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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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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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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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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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해문을 여는 운우

DUMMY

실눈을 뜬 채 하늘을 향한 자운에게 느껴지는 굵은 빗방울 속에, 마존과 전신의 모습이 꿈처럼 스쳐 지나고 있었다.


꿈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체념하며 눈을 감으려는 순간,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녀의 멍한 두 눈 속으로...

숙이를 타고 휘황 찬란한 갑옷을 입은 전신이 그녀가 보이는 하늘위에 떠서, 아주 슬픈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운 !”


조용한 함성과 굵은 빗 자락 속에서도, 그가 부르는 목소리는 선명했다.


자운이 정신을 조금씩 가다듬자, 그녀의 머리 위를 휘젓고 다니던 청룡과 현빙화의 원신이, 더 이상 그들의 힘을 쓸 의지가 없는 주인에 의해 조금씩 차분해지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힘이 조금 작아졌을 뿐,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은 운우와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병사들을 여전히 이리저리 내팽개치고 있었다.


“자운 하늘을 봐!”


또다시 선명한 전신의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초막에서의 그때, 눈을 뜰 때마다 따뜻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던 기분 좋았던 기억이 살며시 떠오를 즈음, 하늘을 본 그녀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 무지개...!”


굵은 비가 그친 하늘위로, 하얀 구름이 다시 그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함께, 청명한 하늘색 사이로 작지만 선명하게 오색의 무지개가 살육의 허공위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자운 이제 그만 해도 돼!"


“네?”


무슨 말인지, 의아한 자운이 바닥에 반듯하게 선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로소, 세상에서 사라지는 혼들이 내지르는 마지막 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어렴풋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이건...”


주변에 널브러진 무수한 주검은, 분명 그녀가 저지른 참담함 인 것 같았다.


조금 더 둘러보니, 이제 막 운우가 ‘천해문’ 이라고 쓰여 진 현판 아래로 열려진 문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 보이고, 그 뒤로 무수한 마군들이 하나의 형체인양 뭉쳐져, 마치 거대한 그림자모양으로 천해문 안으로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전신 ... 제, 제가...!”


놀란 자운이 떨리는 입으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이 든 자운이 뚫려진 천해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사이, 천해문을 통과하던 운우가 잠시 멈칫하며, 자운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친 자운은, 이 상황에서도 단지 그녀가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려드는 그림자와 같은 마군들 틈에 숨어버리듯 사라진 운우의 자취를, 한동안 서서 불안한 눈길로 쫓고 있었다.


허공에서 자운과 운우를 번갈아 바라보던 전신이 급하게 다른 정치마를 소환했다.


잠시 후, 달려온 정치마로 재빨리 바꾸어 탄 전신이 자운을 불렀다.


“자운, 숙이를 보낼게. 숙이와 함께 얼른 이곳을 피해서, 중천으로 가도록 해. 나중에 함께 만날 수 있을 거야!”


눈물로 범벅이 된 채로,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자운을 그대로 두기가 마음이 쓰였지만, 지금은 더 급한 일을 돌아보아야 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끄덕이는 자운의 모습을 기다릴 새도 없이, 자신이 타던 숙이를 자운에게 보내고 전신이 급하게 천궁 안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선경을 들여다보던 천수대의 모든 신선들이, 일제히 한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천해문이 뚫리다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천궁으로 들어온 마군들을 다시 제압할 방법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이는,

분명 저기 엄청난 힘을 가진 여인의 아비인 중천의 상제일 것이라고,

이 곳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아래를 지켜보던 신선들은 한결같이 기대를 품고 있었다.


자운이 아무리 정신을 잃었었다고는 하나, 그녀가 살상한 천계의 병사들만의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으니,

차후에 구중천의 지엄한 심판을 모면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신이 돌아온 지금은 선택의 여지없이 최대한 많은 마군들을 막아내는 공적을 세우는 것이, 중천의 가족에게는 급선무 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천제가 상제에게 딸의 책임을 전혀 묻고 있지 않으니, 어느 누구도 아직 자운을 나무라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물며 천제는 밀려드는 마군들을 적극적으로 막아내거나 살상을 할 마음마저도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의아했지만, 이곳에 모인 상신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간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수선을 떨지 않았다.


단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천제와 상제의 마음만큼은 알 수가 없는 탓에, 간간히 그들의 표정만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천해문을 통과한 우신과 마군들이 밀물처럼 천궁의 영역을 밟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궁소검에 의해 움직이는 혼령들이 더 많은 수도 있는 탓에,

천계의 입구 쪽에 존재하던 심연의 못까지 오히려 그들이 빠져드는 일이 없도록 보호 결계까지 쳐두는 모습에


참을성이 바닥이 난 몇몇 신선들은, 천계를 짓밟는 적들에게 아직도 이렇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천제와 상제에게 의구심을 넘어서 이제는 홧기를 참느라, 눈썹까지 일그러뜨리며 불편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천계에 속한 무수한 소선들과 영물들은, 나름대로 작은 결계들을 만들어서 드문드문 천계의 영역 안에 숨겨 두었다.

만약 하나의 결계 안에 모두 함께 숨겼다가 마군들에 의해 들키는 때에는, 지난번처럼 힘이 없는 이들은 모두 속수무책으로 떼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작은 결계들을 만들어서 숨겨 두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마군들에 의해 발각이 된 때에는 이들의 혼들은, 모두 마군들에 의해 도륙을 당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도, 별의 열이 어긋난 후 마성이 줄어들고 천상염환의 불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면 강한 마성에 조금이라도 물들었던 여린 혼들은,

천계를 지키기 위해 타오르는 선불에 의해 또 한 차례 피해갈 수 없는 도륙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천계가 마군에 침범되지 않고 자성의 별이 어긋날 때까지 무사히 잘 버텨주면 가장 좋을 일이겠지만, 세상일은 언제나 바람처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선경속에 보여 지는 상황은 또다시 이전의 악몽처럼 잔인한 살육으로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소선들을 숨겨놓았던 결계가 치솟는 마성에 노출되어 약해지는 바람에, 마군들에 의해 발각이 된 무리들은 여지없이 그들의 먹이가 된 것처럼 잔인하게 찢겨지고 있었다.


바라보는 신선들이 모두 주먹을 다잡고 분통을 터트리는 사이, 어느새 우신과 마군의 장수들이 천수대의 아래까지 와서, 허공에 떠있는 이 선옥의 제단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천제가 다급하게 상제에게 명하였다.


“더 이상의 기다림은 너무 위험할 것 같네. 옥호! 천계의 소선들의 희생이 너무 커. 어서 궁소검을 소환해서 마군의 대열을 흩트리도록 하게.”


"하지만, 마성이 한참 강해져 있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되면 위험 속에 바로 노출이 될 인간계의 혼령들이 또한 너무 많은 희생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천제...

소선들은 결계의 도움이라도 받고 있는 상태이니, 조금이라도 더 버텨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천궁안의 모든 질서와 우아한 궁내의 구조물들은 마군들의 무지막한 공격 속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파괴되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참담함에 스스로도 참기가 힘든 상제가, 더 이상은 힘든 표정으로 천제와 마주한 눈빛을 끄덕이며, 급하지 않게 천천히 궁소검을 소환하기 위해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세오와 자원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수인을 맺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상제가 상기된 표정으로 수인을 얼른 떨쳐버렸다.


궁소검의 상황을 모르는 주변의 신선들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전혀 모른 채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천제와 태자만이 상제의 반응에 의아한 표정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옥호, 무슨 일인가!”


천제가 다급하게 물었다.


“궁소검이 누군가의 진기로 봉인 되었습니다.!"


“누구의 진기로 말인가?“


당연히 알 수 있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자영과 함께, 세오의 진기까지 섞여 있었다.

다른 이의 눈에 띄지 않게 세오를 바라보았지만. 세오는 그를 향해 끝까지 눈길을 주지 않고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 검, 검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서로가 난감한 표정으로, 천수대 아래에 까지 밀어닥친 마군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당황한 상제가 아수라장이 된 천계의 모습에 이어 천제에게로 눈길을 돌리자, 황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천제의 온몸으로 싸늘한 기운이 우직하게 뻗쳐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마음을 다잡던 천제가 강인한 어조로 허공을 향해, 명령했다.


“오룡 광진을 펼칠 것이다! 상신들은, 이곳에서 선불을 지켜야 하는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반드시 명심하라!"


오룡의 수장인 천제의 명령이 허공위로 퍼지자, 숙명처럼 따를 수밖에 없는 다섯 용들의 원신들이 하나씩 각성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용들의 원신은, 천수대위에서 꿈틀거리는 천제의 원신인 황룡이 기다리는 곳을 향해서 날아오르고 있었다.


하늘위로 다섯 용들의 길이 열리고, 이어 원신의 몸들도 하나 둘 나타나, 다섯 개의 각으로 이루어진 각자의 자리에 맞추어 서서 진을 펼치기 위해 선정에 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천제의 오른편으로 태자 성운제군의 어머니인 명요 황후가 백룡의 자리를 잡고, 왼쪽으로는 상제 옥호가 적룡의 자리를 메웠다.


마군들과 격전을 벌이던 전신도 흑룡의 길을 따라, 다섯 개의 각 중 하나의 자리에 용의 기운을 세웠으며, 이제 남은 하나...

천제가 불러낸 청룡의 기운은 천해문의 바깥에서 아직 울고 있던 자운의 원기였다.


오룡의 원신들은 수장인 황룡의 명을 받들어야했다.


잠시후 황룡의 명을 받은 자운의 원신도 숙명처럼 어김없이 청룡의 길을 따라, 하늘 위로 나타나서 주변을 거세게 꿈틀거리며 다른 용들과 함께 휘감겨 도는 듯하였다.


하지만, 청룡의 형상 속에 원신의 주인인 자운은 아직 그 속으로 깃들지 않고 있었고, 오룡광진의 남은 한각위로 청룡은 완전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뿐이었다.


천제의 얼굴에 노기가 서리며, 다시 한 번 황룡의 자리에 서서 수인을 맺고 청룡의 주인인 자운을 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자운이 나타났다.


하지만 현빙화의 기운을 품은 청룡은, 황룡의 명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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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선택 +2 22.10.07 48 5 12쪽
92 미운정의 주인 +2 22.10.06 52 5 13쪽
91 무진옥 22.10.05 50 5 11쪽
90 아녕의 과거 +2 22.10.04 49 5 12쪽
89 만월검의 여인 +2 22.10.03 42 4 12쪽
88 보천귀장 +2 22.10.02 38 4 11쪽
87 아녕의 진실 +3 22.10.01 43 4 11쪽
86 마계로 향하는 청룡 +4 22.09.30 38 4 11쪽
» 천해문을 여는 운우 22.09.29 39 4 12쪽
84 선. 마의 기운 +2 22.09.28 35 4 12쪽
83 격전의 날 22.09.27 38 4 12쪽
82 마존이 선택한 여인 22.09.26 44 4 12쪽
81 보연의 거래 22.09.25 34 4 11쪽
80 회마곡에서 만난 자운과 운우 +2 22.09.24 44 4 13쪽
79 잃어버린 너 22.09.23 37 4 12쪽
78 슬픈 준비 +2 22.09.22 42 5 13쪽
77 셋이서 함께 +4 22.09.21 64 5 12쪽
76 세오의 계획 22.09.20 31 5 12쪽
75 연적의 사내들 +2 22.09.19 33 4 11쪽
74 운우의 흔적 22.09.18 44 4 12쪽
73 기억 심기 +2 22.09.17 39 4 12쪽
72 현연의 탈출 22.09.16 34 6 12쪽
71 전신의 죽 +2 22.09.15 45 6 12쪽
70 다시 제자리로 +4 22.09.14 48 6 11쪽
69 기억 소환 22.09.13 33 6 12쪽
68 현연의 윤회점 22.09.12 38 6 12쪽
67 네가 꿈꾸는 사이 +2 22.09.11 5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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