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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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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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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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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썸 컴백 (0).

DUMMY

103. 풀썸 컴백 (0).


“이번에는 판단 미스겠지?”


“국장님이 아닌 사장님 쪽에서 결정 난 거라던데?”


새 금, 토 드라마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방영을 이틀 앞둔 날, 드라마국 위 PD와 박 PD의 대화였다.


“반응도 점점 줄어든다며?”


“처음에는 김 선배님과 정 작가님 작품이니 기대가 많았지..”


박 PD의 말처럼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홍보가 시작되자, 대중들은 두 사람이 만든 드라마를 주목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은 어두운 느낌으로 진행되는 홍보 영상과 예고편에 관심은 조금씩 줄어갔다.


“두 사람 다 그런 주제가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 텐데..”


“MBS도 단막극 부활시켰다가 망했잖아.”


과거, 정통 사극과 방영될 때마다 시청자들의 눈물을 쏟게 하는 드라마들이 시청률 60%를 기록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이라는 단어보다 ‘과거’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정도로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대중들은 감정을 자극하는 것보다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원하기 시작했다.


제작비가 부담스러운 방송국은 물론, 배우들도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정통 사극이나 장편 드라마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를 차지 한 것이 바로 가상 사극과 온갖 본부장, 실장, 팀장, 이사가 등장하고, 수많은 신데렐라를 탄생시킨 드라마였다.


이는, 배우들의 출연료에 거품이 생긴 원인이기도 했다.


젊지만 사극이 되는 배우, 젊으면서 카리스마 있고, 연기까지 되는 배우를 제작사가 찾다 보니, 그런 배우들의 몸값이 치솟았다.


부담되는 출연료에 급을 낮췄지만, 어떤 과정 끝에 그 배역이 자신에게 온 것인지 아는 배우들은 자존심 때문에, 소속사는 이익 때문에 출연료를 올렸고, 너도, 나도 자신의 출연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배우들의 출연료가 올라간 만큼 부담으로 다가왔다.


방송국은 늘어가는 부담감을 광고가 포함된 투자를 통해 해결했다.


막장 드라마의 탄생이자 지상파 방송국의 드라마가 망하기 시작한 때였다.


후손들에 의해 ‘대왕’이라 불리는 조선의 왕이 세자 시절 중국 사신들을 맞이하면서 중국 음식을 조선의 음식이라고 말하지 않나, 은근슬쩍 조선이 중국의 속국이라는 대사를 내뱉지 않나.


한국의 재벌이 중국 음식으로 식사하며 감동하지를 않나, 두 재벌가의 상견례가 돈가스집에서 진행되지를 않나.


신데렐라를 꿈꾸는, 흔히 말하는 흙 수저 여주인공이 명품 장신구를 하지 않나,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본부장이 새 노트북을 선물하며 기존 노트북을 내팽개치지를 않나.


그야말로 드라마가 산으로 갔다가 바다로 갔다가 마지막에는 늪에 빠졌다.


그 시기에 종편과 케이블이 생겨나고, 그들이 풍부한 자본으로 대박 드라마를 탄생시키면서 지상파 드라마는 몰락했다.


지상파는 다시 드라마 왕국이라는 타이틀을 찾아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종편이나 케이블 보다 엮여 있는 것이 많은 지상파는 늘 벽에 가로막혀 실패를 맛봐야 했다.


MBS에서 시도한 방법 중 하나가 단막극의 부활이었지만, 단막극의 전성기를 이끌던 작가들은 펜을 놓거나,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던 중이었고, 담당했던 PD들은 고인물이 되어있었다.


신인 작자를 모집하고 공모를 진행해도 소용없었다.


퓨전이거나, 시대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누가 봐도 시청자를 울리기 위해 노력한 대본이거나, 무슨 내용이지 모르겠거나.


결국, MBS는 단막극을 두 달 만에 종료했다.


그런 단막극 성격이 짙은 드라마가 TNW에서 방영되는 것이었다.


“사장님은 무슨 생각인 걸까?”


“김 선배님과 정 작가님만 아니면 뭐라도 받았나라고 생각할 텐데..”


“그분들이 청탁할 분들이 아니지.”


“오히려 우리가 찾아가서 청탁해야 하는 분들이지.”


“아! 그런데 OST는 왜 공개 안 해?”


홍보 영상이나 예고편 어디에도 풀썸의 곡들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게.. 차라리 OST라도 쌈빡하게 뽑아서 같이 홍보하면 나을 텐데..”


“서약서와 관계있는 거 아니야?”


“아! 그럴 수도 있겠다.”


TNW 사장은 드라마국 내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전담팀 창설을 지시했다.


전담팀이 만들어지는 것은 늘 있던 일이고 당연하였지만, 사장이 직접 지시하고 김태환 PD가 이끄는 팀에 속하게 된 TNW 소속 직원들에게는 법 조항들이 가득한 서약서에 서명했다는 것이 이례적이었다.


“뭐 들은 것 없어?”


“딱 하나. 아니, 딱 한 마디. 최 작가 알지?”


“국장님이 키우는 작가잖아.”


“최 작가가 회의 끝나고 나오면서 ‘대박’ 이러더라. 그 말 했다고 혼났지만.”


“분명.. 뭔가 있어..”


“어떻게 같은 TNW 밥 먹는 우리에게도 비밀로 하냐?”


“그러니까 더 뭐가 있다는 거지.”

**


CK 엔터 본부장실에서도 두 명의 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김 대리. 익숙하지 않은 일 하려니까 힘들지?”


“아닙니다.”


“아니기는, 애들이 철이 없어서 그렇지 다들 착해.”


CK 그룹 신입 사원이었다가 G-ONE 멤버들의 귀국과 동시에 지주영 본부장에 의해 스카우트되오면서 대리 직함을 단 김다빈은 지주영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본 G-ONE 멤버들은 철이 없는 것도, 착한 것도 아니라 건방진 이들이었다.


“곧 정식 매니저와 로드를 발령 낼 거야. 너 같은 것들이 없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혹시 풀썸 컴백 일정 알아봤어?”


“죄송합니다.”


“아니야.. 네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지. AG 엔터 것들이 입 무거운 거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흠.. 아직 아무런 홍보 활동이 없으니 적어도 한 달 안은 아니라는 건데..”


“데뷔 때처럼 홍보할 거로 예상하십니까?”


지주영은 김다빈의 질물에 고개를 살짝 저었다.


“데뷔는 멤버 소개에 신경 써서 거의 한 달이지만, 컴백은 보통 2주로 봐. 다른 곳도 아닌 AG니까 한 달로 본 거야. 절대 평범하게 컴백하지 않을 거야. 적어도 데뷔 때 이상의 임팩트를 줘야 하니까.”


“그렇군요..”


“그래. 그래서 플썸의 일정이 중요한데..”


풀썸 컴백을 주시하고 있는 곳은 CK 엔터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풀썸을 피하고자 하는 다른 곳과 달리 CK 엔터는 풀썸과의 정면 승부를 원하고 있었다.


“일단 이틀 뒤부터 홍보 시작하자. 아이돌 학교가 미사의 풀썸 활동 때문에 시즌제로 변하면서 끝났다는 소문이 있어.”


“다른 멤버들의 화보나 CF 계획도 없습니다.”


“컴백 준비에 들어갔다는 말이지. 난 한 달 안에 컴백 할 거로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홍보 시작해야 해.”


“네. 홍보부에 계획서 올리라고 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다 짜놨으니까 전달만 네가 해줘.”


“치얼업 애들은..”


가장 최근 오디션으로 결성된 걸그룹 ‘치얼업’은 미니 2집 때까지만 해도 멤버들이 속해있는 각 기획사의 지원과 오디션에서 얻은 인지도로 꽤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미니 3집에서 풀썸과 활동이 겹치며 한계가 드러났고, 천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G-ONE’ 헤드가 치얼업 애들 이야기를 꺼내는 거 보니.. 조 과장에게 부탁받았나 봐?”


“네.”


“계약 기간이.. 8개월 남았나? 보자..”


지주영은 서랍에서 치얼업에 관한 보고서를 꺼냈다.


“상승에.. 상한가도 몇 번 쳤고.. 풀썸 이후에는 온통 푸른색이네?”


CK의 피가 흐르는 이들에게는 눈과 귀만 열어 둔 채, 입은 닫아야 하는 CK 성골 출신 부모를 둔 성골 2세였던 그녀는 지주영의 말에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하한가만 계속 치면 끝은 상장 폐지밖에 없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폐기 전에 손해를 보더라도 털어야 합니다.”


“그렇지. 그래야 과잣값이라도 챙길 수 있으니까. 아름답게 꾸며서 조기 계약 해지하고, 각 소속사로 돌려보내. 소속사도 계속 간다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짓이라는 걸 알 테니까 그나마 있는 인지도 이용해서 새 상품 내놓는 게 낫다고 생각할 거야.”


“네.”


“하여간 큰 형님 쪽 사람은 정이 많아. 내가 정주치 말라고 해서 더 준건가? 하하하. 조 과장도 이런 결과를 알고 너에게 부탁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네. 명절 때마다 부모님께 인사하러 오셨던 분이라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하면 이거나 확실히 홍보팀에 전달하고, 내 말도 정확히 전달해.”


지주영은 치얼업 자료를 넣으며 다른 서랍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김다빈에게 건넸다.


“자체 판단 금지. 선보고 후조치.”


김다빈이 서류를 들고 나가자 지주영은 짧게 혀를 찼다.


“젊은것 중에는 저년 말고 쓸만한 것들이 없으니..”


지영주.


그는 계모와 의붓형제들 때문에 삐뚤어진 인물이 아닌, 원래부터 삐뚤어진 인물이었다.


안하리에게 전달된 정보처럼 친모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친모와 화목하게 지냈던 것도 아니었다.


우연히 자신의 친부를 알게 된 지영주는 어릴 때부터 복수라는 명분 아래, CK를 가지는 것을 꿈꾸며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고, 아들의 엇나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친모가 걸린 병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가용과 달리, 혈연으로만 본부장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었고, 약점을 잡지 않고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으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부조화를 이루던 나가용이 아닌 두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인물이 지영주였다.


모든 것이 연기고, 모든 것이 CK를 가기지 위함일지라도.


**


풀썸 컴백 하루 전. AG 엔터 대표실.


“CK가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최 부장이 건네는 태블릿을 확인한 안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예쁘고 귀엽네. 보자.. 오! 다 한국인들이네? 하긴 아직은 외국인 멤버를 해외 진출용으로 보는 시선이 많으니, CK와 다른 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외국인 멤버를 선발하기 힘들었겠지. 컨셉은 청순이네? 풀썸과 반대로 간다? 이것도 나쁘지 않지. 변명거리는 필요하니까. 확실히 나가용보다 똑똑해.”


“숨기고 있었던 것 자체가 다르니까요.”


“김 팀장이 잘 먹고 소화 시켜야 하는데 말이지. 정글이나 나가용은 김 팀장이 살만 찌게 했지 영양가는 없었잖아?”


“그래도 많이 성장하셨습니다.”


“많이 컸지. 내 욕심만큼은 아니지만.”


“어디까지 그가 성장하기를 바라십니까?”


“SS의 피가 흐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안하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최리는 안하리의 눈빛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지만 언제나 그렇듯 묻지 않았다.


“그래. 먹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사냥꾼 김 팀장은 오늘도 촬영장?”


“네.”


“하여간 진짜 특이해. 이번에는 스텝이라며?”


“조명 스텝이랍니다.”


“여자?”


“네?”


잘 되묻지 않는 최리가 되물은 이유는 아주 잠깐이지만 안하리의 눈빛에서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느껴져 놀랐기 때문이었다.


“아. 아닙니다.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알바생이랍니다.”


“아. 맞네. 조명은 무거우니까.”


안하리와 대화를 마치고 대표실을 나온 최리는 피식 웃었다.


“최리야,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어라. 쓸데없는 상상이나 하지 말고.”


자신에게 말을 건 최리는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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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풀썸 컴백 (1). +7 22.09.08 1,031 21 10쪽
» 풀썸 컴백 (0). +8 22.09.07 1,030 22 12쪽
102 이번에는 제발. +8 22.09.06 1,060 25 12쪽
101 나가용이 망해도 시계는 돌아간다 +7 22.09.04 1,107 24 12쪽
100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끝났다. +7 22.09.03 1,091 26 12쪽
99 안하리가 안하리 했다. +8 22.09.02 1,112 25 11쪽
98 나가용의 준비된 추락의 시작은 나였다. +7 22.09.01 1,118 24 11쪽
97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된 악연. +7 22.08.31 1,143 26 12쪽
96 그래서, 더 밝힐 수 있었던 것. +4 22.08.28 1,186 28 12쪽
95 그래서 밝혀진 것. +7 22.08.27 1,161 26 12쪽
94 범죄지만, 범죄일지라도. +7 22.08.26 1,210 28 12쪽
93 내려다볼 수 있었기에 알 수 있었던 것. +7 22.08.25 1,218 27 12쪽
92 손바닥 위에 올린다는 건? +7 22.08.24 1,210 28 12쪽
91 모르는 것이 약? 아니, 모르면 독. +7 22.08.23 1,209 28 12쪽
90 변하려는 자와 변하지 않는 자. +7 22.08.21 1,262 25 11쪽
89 풀썸 미니 1집(2). +7 22.08.20 1,282 27 12쪽
88 풀썸 미니 1집(1). +5 22.08.19 1,295 30 11쪽
87 미친놈, 이기주의자, 그리고 욕심쟁이. +8 22.08.18 1,316 26 11쪽
86 밟혔으면 꿈틀은 해 줘야지. +7 22.08.17 1,334 27 11쪽
85 연말이 다가온다. +9 22.08.16 1,378 29 11쪽
84 차라리 김무명이 나았다. +8 22.08.14 1,403 30 12쪽
83 역행하려는 자와 앞서 가려는 자. +10 22.08.13 1,409 30 11쪽
82 어차피 결론은 김무명. +3 22.08.04 1,501 30 12쪽
81 때로는 긁어야 진실은 나온다. +7 22.08.03 1,475 27 11쪽
80 ‘!’ 그리고 ‘!?’ 그 둘 사이 ‘.’ +7 22.08.02 1,490 28 12쪽
79 거북이 엔터 투? +7 22.07.31 1,527 31 11쪽
78 뜬금없음에 뜬금없음을 더하면 막장. +7 22.07.30 1,556 32 12쪽
77 이 없으면 잇몸으로. +8 22.07.29 1,532 30 12쪽
76 미사 한 걸음. +7 22.07.28 1,602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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