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2)
"이게 도대체 무슨?"
수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류를 보았다
탁
그때 접대실의 문이 급하게 열리고 해용이 들어왔다
"누나!!! 이게 무슨 짓이야!!"
해용의 누나는 해용의 외침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해용에게 말했다
"해용아 마침 잘 왔다. 이 서류 너와 저 아이 사이의 친자관계를 확인한 서류더구나 너도 저 아이가 의심스러워서 해 본 거지?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이 결과는 형제라고도 보기 어렵다고 하더구나 조금만 기다려라 지금 아버지와 이 아이의 DNA검사가 진행 중이니 이 아이의 거짓말이 곧 밝혀질 꺼다"
"내가 형제가 아니야?"
갑작스런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던 수연이 채현을 바라보았으나 채현은 그저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수연은 그저 멍하니 주변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누나 제발 그만둬 이쯤 했으면 됐잖아, 걷지도 못하게 된 애한테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려고"
해용이 수연의 표정을 보더니 자신의 누나의 행동을 저지하고 싶었지만 해용의 누나는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내는 사람이었고 해용은 그런 누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상황을 타파할 계책을 궁리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이쯤이라니? 얘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저 아이의 다리를 마치 내가 저렇게 만든 것처럼 이야기 하는구나, 저 아이의 다리에 관한 건 너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그리고 뭘 더하다니? 이 아이가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라면 당연히 호적에서 파내야지. 순리대로 하자는 거야. 순리대로“
해용의 누나가 당당하게 말한다.
"호적에서 파다니? 누구 마음대로"
낮은 중저음의 노성이 접대실로 들려왔다
접대실의 문을 통해 양복을 입은 노신사가 들어왔다
"나는 수연이를 입양했고 수연이는 법적으로 내 자식이다 누구 마음대로 호적에서 판다만다 하는거냐"
"아버지!!!“
”이사장님!!“
”아빠!!!“
접대실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이사장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제가 다 설명할께요“
해용이 이사장을 보자마자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사장의 등장에 긴장하고 자초지정을 설명해야 할 사람은 해용의 누나여야 할텐대 오히려 해용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빠 이거 보세요 해용이와 수연이의 친자 확인서에요.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둘은 형제관계도 아니라고 하던대요. 이 년이 아빠를 속인 거에요. 이 애는 우리 가족이 아니에요."
해용의 누나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으로 이사장에게 서류를 가져가 보여주었다
이사장은 서류를 건네받아 흝어 보더니 이내 찢어 버렸다
"다시한번 말하마 수연이는 내가 입양한 아이다. 법적으로 이미 내 자식이니 다들 아무말 말거라"
이사장의 반응에 모두가 얼떨떨해 하고 있는데 해용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설마? 알고 계셨어요?"
"뭘 말이냐? 수연이가 네 자식이 아니라는 것 말이냐?"
"!!!!"
해용이 무척이나 놀라 이사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째서 수연이를 입양하신 거에요? 제 자식이 아니란 것을 알고 계셨다면서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해용과 이사장 외에는 지금의 대화를 따라갈 수 없었고 모두가 둘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집중했다.
"쯧쯧 하여간 아들이라고 있는 녀석이 성격이 모질지 못하고 착해 빠지기만 해서는 거짓말이라도 잘하면 모를까 거짓말도 못하고 앞으로가 걱정이다. 방금 내가 찢은 검사지 누가 한 검사라고 생각하느냐 나다"
이사장의 말에 모두가 놀라 쳐다보는데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그이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그이의 착한 성격 때문에 후계자리도 물려 주시면서 누가 들으면 오해 하겠어요“
지민이 접대실의 문을 통해 들어왔다.
"며늘아기야 네가 있어 안심이 되서 물려주는 거지 저녀석 혼자였다면 절대 주지 않았을 거다"
"아버님도 참"
이사장과 말을 주고받던 지민이 수연을 바라보았다
지금 상황이 이해 되지 않던 수연은 멍하니있다 지민이 나타나자 강하게 노려 보기 시작했다
지민은 수연의 표정에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짓다가 천천히 수연이에게 다가갔다
"수연아 다리는 괜찮니?"
"새언니가 왜 그걸 궁금해 하시나요? 왜요? 괜찮으면 한 번 더 부수려고 그러시나요? 이번에 어딜 원하세요? 팔? 아니면 눈?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한 번 해보세요. 하지만 저도 그냥은 안 당할 거에요. 당하더라도 평생을 원망하고 저주할 꺼야"
지민이 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슬픈 표정이었다.
"이런 정말 미움을 많이 샀나보구나. 미안하다. 미안해. 이 말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구나. 내가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나는 너가 괜찮은지 궁금하단다. 엄마들은 항상 자식이 걱정되는 법이란다."
"지금 무슨?“
예상외의 말에 수연이 되묻는다.
"수연아 내가 네 엄마란다"
수연과 진실을 모른 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그렇다 지민이 채현에게 보여줬던 서류는 지민과 수연의 친자확인서였다
결과는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었다
지민은 해용과 결혼 하기 전 동거하던 남자가 있었다.
가난해 식을 올리거나 혼인신고는 하지 못했지만 사랑했고 아이를 임신했다.
그런데 아이를 출산하고 어느날 남자는 쪽지 한 장 남겨놓고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지민은 당시 무명이었지만 연예인이었고 출산 후 좋은 소속사에서 계약 제의가 왔다.
결혼하지 않은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있다는 것은 여배우에게 좋지 않았고 남자는 소속사와 주변의 강요에 설득돼 지민의 미래를 위해 떠났었다.
시간이 흘러 지민은 해용과 결혼했고 남자와 아이에 대해서는 잊고 살고 있었다. 그리고 해용은 어느날 지민을 찾는 한 남성에 대해 알게 된다.
죽을 병에 걸린 남성은 지민의 비서라 속인 해용에게 염치없지만 꼭 수연이를 부탁한다하며 세상을 떠났고 해용은 고민하다 아이를 받기로 한다.
바람을 핀 것도 아니고 전 남편과의 사이의 아이였다.
물론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지만 해용은 그만큼 지민을 사랑했다.
하지만 자신이 입양하려면 지민의 동의가 있어야 했고 지민이 받을 충격을 고려해 사실을 천천히 알리려다 일이 꼬이고 말았다
이사장이 알아버린 것이었다.
해용은 수연이 지민의 자식이라고 하면 수연이를 입양하려고 한 자신의 계획이 어그러질 뿐만 아니라 수연이는 버려지고 지민은 내쳐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사장에게 수연이 자신의 혼외자식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지민을 아꼈던 이사장은 수연이로 인해 둘이 싸울 것이 걱정돼 오랜 고민 끝에 아들의 과오를 자신이 감당하기로 했다. 수연이를 자신의 아이로 입양했다.
해용의 혼외자식이 아니라 자신의 혼외 자식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아들의 잘못 키운 책임을 지는 것이라 여기고 모든 오명을 뒤집어 썼던 것이다.
다행인 점은 이사장의 아내이자 해용의 엄마는 이미 오래 전에 죽어 이사장이 혼자였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고 세상의 질타만 견디면 됐다. 어차피 70이 넘었으니 살날도 얼마 안 남았다. 오명 한번 뒤집어 쓰고 아들 부부의 평화를 지켜주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이사장과 해용 모두 이러한 조치가 설마 어머니가 자녀를 다치게 해 못 걷게 만드는 비극으로 이어질지 몰랐다
수연이 사고가 난 날 이사장은 수연이 지민과 혈액형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평소 해용의 태도에 약간의 의문을 갖고 있던 차라 수연이의 친자확인을 진행했다. 해용과 지민 양쪽 모두
친자확인 결과 수연이는 지민의 자녀였고 이사장은 자신의 앞에 생긴 비극에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오판으로 인해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괴롭히다 못해 못 걷게 만든 것이다.
이사장은 자신의 오판으로 인해 어미가 자식을 못 걷게 만든 비극이 발생한 책임과 자신의 아들이지만 너무 착하디 착한 아들, 사랑스런 며늘아기, 이 모든 비극의 주인공 수연이에 대한 안쓰러움에 수연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손녀라고 생각하고 수연이를 대한지도 꽤 되었다. 해용은 지민이 눈치 챌까봐 수연이와 직접적인 접촉을 하는 것은 피하고 있었고 집안에서 의지할 곳 없는 수연이와 이사장은 같이 살면서 꽤 많이 친해졌었다.
무수히 많은 날들을 고민하고 무수히 많은 날들을 괴로워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그 날 이사장은 자신이 딸들은 잘못 키웠지만 아들은 잘 키웠다며 아내의 묘소에 찾아가 막걸리를 연거푸 비웠다.
지민과 해용에게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오늘 지민이 친자확인서를 갖고 자신을 찾아 왔고 지민의 설득에 오늘 모든 건을 밝히기로 한 것이었다
"난 참 지은 죄가 많은 년인데 보는 눈은 나쁘지 않았나봐 너무 좋은 사람에게 시집을 왔고 너무 좋은 아버님을 두었어. 평생을 다해도 갚지 못 할 거야 아버님 여보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께요"
"그...그럼 저 애는 우리 가족과 혈연 관계가 없다는 거잖아 그럼 아버지의 재산은 상속 받으면 안 되는게 맞잖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해용의 누나가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원하는 바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너 내가 한 말 잊었느냐 수연이는 내가 입양한 내 자식이다“
이사장이 호통을 친다.
"그치만"
이사장의 호통에 약간 위축되었지만 해용의 누나는 굽히지 않고 할말을 했다.
‘보기 힘드네...’
해용의 누나의 모습에 채현이 속으로 생각했다. 해용의 누나가 절대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대치가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것 같았다.
그때 지민이 해용의 누나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아가씨들 말이 맞아요. 그치만 아버님 뜻이 저러시니 수연이의 입양을 취소할 수도 없고요. 이렇게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한국전자와 한국그룹계열사 주식 중 일부를 아가씨들께 드릴께요. 그럼 어떠신가요? 평상시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시겠다는 아버님의 뜻이 있으셨다는 건 알고 계시죠? 이걸 받으신다면 수연이에게 돌아갈 유산 보다 더 많으실 거에요. 아마 섭섭지 않으실 꺼에요"
해용의 언니와 동생의 표정이 밝아졌다
"여보!!"
지민을 말리려던 해용을 지민이 말린다. 해용은 지민의 완고한 표정에 말을 먹었다
"너 나중에 딴 말하기 없기다"
"네 저는 이이와 결혼하고 아버님의 며느리가 된 걸로 모든 복을 다 누린 것 같아요. 욕심 부리다 천벌 받았는데 더는 욕심 부리고 싶지 않네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고 혹시 잠깐 자리를 비켜 주실 수 있으신가요? 수연이와 단 둘이 얘기하고 싶어요"
"그래 나중에 변호사랑 같이 찾아올께 공증하자꾸나“
”네 그래요“
"언니 설마 그거 다 혼자 가질 건 아니지?"
기회를 포착한 해용의 동생이 언니에게 알랑거리기 시작했고 해용의 누나와 동생이 접대실에서 나갔다.
”수연아“
지민이 수연이를 부른다.
수연은 새롭게 알게된 사실에 기뻐하지도 화내지도 못해 일그러진 얼굴로 지민을 보고 있었다.
”우리 할 얘기가 많을 듯 하구나.“
”저 모두 잠시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으 신가요?“
지민의 말과 함께
처음 모녀로서 만난 두 사람을 위해 모두가 접대실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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