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계
“크르르르르”
거대한 파충류는 사람들의 접근을 막으며 위협을 하고 있었다.
맹수는 묶여 있었으며 자신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스스로 풀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저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이 이 불쌍한 짐승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보였다.
신전지하에서 발견된 드래곤은 잔뜩 상처 입은 몸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것이 이 불쌍한 짐승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고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드래곤이라고 하는 신비한 생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드래곤이라고 하는 생물을 모두가 처음 보았다.
그리고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산군이라고 불리며 그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피할 정도의 두려운 대상이었던 것처럼 이곳 베라딘 성의 병사와 주민들은 드래곤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 조차 겁내는 것 같았다.
“드래곤이다! 드래곤이다!”
물론 우리 이방인들은 예외였다.
약간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할까?
엘프 피아가 신이 나서 드래곤의 주변을 사방팔방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뭐야? 그르렁 대기만 하는게 재미 하나도 없네”
아름씨는 드래곤이라는 말에 구경왔다가 기대한 것과 달랐던 건지 심드렁해져서는 돌아갔다.
“드래곤이라니 신기하네요”
여러 이방인들이 드래곤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고 그나마 진수가 침착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그 꼬마 시종은 같이 와도 괜찮은 건가요?”
내 옆에 달라붙어서 기운 없는 모습으로 서 있는 딘을 보며 진수가 말했다.
“응, 괜찮아,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보고 싶다고 꼭 데려와 달라고 하더라고 절대 고집을 안 꺽을 것 같길래 데려 왔어. 심한 곳 몇 군데를 제외하고 보여주려고”
사실 아직 조금 걱정이 된다. 지하에 낭자한 핏자국...
일부는 짐승의 피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일부는 아니었다.
자신을 구해주고 길러주었던 신전의 이면,
그리고 배신
아직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큰 충격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사제에 대한 것은 아직은 의혹만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기에 직접 진실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아직은 의혹이기에...
대사제를 떠올리자
대사제는 옛날에 죽어서 만약 움직였다면 시체가 움직인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멤돌았다.
이곳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알아내리라
딘은 자신을 꼭 데려와 달라고 떼를 썼고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않고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지하에 다시 왔다.
“그런데 문제네요. 저 드래곤을 풀어줘야 할 텐데 접근조차 못하고 있으니”
드래곤이 우리를 잔뜩 경계하고 있기때문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드래곤 주변에는 특별한 결계 같은 것이 쳐져 있어서 외부의 접근을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드래곤이 움직이는 것도 막고 있었다.
마법적 지식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써볼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하아,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라니 한심하네요. 아니 마법에 대해 모르니 마법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네요”
진수가 자신이 한심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됐어 너는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었다. 나의 자살을 막았을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진수는 상당히 똑똑했고 많은 부분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어? 아저씨?”
잔뜩 겁먹은 채 드래곤을 보던 딘이 갑작스레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이 드래곤은 왜 여기에 있나요?”
“글쎄,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그런데 신전 관계자들이 모두 사라져서 알아 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럼 이 드래곤을 해칠 건가요?”
“아니, 이 드래곤은 놔줄 꺼야. 그런데 지금 몇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어서 그러지 못하고 있어.”
“문제요?”
“먼저 이 드래곤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지금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를 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지. 가능하면 조용히 물러나 주면 좋을 텐데”
아까부터 이상하게 딘의 질문이 많았다. 딘은 드래곤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잖아요?”
순간 내가 잘못 들었는가 싶었다.
딘의 질문이 무언가 이상하다
“응? 딘 다시 한번 말해줄래?”
“자신을 놔주면 드래곤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잖아요?”
“응? 누가? 너 설마....드래곤의 말소리가 들리니?”
무언가 위화감...
그래 딘은 마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듯 했다.
“네? 아저씨는 안 들리세요?”
모두가 놀라서 딘을 쳐다보았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딘은 드래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이방인인 우리와는 다른 무언가가 이곳 주민들에게 있거나 딘이 특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등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알 수는 없었다. 우리는 마법적 지식이 부족했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은 이후 우리가 딘을 통해 드래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드래곤의 이름은 아우터리츠. 풀네임은 인간들이 알 필요도 없고 길기 때문에 이름만 알려주겠다고 했다. 줄여서 아울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태어난 지 600년 정도 됐는데 옛날부터 인간세상에 자주 놀러 왔었다고 한다
“잠깐, 드래곤이 인간세상에 왔다면 모두가 놀랐을 텐데”
나의 반문에 드래곤이 인간을 폴리모프 할 줄 아는 것도 모르냐며 어린 드래곤이 성을 냈다. 이래서 미개한 인간이랑 대화를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드래곤은 드래곤인 것 같았다. 말투에서 무시와 거만함이 계속 묻어 나왔다.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어서 넘어가기로 했다.
아울은 평상시처럼 몰래 집에서 나와 인간세상을 구경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상한 무리가 등장해 자신에게 알 수 없는 주문을 걸었고 이후 마법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자신이 나이가 어리기는 하지만 인간에게 당할 정도는 아닌데, 분명 마법이 아닌 이상한 능력이었다고 한다.
이후는 눈이 가려진 채 이곳저곳 끌려다니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아울은 인간들을 오래 봐왔고 인간 모두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자신을 풀어주면 공격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었다.
“음... 하지만 우리도 풀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보다시피 강력한 결계가 쳐져 있어서 접근을 할 수가 없어요”
나는 드래곤을 향해 돌맹이 하나를 던졌다. 돌멩이는 드래곤에게 닿기 전 무언가에 부딪쳐 튕겨져 나왔다.
“어... 그러니까 그게 무슨 문제냐는대요?”
우리 쪽에는 이런 판타지 쪽 지식이나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다.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저희 쪽에는 이런 결계에 알거나 해제하거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내가 상황을 설명하는데 딘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 아저씨 그게 왜 문제에요?”
이번 말은 딘이 드래곤의 말을 전달해 줬다기보다는 딘 스스로가 의문이 생겨 말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결계가 쳐져 있고 우리 쪽에는 해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그게 왜 문제가 안.... 잠깐... 혹시, 뭔가 방법이 있니?”
계속되는 같은 질문에 약간의 짜증을 섞어 같은 답변을 반복하던 나는 둘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껴 반문했다.
딘은 여전히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사제님의 반지는 신전의 모든 결계를 해제할 수 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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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조심
방법을 알고 나서는 신뢰의 문제였다. 공격하지 않겠다는 드래곤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하지만 이것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설령 죽는다고 할 지라도 다음 회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전회차에서 죽은 사람은 기억을 온전히 계승하지 못한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번은 시도해볼 만한 일이라고 결정이 났고 우리는 드래곤을 풀어주기로 하였다.
나는 대사제의 반지를 꼈고 드래곤에게 다가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히 다가가고 있는데 뒤에서 딘이 소리쳤다.,
“답답해 죽겠다고 좀 더 빨리 올 수 없냐는데요? 굼벵이도 그거보다는 빠를 것 같다고 하네요”
대사제의 반지가 결계를 해제 한다고 하지만 만약 안 통하면 나는 그대로 벽에 부딪치는 게 된다. 드래곤의 반응은 무시하기로 했다.
나는 조금식 발걸음을 옮겼고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는 곳까지 다다랐다. 그곳에 반지를 긴 손을 갖다 대었다. 잠시 후 결계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대사제의 반지가 발동합니다]
[결계를 해제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등장하고 안 보이는 벽에서부터 출발한 빛은 곧 눈 앞의 도마뱀 전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환한 빛의 무리에 앞이 안 보이길 잠시 빛이 잠잠해졌고 우리는 곧 앞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 명의 소년이 쇠사슬에 휘감긴 채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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