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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2.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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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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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밝혀진 것.

DUMMY

95. 그래서 밝혀진 것.


조건강 센터장이 ‘잠시 놀다 올게요.’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비우고, 나는 박빛나에게 우리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요즘 시대에 아직도 그런 짓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있지.”


“네.. 있죠. 차라리 예전에는 선과 악이 분명하기라도 했지..”


박빛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 전체가 아닌 연예계만 보면, 아이돌 시대가 오고, 기획사들이 기업화되기 전에는 박빛나의 말처럼 어느 정도 선과 악이 분명했다.


노예 계약과 다름없는 계약서를 내밀며 협박했고, 여자, 남자를 가리지 않고 부적정한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온갖 방법을 이용해 회사의 노예로 만들었다.


그리고 시대가 변하면서 그런 부분들이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숨어든 방식은 더 교묘해졌다.


“요즘은 연습생들의 꿈을 이용하잖아. 차라리 예전에 대놓고 협박하던 것들이 더 낫다고 느껴질 정도야.”


“아. 쓰리엑스 엔터요?”


풀썸의 데뷔와 동시에 AG 엔터가 풀썸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려지면서 이티스트의 권리 찾기 운동 같은 것이 일어났다.


AG 엔터와 직접 연관된 곳이라 아니라 언급된 적 없었지만, 한 기획사의 이름과 대표의 이름이 포털의 연예란이 아닌 사회란에 올라온 일이 있었다.


중소 기획사도 아닌, 그냥 ‘소’ 기획사인 쓰리엑스 엔터 대표는 과연 상식인인가라는 의심이 되는 것을 소속 연습생들에게 요구했다.


관리의 목적이라며 속옷만 입은 전신사진을 요구하면서, 거부하는 연습생들에게는 ‘꿈’을 이용해 협박하고, ‘데뷔’라는 것을 이용해 입막음 했던 것.


“응. 아직도 그런 일을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녹음기나 캠코더, 거기에 나가용이 흘린 말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지.”


박빛나와 연예계의 어두운 면에 관해 대화하는 동안 40분이란 시간이 흘렀고, 센터장실의 문이 열렸다.


“센터장님께서 두 분을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처음 우리를 안내했던 남자 만큼이나 큰 덩치의 남자였다.


센터장실을 나와 옆방으로 이동하고, 다시 방안의 작은 문을 통해 어딘가로, 그 어딘가의 바닥에 설치된 문이 열리고, 지하로 이동했다.


“휴대폰은 이곳에 보관해 주시겠습니까?”


협박이 섞여 있지도 않고, 우리가 안 대표가 보내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문 앞을 지키는 남자가 내미는 상자에 휴대폰을 넣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이 열리고 눈앞에 TV에서만 봤던 모습이 펼쳐졌다.


센터장과 그의 양옆에 앉아있는 두 명.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수십 개의 모니터.


“오셨어요? 두 분은 잠시 지리를 비워주시겠어요.”


“네. 센터장님.”


앞서 만났던 남자들과 정반대의 남자 두 명이 밖으로 나가자, 조건강 센터장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먼저 안하리 대표님께 입은 은혜를 걸로, 나간 두 명이나 저는 폴더 속에 있는 내용을 보지 않았다고 맹세합니다.”


“믿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뭔가 나왔나 보군요.,”


“네.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것 같긴 합니다. 우선 설명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조건강은 팀원들과 함께 빅 엔터를 해킹했다.


빅 엔터에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나가용 본부장의 집 주소를 확인, 빅 엔터 본부장실 컴퓨터와 나가용의 집 컴퓨터를 동시에 헤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두 곳에서 빅 엔터 소속 여배우들의 이름과 지금은 빅 엔터를 떠나 다른 기획사 소속인 여배우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폴더를 찾았다.


“안하리 대표님이 AG 엔터의 대표가 되시고 저도 연예계에 관심이 생긴 터라 모르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빅 엔터 데이터와 비교해보니.. 빅 엔터 소속 직원이거나 직원이었던 여자들이었습니다.”


“하.. 미치겠네..”


“진짜였네요..”


“빛나야.. 아무거나 하나 확인해 봐..”


“제, 제가요?”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범죄고.. 어쨌든 센터장님께서 찾아낸 것이 증거지만.. 하.. 뭔말이야.. 아무튼, 남자인 내가 보기에는 좀 그래. 혹시 이런 일이 생길까 봐 널 데리고 온 건데.. 꺼림칙하면 센터장님께 부탁해 센터 직원 중 여성분을 모셔도 돼.”


“아니요! 제가! 제가 할게요!”


“고맙다.”


분명, 내가 하는 일은 범죄다.


혹시 몰라 박빛나를 데리고 온 것이지만, 그녀를 향한 미안함도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박빛나라면 내 부탁을 들어줄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고마워도,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실.. 조금 전부터 범죄의 정의에 대해 조금 헷갈리기 시작했지만.. 무엇이 옳은 일인지 정도는 알아요.”


누군가는 ‘경찰에 바로 신고하면 되지 않냐?’라는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슬이도 한때 빅 엔터의 연습생이었다.


경찰에 신고하기 전, 폴더 속 내용이 우려했던 내용인지, 그리고 윤이슬이라는 이름의 폴더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했다.


우려했던 내용이고, 윤이슬 폴더가 있다면,


SS 그룹을 괴롭혔던 조건강의 능력을 이용해 경찰이나 검찰 소속 능력자들이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흔적을 지워야 했다.


다른 여배우들과 직원들에 대한 자료?


그 부분은 안 대표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


그럼 윤이슬의 자료도 상관없지 않냐고?


아니, 경찰이나 검찰의 눈에 윤이슬이라는 이름이 보이지만, 입으로 열지 않는 것과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것 자체는 다르다.


“그리고.. 이슬이 이름이 있는 것도 확인해줘..”


조건강 센터장이 꽤 오래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니, 그가 먼저 ‘윤이슬’이란 이름의 폴더를 본 것 같지만..


폴더 속에 우려했던 내용이라는 것에 확신을 주는 또 다른 제목의 폴더까지만 확인하고 고개를 모니터에서 돌렸다.


잠시 뒤.


“팀장님.. 이건 아니잖아요.. 사람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하..”


“미친놈! 씨X놈! 거실과 침실이 전부가 아니에요! 욕실과 화장실도 있다고요! 으아아악! 씨X!”


누군가의 일상이 담겨 있거나, 조금 더 나가야 옷을 갈아입는 정도의 장면만 있다는 말이 아니었다.


“이슬이 이름도 있었어?”


“네! 있어요! 윤.이.슬. 정확히 윤이슬이요! 팀장님! 팀장은 왜 아무렇지 않죠? 왜 화를 내지 않는.. 아..”


“김무명 씨는.. 지금 누구보다 화가 난 상태입니다..”


왜 아무렇지 않냐고? 왜 화를 내지 않냐고?


아니, 조건강의 말대로 나는 눈물을 흘리며 화내는 박빛나보다 적어도 천 배는 더 화가 난 상태였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김민수의 손아귀에서 다연이를 구해 낼 때보다 더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센터장님. 부탁이 있습니다.”


“네..”


“윤이슬 폴더만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들어 줄 수 있습니까?”


“네.”


윤이슬 폴더를 지우고 만들어지기 직전의 시간과 만들어진 직후의 시간을 이으면 된다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지워지는 것을 제 눈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센터장의 손이 키보드 위로 올라가는 순간, 그를 말렸다.


“잠시만요.”


휴대폰을 꺼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윤이슬 폴더를 사진으로 남겼다.


“팀장님.. 그건 왜..”


“조금 진정된 것 같네?”


“네.. 죄송해요.. 팀장님 기분 생각하지 못하고..”


“아니야. 그렇게 화내 주니까 더 믿음이 가더라. 사진은 왜 찍냐고? 음..센터장님께 부탁한 일이 끝나는 이틀 뒤, 신고할 거야.”


경찰에 직접 신고하는 것이 아닌 안 대표에게 연락해 SS 그룹의 인맥을 동원 시키는 거지만.


“그럼 나가용은 끝이지. 하지만 말이야.. 난 거기서 끝낼 생각이 없거든. 적어도 증거 사진 한 장 정도는 있어야 내가 직접 그의 목을 물어뜯을 수 있거든. 물론, 대표님께 알릴 거야.”


윤이슬 폴더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두 컴퓨터 모두 그 폴더가 생성됐고, 그 속에 무언가들이 저장됐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팀원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들도 안하리 대표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고, 혹시나 그들이 입을 열면 다른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아마 김무명 씨가 움직이기 전 동해 위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안하리 대표님께서 우리를 믿지 못한다는 결정을 내리시면 우리는 그분의 생각을 따를 겁니다. 그 결정이 무엇이든지요.”


“무서운 생각을 하시네요.”


“조금 전 존재 자체가 사라진 폴더처럼 사라진다? 그것보다 더한 삶을 경험한 이들이니까요.”


“다 끝나면 같이 밥이나 먹죠.”


조만간 술 한잔하자는 말을 하고 싶지만.. 나도 술을 즐기지 않았고, 센터장은 미성년자였다.


햇빛 지원 센터를 나와 운전대를 잡았다.


“제가 해도 되는데..”


“그렇게 손을 덜덜 떨면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도 많다. 그나저나.. 빛나야.”


“네..”


“널 믿지만, 이 말은 해야겠다.”


“네.”


“너도, 나도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될 거야. 익명의 제보는 하지 않을 생각이거든. 나는 크게 크게 부풀려 나가용을 사회적으로 말살시킬 생각이야.”


“네.”


“절대 윤이슬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마라. 이건 조언이 아니라 처음이자 마지막 협박이다.”


“네! 저도 그럴 생각 없어요.”


“알아.. 아는데 이런 말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찰이나 검찰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빅 엔터에 속해 있거나, 잠시라도 몸담았던 사람들은 다 있었어요. 심지어.. 연습생 누구누구라는 이름도 있었어요.. 빅 엔터의 연습생이라고는 피에스타 관련 연습생들뿐이잖아요..”


데뷔조로 확정되고 회사에서 숙소를 잡아주지 않는 이상, 대부분 연습생은 출퇴근하기에, 집안 어딘가의 영상이 아닌, 빅 엔터 내부, 연습실이나 탈의실 관련 영상들일 것이다.


“그건 걱정 마. 대표님이 해결하실 거야.”


“대표님께서..요?”


박빛나에게는 안 대표의 진짜 정체를 알려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안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 알려줘. 이참에 풀썸 멤버들과 탁 실장에게도 알려줘. >


안 대표에게 왜 매니저 중 탁 실장에게만 알려주는지 묻지 않았다.


안 대표가 그렇게 말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박빛나는 특수한 경우였고, 그녀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안 대표의 정체가 그녀의 입을 무겁게 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까지만 생각하고 박빛나에게 안 대표가 SS 그룹의 막내딸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헐.. 저.. 그냥 아무것도 못들은 걸로 할게요..”


“그래. 아무것도 듣지 않았고,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게 편할 거야.”


“후..후.. 그런데요.. 팀장님.”


“응?”


“제가 AG로 오기 전에 빅 엔터에 대해 들은 소문이 있거든요? 아! 나쁜 소문이 아니라 계약에 관련된 것만큼은 깨끗하다고요. 입사할 때 경력 인정에, 능력까지 인정해 연봉 협상하고, 퇴직금은 십 원 하나 빠지지 않고 입금된다고..”


“직원뿐만이 아니야. 배우들에 대해 대우도 괜찮아.”


“그러니까요.. 더러운 방법으로 계약하려는 것도 아닌데.. 그 짓은 왜 했을까요..”


“나도 궁금하다. 진짜 그놈의 생각을 끌어낼 사람은 나밖에 없어 보이고..”


“네?”


법 앞에서 진실을 말할 나가용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정신 이상 쪽으로 몰고 가 형을 가볍게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은 관대하다.


진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그런 짓을 한 것인지, 아니면,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한 철저한 계획인지 밝혀야 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진실을 나오게 하는 것은 공권력이나 법이 아닌, 내 주먹일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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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나가용이 망해도 시계는 돌아간다 +7 22.09.04 1,107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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