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만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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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검
그림/삽화
도리검
작품등록일 :
2022.08.24 22:06
최근연재일 :
2024.08.15 11:32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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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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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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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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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매담자의 뒤집기

DUMMY

구이라는 돈좀 벌었다고 기분이 하늘로 날아 갔는데. 그 끝에 이런 죽음이 기다릴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얼이 빠져있는 구이라를 데리고

부근에 있는 객잔에 들어갔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술집이 늘어선 거리에는 해장국은 늘 펄펄 끓고 있기 마련이다.

눈꼽데기가 아직 붙어 있는 점소이 에게 해장국 두 그릇 말아오게 해서 마주 앉아 먹는다.


“이봐, 이거 먹고 정신차려!”

“당분간 괜찮을거야!”

“그놈들 아마도 돈 받고 청부살인 하는 낭인들 인거 같으니,금자가 탐나서 돈떼어 먹고 달아난 놈 만들면 돼, 정신 차리고 암어로 연락해라”


“약속한 금자는 왜 안 주느냐고..”


구이라는 자신이 생각해도 그 방법이 시간을 벌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 생각이 드는지, 재빨리, 연락처에 암어를 새겼다


나는 매담자를 내 거처에 숨겨두고 그가 이야기할 대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야기에는 이야기로!


기가 막히게 이야기가 술술 꾸며져 나온다.


관 은우가 책벌레였다더니, 머리에 든 것이 거의 무한정으로 많다.


“이봐, 구이라, 운기 변검을 하던데, 그건 어디서 배웠나! 아직 나이도 많지 않은데...그거 공력도 제법 있어야하고..상당히 어려운 기술로 알고 있는데....혹시 얼굴이 획획 변하는 난이도 높은 차검 기술도 할 수 있나?”


“일류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은 가능해요, 내가 그 변검 기술을 구사하는 예인 밑에서 가면 만드는 걸 어릴 때부터 도왔거든요, 내가 고아라 열 살 때부터 그들 밑에서 온갖 잡일을 다했지요!”


“그럼 그들이 그걸 배워 주었겠군!”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지만 구이라는 냉소를 흘린다.

“아니요, 그 새끼들도 자기 자식이나, 돈 좀 있는 다른 예인들에게 돈 많이 받고 가르쳐 주더라고요!”


“그럼 어떻게 그걸?”


“훔쳤지요 ,몰래 곁눈질로, 마지막에는 그걸 제작하는 방법을 그린 도면도 훔치고...재료도 훔치고...흐흐흐, 운기 변검을 하기 위해서는 내공이 좀 있어야 한다는 걸 알기에 남몰래 삼재 심법으로 몸을 만들며 기회를 엿보다가 달아나면서 운기 변검 기예서도 훔쳤지요!”


“양심의 가책은 없어요, 무려 10년 넘게 공짜로 잡부 일을 했으니...”


“운기변검 기예서라니 그건 뭐냐? 변검은 구전으로 제자들에게 은밀히 가르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자들이 늘 책자를 들여다보고 연구를 하던데요?”


“그래? 그거 나 좀 가르쳐 줄 수 없나?”


“아예 그 책자 드릴게요, 이제 나는 필요 없어요, 더 이상 진전도 없고...말은 잘 씨부려도, 책은 파고 또 파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이 바닥을 떠나야지, 길게 머물다가는, 언젠가는 그 예인놈들에게 잡혀 죽든지...독고세가에 잡혀 죽든지 할 것 같아요, 운기 변검 잘하는 그놈들 무공도 꽤 세거든요”


환생하기 전 나이나, 인생 경험은, 내가 훨씬 많긴 하지만, 관 은우인 나보다 나이도 서너살 많고, 기루 맛도 아는 놈이 대화를 하다 보니 성정이 좀 어린 것 같다.


‘저놈도 알고 보면 불쌍한 놈이군! 전형적인 바닥에서 출발한 인생! 노력 끝에 겨우 입에 풀칠이라도 하게 된 놈!’


“좋다 변검을 사용한 천극 두어 번만 벌이고 달아나라! 내가 금자 오십 냥 마련해 주마, 여의치 않으면 숨어 있을 곳도 마련해 준다!”


구이라는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뭐라고요! 금자 오십 냥 이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 이러다 저놈에게 또 이용당하고 뒈지는 길로 접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당연히 들 것이다.

나도 내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데 구이라 저놈이, 이걸 이해 할 수가 있나!


여기서 조금 더 세게..


“임마, 의심스러우면 당장 여기서 달아나도 된다. 여비로 금자 다섯 냥은 줄 수 있다.”


나는 전낭에서 금자 다섯 개를 꺼내어 탁자위에 올려둔다.

“언제든지 이거 들고 가라! 사천을 벗어날 자신이 있으면....”


저놈이 변검의 고향 사천에서 굴러먹던 놈이라, 사실상 사천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운기 변검을 하는 매담자가 있다는 소문은 예인들 사이에 벌써 돌았을 거고.

도망은 잘 갔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정신이 해이해져서 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그놈은 이제 상황 파악이 끝났다.


“공자님! 날 보호만 해 준다면 무엇이든 하겠소.고생 끝에 밥 먹고 살 수있게 되었나 했더니, 원래 바닥인 사람에게 그게 만만치 않소, 목숨을 걸어가며 돈 벌이를 할수는 없지요.”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 줄 테니, 그 이야기에 필요한 천극 가면을 만들어 둬, 필요한 재료는 내 시종인 대식에게 부탁하고....”


오일! 오일 걸려 한편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거, 환생해서 이야기 작가 짓을 하네, 내가 이번 인생은 정말 다르게 사네..”


하긴 전생의 인생 행로를 그대로 답습하며 비슷하게 살려면 환생은 왜 하나.

무림에 떨어져 칼 밥만 먹고 살 줄 알았더니...사람 사는 무림 세상에 칼이 다가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이 무림 세상을 오히려 지배한다.


내 마음이 가는대로 살아 보는 인생.

이거 전생에서 모르던 즐거움이 있다.


이야기는 완성 되었고.

그걸 읽어 본 구이라는 무릎을 치며 만족한다.


“야, 이거 이야기가 탄탄한데요! 이건 설득력이 있어요.”

“이거면 내게 악마가 들어 지었던 죄를 지울 수 있을 거 같소”


구이라는 벌써 연습에 들어갔다.

부근에서 제일 큰 서문 객잔에서 다시 판을 벌이기로했다.



은밀히, 서문객잔 별실에 당 운령을 불러들이고, 빙수월도 불러 들였다.

“후하, 살다보니 이런 날이! 무슨 일이야? 사천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당연히 알겠지.

“관 공자님! 그런데 점점 변해 가는 것 같아, 가만히 보면, 분주 마시고 나면, 묘하게 사내 냄새가 짙어져, 그냥 예쁘장한 관 은우가 아니라 말이야! 빙매도 그거 느끼지?”


“그렇네요,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거 큰 일이네 점점 헤어나지 못할 구덩이에 빠지는 느낌이야!”


“킄, 이것이 <술 먹고 환골 탈태>라는 거요! 나도 사실 놀라고 있소!”


“호호, <술먹고 환골 탈태>라니...말도 안 돼!”

“아, 아니다 말이 된다! 마객, 마객이 그랬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게 사실 일 수도 있겠다.”


‘여기 니들 부른 목적은 그게 아냐!’


나는 내 계획을 상세히 이야기 해주었다.

“맞불 작전, 맞불 작전이네 매담자를 똑 같이 이용해, 여론 조성 하자는...”

“좋은데요! 언니! 안 그래요? 빙 궁주도 아직 여기 있으니, 같이 자리해야지!”


빙 수월이 좋아서 환호한다.

“부근의 세 가주, 후기지수들 다 불러 모으자. 일반인들은 끼어들 자리도 없겠네!”


“그리 판을 키우려면, 이건 북해 빙궁이 그 사기질에 대응하느라, 만드는 자리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내가 감당할 수 없소!”


“그래요, 빙궁도 사할을 걸다시피 하고 있어요, 계파의 신물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점점 한설검이 독고 가문의 손에 넘어 가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어요, 뜬금없이 목격자가 나타나고, 독고영의 협행 일지가 매담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돌아다니고...”


당 운령이 조금 긴장한다.


지금까지의 털털한 태도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해, 은우 공자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그러면서 나를 보다가 빙 수월을 슬쩍 쳐다본다.


자꾸 그런 소리를 하니 빙 수월 대하기가 어색하고 좀 귀찮다.


“흠, 이건 말하기 조금 남세스러운데...내가 그 백면이라는 놈과 안면이 있고, 특히 그 사부라는 화마를 알고 있소, 그래서 그냥 있을 수 없지요, 말도 되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세상사를 바꾸려는 놈들을 그냥 둘 수는 없지요, 내가 성질이 좀 나빠서...”


“푸하하, 성질이 나쁘다네..은우 공자가!”


당 운령이 배를 잡고 웃는다.

“은우 공자가 그들과 안면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이 당 운령이 이해했어! 나도 경극을 좀 알지! 은우 공자에 대해서도 좀 알고...그럼 그때 인연이 있었을 수도..”


그러면서 묘한 미소를 짓는다.

무슨 생각을 떠 올렸는지 알겠다.


“거기다가 모친을 찾으려면 여기저기 인연을 맺어두어야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내가 오랜 기간 두문 불출 하다보니 강호 사정도 잘 모르고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모친이라는 말에 당 운령도 빙수월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당 운령과는 슬슬 서로 하대하는 듯 마는 듯 말투가 내려간다.


이틀 뒤.

서문 객잔으로 무인들이 몰려든다.

빼곡히 들어찬 무인들이 매담자를 기다린다.


부근에서 몰려든 기녀와 돈 많은 세가의 한량들이 놀란다.


“무슨 재미난 이야기 이길래, 이리 무인들이 몰려들어! 저기 양민들보다 더 숫자가 많네!”


관객이 꽉 들어차고..


구이라는 얼굴을 합죽선으로 가리고 등장한다.

느릿 느릿 하면서도 가벼운 그 발걸음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허공을 울리는 장중한 목소리!


<오늘은 눈물 없이 들을 수없는 마녀의 순정이야기요!>


“어, 무사들이 잔뜩 몰려들었기에 무인들 이야기 인줄 알았는데 마녀의 순정이라니..이거 어째 번지수가...”


부채를 멋 있게 착, 소리 나게 접으며 아래로 내린다.


거기에 어여쁘면서도 굳세게 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나타난다.


“오우, 저건 변 검술! 매담자가 변 검술을 쓰면서 이야기를 꾸려가다니...이런 매담자는 처음이야!”


벌써 이 장면에서 이 한편의 이야기가 흥행 대박 할 거라는 촉이 온다.



매담자의 이야기만 생각하다 느닷없이 변검을 마주한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변검,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제일 환호하는 천극.


이 기술은 할 수 있는 예인들이 많지 않아서, 볼 기회가 거의 없고, 그 관람료도 무지 비싸다.


그런데 입장료도 받지 않는 매담자의 이야기 판에 변검술이 공연 되다니..

관객들이 환호하지 않을 수없다.


초장부터 기대감을 한껏 올리고 난 뒤 매담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인의 한 서린 목소리!


<아아, 슬프다! 남장 여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삼십년! 사람들은 나를 꽃 같이 어여쁜 남자라며 ‘화남’이라 불렀지!>


여기서 짜고 치는 추임새가 들어간다.

“저런! 화남이라면 화마 이야기 아닌가?”


“그렇네요, 이건 화마의 이야기 같은데..화마가 남장 여인 일거라는 소문이 있기는 했지요!”


“이거 며칠 전에 이런 이야기를 판 매담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난번 협객 한고 영 이야기에도 등장했었잖아...요즈음 매담자의 이야기들이 말이야, 실화를 바탕으로 하니, 정말 흥미 진진해!


“그때는 화마가 백면과 함께 색마로 나오지 않았나?”


“거참, 조용히 들어봅시다. 줄거리에 초 치지 말고...”

“김 빠지게 하지 마세요!”

“주둥이 닥쳐요!”

기녀로 보이는 여자가 제일 분노한다.

몰입감 깨뜨리는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어쩌자고 제자에게 여자의 몸인 내 본색을 들키고 말았다는 말인가!>

<저 어린 아이에게 연심을 품다니...이 미친년! 너는 그 긴 세월 동안 네 마음에 무엇을 쌓아 올린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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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전대 암왕 24.04.19 986 19 12쪽
64 천마림 24.04.18 1,002 19 12쪽
63 해후 24.04.15 1,100 20 12쪽
62 독갈낭 +1 24.04.14 1,035 20 11쪽
61 12마신 사초영 +1 24.04.13 1,068 22 12쪽
60 천마신교 24.04.12 1,135 22 11쪽
59 천마신교 24.04.11 1,156 22 11쪽
58 팔 마신 24.04.10 1,168 21 11쪽
57 정체불명 24.04.09 1,198 22 12쪽
56 검총의 실체 +1 24.04.07 1,236 21 12쪽
55 검총의 무사들 +1 24.04.06 1,206 22 12쪽
54 무검산 +2 24.04.04 1,325 28 12쪽
53 커지는 의문 +2 24.04.03 1,376 26 12쪽
52 천마 주검의 진실 +2 24.04.02 1,497 30 12쪽
51 태성산으로 +2 24.03.31 1,463 31 13쪽
50 개 망나니 의 사연 +3 24.03.30 1,480 33 12쪽
49 금강문의 개망나니 +3 24.03.28 1,609 33 12쪽
48 또 다른 소동 +2 24.03.27 1,516 33 11쪽
47 잘못 건드렸어 +2 24.03.26 1,508 33 12쪽
46 월녀 검법 +2 24.03.25 1,500 30 11쪽
45 검총 +3 24.03.24 1,529 33 11쪽
44 조 비연 +2 24.03.23 1,541 32 12쪽
43 강호만리 +2 24.03.22 1,594 34 12쪽
42 독녀의 맛 +5 24.03.20 1,687 34 11쪽
41 삼문련 +2 24.03.19 1,668 33 12쪽
40 남궁 비연 +2 24.03.17 1,697 33 12쪽
39 무진의선 +3 24.03.16 1,687 33 11쪽
38 다 뒤집었다 +2 24.03.14 1,626 32 11쪽
37 매담자의 뒤집기2 +2 24.03.13 1,513 31 11쪽
» 매담자의 뒤집기 +1 24.03.12 1,540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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