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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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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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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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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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코인 재벌부터 되어볼까

DUMMY

7.


말했듯 회귀란 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평한 신의 은혜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저주일지도 모르지.’


차도윤은 바닥에 널브러진 광신도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쓰게 웃었다.

기왕 회귀시켜 줄 거라면 특정 몇 명만 회귀시켜줬으면 더 좋았을 것을!


‘겨우 박멸시켜놨더니 죄다 방생된 꼴이니 원.’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심장을 파헤치고 있을 광신도를 상기하면 미간이 구겨진다.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버그의 종류는 다양했고, 서울에서 유독 활개를 친 게 광신도일 따름이다.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보면 가증스러운 악마의 하수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서울의 광신도만 수천 명이야. 고작 한 부류의 벌레만 그 정도란 말이지.’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운 놈들이 되살아나 개수작 버리고 있을 걸 생각하면······.

없던 고혈압이 생길 지경이다.


“저······.”


상념을 잇던 차도윤은 그에게 다가온 두 사람을 맞이할 수 있었다.

몸이 곰만 한 사내와 호리호리하지만 강단이 있어 보이는 한 남자였다.

익히 아는 얼굴이다.


‘모를 수가 없지.’


눈앞의 두 사람은 40층 무렵에서 부득이하게 죽어버렸던 헌터들이었다.

또한 한국의 유명 길드에서도 이름을 날리던 두 사람이니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


“정말 대단했어. 너 대체 뭐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덩치는 양인호라 불리는 수인 계열의 헌터였다.

40층에서 동료를 지키고자 폭발하는 시체를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지.


“군더더기 없는 전투였어요. 두 눈으로 보고도 아직 믿기지 않아요.”


헛헛하게 웃으며 말하는 호리호리한 남자는 파이오니어 길드 최후의 생존자.

마법 계열 헌터로 알려진 그가 죽게 된 이유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소문으로는 그가 속했던 그룹이 버그들의 습격에 몰살당했다던데.


‘과연······.’


버젓이 되살아난 두 사람을 돌아보면서 차도윤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신이 그들에게 준 두 번째 기회는 ‘은혜’이자, 두말 할 것도 없는 ‘저주’였다.

살아나야 할 사람, 죽어도 싼 사람, 그 모든 이들이 가릴 것 없이 회귀했다.

세상은 더없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세계에서 헌터들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는 오직 하나다.


‘살아남는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작금의 헌터들이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앞에서 여러 찬사를 늘어놓던 두 헌터를 일별하며 차도윤은 각오를 되새겼다.


*


사태의 원흉인 광신도 놈이 처리되자 신촌역의 헌터들은 빠르게 재정비를 마쳤다.


“정신 안 차릴래? 고작 이런 걸로 빌빌대면 앞으로 어찌 살아남으려고 그래?”

“셋까지 셀 때까지 안 일어나면 뭐 빠지게 조질 거다. 알아들어라.”

“나 때는 이런 건 근성으로 버텼어! 요즘 애들은 대체······!”


아무렴 마비 구슬에 당했다고는 해도 그 모두가 적중당한 게 아니었다.

모르긴 몰라도 각 길드의 구성원 중 한 명씩은 상층 회귀자가 있기 마련이었다.

경험 많은 헌터들은 용케 인근을 수색해 마비 구슬을 해독할 재료도 모아왔다.


“빠졌군, 빠졌어. 이래서 험난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려고······ 쯧.”


한탄을 잇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차도윤은 신촌역의 출구로 향했다.

그곳엔 마저 정비를 마친 사람들이 출발하기에 앞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아니, 정보 공유를 빙자한 으름장이다.


“아마존은 서울역으로 간다. 거점을 그쪽에 두고 있으니 이 근방은 꿈도 꾸지 말도록.”

“파이오니어는 남산 타워로 갑니다. 입장은 우리도 같아요. 제 밥그릇을 노린다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자리싸움을 하다 광신도한테 뒤통수를 맞아 죽을 뻔했는데도 여전히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었다.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다.

히든 피스를 하나라도 많이 가지는 쪽이 생존 확률은 늘어나는 법이니까.

오히려 그가 겪어온 세계는 히든 피스 하나를 두고 칼부림이 나는 게 비일비재했다.

‘버그’라는 인류 공통적인 악적이 있을 뿐.

따지고 보면 다들 아군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흠······ 당신은.”


그리고 차도윤이 다가가자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줄어들었다.

마비 구슬에 당했든 안 당했든 그들 모두 눈이 달렸기에 차도윤의 전투를 보았다.

다들 그를 경계하는 한편,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눈빛을 띄고 있었다.


“정말 혼자 갈 생각인가?”


양인호가 말했다.


“서울엔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어. 무리를 이루지 않는다면 잡아먹히는 건 당연한 상식이지. 원한다면 우리 길드에서도 두 팔 벌려······.”


그리고 이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머리를 벅벅 긁고 말했다.


“······아니다. 여왕개미도 혼자 족치는 양반에게 내가 뭔 말을 하는 거람.”


그는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말했다.


“그래서 정말 이대로 이름도 안 알려주고 떠날 셈인가?”

“······.”

“다른 의도는 없어. 그저 도와준 은혜를 갚으려면 당신에 대해 뭐라도 아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양인호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은 오직 차도윤을 향했다.

모자부터 마스크까지 끼고 있던 터라 정체는 들통 날 일이 없다.

사실 들통 난다고 해도 당장 상황이 곤란해지진 않겠지.


‘내가 검성으로 이름을 알린 건 40층 이후니까.’


반면 눈앞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40층을 넘기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이다.

고였지만 덜 고인 이들······.

하지만 차도윤은 당장 그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독심술사가 있을 거야.’


[악바리 정신]처럼 상태 이상에 저항하는 스킬을 가진 게 아닌 이상.

누군가가 저들의 생각을 읽어내려 한다면 대책 없이 읽어 들일 게 분명했다.

귀찮아질 것이다.


“다시 탑을 오르게 되면 또 만나게 되겠죠. 그때까지 살아있으면 이름 정도야.”

“······거 진짜 비싸게 구네.”

“그러니까 더 분발해요. 또 40층에서 머저리 같이 죽지 말란 말입니다.”

“으으음? 너 방금······?”


차도윤은 구태여 더 말을 잇지도 않고 휘적휘적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가 신촌역을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다른 헌터들도 각자 목적지로 움직였다.

신촌역은 이렇듯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갑작스럽게 공략되고 말았지만······.

아직 서울엔 공략할 던전이 널렸다. 히든 피스를 구하고자 한다면 방법은 다양했다.

한곳을 공략했으면 이젠 새로운 던전을 찾아 움직이는 게 헌터의 숙명이다.


“어디 보자.”


나지막이 중얼거린 차도윤의 시선은 문득 신촌의 북쪽 방향을 향했다.

머릿속으로 정보가 떠올랐다.


‘신촌 셀브란스 병원.’


위로 올라가다보면 보이는 커다란 대학병원엔 다소 특별한 상점이 마련되어 있다.

숱한 사냥으로 수집한 코인을 재화로 사용할 수 있는 이 세계의 아주 특별한 장소.


‘복용하기만 해도 힘 스텟이나 민첩 스텟이 올라가는 영약을 팔고 있겠지.’


영약은 오늘날에 이르러 없어서 못 구하는 물건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셀브란스 병원의 코인 상점의 영약은 가격도 싼 편이라 가성비로 제격이었다.

거기다 별도로 판매하는 회복 물약은 헌터에게 있어 목숨 줄이나 다름없다.


‘팔이 잘린 상처까진 치료하진 못하겠지만······ 솔직히 회복 물약은 있으면 좋아.’


배에 구멍이 나거나, 다소 심각한 열증을 앓거나, 이름 모를 질병에 걸렸을 때.

하급 수준의 물약이라 해도 마시는 것만으로 병증을 상당히 호전시킨다.

아니, 그게 얼마나 대단했느냐면.


‘암 환자를 비롯해 백혈병, 당뇨, 에이즈조차도 회복시켰다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물약의 농도와 그 필요양이 달라지겠지만 효력은 분명했다.

실제로 인류의 결사대원 중 한 명은 말기 암 환자였지만 회복 물약을 복용해 오랫동안 생존했다.

그의 죽음도 병증에 허물어진 게 아니다. 부득이하게 전투 중에 사망한 쪽이다.


‘자양강장제는 또 어떻고.’


물약만 잘 챙겨 마시면 이론적으론 잠을 자지 않아도 지치지 않는다.

정신적인 피로야 뭔 짓을 해도 별 수 없겠지만 육체적인 피로는 단번에 지워진다.

나중엔 몇 날 며칠이고 싸워야 할 땐 물약을 물처럼 마셨다. 정신력이 버티는 한 일주일을 넘도록 안 잔 적도 흔했다.


‘일일 판매량도 정해져 있으니 가능한 한 빨리 찾아가보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차도윤의 시선은 다른 쪽으로 향했다.


‘대장간도 들러야 해.’


이대역 근처에 있는 한 철물점은 아이템을 강화할 수 있는 대장간이 있다.

마침 평범한 장검을 얻었으니 여태 모아둔 재료를 넣어 무기를 강화해도 좋다.

여기에 ‘발화’ 스킬만 붙어준다면 어지간한 몬스터는 쉽게 태워 죽인다.

그것만 생각해보면 병원이 아닌, 대장간을 목표로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다.


‘스텟이야 훈련으로 쌓을 수 있고 회복 물약이야 안 다치면 그만이니까.’


악바리 정신마저 갖췄으니 웬만한 상태 이상에도 저항한다.

대학 병원에서 얻을 물건은 가성비로는 제격이다만.

대장간보다는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대장간도 아니야.’


코인 상점 무구라 해도 강화해봤자 오래 쓰지도 않는다.

앞으로 그가 사냥할 보스 몬스터들이 더 좋은 무구를 떨어트린다.

구태여 한두 번 쓰다 버릴 무기를 강화하겠다고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차도윤은 미간을 좁혔다.


“역시······ 가장 먼저 확인해볼 건 그거밖에 없겠지.”


어깨를 으쓱이며 신촌 거리를 가로질러 한 건물 앞에 설 수 있었다.

4층 높이의 커다란 오락실!

사실 신촌역을 벗어난 차도윤의 발걸음은 처음부터 이쪽으로만 향해 있었다.


[‘신촌 오락실’에 진입합니다.]

[코인을 소모하여 원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곳은 운만 따라준다면 유니크 아이템도 얻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보물단지.


‘문제는 단 하나······ 죄다 랜덤 박스라 운이 나쁘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거지.’


확률은 극악이었다. 대부분의 랜덤 박스는 본전도 못 찾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특히 좋은 아이템을 쥐어주는 박스의 경우는, 한 번 돌리는 가격만 무려 1,000코인이다.

병정개미만 10마리를 사냥해야 했고, 레드 독을 단신으로 잡아야 겨우 한 번 돌린다.


‘그래놓고 10코인짜리 아이템도 떨어트리는 곳이야.’


벌써 몇몇 헌터들은 쪽박을 찼는지 세상 무너져가는 표정으로 오락실을 배회했다.

그러게 왜 시작부터 이런 도박성이 짙은 곳에 와서 저러고들 있는 건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가.”


차도윤은 피식 웃으며 오락실 곳곳에 늘어진 기계들을 쭉 둘러보았다.


[‘랜덤 박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면 위로는 Insert coin이란 글자만 둥둥 떠있었다.

사용법도 지극히 단순했다.

100코인, 혹은 1,000코인을 넣어 그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모종의 아이템이 주어진다.

그것은 쪽박이 될지, 대박이 될지, 본전조차 찾을 수 없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말 그대로 랜덤 박스!


‘근데 말이야······.’


그런 랜덤 박스를 지나친 차도윤이 도착한 곳은 웬 야구 배팅장이었다.


‘이런 확률 게임에도 필승법이 있다면?’


물론 특정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받는다거나, 기계를 조작하는 방식은 불가능했다.

타짜 출신의 헌터가 기계 조작을 시도했다가 된통 죽을 쓴 일화도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불온한 행적이 발각되면, 해당 헌터는 감당하기 힘든 불이익을 받는다.


‘그러니 내가 할 건··· 합법적 치트키.’


야구 배팅장 안에는 방망이 대신 검이 한 자루 놓여 있었다.

그 옆으로는 활, 창, 방패 따위가 늘어져 있었다.


[‘코인 존’에 진입합니다.]


그 중에서 당당히 검을 움켜 쥔 차도윤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읽었다.


[코인을 사용하여, ‘퍼펙트 패링 시험’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퍼펙트 패링을 성공한 횟수에 따라 코인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일단 코인 재벌부터 되어볼까.’


작가의말

내일은 15시 15분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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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외상값은 이걸로 치르겠다던데요? 22.12.30 2,898 68 12쪽
20 로또 맞은 건가 +2 22.12.29 3,015 74 13쪽
19 이걸 왜 놓치고 있던 건지 +1 22.12.28 3,060 70 12쪽
18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3 22.12.27 3,154 64 13쪽
17 1분이면 됩니다 +1 22.12.26 3,192 72 13쪽
16 어차피 못 도망칩니다 +7 22.12.25 3,380 75 13쪽
15 원래 잔챙이는 그냥 무시하는 주의인데 +1 22.12.24 3,598 77 12쪽
14 너희들에게 악 감정은 없어 +1 22.12.24 3,742 79 12쪽
13 난이도가 아주 X같아졌거든 +2 22.12.23 3,890 87 12쪽
12 하여간 성질 급한 2회 차로군 +3 22.12.22 4,332 87 13쪽
11 이러니 내가 담배를 못 끊지 +2 22.12.21 4,403 95 12쪽
10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3 22.12.20 4,685 87 13쪽
9 난 욕심이 많은 편인데 +2 22.12.19 4,777 98 13쪽
8 어떤 미친 새끼야! +4 22.12.18 4,873 98 13쪽
» 일단 코인 재벌부터 되어볼까 +2 22.12.17 5,047 104 12쪽
6 애초에 급이 다른데 +4 22.12.16 5,101 96 13쪽
5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6 22.12.15 5,283 97 13쪽
4 침몰하는 배에 승선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2 22.12.14 5,607 105 13쪽
3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4 22.12.13 6,345 109 12쪽
2 모두 예상했던 일이다 +5 22.12.13 7,926 115 13쪽
1 두 번의 기회 +5 22.12.13 9,785 1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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