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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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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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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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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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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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7. 길 잃은 어린 양?

DUMMY

“오빠! 어서 와~!”


집에 갔더니 웬일로 동생이 반갑게 맞았다.


“... 왜 그래? 혹시 뭐 나한테 잘못한 거 있니?”


동생이 눈을 흘겼다.


“전에 말했던 거, 언제 갈 거야?”


“전에?”


“... 교회 가기로 했잖아.”


아. 그랬지.


“음... 어머니랑 네가 갈 때 같이 가야지.”


“윽. 진짜로 오빠 어머니라고 부를 생각이야? 되게 이상하고 어색한데.”


“... 고등학생이 되면 철이 든단다.”


“뭐래.”


동생은 혀를 내밀어 보였다.


“엄마랑 나는 오늘이 수요 예배라서 갈 거거든. 그럼 오늘 갈 거야?”


“오늘?”


솔직히 피곤했다. 너무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있었고,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베르는 피곤하다고 솔직하게 말하려다가 동생을 보고 멈칫했다. 꼭 바넘이 이야기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자신에게는 가족이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다른 각성자들은 아무도 가족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았다. 다른 이들처럼 가족들과 멀어지는 그런 사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 그래. 갈게.”


동생의 얼굴이 펴졌다.


“진짜? 엄마가 좋아할 거야.”


동생이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아는 교회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엄마가 얼마나 좋아할지가 중요한 거였다.


“그래. 가자.”


-----------------------------------


베르는 직접 교회에 들어와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큰 교회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3층짜리 건물에 교회라는 간판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 저도 그 예배 이런 걸 따라서 들어가야 하나요?”


“아니야. 현우는 어색할 테니까. 기다렸다가 목사님만 만나고 가도 돼. 목사님이 그렇게 해주시겠다고 했거든.”


그래도 조금 안심이 됐다. 예배를 보는 데 혼자 덩그러니 그 사이에 앉아 있고 싶지는 않았다.


어머니와 동생의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현우는 근처를 둘러보았다.


요새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동네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 가끔 이렇게 쉬어주는 거지.


“... 현우야?”


어머니의 깨우는 소리에 현우는 정신이 들었다. 기다리다가 잠깐 앉아서 쉰다는 게 그대로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현우야. 피곤했구나. 그럼 다음에 온다고 하지 그랬어.”


“... 아니에요. 괜찮아요.”


“괜찮겠어? 집에 갈까?”


“여기까지 왔는데 만나보고 가죠.”


사실 목사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각성계 이야기를 할 것도 아니고...


“현우 학생이로군요.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목사는 편안해 보이는 인상과 듣기 좋은 저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잘 생겼는데요? 과연 아이돌 할 만하네요.”


“호호호. 아니에요. 제 눈에나 이뻐 보일 뿐이죠.”


어머니는 아들을 자랑할 수 있어서 뿌듯해 보이셨다.


“그래도 어려운 길을 잘 이겨나가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자매님의 공이 큽니다.”


“아닙니다.”


잠시 어머니와 덕담을 나누던 목사는 어머니께 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하셨다.


“네. 그럼 저는 현아한테 가 있을 게요. 현우야. 이야기 끝나고 나면 인사 잘하고 나와. 알았지?”


“네. 걱정 마세요.”


어머니는 정말로 마음이 편안하신지 기분 좋게 밖으로 나가셨다.


“현우 군. 학교생활은 어떤 가요?”


“... 나쁘지 않습니다.”


아마도 어머니가 그 부분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연습생 생활이랑 병행을 하는데 힘들진 않나요?”


“괜찮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뭐.”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셔서요. 요새 좀 힘들어하는 것 같다던데.”


“... 별일 없습니다. 뭐 힘든 거야 누구나 다 비슷하죠.”


“데뷔조 준비가 잘 안 되는 건가요?”


“... 네?”


베르의 반문에 목사는 웃었다.


“교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니죠. 현우 학생 말고도 연습생도 몇 명 있답니다. 뭐 정확히는 부모님들이지만요.”


“아...”


이러니 교회 네트워크를 무시하지 못하는 거겠지.


“데뷔조는 이제 곧 편성될 거라서 괜찮아요.”


“그렇군요.”


몇 마디 별 다를 게 없는 상담이 이어졌다.


“새로운 것들에 적응이 빠르군요.”


“아니요. 오히려 늦은 편이죠.”


베르는 티그를 떠올렸다. 순식간에 자신을 따라잡은 천재 모범생.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약간은 힘이 빠졌다.


그때 갑자기 목사가 말했다.


“잠시 기도하겠습니다.”


이 타이밍에?


얼이 빠져있는 베르를 두고 목사는 갑자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아버지. 여기 그대의 아들이 찾아와 질문을 묻습니다. 그대의 영민하신 가르침으로 길을 열어 주시옵고...”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야.


하지만 진짜 당황스러운 건 그때부터였다.


베르는 벌떡 일어섰다.


“... 단차?”


목사는 각성계의 단차를 열었다.


“잠시 들어가실까요?”


“...?”


베르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마도 현우 군은 ‘안착’의 단계에 이른 것 같으니 각성계에도 몇 번은 다녀온 거겠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각성 주문을 외워야 하나? 여기서? 저 사람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현우에게 목사는 천천히 말했다.


“현우 군이 환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이미 우리와 같은 ‘목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안착되지 않았을 때는 위험하기에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죠.”


“... 목자의 길이요?”


“그렇습니다. ‘목자’들은 주의 세계에 직접 발을 딛고 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현우 군도 들어가 봤을 테니 알고 있겠죠.”


뭔가 약간 어긋나 있지만 알 것 같았다. 이들은 각성자를 ‘목자’라고 부르는 것일까.


“... 저는 목자가 아닌 데요.”


“목자는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목자는 타고나는 것이지요. 그리고 현우 군은 목자로 태어났습니다. 주의 조금 더 가까운 아들인 셈이죠.”


... 뭐라고 대응해야 하는 걸까. 현우는 망설이고 있었다.


“목자가 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주의 말씀을 전해서 ‘이 세계’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 그런 가요?”


현우의 머릿속에 저번에 각성계에서 마주친 ‘주’가 생각났다. 설마... 그 ‘주’가 이 ‘주’인 걸까?


“주... 님을 만나신 적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저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선문답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마도 이 목사는 주를 직접 만나보지 않은 게 아닐까?


“주를 직접 뵌 적은 없다는 이야기... 인가요?”


“주께서 내게 오심은 너무도 벅차고 황홀한 이야기이나 아직 받아들이기에는 제가 너무 부족합니다.”


... 스트루프를 감당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럼 직접 만나지 못하면 주의 말씀은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천사님들을 직접 뵈었습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목사의 표정에 자랑스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천사라...?


“그렇군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았더니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사’가 이 자리 온다면 그것도 문제였다. 들어보니 어떻게 봐도 ‘각성계의 인물’ 일 것 아닌가.


“이미 현우 군은 ‘주의 세계’에 발을 디딘 적이 있는 것이죠?”


저 ‘주의 세계’는 각성계겠지.


“아뇨. 아직...”


목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우 군에게서는 주의 세계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습니다. 처음 겪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것인데도 말이죠.”


확실히 스트루프 이야기네.


“... 제가 환각과 환통을 겪은 지가 오래라 저도 모르게 좀 익숙해졌나 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단차는 점점 힘을 잃더니 다시 닫혔다. 목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저는 현우 군이 목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의 세계를 디딜 자격이 되면 ‘그분들’을 만날 수도 있고, 주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죠.”


목사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약간의 ‘신성력’을 얻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누군가는 그걸 통해서 사람들을 치유했기에 교회가 치유의 상징이 되었겠지요.”


... 각성능력이구먼.


“현우 군이 한번 잘 생각해 보고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안착’이 되는 케이스는 많은 게 아니니까요.”


베르는 대화를 얼버무리듯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자신이 생각한 교회와는 또 다른 상황이었다.


현우가 복잡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오자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야기는 잘 나눴니?”


“네... ”


“그래. 잘 이야기했으면 됐어. 집에 가자.”


어머니는 따로 묻지 않으셨다.


-----------------------------------


결국 또 대표실로 직행했다.


하필이면 또 자이형이 대표실에 있었다. 자이형은 또? 하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아니 형도 너무 자주 오는 거 아닙니까?


“아니 이번엔 진짜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요.”


“무슨 일인데?”


설단의 물음에 베르는 어제 목사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결국 ‘주’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군...”


엥?


“... 모르시는 거 아니었어요?”


“어? 무슨 소리야?”


“아니 저번에 각성계에서 주랑 마주쳤을 때 거의...”


“아. 주를 직접 만난 게 처음이지. 주에 대한 것을 모르는 건 아니야.”


하긴. 저번에는 아예 대표님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


“오래전부터 교회는 신의 목소리를 들어왔고, 그렇게 소통하는 ‘일부’가 존재했어. 그리고 우리가 ‘악마’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 뿌리가 닿아 있는 건가요?”


“애초에 종교가 기독교만 있던 것도 아니고 대다수의 종교는 각성계에서 자신들을 유혹하거나 공격하는 자들을 이르는 말을 가지고 있지.”


듣고 보니 너무 기독교 관점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네.


“우리나라에도 도깨비니 뭐니 많이 있잖아. 종류가 좀 다를 뿐이지.”


설단은 좀 떨떠름해 보였다.


“그리고 가장 규모가 큰 각성계 세력 중 하나일 뿐이고...”


“각성계도 세력이 존재하는 건가요?”


“뭐... 없는 건 아닌데... 정확히는 우리도 잘 몰라. 그런데 적어도 ‘주’와 ‘천사’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어...? 그럼 그들이 악마와 싸우는 건가요?”


“거기까진 모르지. 사실 타락천사라든가 애초에 악마에 대한 기원도 천사의 일부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같은 각성계의 뿌리라는 것은 은근슬쩍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겠지.”


그러고 보니 그것도 말이 되네.


“우리가 각성계에 대해서 아는 건 한계가 있어. 애초에 우리는 싸우고 있는 거지 그들이랑 하하 호호 지내고 있는 건 아니니까.”


베르는 약간 어지러울 정도였다.


“... 저한테는 너무 스케일이 큰데요.”


“뭐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천사나 악마나 결국 우리와 크게 다를 거 없다는 이야기야. 서로의 입장이 있을 뿐이지.”


“... 그냥 저는 ‘길 잃은 어린 양’이나 하면 안 될까요?”


자이는 베르가 그러고 있든 말든 혼자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럼 그 ‘목자’라는 집단은 각성계랑 잘 지내고 있는 거면 저희 보다 정보가 더 많지 않을까요?”


그 말에 설단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 말에 베르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엥. 무슨 말이 그래요?”


“너는 악마나 천사가 해주는 말을 일방적으로 믿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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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길 잃은 어린 양? 23.03.12 136 4 13쪽
37 36. 의외의 만남 23.03.12 143 4 13쪽
36 35. 엇갈린 습격 23.03.12 137 5 14쪽
35 34. 두 번째 능력 23.03.11 148 4 13쪽
34 33. 고립 23.03.10 145 4 13쪽
33 32. 베르 너 설마...? 23.03.09 151 4 14쪽
32 31. 꿈에도 그리던...? 23.03.08 156 4 13쪽
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7 4 13쪽
30 29. 이 타이밍에...? 23.03.06 162 4 13쪽
29 28. 남은 사람들 23.03.05 168 4 14쪽
28 27. 역습의 후폭풍 23.03.05 166 4 13쪽
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6 4 14쪽
26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9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23 22. 각성 주문의 상태가 또...? 23.03.01 172 4 13쪽
22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9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1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4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2 5 15쪽
14 13. 나한테 왜 이래? 23.02.21 242 5 12쪽
13 12. 저항하는 각성자들 +1 23.02.20 28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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