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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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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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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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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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6. 의외의 만남

DUMMY

“아니... 갑자기 변하라고 해도...”


베르가 어이없어할 그때 갑자기 덜컹! 하는 충격이 몸에 전해져 왔다.


아...? 이거...?


[시간에 맞았군...]


시간이 사람을 때릴 수도 있는 거였어?


[아니지 이 멍청아. 시간에 딱 맞게 둘이 교체했다는 뜻이지.]


어? 내 생각을 읽어?


[네가 지금 뒤로 밀려 나와 있으니까 그렇지.]


그렇다는 이야기는...


“후우... 이거 상황이 지랄 맞네?”


베르가 설단을 보니 설단은 반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이거 거물이 오셨는데?”


“... 누구?”


앞에 누군가 있다.


베르의 표현이 애매한 이유는 저번처럼 시야를 빼앗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시야에는 들어오는데 들어오지 않는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의 인지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다. 저 베르라면 보고 있겠지만...]


역시 이 녀석 베르를 둘로 분리해서 알고 있잖아?


[...]


“아차차... 지금은 나를 알아볼 수 없으시겠지. 그나저나 ‘주’께서 여기는 웬일이신지?”


“... 나를 알아보는 인간이라니 신기한 일이군.”


주? 주면... 내가 아는 그게 맞아?


[아마도.]


“안타깝게도 여기는 주의 종이 없구려.”


“... 알고 있다.”


“그럼 자리를 좀 비켜주시지. 감당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 너는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 것이지?”


“왜라고 생각해?”


베르가 빙긋 웃었다.


“한판 하고 싶지 않아서 피하는 것뿐이야.”


“... 광오하군.”


“그 정도는 되니까. 이 세계의 신의 파편이여.”


“...”


상대는 베르를 신기한 듯이 쳐다봤다.


“... 만난 일이 있는 건가?”


“뭐 못 알아보는데 굳이 아는 척할 일은 아니지.”


“... 신기하군.”


“그대와 나는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렇게 여유 있는 것이기도 하고.”


“... 그렇군.”


“다만 그대의 종이 우리 쪽을 뭔가 오해했는지 쳐들어 온 상황이라... 나중에 그거나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 한번 알아보지.”


“그럼 이제 자리 좀 비켜주면 안 될까? 이대로 가면 이 양반은 스트루프로 가라앉아버릴 것 같은데.”


“... 그러지.”


돌아서는 그에게 베르가 덧붙였다.


“다음에 만날 땐 좀 더 건설적인 상황에서 만나자고.”


상대방은 반응하지 않고 멀어져 갔다.


“자... 그럼... 이걸 어떻게 마무리를 짓는다...”


잠깐. 나 혹시 저 베르와 지금 대화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아닐걸.]


... 그런 거냐. 쓸모없는 페이 녀석밖에 못 듣는 건가.


[누가 쓸모없다는 거냐!]


“둘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네. 페이 녀석 성격이 좀 꼬여있어서 걱정했는데.”


[내가 뭘 말이냐! 이런 베르 녀석들...]


베르가 픽 웃었다.


“자. 설단을 사무실로 다시 옮겨야 할 것 같군.”


베르는 왼팔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그 순간 공간이 일렁였다. 그리고 현실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갔네. 그 아줌마.”


아줌마?


[... 그런 게 있다.]


“그럼 돌아가자.”


베르가 다시 왼팔을 휘둘러서 단차를 만들었고 그 사이로 우리는 사무실에 들어섰다.


아니 이렇게 쉽게 돌아갈 수 있는 거였어?


[아니지. 이쪽 베르가 괴물인 거지.]


그러고 보니 각성계에서 단차를 열고 들어왔을 때 간섭력이 엄청나게 깨진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어차피 나는 길게 유지 못해. 다시 너의 시간이다. 베르. 잊지 마라. 네가 누군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걸.”


순간 울렁거리면서 다시 나로 돌아왔다.


“헉...”


으... 느낌이 이상하다.


서둘러 고개를 털고 옆을 보니 설단은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야. 이거 어떻게 수습하냐?


... 그러고 보니 각성계에 들어갔다 나온 거라서 페이가 들어가 버렸다. 망했네. 그냥 도망칠까?


-------------------------------


“하... 더 복잡해졌네.”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격이었다. 베르는 머리가 아팠다.


다행히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자이가 대표실을 찾아왔다.


“넌 또 대표실이냐...”


“아니 오해라니까요...”


상황이 자꾸 이렇게 될 뿐이지 내가 뻔질나게 대표실을 드나드는 게... 아니 맞나?


혼자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자이는 설단에게 가서 상태를 확인하는 듯했다. 설대표는 곧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아니... 이런 스트루프는 너무 오랜만인데... 대체 그건 뭐였지?”


“스트루프요?”


자이는 상황을 모르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베르와 각성계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이상한 악마를 만났다. 그런데 싸워보기도 전에 스트루프에 꺾여서 그 뒤로는 기억이 안 나.”


그 말에 자이가 베르를 쳐다보았다.


“... 그 악마가 ‘하느님’이라던데요?”


말하고 보니 내가 봐도 이상한 말이 되었다.


“아니. 그... 아무튼 만난 건 ‘주’였어요.”


“‘주’라고...??”


“아니 저를 그렇게 보셔도 정확히는 제가 만난 건 아니라서...”


설단이 한숨을 푹 쉬었다.


“대체 갑자기 일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가는 거야? 어디서 꼬인 거지?”


그러자 자이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까 대표실 쪽에서 각성계가 열리는 느낌이 들어서 사실... 이번엔 그냥 안 왔습니다.”


“... 잘했어.”


“저번 기억이 좀 끔찍해야 말이죠.”


저번이면 아마 내가 없던 습격인가?


“소라와 티그가 좀 불안해하긴 했는데... 사실 저번도 머콘 아니었으면 더 큰 문제가 생겼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으니까요.”


자이는 씁쓸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보다 머콘 아니었으면 문제가 생겼다니... 머콘이 스트루프 된 거 아니었어?


“그... 머콘이 스트루프 된 거 아니었어요?”


“맞아.”


“그런데 머콘이 막아줬다는 건...?”


“스트루프 되긴 했는데, 백야와 적대적인 상태에서 스트루프 한 덕분에 백야를 막아줬어.”


“어...? 그럼 우리 편이라는 뜻인가요?”


그 말에 설단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모르지. 지금껏 스트루프 된 각성자 중에서 ‘우리 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그래도 설단이나 자이를 구해줬다면서요.”


“... 뭐 결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설단은 그때 머콘이 보여줬던 심상치 않은 위용을 잊을 수 없었다. 백야의 팔을 그리 간단하게 찢어버리다니...


“우리는 지금 우리 이외에 믿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끝없이 의심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도 이 인원인거지.”


“... 그렇군요.”


베르는 아직도 머콘에게 미련이 남아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계속 꿈에 보이는지도 몰랐다.


“베르 너는 괜찮냐?”


“... 괜찮지는 않네요.”


뭔가 약간 힘이 빠진 느낌이었다. 어르신들이 주고 간 숙제는 더 미궁으로 빠졌다. 내 자아를 찾아야 하는데 다른 베르를 찾았다.


‘베르. 잊지 마라. 네가 누군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걸.’


베르가 마지막에 그렇게 말해주고 가긴 했지만 그 말만 듣고 ‘아 그렇군’ 하고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럼 베르 너는 그냥 좀 쉬어라. 나는 아무래도 바넘한테 다녀와야겠다. 이렇게 계속 각성계의 기습에 시달리면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으니 방법을 마련해 봐야지.”


“... 네”


-----------------------------------


티그는 처음으로 제대로 스트루프를 맛봤다.


‘이런 감각이군...’


자신은 각성계를 드나들어도 별다르게 스트루프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사무실에 발생한 스트루프는 좀 달랐다.


자기도 모르게 뛰쳐 올라갈 뻔했는데 소라가 부들부들 떨고 있어서 잠시 달래주느라 올라가지 못했다.


그사이 자이가 내려와서는 올라가지 말 것을 당부했고, 티그는 그걸 무시하고 올라갈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해서 그대로 남아있었다.


“... 대표님이 무사하실까요?”


“네?”


소라의 물음에 티그는 갸우뚱했다. 그가 봤을 때 설단은 약한 인물이 아니었다. 단순히 현실계의 무력만 봐도 강할 거 같아 보였고, 초반에 각성계에서 테스트할 때의 움직임을 봐도 보통이 아니었다.


“설대표님 강하시잖아요?”


“하지만...”


소라는 백야를 봤었다. 그리고 방금의 그 떨림은 백야가 왔을 때 이상이었다.


“상대가 워낙...”


일단 진정시키고 있었지만 티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직 티그와 소라, 베르로 구성된 팀은 ‘단차’만을 다니고 있었다. 사실 균열급만 되어도 아직은 박만운과 이춘봉이 돌고 있었다.


거기서 나오는 악마들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거기다 티그와 소라, 베르는 나름 합이 잘 맞는 타입이었고, 티그가 합류한 이후로는 그다지 위험한 기억도 없었다.


“큰 소음이 없는 거 보면 괜찮은 게 아닐까요?”


전에 일은 티그도 뉴스에서 봤었다.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이 ‘악플러’의 테러를 당했다는 기사였는데 꽤나 사무실이 시원하게 박살 나 있어서 놀랬던 기억이 있었다.


“저번에 보니까 사무실이 엄청나게 박살 났던데.”


“... 박살 나지도 않을 정도면 그게 더 큰일이죠.”


소라는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베르는 어디서 안 오는 거지?”


소라도 사실 알고 있었다. 저번에 베르가 있었으면 그렇게 호락호락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베르는, 정확히는 ‘밥맛 모드’의 베르는 아직은 그 끝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였다.


“... 끝난 것 같은데...”


위쪽에서 느껴지던 존재감이 사라졌다.


“한 번 가보죠.”


망설이는 소라와 달리 티그는 굳이 망설이지 않았다. 소라는 결국 티그와 함께 대표실에 가보기로 했다.


-----------------------------------


“어? 왔어?”


베르는 이미 대표실에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설단과 자이도 멀쩡했다.


“다행이네요.”


소라의 말에 설단이 무슨 말인지 안다는 듯이 끄덕거렸다.


“이번엔 피했어.”


간단한 말이었지만 소라는 대충 알아들었다.


“언제 온 거야?”


소라가 베르에게 물었다.


“어? 꽤 됐는데...”


“그런데 왜 연습실로 안 내려왔어?”


사실 물어볼 게 있어서 대표실로 직행했었다.


“... 대표님께 물어볼 게 있었어.”


그러고 보니 왼팔에 놀라서 왼팔만 물어봤네. 서큐버스 건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 생각을 떠올리고 나니 불현듯 꿈에 소라가 나왔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 생각이 나니까 갑자기 소라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기가 민망했다.


“그럼 베르가 설대표님이랑 같이 피한 거야?”


“어.”


“... 어떻게?”


“... 운이 좋았어.”


그 말 그대로였다. 아마 ‘활로추적’이 열리지 않았으면 기습에 맞서 싸웠어야 할 상황이었다.


“... 그래. 그래도 다행이다.”


소라는 진심이었다. 저번 머콘을 보내고 나서 소라는 누구를 보내는 게 두려워졌다. 머콘을 제외하면 여기서 제일 많이 말을 나눴던 대상이 베르였다.


“어. 뭐. 그렇지.”


소라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기도 모르게 의식이 됐다. 거기다 옆에는 티그까지 있었다.


“저. 그럼 나는 오늘은 이만...”


“어? 연습 안 하고?”


“아. 뭐 피곤하기도 하고... 대표님이 오늘은 일단 쉬라고 하시니까.”


“그래. 피곤하겠네. 쉬어.”


... 소라가 친절하니까 뭔가 더 이상한 이 느낌은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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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 길 잃은 어린 양? 23.03.12 13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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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 고립 23.03.10 144 4 13쪽
33 32. 베르 너 설마...? 23.03.09 151 4 14쪽
32 31. 꿈에도 그리던...? 23.03.08 156 4 13쪽
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7 4 13쪽
30 29. 이 타이밍에...? 23.03.06 161 4 13쪽
29 28. 남은 사람들 23.03.05 168 4 14쪽
28 27. 역습의 후폭풍 23.03.05 165 4 13쪽
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6 4 14쪽
26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9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23 22. 각성 주문의 상태가 또...? 23.03.01 172 4 13쪽
22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9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0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3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1 5 15쪽
14 13. 나한테 왜 이래? 23.02.21 24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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