타고 있는 선원도 몇 명 보이지 않았고, 무장이라고 보이는 것도 선수포 하나에 선미에 포라고 하기엔 조금 작고, 총이라고 하기엔 꽤 큰 뭔가를 달고 있는 것이 전부였기에 해군 수뇌부는 반쯤 포기하고 남은 표적함이나 조지기로 마음먹었다.


대부분의 선원들과 관함식에 참석한 여러 VIP들은 재밌게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차피 관함식이 개판이 된 것은 해군 높으신 분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지 부사관이나 병들이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기에 곧 있을 불꽃놀이나 볼 생각이었고, VIP들 중에서도 해군에 직접 관련된 사람이 아닌 한은 이렇게 재밌는 구경이 또 있을 리 없었다.


개중에는 이것 또한 영국 해군의 연출로 생각하는 VIP들도 있었다.


“저렇게 멋진 배를 숨겨두다 깜짝쇼로 등장시키셨군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찬사를 보내 해군 수뇌부의 속을 한번 더 뒤집어놓았다. 그리 말할 법도 한 것이, 저 정체불명의 배에 달린 것도 틀림없는 영국기였던 때문이었다.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 표적선 코 앞까지 다다른 그 정체불명의 배는 급선회하며 선수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발포하기 시작했다.


“퉁퉁퉁퉁퉁퉁퉁”

“맙소사!”

“포탄을...연사로?”


폭발음이 크다거나 대단한 불꽃을 뿜어내지는 않는 것으로 봐서 32파운더보다는 훨씬 소구경 경량포를 쏘는 것 같았지만, 문제는 그 발사속도였다.


“관함식이라고 초청받고 구경왔는데 저거 뭐냐?”

“해군이 언제 저런 것을 만들었지?”

“아아아아아! 굉장한 힘을 숨겨두고 있었군요? 저건 대체...?”

“몰라...뭐야, 그거... 무서워.”


번쩍.


“쿠아아앙!”


순식간에 수십발의 포탄을 뒤집어 쓴 표적선들은 차례차례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한 대만 그렇게 터져나간 것이 아니라 십여척의 배들 중 단 한 대만을 남기고 모두 터져버린 것이었다.


“망했다.”


그렇게 관함식을 뒤집어놓은 그 배는 굉음을 내며 다시 관함대 앞으로 돌아와 당당하게 도열해 있는 배 가장 앞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거기서 내리는 인물을 보고 영국 해군에서 짬밥 좀 먹었다 하는 사람들은 다들 경악했다.


바로 저 멀리 청국과 전쟁을 위해 나가있던 조지 엘리엇이 직접 온 것이었다.


“아니, 청국과의 전쟁은 어쩌고...”

“예산과 물자를 더 달라는데 자꾸 짜르니까 직접 온 것 아니오? 어차피 청국은 차곡차곡 잽을 맞고 있으니 크게 스트레이트를 날릴 만한 무력이 필요하오.”

“극동에서 건함을 하겠다는데 글만 가지고 어떻게 예산을 집행한다는 말이오? 애초에 1만 파운드가 뉘집 개 이름이오? 1만 파운드면 브릭(돛대2개, 포 7~14문짜리 범선)을 두 대 만들 수 있는 돈이오.”

“브릭이라고 해 봤자 6파운더 아니면 12파운더나 싣고 다니는데 그걸 왜 사는가? 그 돈이면 이것을 만들지.”

“저게 1만 파운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오?”

“한대만 만드느라 그보다는 많이 들긴 했는데, 여러 척 뽑으면 1만 파운드 아래로 맞출 수 있소.”

“혹시 그거 뜯어볼 수는 없겠소.”

“아니되오. 이건 내가 순전히 사비를 들여 만든 것이기도 하고, 뜯어보면 영국에서는 수리할 수 없소.”

“아니 그 무슨...우리 나라만큼 조선 기술이 발달한 곳은 없소.”

“과연?”

“...없을 것이오.”

“자신할 수 있소?”


사실 엘리엇도 영국 해군에 속한 몸으로서 뜯어보라고 하고 싶었으나 문제가 있었다.


“본국에다 예산과 시간, 인원과 자원을 더 보내달라고 하고 있는데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사실 편지로 써서 보내도 그 쪽에서 믿기 어려울 수 있겠지요. 이해합니다.”


이 죽이는 배를 만들기 전, 사영과 엘리엇이 작당을 할 때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사비를 털어서라도 본토에 있는 놈들에게 한 방 먹여줘야 말이 좀 통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생각하는 바가 있소?”

“본토에서 반년 내로 관함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그 자리에서 지금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강한 배를 만들어 관함식을 한번 뒤집어버리면 여왕폐하도 있으신 자리이니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빠르고 강한 배...”


이제 20마력, 30마력짜리 디젤 엔진이 나오는 시점이라 빠른 디젤 선박을 만드는 것은 무리로 보였다. 그나마 믿을 만 한 것은 계속 만들어내고 개량형을 찍어내는 중인 증기터빈 기관차의 보일러와 터빈을 배에 싣는 것이었는데...


“대충 6천마력 전후(약 4.5kW)증기터빈이라면 어떻게든 배 안에 만들어 싣는 것이 가능하긴 할텐데..그럼 증기터빈과 보일러의 무게만 해도 35톤에 길이만 26미터 가까이 되겠군요.”

“...그것을 두 개 싣는 배는 어떻게 되겠소?”

“그럼 기관만 70톤짜리 배가 되는군요...”


그렇게 해서, 선체길이 50미터에 폭 7미터, 배수량 270톤짜리 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장갑은 사실상 없는 셈에 가까웠고, 기관만 70톤에 싣고 다니는 석탄이 60톤이니 배수량의 절반 가까이가 기관과 연료인 셈이었다. 여기에 기본적인 선체 무게와 식량, 식수, 3단 변속기, 거기다 예비 부품과 수리도구, 윤활유와 각종 정비용품을 싣고 나니 인원과 무장을 최대한 가볍게 해야 했다.


그래서 무장은 영국식으로 보면 2파운더, 그리고 si단위계로는 40mm 기관포가 선수포를 대신해 실렸고, 선미에는 12게이지, 혹은 18.5mm구경의 단일탄체 산탄을 쓰는 기관총이 달렸다.


게다가 최대한 고속을 내려고 하다 보니, 기존의 스크류로는 회전속도가 너무 빨라 물의 밀도가 낮아지고 기포가 생기면서 프로펠러가 손상되는 공동 현상(Cavitation)까지 생겨나 골치아프게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워터제트로 간다.”


터빈으로 얻은 동력으로 스크류를 돌리는 대신, 터빈과 비슷하게 생긴 원형 관 내부로 바닷믈을 빨아들여 뒤로 쏘아내는 터빈을 설치하는 식으로 공동 현상을 줄이고, 덤으로 추가적인 속도 향상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제작비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다행스럽게도 조지 엘리엇은 꽤 부자였다.


“...이거 생각보다 많이 깨지는군요.”

“꼭 해군 수뇌부를 설득하시는데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겠군요. 설득하지 못하면 파산각이니...”


그렇게 근심이 가득하던 엘리엇은 시운전을 보고 빵긋 웃을 수 있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뱃놈이 저것 보고도 마다하면 배에서 내려야죠. 매우 훌륭합니다.”


그렇게 엘리엇은 가리고 가려 뽑은 선원 12명과 조선인, 영국인 엔지니어 6명을 태우고 영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석탄은 중간중간 사서 채우셔야 할 겁니다. 영국까지는 보통 먼 길이 아니니...”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관함식에서 성공적으로 깽판을 친 후,


영국 해군은 최초로 증기 터빈을 주 동력원으로 하는 콜벳, HMS 유리더시(Eurydice, 에우리디케)급을 3척 건조하기로 했다. 영국 해군성과 의회 모두 1만 파운드 미만 예산으로 뽑을 수 있는 실험용 고속전투함이라는 것에 콜을 외쳤던 것이다.


아울러, 청국을 본격적으로 치기 위한 함대의 출발도 덕분에 1년여정도 미뤄져 개전은 내년 이맘때쯤으로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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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5년 9개월차 -2- +7 22.11.07 626 36 8쪽
111 5년 9개월차 +8 22.11.04 657 33 13쪽
110 5년 6개월차 -2- +12 22.11.03 665 38 9쪽
109 5년 6개월차 +10 22.10.28 742 38 19쪽
108 휴재공지 +3 22.10.26 728 20 1쪽
107 5년 2개월차, 청국 -2- +6 22.10.25 747 42 7쪽
106 5년 2개월차, 청국 +5 22.10.24 729 34 10쪽
105 5년차, 청국 +13 22.10.21 805 38 9쪽
104 5년차, 영국 -2- +10 22.10.20 788 41 10쪽
103 5년차, 영국 +6 22.10.19 790 38 10쪽
102 5년차 +16 22.10.18 809 42 10쪽
101 4년차, 인술. +4 22.10.17 791 38 9쪽
100 4년차, 일본 +9 22.10.15 838 45 9쪽
99 4년차, 영국 -3- +15 22.10.13 831 45 9쪽
» 4년차, 영국 -2- +8 22.10.12 804 42 10쪽
97 4년차, 영국 +14 22.10.07 840 44 14쪽
96 4년 7개월차 -3- +6 22.10.06 815 36 9쪽
95 4년 7개월차 -2- +6 22.10.05 805 41 11쪽
94 4년 7개월차 +8 22.10.04 794 38 9쪽
93 4년 6개월차 -3- +8 22.09.30 835 39 9쪽
92 4년 6개월차 -2- +9 22.09.29 813 38 9쪽
91 4년 6개월차 +14 22.09.28 875 41 24쪽
90 4년차 -4- +10 22.09.27 822 39 11쪽
89 4년차 -3- +4 22.09.26 813 38 12쪽
88 4년차 -2- +9 22.09.23 825 38 9쪽
87 4년차 +6 22.09.21 862 4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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