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대 귀환
소헌왕후의 동의하에 신문이 팔리기 시작하고.
조선팔도 전역으로 소헌왕후가 병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알게 된 많은 이들은 소헌왕후의 병환을 걱정했고.
그러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왕비 마마의 병을 치유해주소서!”
“분명 왕비 마마께서도 시주님이 이리 그분을 생각하시는 것을 알 것입니다.”
불교, 옥황상제를 비롯한 여러 종교들과 미신들.
백성들은 이런 미신과 종교들에 제사하는 것으로 자신들이 소헌왕후의 안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렇게 해준 덕분일까.
소헌왕후는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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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헌왕후가 몸을 회복하는 것이 끝난 후.
조선 충청도 면천군(당진시 면천읍)에서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거대한 대장간.
현대에는 제철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제철을 위한 건물이 건설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철소를 처음 만들 당시에 포항에 건설하리라 생각하였는데, 그렇지 않아서 솔직히 당황했소.”
“전하께서 말씀하신 바대로 소신도 포항에 제철소를 건설하려 하였으나 지금 짓는 제철소는 이 땅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사옵나이다.”
“이 땅에 짓는 것이 낫다?”
그 말을 들은 세종은 장영실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집현전 관리들보다 미래에 관한 지식이 적은 그도 포항에 거대한 제철소가 만들어진 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포항에 제철소를 짓지 않고 이 면천군에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인가.
세종이 그 이유를 궁금하게 여길 때 장영실이 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포항에 제철소를 건설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아직 그 땅에 제철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옵나이다.”
“필요하지 않다?”
“지금 최대한 많은 강철을 수급해야 하는 곳은 한양 아니겠사옵나이까.”
장영실의 말처럼 지금은 한양에 최대한 많은 양의 강철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했다.
증기기관을 제작하는 곳, 다른 병기들을 제작하는 곳 모두 한양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세종도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 울산에 오는 왜인들이 많아졌다고 하니, 지금 포항에 제철소를 건설하게 된다면 이것도 문제가 될 수 있사옵나이다.”
규슈의 다이묘 중에서는 시마즈 가문만 울산에 존재하는 미지의 것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조선으로 교역을 오는 많은 상인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퍼진 조선이 저 땅에 황금을 숨기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삶보다 돈을 더 중요시하는 해적들과 더 많은 돈을 원하는 상인들이 울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를 알게 된 군관들은 놈들에게 대포로 포격하는 것으로 조선에 오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지금도 그들이 계속해서 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계속해서 울산으로 쳐들어올 것이 분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의 북쪽인 포항에 제철소를 건설한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 제철소를 건설할 수 있는 위치인 이곳을 선택했다는 것인가.”
“그렇사옵나이다. 전하.”
그렇기에 이 땅, 당진에 만들어진 제철소가 미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장영실이 이 땅에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저나 이 건물을 만든지 벌써 반년은 흐른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윤곽만이 보일 줄은 몰랐다.”
“워낙 큰 건물을 짓는 것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사옵나이까.”
조선소를 건설한 벽돌 장인들을 바탕으로 대장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몇 달이 흐른 지금.
아직도 건물의 윤곽만이 보일 뿐.
대장간이라는 확신하고 보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는 지금 만들어지는 건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장간과는 다른.
아니, 조선에 존재하던 어떤 건물과도 다른 모습이기에 그런 것이었다.
“지금 조선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수십 톤의 강철을 하루 만에 만들 수 있다고 하였던가.”
“그렇사옵나이다. 전하.”
지금 만들어지는 대장간은 근대 강철 기술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베세머 공정을 위한 대장간이었다.
이 베세머 공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한 번에 수십 톤의 강철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강철을 만든다면 지금 적용 중인 도가니 제강법은 상대는 안 될 정도로 많은 양의 질 좋은 강철을 뽑아내는 것이 가능하니.
조선은 이를 바탕으로 증기기관을 비롯한 산업에 필요한 어느 곳에서건 강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만들어도 원하는 만큼 강철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참으로 아쉽사옵나이다.”
역청탄이 조선에는 존재하지 않고, 여진족들이 지배하는 북방에만 존재하니.
지금 대장간을 얼마나 거대하게 만들건 마음껏 강철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었다.
그러니 마음 같아서는 여진족들을 처리하고 싶지만 그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금만 올라가도 영락제가 발작할 것이니 어쩔 수 없지요.”
“영락제가 그리 나온 것보다 요동총병관이 그리 행동한 것이 문제다.”
“전하의 말씀대로이옵나이다.”
여진족과의 거래를 알게 된 영락제가 조선이 북방 진출을 할 것이라 판단한 이후.
조선이 북방으로 진출하는 순간 명나라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명나라의 요동총병관은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아예 북방의 여진족과 몽골인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하려고 했다.
또한 조선이 조공을 하기 위해 사신단을 보내는 것도 몽골인들이나 여진족과 만나려 하는 것은 아닌지 감시를 당해야만 했다.
그러니 지금 역청탄을 비롯한 물건들의 교역은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없어야겠지만.
과거와 비교해도 몇 배는 교역량이 늘었다.
조선인이 아닌 여진족과 여진족이 만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먼터무와 아하추가 이 일로 조선에 올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어쨌건 그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조선과 여진, 몽골의 교역이 요동총병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단절된 후.
먼터무와 아하추가 이를 알게 되고 조선 조정에 찾아왔다.
그들은 조선 조정을 대신해 여진족, 몽골인들과 교역하는 대신 적은 수수료를 받아가기를 원했다.
이를 들은 세종은 그들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요동총병관이 저리 나오는 이상 그들을 통해서 교역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을 통해 교역을 시작했고, 그 결과 그들은 과거 조선과 여진, 몽골이 교역한 것보다 많은 양을 교역했다.
이 덕분에 조선의 도가니 제철 생산은 무리 없이 돌아갔지만.
도가니 제철 생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을 생산해내는 베세머 제철의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지금 만들어지는 대장간의 수요보다 공급이 몇 배는 많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무연탄만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초반에 무연탄으로 가열하기는 하지만, 역청탄으로 만드는 코크스가 없으면 강철을 만들 수 없으니 말이옵나이다.“
그러니 강철, 더 많은 강철을 만들기 위해선 지금 상황을 바꿔야만 했다.
물론 지금 당장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명나라를 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지만.
시간이 흐른다면 해결할 방법은 매우 많았다.
”어쨌건 만들어지는 순간, 지금까지 존재하던 강철보다 더 좋은 강철이 양산되기 시작할 것이옵나이다.“
”부디 그리 되기를 원하겠소.“
세종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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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종이 당진에 방문하고 몇 개월이 흐른 후.
조선에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
”소신, 이천을 비롯한 원정대 전원 무사히 복귀 완료했사옵나이다.“
”고생하였소.“
이천을 비롯해 삼백 명 가까이 되던 이들.
그들이 어떤 사상자 없이 무사히 복귀한 것이다.
”고생하였소. 죽은 자가 없다니 다행이오.“
”원정대를 이끌던 월정(月亭, 유정현의 호) 대감이 가지고 간 개똥쑥이 없었다면 많은 이들이 죽었을 것이옵나이다.“
”허, 그렇소? 내가 그자에게 들은 바로는 모기를 물리치는 계피를 샀기에 괜찮았을 것이라 들었는데 아니었던 것이오?“
”모기들이 물지 않도록 나름 애를 쓴 덕분에 소신들이 배를 탔을 때에는 모기에 물린 이가 없었사옵나이다.
문제는 그들에게 도자기를 비롯한 물건들을 팔 때, 그때가 문제였사옵나이다.“
”사람들을 상대할 때 모기에 물린 이들이 있던 것인가?“
”그렇사옵나이다. 전하.“
그렇기에 모기에 물린 것을 알아차린 그 순간 항말라리아 약제를 만들어 이를 경구(입으로) 투입했다.
그 덕분에 조선 사람 중 죽은 사람이 없던 것이다.
”정말 천운이었사옵나이다. 만약 말라리아를 치료할 약물이 조금이라도 적었다면 누군가 죽었을 것이옵나이다.“
”그건 정말로 다행이로다.“
그렇게 원정대가 무사 복귀한 이유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한 이천은 조선인들이 가져온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많은 양의 도자기와 차를 들고 간 덕분에 많은 양의 향신료와 설탕을 사들일 수 있었사옵나이다.“
”그건 다행이구려, 그런데 내 듣기로는 그대들이 인도까지 갈 수 있었다고 들었는데, 혹 인도에 도착한 이후 그것을 가져왔소?“
”그렇사옵나이다. 다행히도 그들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사옵나이다.“
이천은 인도의 염초가 순도가 높고 좋다는 것을 알았기에 인도에 간다는 말을 듣고 이를 마환 모르게 수집했다.
그 결과 정말 많은 양의 염초를 확보해낼 수 있었다.
”닭이나, 돼지, 소 중에 사들인 것은 없소?“
”전하께서 이야기하신 바대로 최대한 많은 것들을 사들였사옵나이다.“
중국의 닭, 돼지 중에서 좋은 것이 많았던 것처럼.
동남아시아의 닭, 돼지, 소같은 가축들도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은 많다.
그렇기에 세종은 이 닭, 돼지, 소같은 가축들을 교배하기 위해 사올 수 있다면 사오라고 지시했다.
그렇기에 지금 조선 배 한 척은 이 닭, 돼지, 소 같은 가축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향신료나 설탕으로 채우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이것이 조선의 미래에 더 이득이 될 것이오.“
”분명 지금보다 더 좋은 육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옵나이다.“
”물론 그리될 것이오. 지금도 얼마 전에 중국에서 데려온 닭들을 교배한 결과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하니 말이오.“
암탉은 태어난 후 18-20주 가량이 지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이렇게 빠르게 알을 낳는 것이 가능했기에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닭을 교배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 결과 2년가량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선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대가 데려온 가축들을 교배한다면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이 분명하오.“
그렇게 세종이 육종 개량에 관해 이야기한 후.
세종은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한 바를 이천에게 이야기했다.
”아, 지금부터 한 달쯤 후부터 공장주들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을 동남아시아로 보낼 것이오.“
”그렇다면 그 시기에 그들을 보낼 것이옵나이까?“
”그렇소. 슬슬 항로를 보는 것이 가능해졌을 터이니, 아메리카로 보내야겠지.“
그렇게 세종이 말하고 한 달 후 아메리카 원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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