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2.05.19 15:14
최근연재일 :
2022.12.06 23:00
연재수 :
164 회
조회수 :
242,002
추천수 :
4,554
글자수 :
854,709

작성
22.08.23 23:00
조회
1,209
추천
28
글자
12쪽

모르는 것이 약? 아니, 모르면 독.

DUMMY

91. 모르는 것이 약? 아니, 모르면 독.


아이돌 운동회 녹화 당일 새벽,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이 AG 엔터를 찾아왔다.


“새벽부터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자다가 나온 것도 아니고.”


아이돌 운동회 역조공의 마지막 점검차 회사에 일찍 나와 있어서 문태영 실장과 피에스타의 방문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라면, 계속 문태영 실장이 머뭇거리고 있다는 정도?


“하.. 여기까지 와서 자존심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AG 엔터.. 아닌 김 팀장님께 부탁이 있어 왔습니다.”


“부탁이요?”


“김 팀장도 안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갑자기 김영균 매니저가 피에스타의 로드로 합류했습니다.”


“아.. 얼굴이나 이름은 알고 있어요. 제대로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혹시 그가 어떤 인물인지도 알고 있습니까?”


“흠.. 능력이 운을 깎아 먹는 사람?”


내가 기억하는 김영균은 이런 사람이었다.


부족한 능력을 남들보다 두 발 더 뛰어서 커버하려는 사람.

하지만 뛰어가는 방향이 언제나 올바르지 않았던 사람.

그리고 꽤 발전 가능성 있는 아티스트를 만났음에도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그 한계에 아티스트를 가두려 하는 사람.


“능력이 운을 깎아 먹는 사람이라.. 맞는 말이네요. 아무튼, 김영균이 며칠 전, 나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문태영 실장의 독립이 알려지면서 빅 엔터 내부도 나가용 파와 문태영 파로 나뉘었다더니, 역시나 나가용 쪽에 사람을 심어 놓은 것 같았다.


“본부장을 만나고 피에스타의 로드가 되었다라.. 좋은 의도는 아닌 것 같네요.”


“그렇죠. 피에스타가 저와 함께하기로 한 건 맞지만, 제가 피에스타의 담당은 아닙니다..”


“빅 엔터를 떠나 독립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빅 엔터의 실장이니까요.”


문태영 실장이 아직 사직서를 던지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피에스타의 계약 문제 때문이었다.


아직 빅 엔터 소속인 상황.

만약, 그가 나가용 본부장의 지시를 완전히 무시하면 독립 과정과 이후에 잡음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짜증 나게도 말이죠..”


“그래서, 부탁이란 게 뭔가요?”


“풀썸의 보안 시스템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정확히는 AG 엔터의 보안 시스템 중 하나를 말하는 거였다.


풀썸 멤버들이나 스텝들이 타고 다니는 밴은 회에서 출발하기 전, 목적지에 도착한 후, 다시 어디론가 이동하기 전과 도착 후, 마지막으로 회사로 복귀하기 전과 도착해서 점검을 받는다.


최신 장비를 이용해 도청 장치나 소형 녹화 장치 등을 찾아내는 점검이었다.


이는, 밴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선별된 보안 요원과 박빛나 매니저가 의상이나 소품은 물론, 스텝들의 휴대폰도 확인한다.


사생활 문제?


AG 엔터는 채용 전 모든 사실을 공지했고, 업무용 휴대폰을 지급했다.


공지한 것에 동의한 것은 본인이었고, 업무용 휴대폰을 개인용도, 특히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이기적일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풀썸 멤버들의 사생활이 유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다행히도 풀썸 담당 스텝들이 잘 따라주고 있지만.


보안 업체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


풀썸 멤버들을 근접 경호하는 요원들과 업체 대포는 안 대표의 신분을 알고 있다.


목숨에는 지장 없겠지만, ‘삶’에는 문제가 생길 것을 알 것이기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


나가용 본부장이 피에스타를 잡기 위해 멤버들의 약점을 잡으려 할 것이고, 그 방법이 인성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언행을 녹음하는 것이거나, 생각보다 이성을 잃은 상태라면, 멤버들의 신체 일부를 촬영해 협박할 수 있다는 문태영 실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문 실장님이 본부장을 잘 아는 것만큼, 본부장도 문 실장을 잘 압니다. 갑자기 로드를 바꿨다? 그것도 김영균 같은 사람으로? 문 실장님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라는 걸 알 텐데 그런 뻔한 수작을 부릴까요?”


“뻔하지만 제가 피에스타 옆에 계속 붙어 있지 못할 거란 것도 아니까요. 다른 예능도 아니고 무박 2일이나 다름없는 아이돌 운동회입니다. 그리고..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피에스타 멤버들이 아이돌 운동회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특히.. AG 엔터의 역조공에 대해서요.”


“혹시라도 멤버들이 차에서 KBC에 대한 불만을 말하거나 모두가 환영하는 역조공에 대해 욕을 하고, 그것이 밖으로 나가면 피에스타 이미지에 문제가 되겠군요.”


“네..”


고개를 숙이는 문태영 실장을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위해 적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인가?


피에스타를 위해?


내가 아는 문태영 실장은 오로지 피에스타라는 그룹과 멤버들을 위해 자신의 고개를 숙이는 인물은 아니었다.


사람이 바뀌었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안 요원들이 입을 열 가능성보다 컸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빅 엔터에서의 독립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근거가 넘쳐나고 가장 그럴듯한 이유이긴 했다.


내가 싫어하는 분류의 사람이고 이유라서 거절해야 할까?


아니. 무조건 허락해야 한다.


문태영 실장의 본심이 어떻든, 피에스타의 미래가 어떻든, 문태영 실장에게 받을 빚이 하나 생기는 것이고, 나가용 본부장의 뒤통수를 내 손이 아닌 다른 이의 손으로 때릴 기회니까.


“좋습니다. 빅 엔터에서 체육관으로 가는 길에 ‘푸른 공원’이 있습니다. 잠깐 쉬었다 가시죠?”


“푸른 공원에서요?”


“김영균이 능력은 없어도 눈치까지 없는 건 아닙니다. AG의 보안 시스템을 이용하려고 AG로 온다? 당연히 본부장 귀에 들어가겠죠. 결과가 어떻게 나든, 본부장이 일찍 알면 알수록 그가 빠져나갈 시간만 주는 겁니다. 피에스타 담당 매니저는 실장님 사람이라면서요? 갑자기 배가 아플 수 있겠죠?”


피에스타 멤버들이 탄 차가 주차하는 순간, AG 엔터 보안팀과 나, 문태영 실장이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당연히 피에스타 멤버들에게는 비밀입니다. 쌍시옷 몇 개 나와야 하는 데 없다? 그것만큼 어색한 것도 없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럼 멤버들이 탄 차가 출발하면 문자 주세요.”


**


“오! 재밌겠는데?”


“대표님도 같이 가시겠습니까?”


“큭큭. 그럴까? 자고로 싸움은 구경꾼이 있어야 하니까. 하하하. 그나저나..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걸까?”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문태영 실장은 나가용 본부장이 피에스타의 약점을 잡아 자신의 독립을 막거나, 피에스타가 빅 엔터를 떠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안 대표처럼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며, 나가용 본인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째. 피에스타의 입에서 풀썸과 AG 엔터에 대한 욕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


풀썸과 조금이라도 대립하는 아이돌을 적극적으로 섭외하는 KBC라, 피에스타를 데리고 있으려면 적어도 피에스타 멤버들의 입에서 아이돌 운동회에 대한 욕이 나오는 것은 막아야 했다.


둘째. 며칠 전 나가용 본부장은 AG의 자금력과 안 대표가 포식자라는 것을 알았다.


나가용 본부장이 금붕어가 아니라면, 아무리 나에게 긁혔다 해도 이렇게 빨리 AG 엔터를 향해 이빨을 드러낼 수 없었다.


“답 알려줘?”


“알고 있는 겁니까?”


“단순한 것들은 늘 단순하게 생각하거든. 알려주기 전에 힌트를 줄까? 나가용은 피에스타를 데리고 있을 생각이 없어.”


피에스타를 데리고 있을 생각이 없다라..


조금씩 머릿속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피에스타의 입에서 아이돌 운동회와 AG 엔터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나가용은 그것을 확보해 흘린다.. 아이돌 운동회를 싫어하는 건 피에스타만이 아니고.. AG 엔터를 좋게만 보는 것도 아니고..”


“대형들은 긴장하고 있지.”


“피에스타 멤버들의 인성이든.. 우리에 대한 욕이든.. 아이돌 운동회라는 말은 따로 오겠네요.”


“그렇지. 그 단어가 많이 나오면 나 올수록 좋은 사람이 누굴까?”


“메인 PD!”


“빙고. 어그로는 확실히 끌겠지. 시청률이 장땡인 곳인데 어그로까지 확 끌렸으니 이번 시청률은 물론, 다음을 기대할 수 있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겠다면서 내년 추석에 KBC가 신경이라도 쓰면 이미지도 끌어 올릴 수 있지. 그럼 나가용은?”


“데리고 가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으니까.. 피에스타를 묻어버릴 생각이군요.”


“너에게 긁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풀썸과 피에스타.. 비교되지 않았겠지. 그런데! 어머나! 괜찮은 유혹이 들어왔네? 그래! 다 죽어라! 이런 거. 하하하”


“재밌네요.”


시청률과 자리 보존을 위해서 머리를 굴린 아이돌 운동회 메인 PD도 재밌었고, 가질 수 없는 것을 부수고, 가질 수 없게 만든 AG 엔터도 욕먹게 한다는 나가용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문태영이 널 찾아왔네? 하하하하. 이러니 더 재밌지?”


“어떻게 할까요?”


“음.. 김 팀장이 벌어 온 돈으로 회식하고 싶은데?”


“나가용의 지갑을 털어서 벌어온 돈으로요?”


“빙고!”


**


검은색 밴의 번호를 확인한 나는 오른쪽 손을 들었다.


밴을 향해 다가가는 AG 엔터 소속 보안 요원들.


모두 풀썸의 보안을 담당하는 요원들이었다.


“뭐야? 누구야? 뭐 하는 놈들이야?!”


창문을 열고 소리치는 김영균의 모습에 고개를 돌려 문태영 실장을 바라봤다.


“저 인간 입 닫게 하려면 일단 우리도 나가야겠는데요?”


“그러죠. 나가자마자 김영균의 휴대폰부터 확보해 주세요.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나 본부장에게 연락할 정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죠.”


밴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김영균의 고함이 점점 크게 들렸다.


“김영균 매니저.”


“어.. 실장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사람의 표정이 어떤지 확실히 알게 됐다.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지.”


“무슨..”


“일단 협조 좀 해 주실까?”


아니, 문 실장님. 무슨 영화 찍어요? 협조 좀 해 주실까가 뭡니까?

뭐.. 김영균은 멍한 표정만 짓고 있으니, 나라도 협조해 주지.


“저 사람 휴대폰 확보해 주세요.”


“..뭐?! 이봐요! 놔! 놔요!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이게 무슨!”


살짝 무시하고 밴의 문을 열었다.


“피에스타 분들도 내리시죠?”


내 얼굴을 확인한 피에스타 멤버들, 특히 엘리샤의 표정이 볼만했다.


“문 실장님!”


“일단 내려. 매니저들과 스텝들도 내리고. 설명은 나중에.”


아니.. 왜 내리는 사람마다 나를 노려보는 건데?


“하.. 검색해 주세요. 문 실장님. 개인 소지품도 합니다?”


“풀썸과 똑같이 해 주세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보안 요원들의 가방이 열리고 장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울리는 경보음.


피에스타 멤버들이 주로 앉는 의자 전부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조수석 위와 김영균의 옷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겁니까?”


내가 피에스타 멤버들과 스텝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봐서일까?


문태영 실장의 물음을 가볍게 무시한 요원이 문태영 실장이 아닌 나에게 발견된 것들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


“두 개가 전부입니다. 저 사람의 옷에서 나온 것은 녹음기입니다. 나름 최신인데.. 흔하네요. 요즘 볼펜 형태 쓰는 사람 없는데.. 차에서 나온 건, 음.. 쉽게 생각해서 작은 캠코더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건 진짜 최신이네요. 단추 형태라니.. 구하기도 힘들었을 테고 돈도 꽤 줬을 겁니다. 특히 화질이 좋기로 유명한 제품이군요.”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야금야금 씹어먹는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5 풀썸 컴백 (2). +7 22.09.13 1,001 22 11쪽
104 풀썸 컴백 (1). +7 22.09.08 1,031 21 10쪽
103 풀썸 컴백 (0). +8 22.09.07 1,031 22 12쪽
102 이번에는 제발. +8 22.09.06 1,060 25 12쪽
101 나가용이 망해도 시계는 돌아간다 +7 22.09.04 1,107 24 12쪽
100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끝났다. +7 22.09.03 1,091 26 12쪽
99 안하리가 안하리 했다. +8 22.09.02 1,112 25 11쪽
98 나가용의 준비된 추락의 시작은 나였다. +7 22.09.01 1,118 24 11쪽
97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된 악연. +7 22.08.31 1,143 26 12쪽
96 그래서, 더 밝힐 수 있었던 것. +4 22.08.28 1,186 28 12쪽
95 그래서 밝혀진 것. +7 22.08.27 1,161 26 12쪽
94 범죄지만, 범죄일지라도. +7 22.08.26 1,210 28 12쪽
93 내려다볼 수 있었기에 알 수 있었던 것. +7 22.08.25 1,218 27 12쪽
92 손바닥 위에 올린다는 건? +7 22.08.24 1,210 28 12쪽
» 모르는 것이 약? 아니, 모르면 독. +7 22.08.23 1,210 28 12쪽
90 변하려는 자와 변하지 않는 자. +7 22.08.21 1,262 25 11쪽
89 풀썸 미니 1집(2). +7 22.08.20 1,282 27 12쪽
88 풀썸 미니 1집(1). +5 22.08.19 1,295 30 11쪽
87 미친놈, 이기주의자, 그리고 욕심쟁이. +8 22.08.18 1,316 26 11쪽
86 밟혔으면 꿈틀은 해 줘야지. +7 22.08.17 1,334 27 11쪽
85 연말이 다가온다. +9 22.08.16 1,378 29 11쪽
84 차라리 김무명이 나았다. +8 22.08.14 1,403 30 12쪽
83 역행하려는 자와 앞서 가려는 자. +10 22.08.13 1,409 30 11쪽
82 어차피 결론은 김무명. +3 22.08.04 1,501 30 12쪽
81 때로는 긁어야 진실은 나온다. +7 22.08.03 1,476 27 11쪽
80 ‘!’ 그리고 ‘!?’ 그 둘 사이 ‘.’ +7 22.08.02 1,490 28 12쪽
79 거북이 엔터 투? +7 22.07.31 1,527 31 11쪽
78 뜬금없음에 뜬금없음을 더하면 막장. +7 22.07.30 1,556 32 12쪽
77 이 없으면 잇몸으로. +8 22.07.29 1,532 30 12쪽
76 미사 한 걸음. +7 22.07.28 1,602 2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