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SS급 아카데미 미친 교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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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3.01.07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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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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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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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악마 (1)

DUMMY

어두운 밤이다. 쌀쌀한 바람이 레녹을 반겼다.

 

북방에 설산 위를 오르던 때만큼 추운 날씨가 아니기에 레녹은 얇은 반팔을 입고서 밖으로 나섰다.

 

레녹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연무장이다.

 

레녹은 연무장 한 가운데서 검을 들었다.

 

졌다.

 

그 생각이 레녹의 머릿속을 지배한다.

 

레녹은 설산에서 친하게 지내던 전사의 말을 떠올렸다.

 

‘도련님. 아카데미에 가시면 강한 놈들이 많을 겁니다. 도련님도 분명 강한 전사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넓으니 어쩌다가 도련님보다 더 강한 또래를 만나서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너무 낙담하지 마십시오.‘


’패배는 승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패배를 기억하고 승리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십시오. 패배는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패배 앞에 안주하는 게 부끄러운 행동이지 최선을 다했는대도 패배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패배하셨다면 다음번에는 승리하기 위한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

 

전사의 말대로 세상은 넓었다. 카일이 그에 비견될 만한 천재인 것도 맞았다.

 

그러나 자신이 질만큼 강했나? 레녹은 스스로 물어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카일은 분명 강했지만 폭주를 사용한 레녹 본인보다 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졌다.

 

적팀도 분명 계획을 짜기는 했다. 아레아를 주축으로 적팀이 모여 어떻게 싸울 것이고 깃발을 지킬 것인지 분명 계획을 짰지만.

 

백팀의 게략에 의해 모두 무용지물이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원통함과 분통함이 올라온다.

 

레녹은 주변에 널브러진 무기를 휘둘렀다.

 

환하게 달이 뜬 밤을 가르듯이 다양한 무기들이 저 높은 하늘을 향했다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한다.

 

창, 도끼, 단검, 칼, 채찍...

 

레녹은 손에 잡히는 대로 다뤘다. 무수히도 많은 무기들이 레녹의 손을 스쳐지나간다.

 

한참을 집중해서 단련하고 있자니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뭐해?”


발랄한 목소리. 레녹은 그 목소리에 주인을 알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대꾸한다.

 

“단련.”

 

아레아는 레녹의 옆으로 다가갔다.

 

“굳이 이런 시간에?”

 

“졌잖아. 그래서 잠이 안와서.”

 

“잠 안 자면 수업시간에 졸게 된다?”

 

“너나 많이 자둬, 아레아.”

 

아레아와 레녹은 소꿉친구다. 그래서인지 둘끼리 있을 때는 서로를 스스럼없이 대한다.

 

아레아는 레녹을 흘긋 쳐다봤다. 흘러내린 땀으로 흠뻑 적셔진 레녹의 상체가 보인다.

 

대충 눈대중 하는 것만으로도 탄탄한 근육들이 레녹이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꿈틀거린다. 레녹은 북방의 전사들에 비하면 호리호리한 몸체를 지녔지만 근육의 밀도만큼은 그들과 비슷했다.

 

아레아는 잠시 동안 레녹이 단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레녹은 아레아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단련을 계속했다.

 

레녹과 아레아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아레아가 레녹의 단련을 구경하고 레녹은 묵묵하게 단련하는 일은.

 

한참 동안 연무장 안에는 레녹이 무기를 휘두르는 소리만으로 가득 찬다. 레녹은 지쳐서 더 이상 무기를 들지 못 할 때까지 레녹의 단련은 멈추지 않았다.

 

텅그렁.

 

마지막으로 손에 들려있던 무기가 바닥에 떨어진다.

 

아레아는 레녹에게 말을 걸었다.

 

“흐음... 레녹. 그거 알아?”

 

레녹이 고개를 돌려 아레아를 바라본다. 레녹은 짤막하게 말했다.

 

“뭐가?”

 

“우리 중간고사 얼마 안 남았다?”

 

아레아의 눈동자가 초승달처럼 곱게 접힌다.

 

“...그리고 중간고사가 끝나면.”

 

이어질 말을 레녹은 짐작했다.

 

“가문으로 돌아가 봐야겠지.”

 

중간고사가 끝나면 바로 방학이다. 방학 기간 동안 레녹이나 아레아는 서로 본가로 돌아가야 한다.

 

아레아는 정답을 말한 레녹에게 박수를 한 번 짝! 쳤다.

 

“맞아. 그리고 가문에서 편지가 왔어.”

 

아레아가 품속에서 편지지 하나를 꺼낸다. 사실 이거를 전해주려고 아레아는 이 늦은 시간에 레녹을 찾았다.

 

“고맙다.”

 

새하얀 편지지를 받았다. 편지지의 가운데 부분에는 가문의 문장으로 밀랍 되어 있었다.

 

레녹은 가볍게 편지지를 뜯었다.

 

곧이어 편지의 내용이 레녹의 눈에 들어온다.

 

* * *

 

반 대항전 다음날은 휴일이었다.

 

꿀 같은 휴일이 찾아오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오늘은 뭐 할 거예요?]

 

-딱히 아무것도?

 

휴일이 왜 휴일인가?

 

쉬어야 휴일이다. 그러니 오늘 나는 숨쉬기 운동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움직이세요.]

 

-싫어.

 

[하다못해 세샤라도 좀 챙기세요.]

 

-세샤는 알아서 클 거야. 굳이 내가 안 챙겨줘도 돼.

 

[무책임한 발언하지 마시고요.]

 

-무책임이라니. 별빛님 우리는 이런 명백한 진실을 ‘팩트’라고 말하기로 했어요.]

 

[헛소리 하지 마시죠.]

 

별빛님의 구박이 이어진다.

 

-거참.

 

나는 결국 지상 낙원과도 같았던 침대에서 일어났다.

 

“알았다. 알았어. 세샤 챙기면 되지?”

 

[네.]

 

내가 챙겨야 하는 마왕 세샤는 지금 내 옆에서 꿈나라 여행 중이다.

 

나는 세샤를 깨웠다.

 

“세샤야, 세샤야 일어나봐.”

 

“...으음?”

 

세샤가 비척 인다. 나는 조금 더 강하게 흔들었다.

 

세샤가 비몽사몽한 반쯤 잠겨있는 목소리로 투정을 부린다.

 

“아빠, 5 분만...”

 

그러면서 이불을 아예 머리끝까지 덮어 썼다.

 

혼자서 이불의 온기를 독차지하려는 그 마음이 너무 괘씸해서 나는 특별히 세샤에게 이불을 뺏앗았다.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세샤를 반긴다.


세샤는 갑작스러운 추위를 느끼면서 다시금 이불의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발가락으로 남은 이불들을 찾으러 다닌다.


그러나 헛수고다. 이미 이불은 카인에게 빼앗긴지 오래다.


세새가 뺨을 볼록 부풀렸다.


"...아빠."


느릿하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미워."


세샤에게는 안타깝지만 미워해도 카인이 이불을 돌려줄 일은 없었다.


세샤는 결국 기상했다.


몰려오는 나태한 햇살을 보며 세샤가 인상을 찡그린다.


"아침 싫어."


나도 싫단다. 세샤야.


"밥 먹으러 가게 나갈 준비하자."


"알았어."


옷장을 열어본다. 안에 수북히 쌓여있는 옷들이 보였다.


알록달록하게 툭툭 튀는 옷들과 무채색의 옷들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다.


음... 거의 다 세샤 옷이네.


세샤의 옷이 옷장의 80%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20% 중 10%는 속옷과 양말이다.


심지어 잠옷을 제외한다면 옷장 내의 실질적인 내 외출복은 몇 벌 없었다.


이번 기회에 한 벌 새로 장만해야 하나.


마침 주말이기도 하니 옷 사러가기 좋은 날이다.


외식할 겸 옷도 사와야겠다.


* * *


아카데미 근처에 있는 한 식당.


레녹과 아레아가 서로를 마주보며 앉았다.


"......"


"......"


주문을 받은 직원이 음식을 가지고 올 때까지 둘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아레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저녁에 가문에서 온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레녹은 눈에 띄게 기운이 빠져있었다.


이어진 침묵 속에 결국 참다 못한 아레아가 입을 연다.


“레녹.”


“···왜.”


한참이나 늦게 나온 대답. 평소답지 않기에, 아레아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북부인들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은 북부의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설산에 쌓여있는 설원처럼 냉혹하고 카리스마 있는 묵묵하고 호탕하며 인심이 좋다고 생각한다.


틀린말은 아니다. 그러나 여느 이야기나 소문이 그렇듯이 북부인들의 대한 소문도 조금은 와전되어 있었다.


북부의 추위는 사람을 얼어죽게 만드는 추위다.


북부의 몬스터는 강대한 육체를 지닌 북방의 전사들조차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괴물들이다.


그렇기에 북부는 한때 이리 불리기도 하였다.


‘저주 받은 얼어붙은 땅’이라고.


북부에 끝없이 내리는 눈은 모든 작물들을 얼어죽게 만들기에 식량을 자급자족 할 수 없는 매우 척박한 환경을 지녔으며, 시도때도 없이 인간을 습격하는 굶주린 몬스터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투쟁이 만연하다.


거칠고 척박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서 자라날 수 밖에 없는 북부. 그렇기에 그곳에서 살아가는 북부인들은 같은 북부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자비롭고 호탕하지만 생존에 방해가 되는 적들에게는 냉혹하고 카리스마 넘치며 무뚝뚝하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외부인을 대하는 북부인들은···


ㅡ성격이 매우 더럽··· 아레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딱히 그리 더럽지는 않다, 일단 기본적으로 호탕하며 외부인을 함부로 배척하지는 않으니깐.


하지만 북부는 조금 상식적인 부분에서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레녹과의 첫만남을 떠올린 아레아는 순간 기분이 팍! 나빠졌다.


레녹과 아레아의 첫만남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아레아는 래녹을 내려다본다. 첫만남 때의 레녹과 지금의 래녹을 비교해보자면···


“진짜 사람 됐네.”


처음 봤을 때는 무슨 짐승인가? 싶던 놈이 이제는 제법 사람같다.


아레아의 미묘 복잡한 눈빛을 느낀 것인지 레녹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뭐냐?”


“뭐가?”


“왜 나를 그렇게 북방의 전사들이 키운 제자들이 처음으로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나 짓는 뿌듯하다는 표정을 짓는 건지 물은 거다.”


아레아는 속으로 뜨끔했다.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얼핏 비슷했다.


하여튼 다른 눈치는 1도 없지만 이럴 때의 눈치는 참 빠르다.


아레아는 솔직담백하게 말했다.


“사람 된 거 같아서.”


“사람?“


”레녹, 너도 알지?“


”뭐를?“


“처음 나랑 만났을 때, 너 완전 짐승이나 다름 없었어.”


레녹이 불쾌하다는 듯이 눈매를 좁힌다.


하지만 레녹은 아레아의 말에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아버지 따라서 너희 영지 갔더니 그때 네가 직접 사냥한 늑대 머리를 나한테 선물했잖아.”


레녹이 제 이마를 짚는다. 아레아가 말하는 내용은 레녹에게 있어서 흑역사 중에 흑역사였다.


북방의 전사들과 어리느시절부터 같이 자라온 레녹에게 있어서 어린 시절에 직접 사냥한 사냥감애 머리를 주는 건 친의의 표시였다.


실제로 북부의 전통 중에는 첫 몬스터를 사냥한 전사가 스승에게 공경에 의미로 사냥한 몬스터의 머리를 잘라서 주는 전통이 있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봐라.


아레아가 레녹과 처음으로 만났을 당시의 나이는 7살이었다. 즉 레녹은 7살에 늑대를 사냥해서 7세 소녀에게 늑대 머리를 준 것이다.


원래라면 전사들이 레녹의 그런 행동을 막았겠지만 레녹이 깜짝 선물한다고 몰래 준비해서 아레아는 레녹과의 첫만남에서 거대한 늑대 머리를 눈앞에서 봐야했다.


그때 느낀 섬찟함이란 정말···


과거의 레녹과 지금의 레녹을 비교하며, 키득키득 아레아는 웃음을 흘렸다.


“그때는 내가 미안하다···”


레녹은 뻘쭘하게 몇 번이나 입에 담았는지 모를 사과를 전했다.


아레아는 빙그레 웃었다. 아레아가 레녹에게 묻는다.


"그래서 편지의 내용이 도대체 뭐길레, 그리 죽상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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