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25 ] New End 새로운 끝 – 05
S01_Chapter 03. [ Termination of Transcription ] 전사의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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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25 ] New End 새로운 끝 – 05
꿈을 꾸었다.
고즈넉한 밤.
작은 숲이 있었다.
그 옆으로 제법 넓은 시내가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숲에서 사슴 한 마리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서 냇가로 다가왔다.
물가에 이르러 건너편을 지긋이 바라보던 사슴은
석상이나 동상처럼 자리에서 눈도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사슴의 눈을 보면서 잠에서 깨버렸다.
태양이 하늘에 떠있는 꿈을 또 꾸었다.
눈이 부셨어도 태양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무 눈이 부셔서 더 이상 바라보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갑자기 시커멓고 두꺼운 십자가가 나타나면서 태양이 네 등분되었다.
너무 놀라서 잠에서 깨버렸다.
숲속에서 걸어 나온 사슴은 시내 반대편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높이 뛰어 올라 그 시내로 뛰어들었다.
천천히 흐르던 시내는 그냥 보아도 수심이 결코 얕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 잠에서 깨버렸다.
태양을 사등분 해버린 검은 십자가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태양이 그 십자가에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태양이 고작 십자가의 후광으로만 작용하는 것 같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십자가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다가오는 속도를 느낄 수 있게 되자,
얼마나 빨리 다가오는지 알게 되었다.
너무 놀라서 잠에서 깨버렸다.
시내로 뛰어든 사슴은 큰 물보라를 만들었다.
물보라로 시야가 가려졌으나, 곧 회복되었다.
걱정스런 마음에 시내를 들여다보았는데,
사슴은 보이지 않았다.
시내는 원래 흐르던 대로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너무 슬퍼서 잠에서 깨버렸다.
점점 다가오는 십자가를 똑바로 응시했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기로 다짐했다.
점점 커지던 그 십자가가 태양을 전부 가리자,
그 모습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새였다.
엄청나게 크고 검은 새.
날개를 펼쳐 허공을 날아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까마귀 같이 보였다.
엄청나게 큰 까마귀.
눈을 부릅뜨고 그 까만 눈을 마주했다.
무서웠지만, 피하지 않았다.
순간 그 큰 까마귀는 나를 관통하듯 지나갔다.
너무 놀라서 잠에서 깨버렸다.
변함없이 흐르는 시내를 보면서,
그 변함없음에 너무 슬펐다.
분명히 우아하고 예쁜 사슴 한 마리가
그 깊은 물속으로 뛰어들어서 사라졌다.
그런데 그 사슴은 온데 간데 보이지 않고,
그 시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슬픔에 잘못 본 줄 알았다.
물결을 거스르는,
아니 마치 물속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바위라도 있는 줄 알았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 시내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호기심이 크게 일어났지만,
곧 잠에서 깨버렸다.
눈앞에는 태양도, 큰 까마귀도 없었다.
원래 밤이었던 것처럼 세상은 어두웠다.
분명히 세상 전부를 비추는 눈부신 태양도 보았고,
그 태양을 가르며 날아오던 큰 까마귀도 보았다.
잘못 보았을 리 없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뒤를 돌아 저 멀리 보이던 숲 쪽을 보았을 때,
큰 까마귀가 그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역시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큰 까마귀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안도감을 느끼며 잠에서 깨버렸다.
시내 중간에서 물보라가 일었다.
그 물보라로 산자사방으로 비산하는 물방울들만 보였고,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였다.
역시 그 시내에는 무언가 있었다.
그리고 곧 알아챌 수 있었다.
그냥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시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투명했기 때문이었다.
그 투명한 무언가가 도도히 흐르는 시내 바닥에
다리를 고정하고 서 있어서,
물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였다.
문득 그 투명한 무언가가
아까 물로 뛰어든 사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슴은 사라지거나, 잘못되지 않은 것이었다.
안도감을 느끼며 잠에서 깨버렸다.
큰 까마귀가 들어간 숲에서 사슴이 걸어 나왔다.
우아한 걸음걸이나 예쁜 모습이 어쩐지 본 적이 있어 보였다.
숲 옆으로 흐르는 시내까지 걸어온 사슴은
갑자기 높이 뛰어올라 시내로 뛰어들었다.
물보라가 치고, 시내로 뛰어든 사슴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물보라가 쳤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사슴이 그 시내 가운데 있었다.
투명해서 보이지 않았을 뿐.
그 모든 모습을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잠에서 깨버렸다.
하늘에 태양을 가르며, 큰 까마귀가 날아갔다.
저 멀리 숲으로 날아간 까마귀는 그 숲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숲에서는 사슴이 걸어 나왔다.
사슴은 걸어서 숲 옆 시내로 가더니,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사슴은 투명해서 보이지 않았으나, 시내 중간에 있었다.
투명해서 보이지 않던 사슴의 움직임이 보였다.
시내를 가로질러 다가오고 있었다.
사슴인줄 알았던 투명한 무언가는
사슴처럼 네 발로 걷고 있지 않았고,
그저 두 개의 발자국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멈춰 섰다.
세차게 뛰고 있던 내 심장 소리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곧 투명한 그 무언가를 볼 수 있게 되자,
너무 놀라서 잠에서 깨버렸다.
그 무언가는........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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