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말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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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자아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7.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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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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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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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노예화된 학교(1)

DUMMY

<종말 온라인> 정식 서비스 후 5일째의 밤이 왔다.


우리는 상가의 헬스장 안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1층에 세탁소가 있었기에 이불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입구 쪽에 스켈레톤들을 세워뒀으니 안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저기······.”


그때, 한 여자애가 쭈뼛거리며 나한테 다가왔다.


“그······ 한 가지 여, 여쭤봐도 될까요?”


나는 이 여자애가 뭘 질문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저 입구 쪽에 서 있는······.”

“해골들이 뭐냐고요?”


그렇게 물어보라고, 일진들이 이 여자애한테 시켰으니까.

나는 이미 제리를 통해서 그 수작질을 미리 파악해둔 뒤였다.

스켈레톤은 저 녀석들이 봤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위험 요소일 테니, 실체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글쎄요? 저도 잘 몰라요.”

“······네?”

“그냥 얻었어요. 다 그렇게 무기나 아이템 얻어서 살아남았잖아요.”


나는 말을 아꼈다.

다소 차갑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쪽에도 벌써 ‘기프트(Gift)’를 얻은 사람이 있다는 걸 진작에 눈치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선생님의 목에도 찍혀 있는 괴상한 모양의 낙인.


직감할 수 있었다.

학교 안에 ‘운명의 제단’을 발견한 뒤, 초월자와 계약하여 ‘기프트’를 얻은 놈이 있다는 걸.


낙인의 모양새를 보아, 그놈과 계약한 초월자는 아마도······ 고블린 초월자이자 노예 왕국의 건국자인 『가장 작은 노예왕』이겠지.


즉, 이들은 전부 누군가의 노예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노예.


현대사회에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금처럼 힘이 권력인 순간에는 이토록 쉽게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나는 눈을 감고, 다시금 제리의 감각에 동화를 시도했다.


- 언데드 하수인 ‘던전 쥐’가 <감각 공유>를 발동합니다!

* 언데드 하수인 ‘던전 쥐’의 시야를 공유받습니다.

* 언데드 하수인 ‘던전 쥐’의 청각을 공유받습니다.


그러자 서서히 들려온다. 문밖, 2층 복도에서 속삭이는 일진 녀석들의 음모가.


- ······저 인간들, 학교로 데려가는 게 맞겠지?

- 그런데 우진이가 이길 수 있을까? 아까 보니 더럽게 세던데

- 정면으로는 어려워도······ 유인해서 그 ‘밧줄’로 묶기만 하면 끝이지. 아무리 세도 그거에 당하면, 끝이야


우진.

아마도 그 녀석이 『가장 작은 노예왕』과 계약하여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기프트(Gift)를 얻은 녀석이겠지.

이 자식들은 나를 노예로 삼으려는 계략을 꽤 길게도 꾸미고 있고.


진지하게 머리 굴리는 걸 엿듣는 것도 꽤 재밌는데.


- 그런데 어떻게 유인하냐? 그냥 가자고 하면 갈까?

- 그러겠냐?

- 아! 이건 어때? 아이템 상점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거야


오, 아이템 상점이라고? 그건 확실히 솔깃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쌓은 골드가 상당하니까, 슬슬 괜찮은 아이템 좀 뽑을 때가 됐다.


- 저 사람, 분명히 골드도 많이 모았을걸. 아이템을 살 수 있다고 하면 없던 관심도 생기지 않을까?

- 그거 좋네, 먹히겠어


그럼, 잘 먹히고말고.


물론 먹히는 쪽이 다르겠지만.


* * * * *


날이 밝았다.

이른 시간이고 잠을 얼마 자지도 못했으나 모두가 칼같이 기상했다.

긴장 상태이기 때문에, 누가 잠결에 부스럭거리는 소리만으로도 눈을 뜨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아저씨, 일어나셨어요?”

“음, 좋은 아침. 지훈이는?”

“퍼질러 자고 있죠, 뭐.”


커어억─ 코까지 골면서 자는 박지훈.

뭐랄까······ 얠 보고 있으면 세상이 망했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씻으러 가자.”

“네.”


박지훈 주변에 스켈레톤 하나를 세워두고, 우리는 샤워실로 향했다.

아직 수도가 끊기지 않았기에 샤워가 가능한 상태였다.


“많은 몬스터들이 체취를 맡고 접근하니까, 어느 정도 청결을 유지하는 게 좋아.”

“건강 나빠지면 치료받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것도 그렇지.”


물론 당장은 ‘최상급 질병 회복 물약’이 잔뜩 있어서 자질구레한 질병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굳이 쓸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지.


최수아와 내가 경계와 샤워를 번갈아서 마쳤을 때, 기상한 박지훈이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


내가 붙인 고블린 스켈레톤이 박지훈이 기상할 때까지 얼굴 위에 있었기 때문.


덜그럭! 덜그럭!


저 고블린 스켈레톤, 어쩐지 신나 보이는데 착각이겠지.


“아니, 형님! 이건 선 넘으셨죠!”

“그러게, 내가 잘 때도 경계하랬잖아.”

“아니, 그게 말처럼 쉽게 돼야죠······.”

“됐고, 너도 얼른 씻어.”

“넵, 형님!”


박지훈이 씻는 걸 기다리는 와중, 저 멀리서 남학생 하나가 다가왔다.

어제 화장실에서 열심히 잔머리를 굴리던 일진 중 하나였다.


“저기, 혹시 골드 좀 많이 모으셨나요?”


어색하게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네는 녀석.

어젯밤 꾸민 계략에 시동을 걸려는 거다.


“뭐,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얻으니까요.”


나는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많은 몬스터를 잡았다.

아마 지금 전 세계 플레이어 중, 그 누구보다 두둑한 주머니를 가지고 있겠지.


- 현재 보유 중인 RD : 1,070

- 현재 보유 중인 Gold : 9,323


아직 뭐 대단한 걸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5일 차에 9천 이상 모았다는 건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수아, 너도 꽤 많이 모았지?”

“한 3천 골드쯤 있어요.”

“저는 2,305골드 있습니다, 형님! 그리고 금방 모을 수 있습니다!”


대화를 들었는지, 샤워실 안에서 외치는 박지훈.

참 최수아한테 지기 싫은 모양이다.

어쨌든, 최수아랑 박지훈도 적지 않은 골드를 보유하고 있다.


“와, 엄청······ 많네요.”


이 정도 금액일 줄은 일진 녀석도 예상하지 못했겠지.

나는 구태여 내 골드가 얼마인지 얘기하진 않았다. 지금 밝히는 건 내가 얼마나 강한지를 밝히는 것과 똑같기에.

적어도 이 둘보다는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흠흠!”


어쨌든, 우리의 골드 보유량을 들은 일진 녀석은 마치 중요한 비밀을 알려주듯이 속삭였다.


“사실은, 이걸 말씀드려도 될지 고민했는데요. 이게 좀······ 되게 귀한 정보라서요.”

“어, 고민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 아니 그게 저희 생명의 은인이시니까요! 이 정도는, 뭐!”


한번 골려줬더니 당황하는 것 봐라? 완전 애새끼네.


“그······ 아이템 자판기라고, 아세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간단했다.

학교 앞 편의점에 ‘아이템 자판기’가 생성이 되었는데, 그걸 옮길 수가 있기에 학교 안으로 옮겨 놨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모르는 척, 자못 놀란 척 말했다.


“아이템을, 살 수가 있다고요? 진짜 게임에서 아이템을 사듯이요?”


최수아에게 눈짓을 주자, 최수아도 덩달아 나처럼 목소리 톤을 올렸다.


“우와! 그럼 골드를 쓸 수가 있는 거네요?”

“네, 바로 그거죠!”


그러자 씩 웃는 녀석.

자기들의 계략이 먹히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박지훈이 샤워실에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눈치 없는 녀석이 합을 잘못 맞췄다가는, 내가 역으로 미끼를 뿌리고 있다는 걸 들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일진 녀석은 묻지 않았는데도 주저리주저리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템 자판기의 작동 방식과 거기서 뽑은 아이템으로 학교 주변 몬스터를 쉽게 소탕할 수 있었다는 사실까지도.


그쯤에는 박지훈도 다 씻고 나와 일진 녀석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오, 그래? 그런데 오크한테는 안 통했나 보네?”


순간 일진 녀석이 침묵했다.

박지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응? 아니 그게, 아까 오크들이랑 좀 힘들어 보이길래.”


의도치 않은 한 방이다.

일진 녀석이 눈동자를 열심히 굴리는 게 조금 애처로워 보일 지경이었다.


“아, 음, 큼! 더, 더 좋은 아이템도 많은데······ 그건 못 들고 와서 그래.”

“아아, 하긴. 학교도 지켜야 하지.”

“맞아, 학교를 지키는 게 중요하니까! 아, 잠깐만.”


이어서 녀석은 무언가를 꺼냈다.

웬 막대기처럼 생긴 물건인데, 끝에 작은 보석이 달려 있었다.


“이것 좀 보세요. 이건 일반 아이템이랑 다른 희귀 등급 아이템인데, 그 아이템 자판기에서 뽑은 거예요!”


슬쩍 내미는데, 손이 닿지 않을 거리다.


그 대신.


- 아이템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 보이시죠? 이렇게 타인에게 아이템 정보를 보여줄 수 있어요. 직접 건네주지 않고도요.”


물론 나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아이템을 건네줄 때마다 아이템 정보를 공유하겠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완장을 찬 자의 채찍(희귀)

- 설명 : 3등급 전류가 흐르는 1.5m 길이의 전류 채찍을 5분간 생성한다.

- 조건 : 마나 소모 10


전기 충격이라, 이거 완전히 노예들 관리하기에 적합한 물건인데.

딱 봐도 우진인가 하는 그 계약자 녀석이, 제 부하들에게 다른 노예들 관리하라면서 완장을 채워주고 채찍까지 하사한 모양이다.


“어때요? 우리 학교에 한 번 들려서 쌓은 골드 쓰고 가세요.”


나는 고민하는 척한 뒤, 수아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수아의 조부모님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제 내일이면 튜토리얼 공략의 기본 목표인 ‘5일간 생존’이 마무리된다.

<종말 온라인>이 시작된 지는 오늘이 6일 차지만, 튜토리얼 퀘스트는 하루가 지난 후에야 시작되므로 오늘이 튜토리얼 생존의 마지막 날이 된다.


즉, 내일 모든 튜토리얼 지역이 개방되면서 모여 있던 생존자들이 흩어지게 될 거라는 뜻이었다.


“수아야, 가는 길이긴 한데······.”


최수아는 큰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점이라는 곳에만 잠깐 들리는 거니까, 괜찮겠죠. 튜토리얼에서 살아남으셨다면, 그다음은 잘 헤쳐나가실 거예요. 두 분 모두 워낙 강인하신 분들이라서요.”


처음에는 연락이 안 닿는다고 불안해하더니,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 눈을 하고 있다.

나는 그런 최수아의 모습에 잠깐 뿌듯함을 느끼다가 일진 녀석을 돌아봤다.


“그럼 안내 부탁해.”


.

.

.


고등학교는 멀지 않았다.

무엇보다 스켈레톤들을 앞세워서 가니 웬만한 몬스터들은 알아서 물러났고, 종종 마주치는 늑대개미 같은 무지성 몬스터들만 해치우면 됐다.


푹! 푹! 푹!


- 늑대개미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30, 골드 +30, 죽음 +1)

- 늑대개미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30, 골드 +30, 죽음 +1)

- 늑대개미를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30, 골드 +30, 죽음 +1)


13마리 정도 잡았을 때, 박지훈이 경기를 일으켰다.


“아, 형님! 제 몫도 좀 남겨주십쇼!”

“뭘 남기긴 남겨, 수아는 알아서 잘하고 있잖아.”

“큭······.”


코웃음을 치는 최수아를 보면서 이를 가는 박지훈.

우리에겐 이런 모습이 이제 일상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와······ 방금, 봤어?”

“진짜 강하다······.”


학생들은 스켈레톤들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남은 늑대개미를 처치하고 다시 고등학교를 향해 걸음을 옮기면서, 박지훈이 학교 친구들을 향해 물었다.


“근데 튜토리얼이 끝났는데도 다들 학교에 있는 거야?”


그러자 다들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을 인솔해야 할 선생님도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아끼는 게 훤히 느껴졌다.


“······?”


그 모습에 박지훈도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시 박지훈의 입이 열리려는 순간, 일진 한 놈이 나섰다.


“우진이의 보호를 받고 있거든.”

“누구? 우진이?”


잠시 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박지훈이 이윽고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 양아치! 앗······ 미안, 말실수했네. 너희 친구지?”


저 자식, 너무 서슴없이 말하는데.

일진들이 도끼 눈을 뜨고 쳐다보는 게 나한테까지 느껴진다.


“······우진이가 우리 중 제일 강해. 레벨도 높고. 그렇죠, 선생님?”


마지막 말은 다분히 압박을 주는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당황한 기색으로, 반강제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지. 우진이가 없었으면 우리 다······ 큰일이 났을 거야.”


아무리 세상이 뒤집힌 들, 선생님이 애들한테 저렇게 휘둘리는 건 좀 이상한 일이었다.


역시나 ‘노예 낙인’ 때문일 것이다.


고블린 초월자 『가장 작은 노예왕』의 기프트(Gift), ‘노예 낙인’

대상에게 노예의 낙인을 찍는 것으로 강제적으로 자신을 주인으로 섬기게 하는 능력이다.


노예 낙인이 찍힌 대상은 주인과 마주할 때 능력치가 대폭 하락하며, 주인은 그런 노예를 손 하나 까딱이는 것만으로 고통을 줄 수 있다.

아마, 우진이라는 녀석은 그 힘으로 학교 사람들을 부리고 있을 터.


하지만 그 힘을 유지하는 대가는 더욱 많은 ‘노예’를 만드는 거다.


초반에야 좋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초월자가 요구하는 노예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점점 늘어나는 노예의 숫자도 감당하기 버거운데, 노예는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니······ 결국 마지막엔 노예를 만들기 위한 삶을 사는 꼴이 된다.


결과적으로 자신 또한 힘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나하고 계약하면 인생 말아먹는 거지.”

“······네?”

“아, 별거 아니야.”


* * * * *


학교에 도착하자, 정문에 경비를 서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야, 우진이 있냐? 할 말이 있는데.”

“우진이 아까 나갔는데. 그런데 이 사람들은 누구야?”

“그건 중요하지 않고, 우진이는 어디 갔는데?”

“어······ 사냥 간다던데? 무슨 일이야?”


나는 그들의 대화에서 ‘사냥’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냥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애초에 ‘사냥하러 간다’라는 판단에 이르는 것도 정상이 아니고.


생각보다 앞서나가고 있는 모양이군.


아니면 계약한 초월자에게 모종의 ‘퀘스트’를 받았을 수도 있었다.

초월자 중 일부는 자신과 계약한 화신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서 퀘스트라는 동기부여를 이용하곤 하니까.


그때, 학생치고는 조금 덩치가 큰 남학생이 정문에서 나왔다.

언뜻 볼 때, 다른 애들이 유독 절절매는 것 같아서 박지훈에게 물었다.


“지훈아, 쟤는 누구냐?”

“음, 제가 저 자식들하고 그렇게 안 친해서 족보가 어떻게 되는지는 정확히 모르는데, 이해찬이라고, 양아치들 사이에선 이인자쯤 될 거예요.”


이인자란 말이지.

나는 슬며시 제리를 정문 근처로 보냈다.


그 사이, 최수아가 다가와서 속삭였다.


“뭔가 이상해요, 느낌이.”

“그 느낌 맞아.”


그런데 갸웃하는 박지훈.


“네? 왜요? 우리 학교 그래도 작년에 리모델링 했는데.”


이 자식은 진짜······.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을 참고, 박지훈에게 속삭였다.


“쟤들, 우리 삥 뜯으려고 할 거다.”

“예? 저 자식들이 양아치긴 해도, 저는 못 건드리······ 아.”


코웃음을 치면서 주변을 둘러본 박지훈은, 그제야 대충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눈매가 달라졌다.


그러는 한편, 내 귀에는 놈들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했다.

제리와의 <감각 공유>가 또 한 번 빛을 발한 것이다.


- 쟤들 골드가 엄청 많아. 여자 쪽은 대략 3천 골드고, 박지훈이 쟤도 2천 골드 넘는다고 했고. 안으로 유인해서 아이템 뽑게 한 다음······ 치는 거지.

- 좋은 생각인데, 저 뼈다귀들은 대체 뭐야? 몬스터 같은데 공격을 안 하네.

- 저기 가운데 야상 입은 남자가 조종하는 건데, 존나 쎄더라······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그럼 못 들어오게 해야지, 내가 가서 말해본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뻔히 보이다 못해 아주 제발 좀 당해달라고 수작을 부리네.


이윽고 정문에서 대화하던 일진, 이인자 놈이 내게 다가와 말을 꺼냈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아이템 자판기를 이용하려고 오셨다고요?”

“그렇지.”

“그럼 죄송하지만, 저 해골들은 입구에 대기시켜놓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친구들이 겁을 먹어서요. 학교 안은 안전하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친절함이 뚝뚝 떨어지는, 가식적인 미소를 짓는 이인자.


나 역시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싫은데.”

“하하─ 이해해주셔서 감사······ 네?”

“싫다고. 쟤들도 내 친구들인데, 당연히 같이 들어갈 거야.”


나는 여전히 친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싸늘해지는 분위기.


나는 한 마디를 더 얹었다.


“보기보다 착해. 내가 아무리 부려 먹어도 눈 한 번 깜빡 안 하는 애들이야.”


눈이 없거든.


그러나 이 양아치 자식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표정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말귀를 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요, 아저씨. 그러면 못 들어오시죠. 얘들아!”


녀석의 외침에 학교 1층에서 정문으로 우르르 몰려나오는 학생들.

검이나 몽둥이 등을 들고 있었지만, 전부 겁에 질린 얼굴로 무기를 든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씨발, 우리도 그 괴물들이랑 다 싸우고 살아남은 베테랑이거든요. 상점에서 무기도 잔뜩 뽑았고.”

“오, 멋있네.”

“열받게 했으니까, 책임지셔야겠네요. 골드 다 토해놓고 가세요.”


이제는 감출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나는 녀석의 손등에서 반짝이는 ‘관리인 표식’을 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제부터 나와 함께 한 중년의 교사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발만 동동 구르는 중이었다.


“저기요, 선생님.”


그는 내 부름에 화들짝 놀라더니, 입을 끔뻑거리다가 겨우 대답했다.


“어, 네? 저 말입니까?”

“대충 사태 파악이 됐습니다.”

“예? 그게 무슨······.”


나는 선생님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억지로 잡혀 계시죠, 저항할 수 없는 이상한 힘 때문에.”

“아······.”

“거기, 너희들도 대부분 다 억지로 그러고 있잖아!”


내 외침에, 정문에 선 학생들 사이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억지로 쥐어진 무기들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금 선생님을 돌아보며 말했다.


“도와달라고 말씀하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쿵, 쿵!


내 좌우로 2m에 이르는 방랑자 오크 스켈레톤들 넷이 다가와서 우뚝 선다.

그 거대한 두개골에 뚫려 있는 안와 속에서 푸른 안광들이 불타오른다.


“······제대로 된 교육을요.”


좀 옛날 방식으로.


작가의말

튜토리얼이 벌어지면 힘을 합쳐서 이겨낼 수 있는 조직이 많을까요?

아니면 나락이 많을까요?


+) 짤막 수정 공지입니다. 

15화에 튜토리얼 클리어 지원금 1,500골드를 추가했습니다.

19화에 박지훈의 레벨이 3->4로 수정, <종말 온라인> 이후 3일째라는 날짜 오류를 5일째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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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바깥, 변해버린 세상(3) +13 22.08.13 20,425 522 10쪽
17 바깥, 변해버린 세상(2) +19 22.08.12 21,025 508 14쪽
16 바깥, 변해버린 세상(1) +15 22.08.11 21,933 513 17쪽
15 튜토리얼 보스, 고블린 추장(2) +20 22.08.10 21,875 535 15쪽
14 튜토리얼 보스, 고블린 추장(1) +13 22.08.09 21,575 527 12쪽
13 상가, 안전지대(4) +16 22.08.08 22,287 540 19쪽
12 상가, 안전지대(3) +17 22.08.07 22,669 50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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