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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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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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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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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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21. 각성 업계(?)의 비밀

DUMMY

“각성을 강화하는 방법이라니... 그런 게 있다고요? 아니 그걸 저한테 말씀하시는 이유가...”


베르는 혼란스러웠다.


“그런 이야기면 소라랑 머콘, 자이형도 불러서 같이 듣는 게...”


“이유가 있으니 너만 불렀겠지?”


하긴. 바넘이 생각이 없을 리가 없었다.


“각성의 강화조건은 생각보다 간단해.”


보통 간단하다고 하는 것들은 간단하지 않던데.


“자아가 강하면 강할수록 각성이 강해지는 것이지.”


“자아요?”


그러고 보면 데스티니의 노래들도 기본적으로 중2병 느낌인 이유가 자아의 강화 때문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 나는 누구인가. 뭐 그런 거요?”


“맞지만 다른 거야.”


한국어가 맞지만 다른 거 같다.


“자아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과 자아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는 게 좀 다르거든.”


음. 여전히 모르겠다.


“지금 데스티니의 곡은 대부분 ‘나는 짱 세다’ 이런 느낌이잖아?”


아니 알고 계셨단 말입니까? 그것보다 ‘짱 세다’라는 어휘의 사용이 마음에 걸렸지만 걸고 넘어갈 타이밍이 아니었다.


“그건 기본적으로 자아의 존재감을 고양시키는 타입이지. ‘on my way’ 같은 경우도 자신의 길을 걷는다는 내용이고, ‘somebody already’도 누군가 했던 일이라도 내가 하면 다르다 뭐 그런 내용이고. 이번 ‘stone’ 같은 경우도 어떤 어려움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


아니 이렇게 들으니까 참 뜻이 좋긴 한데 실제로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유는 뭘까.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각성의 주문도...?”


“그래.”


내 흑염룡의 근원이 이거였나...?


“물론 나는 각자의 자아에 맞는 주문을 준비해 줄 뿐이야.”


“... 그 주문을 직접 만드신 거예요?”


“아니. 받은 거야.”


“누가 주는 건가요?”


바넘이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저번에 소라를 구하러 갈 때 점집 사무실 가지 않았니?”


아. 맞다.


“그 가운데 나무가 자라고 있던...”


“그래. 거기.”


점집이었구나.


“거기가 예전 사무실이지. 엔터테인먼트 사무소가 아니던 시절에.”


“점집이요?”


묻고 나서 생각해 보니 바넘의 특성과 점집은 딱 맞아떨어지는 조합이었다.


“그래. 네 생각에도 내 특성과 딱 맞는 일이다 보니 그걸로 우리의 유지비용을 번 거였지. 혹시 점집에 점 보러 가본 적 있니?”


아직 고등학생인데요.


“아니요.”


“TV나 영화에서는 본 적 있겠지?”


“네. 복채 내고 뭐 쌀 던져서...?”


“그래. 그럼 그중에서 강신이나 강령을 하는 종류의 무당도 본 적이 있지?”


갑자기 으스스해진 기분이었다. 베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뒤로 빼면서 대답했다.


“네. 본 적 있죠.”


“그 강신의 과정이라는 게 사실은 각성계를 살짝 열고 몸을 담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돼.”


뭔가 잡힐 듯 말 듯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 각성계 능력을 최대한 끌어당겨서 너희들의 각성을 끌어내고 강화하고 유지할 수 있는 주문을 알려주는 거지.”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였구나...


“물론 그렇게 주문이 만들어졌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야. 자아가 강한 건 좋은데 무작정 자기 자신의 존재감이 커지고 결국 자기 자신이 신과 같은 – 무한 속성이라고 느끼게 되면 스트루프가 일어나는 거지.”


갑자기 이야기가 어려워졌다.


“... 그러니까 음... 각성계가 신계라는 이야기인가요?”


바넘의 표정이 묘해졌다.


“... 찍어 맞춘 것 같긴 한데 일단 비슷한 의미야.”


오. 이런... 아니 잠깐.


“그럼 각성계에 적응한다는 건...? 아니 스트루프에 적응하는 건...?”


“그게 문제라는 거야.”


바넘은 한숨을 쉬더니 차를 마셨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아만 강해지면 결국 ‘신’이 되고 싶어 하게 되고, 그러면 각성계로 빠지게 되는 거지. 하지만 신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겠어?”


일리가 있다. 아니 지옥 같은 삶에 발을 걸쳐봤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그래서 자아가 강해지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스트루프에 빠지면 빠질수록 오히려 주문을 간소화하는 거야. 자아가 강해지면 오히려 스트루프가 빨리 물들어버리는 거지.”


오. 이번 말은 거의 이해한 것 같다.


“그래서 실제로 각성의 강화는 자아의 위치를 고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해.”


“자아의 위치라면...”


“그래. 자신이 현실계의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 있는 것 말이야.”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각성자들이 가족과의 유대가 끊기는 경우가 많지. 이해받기 어려우니까.”


그러고 보면 주변 각성자들에게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너는 달라. 너는 가족과 아직도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어. 그게 너를 다시 현실계로 불러들이는 가장 중요한 열쇠 중에 하나라는 거지.”


베르는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저번 서큐버스 사건에서 사람과 비슷한 악마를 처리하면서 받았던 충격은 생각 이상이었다. 하지만 결국 거기서 자신을 구해준 것은 가족에 대한 부분이 컸다.


“가족을 제외한다면 각성자 동료에 대한 애정뿐인데... 사실 각성자들의 대부분은 무언가 결여되거나 과다한 것이 사실이니까.”


그 말도 이해가 갔다.


“각성자가 일반인과 연애를 하고 가족을 이루는 건 아마도... 힘든 일일 거야.”


아? 갑자기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졌다.


“... 아니 이런 거에 충격받으면 어떻게 해?”


바넘이 보기에도 한눈에 베르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게 눈에 보였다.


“그 이전을 생각해 보렴. 네가 각성자가 되기 이전. 그때도 다른 사람들이 너를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었다. 그때도 언제나 혼자였고 혼자라는 느낌이 강했다. 심지어 웃고 떠들고 지내는 친구들이다 하더라도 그들이 언제나 자신을 등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괴롭힘을 당하고 나서 위로해 주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나서서 막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기도 했으니까.


“대충 표정을 보니 이해한 것 같군. 그래서 대부분의 각성자는 가족이 없지.”


그 말을 하는 바넘도 쓸쓸한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바넘이나 이춘봉 어르신도 다들 나이가 엄청 많아 보이시는데 그 긴 세월을 가족을 이루지 못하고 사신 건가.


내 안쓰러워 보이는 시선을 느꼈는지 바넘이 픽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이제는 늙어서 그냥 그러려니 해. 물론 젊었을 때는 그런 것을 원망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때는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지.”


“... 네.”


“각성자끼리의 유대감은 좋지만... 백야를 봤잖아?”


백야의 이야기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유들 거리는 태도와 뭔가 기이한 어긋남이 불편했다. 아. 이것도 스트루프의 일종인가?


“언제 각성자들이 자신을 과신하고 현실계를 배신할지 확신할 수 없는데 동료애가 얼마나 갈 거라고 생각해? 이춘봉이든 박만운이든 서로 알고 있어. 한 명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면 주저 없이 다른 한 명을 처리할 거야.”


무서운 이야기였다. 동료지만 주저 없이 처리해야 한다니.


“어쩔 수 없지. 우리는 계속 스트루프의 유혹에 노출되는 거니까.”


얼마나 많은 각성자들을 떠나보낸 걸까.


“그래서 너한테 기대가 큰 거야. 너는 현실계와의 끈도 강하고 여태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자아의 흔들림이 적거든.”


“... 그게 좋은 거죠?”


“좋은 거지. 그래야 자아가 강해져도 넘어가지 않고 버틸 수 있거든.”


뒤에 붙은 말은 뭔가 불안한데?


“그래서 이제 너는 자아를 좀 더 강화해도 될 것 같아.”


등 뒤가 서늘하다.


“그게 의미하는 게...”


“이제 주문도 좀 더 강화하고, 너를 위한 더 강력한 자아암시를 고민해 볼 생각이야.”


모든 단어가 불길하게 들린다. 일단 주문이 강화된다고? 거기서 더 중2병으로 간다는 이야긴가?


내 표정이 실시간으로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을 지켜보던 바넘이 끝으로 말을 덧붙였다.


“데스티니에게 각성자 자아강화를 위한 곡을 만들어서 ‘베르 너 하나만을 위한 단 한 개의 곡’을 만들 생각이야.”


“... 당장 시작하죠.”


그래 까짓 거 중2병 해드리죠.



-------------------------------


성덕.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


나는 어떻게 봐도 성덕이다. 일단 데스티니와 같은 소속사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성덕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나는 평범한 성덕과 궤(軌)를 달리한다. 나는 ‘위대한 성덕’이다.


데스티니는 오직 나만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녹음할 것이다. 그리고 그 노래는 나만 듣게 될 것이다.


베르의 가슴은 방망이질 치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말 그대로 넋이 나가 있었다.


혼자서 헤실헤실 웃다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설단이 혀를 끌끌 찼다.


“아니 뭔 짓을 하셨길래 애가 저렇게 망가졌어?”


설단이 베르를 불렀다.


“베르. 그래서 바넘이 뭐라고 했어?”


대답이 없다.


“베르!”


“아? 네?”


이제야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바넘이 뭐라고 했길래 이렇게 넋이 나가 있는 거야?”


“아. 데스티니 신곡 준비해 주신다고 해서...”


“음? 그건 다 알고 있는 거였잖아. 그걸 따로 불러서 말을 했다고?”


“아... 그 이번에 새로 나오는 신곡 말고 새 곡을 하나 작업하실 생각이라던데요?”


그때 사무실 문을 열고 표정이 구겨진 자이가 들어왔다.


“얼씨구. 이젠 자이 너까지 노크도 없이 들어오는 거야?”


“... 아. 죄송합니다. 너무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은 상황이라...”


“무슨 이야기?”


자이가 베르를 흘끗 보고 나서 설단에게 말했다.


“바넘이 전화를 했는데 말이죠... 이번 곡 작업을 하면서 곡 하나를 더 작업해 달라고 하더군요.”


“아니 안 그래도 정신없고 바쁜데 뭘 두 곡이나 해달라고 하시는 거야?”


“그것도 그건데...”


자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설단은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몰랐기에 어리둥절했다.


“곡의 중2병 강도를 올려서 한 곡 만들어 달라고 하시더군요. 베르 저 녀석 전용 곡으로...”


설단의 경악한 표정이 베르를 향했다. 눈길을 받은 베르는 움찔했다.


“아니 개인곡이라고?”


설단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런 돈도 안 되는 곡을 왜 만들어? 너 바넘한테 뭘 하고 온 거야?”


이럴 땐 갑자기 또 대표님 모드시네...


“그... 바넘이 각성에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만들어 주신다고... 제가 만들어달라고 한 거 아니에요. 아무리 이터니티라지만 그런 부탁을 어떻게 합니까.”


“아니 아무리 각성에 강화... 어? 각성에 강화?”


설단의 눈이 다시 한번 휘둥그레졌다.


“각성을 강화한다고?”


아니 이거 설대표님도 모르는 거였어?


“어...? 모르는 거였어요?”


“무슨 제약이 붙어서 안 된다고 했었는데?”


설단도 철저하게 관심 없는 것에 대해서는 설렁설렁 기억하시는 타입이라 생각보다 정확하게 아는 게 없었다.


“그 제약이 저한테는 해당이 안 되니까 한 번 실험해 보신대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데스티니는 엄연히 회사 아티스트인데...”


아니 왜 이럴 때만 완벽하게 회사 대표님 모드냐고요...


“데스티니 애들을 어떻게 설득하지?”


“아마도 이번 ‘안티 디버프(Anti debuff)’ 곡을 싱글로 내기로 했으니 원래 하려던 가녹음만 하고 포기하는 곡을 베르의 신곡으로 할 모양이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단의 못마땅한 눈초리가 베르에게 쏟아졌다.


“아니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 하고 싶은 건 맞는데 그래도 제가 하겠다고 우겨서 하는 건 아닌데요.”


베르의 목소리가 끝으로 갈수록 작아지면서 설단의 뜨거운 눈빛을 피했다.


설단은 한숨을 푹 쉬었다.


“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베르도 오늘부터 하드 트레이닝이다!”


“네? 그게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뭐? 너 연습생 아냐?”


“아니 연습생은 맞긴 하는데...”


아무리 봐도 보복 아닙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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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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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역습의 후폭풍 23.03.05 165 4 13쪽
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6 4 14쪽
26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9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23 22. 각성 주문의 상태가 또...? 23.03.01 172 4 13쪽
»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9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5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0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3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1 5 15쪽
14 13. 나한테 왜 이래? 23.02.21 24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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