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상) 토벌(마무리)-흑석
1
납작하게 압축된 카멜레온 암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운명을 다하였다.
카멜레온 암귀에게서 나름 고급정보를 얻은 시우는 매우 흡족해하였다.
“오길 잘했군.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시우는 자신의 검은색 원력을 보았다.
“이 원력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암귀를 찾는 게 우선이겠군.”
구린내 나는 보라색 피냄새에 알파는 코를 부여잡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윽! 냄새 한 번 더럽게 고약하네.
제가 아직 이쪽 세계를 잘 몰라서 그런데 이 녀석이 암귀인거죠?”
알파가 납작해진 암귀를 발로 쿡쿡 밟으며 물었다.
“들어보니 마왕님의 그 에너지를 사용하려면 이런 암귀가 필요하신 거 같던데, 그럼 차라리 이놈을 살려둬서 이용하시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그런 깐죽대는 놈을 내 몸 안에 들이고 싶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린 그 녀석을 퇴치하라는 명령을 받았잖아. 명령대로 일단 처분하는 게 옳겠지.”
“하긴, 그렇네요. 그러면 이 시체는 들고 가야겠죠?”
알파가 암귀의 시체를 카펫을 말 듯 돌돌 말아 어깨에 짊어졌다.
“다 챙겼습니다.”
탕! 탕! 탕! 탕!
계단아래에서 네발의 총성이 울렸다.
알파와 시우는 총성이 울렸음에도 느긋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2층에선 총을 겨눈 일반인 두 명과 몸에 총알구멍이 난 노란색 점토같은 암귀의 시체가 있었다.
“헉, 헉.”
“하아···하아···.”
총을 쏜 두 명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상황을 살폈다.
“우, 우리가 암귀를 잡은 거여···?”
“그, 그런 거 같은데요?”
2
지연은 입구 바닥에 잠든 준석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상부에 연락을 취했다.
“지연입니다~~아무래도 헌터들이 토벌에 실패한 거 같아요. 어떻게 할까요?”
전화기 너머로 상사가 지시를 내렸다.
“넵, 알겠습니다.”
지연은 통화를 끊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 후 휘파람을 불며 반대쪽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냈다.
“어이, 감독관.”
“응?”
깡패들이 지연에게 다가왔다.
“헌터 꼴을 보니 토벌에 실패한 모양인데, 안에 들어가서 시체 좀 회수해도 될까?”
“네? 아직 안에 있는 전원이 죽었는지는 모르지 않나요?”
“헌터가 이 지경이 됐는데 일반인이 무사할 리가 없지. 그보다 암귀가 시체를 더 훼손하기 전에 얼른 들어가자고.”
“뭐, 상관없는데 암귀가 있어서 엄~~청 위험하다고요?”
“위험하니깐 감독관이 들어갈 때 따라 들어가려고 지금 온 거지.”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안에 들어갔던 헌터를 제외한 전원이 밖으로 나왔다.
“가, 감독관! 우리가 암귀를 잡았어!!”
“엥? 정말요?”
“그렇다니깐! 얼른 따라 와봐. 증거를 보여줄테니까.”
일반인 남성 두 명은 지연의 손목을 잡아끌며 재촉하였다.
둘의 재촉에 지연은 하는 수 없이 따라갔다.
어깨에 카멜레온 암귀 시체를 짊어진 알파는 뻘쭘하게 서있었다.
“뭐야? 기껏 들고 왔더니 보지도 않고 가네.”
알파는 시체를 바닥에 휙 던졌다.
“용케도 살아있었네?”
깡패가 알파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근데 저 초록색 물건은 뭐냐?”
“저거? 이번에 잡은 암귀.”
“암귀라고?”
깡패는 암귀라고 주장하는 물건을 흘깃 보았다.
깡패 눈에는 도저히 암귀의 시체로 보이지 않았다.
“구라치는 거지?”
“구라인거 같습니다, 형님. 방금 감독관을 끌고 간 두 놈이 암귀를 자기네들이 잡았다고 했잖습니까?”
“뭐, 믿고 말고는 너희들 자유고. 암튼 내 할 일이 끝났으면 이제 집으로 돌려보내주지?”
“·········데려다줘라. 난 여기 남아서 수고비를 받고 복귀하겠다.”
“알겠습니다, 형님.”
깡패는 담배를 입에 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수고했어, 김우현. 돌아가서 푹 쉬라고. 다음에는 우리 애들에게 손찌검 하지 말고.”
담배를 문 깡패가 담뱃불을 붙이며 알파에게 말했다.
“뭐래니? 네들이나 귀찮게 하지 마. 또 집에 찾아와서 귀찮게 굴면 그땐 너흴 전부 다······.”
“알파, 그만하고 가자.”
“아, 넵!”
알파는 깡패들과 함께 차로 이동했다.
시우는 잠시 걸음을 멈춰서 담배를 피는 깡패를 보았다.
“응? 꼬마야, 나한테 할 말 있니?”
“이름이 뭐지······요?”
“내 이름? 허허, 그게 왜 궁금하냐?”
“·········.”
깡패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 뒤 시우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연기를 내뱉었다.
“‘정재혁’이다. 됐지? 자, 얼른 아빠 따라 가.”
이름을 들은 시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차로 걸어갔다.
‘뭐랄까, 요상한 꼬맹이네.’
[쟤 꼬마 맞아?]
담배를 쥔 재혁의 손등에서 날카로운 송곳니가 돋아난 입이 튀어나왔다.
“내 촉으로 봤을 때 평범한 꼬마가 아니야.”
“뭘 멋대로 나오는 거야?”
“뭐, 어때? 주변에 사람도 없는데.”
“쯧, 나온 김에 저것 좀 봐봐.”
“어떤 거?”
“저기 바닥에 두루마리처럼 돌돌말린 초록색.”
재혁은 알파가 던져 놓고 간 암귀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암귀 맞냐?”
“음······피냄새로 추측컨대 암귀가 맞는 거 같아.”
“그래? 그렇단 말이지······.”
재혁은 담배를 태우며 지연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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