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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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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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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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1. 꿈에도 그리던...?

DUMMY

티그는 번호키를 눌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어둠이 그를 반겼다. 익숙한 듯이 바로 옷을 벗어서 정리하고 샤워하고 식사 준비를 한다.


집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결벽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신이 없을 때는 집안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기를 바랐다.


어차피 자신 이외에 집안을 정리할 사람도 없었다.


“후우...”


이것저것 정리를 다 하고 나서 음료수를 한 캔 따서 침대에 앉았다.


“아이돌이라...”


무엇이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지만 티그는 상당히 신경 쓰고 있었다.


심지어 잘 다니고 있던 대학을 휴학할 정도로. 뭐 어차피 자신이 휴학했다고 자신에게 잔소리할 가족도 없었다.


“차라리 잘 된 거겠지?”


그에게는 악착같이 살아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몰아붙이는 삶이 편할 리는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춰오던 와중에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돌 노래를 듣다가 ‘각성’이 찾아왔다.


“그래. 어떻게 해도 더 나아지고 있을 뿐이니까...”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달래고 있었다.


-----------------------------------


베르는 티그가 들어오고 연습이 본격화된 것은 좋았지만 그와 동시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으... 내가 몇 달을 연습한 건데...”


티그는 들어오자마자 베르가 연습했던 진도를 대부분 따라잡는 것을 넘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뭐 모차르트에게 밀린 살리에리 이런 건가?”


학교생활에서 멀어지는 대신 자신은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몇 달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빠지는 일이었다.


“... 안녕.”


소라는 다시 반말로 돌아왔군. 베르는 오히려 그게 더 반갑게 느껴지는 자신이 이상했다.


“어. 안녕. 요새는 어때?”


소라는 눈빛만으로 뭐가?라고 묻고 있는 듯했다.


“아니... 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으니까.”


“... 굳이 오빠처럼 굴려고 하지 않아도 돼.”


윽. 밀어내는군.


“흠. 네가 날 싫어하는 건 아는데...”


“난 싫어한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런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잖아?”


“... 당연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라는 표정이었다.


“아. 아무튼 사실 이번에 티그가 들어오고 나서 좀 멘붕 상태라서...”


“아...”


거기까지만 말했는데도 소라는 무슨 말인지 아는 것 같았다. 그건 그거 나름대로 슬프구나.


“나 대체 몇 달 동안 뭘 한 건가 싶어서 말이야. 나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소라도 베르의 말에 투닥거리며 굴렀던 몇 달의 시간을 떠올렸다.


“이젠 의지할 머콘도 없고...”


그건 소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티그가 둘보다 나이가 많긴 했지만 벌써 의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자이는 거의 만나기도 힘들었다.


“너한테 이런 소리 하는 게 나도 좀 그렇긴 하다. 너도 힘들 텐데.”


“... 그러니까 굳이 자꾸 오빠처럼 굴지 말라고.”


“아. 미안. 나도 동생이 있다 보니...”


소라는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소라는 베르의 불안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나름 소라도 단단하게 자신을 감싸는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근처에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데스티니처럼 아예 동경하는 존재들이라면 다른 이야기지만.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던 소라였지만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자 베르가 자기보다는 더 행복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는 가족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지만 소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각성자가 가족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가족에서 소외된 존재였다. 소라를 포함해서.


-----------------------------------


“철벽!”


소라가 뛰어드는 타이밍에 들어오는 공격을 향해 정확하게 실드가 작동했다.


펑!


소라의 몽둥이가 악마의 머리를 강타했다.


“나이스. 잘했어요.”


“... 네.”


소라와 티그는 의외로 합이 잘 맞았다. 처음에 엉망진창이던 베르와 소라의 합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와. 잘한다.”


[초등학생도 너보다는 연기를 잘하겠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즘 득츠르(좀 닥쳐라)”


[애초에 왜 저런 애송이랑 비교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네가 가만히 있고 나 혼자 싸워도 저 정도는 하겠다.]


“아. 네. 그러셨어요.”


그리고 실제로 티그의 타겟팅 스킬은 색적이 어려운 움직임이 빠른 적을 상대로 탁월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빠른 움직임을 잡을 수 있으면 백야도 잡겠는데?”


베르의 말에 소라는 움찔 몸을 떨었다. 소라가 마주쳤던 ‘현실계에서의 백야’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소라는 저항 한 번 못 해보고 날아가서 기절했던 기억뿐이었다.


“고마워.”


“아니에요.”


“근데 백야는 뭐야? 악마의 일종이야?”


“아... 음. 악마이긴 악마인데... 타락한 각성자 같은 거랄까?”


“아. 배신자 뭐 그런 건가?”


“그렇죠. 스트루프에 대해서는 들으셨죠?”


“어. 듣긴 들었는데...”


오히려 티그가 가장 난감한 부분 중 하나였다. 스트루프에 대해서 들었지만 실제로 티그는 스트루프를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결국 스트루프가 계속 진행되면 그렇게 되는 거겠죠.”


베르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니 갑자기 머콘생각이 떠오르면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갑자기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 그런데 그럼 혹시 각성계에서 머콘이랑 마주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 플래그 세우지 마요.”


소라가 베르를 째려봤다. 베르도 흠칫하고는 얼른 말을 돌렸다.


“여하튼 백야는 하얀 정장을 입고 다니는 악마 선배...? 아니 뭐라고 해야 하지?”


“하얀 정장이라고?”


소라는 나름 신경 써서 티그 앞에서는 베르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베르의 이야기를 듣고 당황해서 자기도 모르게 반말로 물었다.


“어. 처음에 이름 몰랐을 때는 하얀 정장이라고 생각했다니까.”


“... 검은 정장이었는데?”


“뭐가?”


“사무실에 쳐들어왔을 때.”


“어?”


베르는 사무실에서 기습을 당했을 때 없었기에 그 사실을 몰랐다.


“각성계에서 마주쳤을 땐 항상 하얀 정장이었는데? 뭐... 인간이 아닌 형태일 때도 있었지만.”


“그래?... 요?”


소라는 어색하게 다시 존댓말로 돌렸다. 베르가 떨떠름하게 말을 이었다.


“여하튼 그 하얀 정장에 박달나무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분이 최근에 사무실을 박살 내기까지 했었죠.”


“사무실? 현실계에서?”


“네.”


아무래도 티그한테 그 모든 내용을 다 설명해 주긴 쉽지 않았겠지.


“저희가 각성계를 넘어갈 수 있는 것처럼 각성계에서 현실계에서 넘어오는 것도 아예 불가능 한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구나.”


티그는 각성자와 스트루프에 대해서 듣긴 했지만 자세히 들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 그 머콘...이라는 각성자는?”


순간 베르도 말문이 막혔다.


“거기도 스트루프로 각성계로 넘어간 거야?”


“... 일단은요.”


티그는 ‘일단은’이라는 말에 갸웃했지만 뭔가 상황이 있는 것 같아서 눈치껏 넘어갔다.


베르와 소라는 만약 정말로 각성계에서 자신들을 공격해 오는 머콘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


“헉!”


베르는 밤중에 잠에서 깼다.


“하... 미친...”


문제는 꿈에서 깬 이유였다. 잠시 망설이던 베르는 이내 멘털을 추스르고 재빨리 뒤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 스트루프 때문인 걸로 하자.”


베르는 꿈에서 머콘을 만났다. 그리고 머콘은 서큐버스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베르는 여동생과 엄마 몰래 속옷을 빨아서 자기 방 옷장 안쪽에 널었다.


자기는 분명히 그렇게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꿈에서 그렇게 되다니. 베르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악이잖아. 이거...”


결국 베르는 다음 날 설단을 찾아갔다.


“머콘을 구할 방법은 없냐고?”


“네...”


“너도 물으면서 이상하지? 방법이 있었으면 우리가 안 했을 거 같아?”


“... 그건 그렇지만요.”


설단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너는 각성계로 스트루프 된 각성자들 중에서는 백야 밖에 본 적이 없지?”


“네.”


“왜 백야만 아직도 인간형을 그렇게 잘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해?”


“어... 강하니까?”


“... 그것도 반은 맞아.”


설단은 한숨을 푹 쉬었다.


“나랑 백야가 호흡을 맞췄던 것만 10년이 넘어. 백야는 꽤 오랫동안 우리의 일원이었지.”


이건 또 새로운 이야기였다.


“백야가 스트루프 됐을 때 우린 어땠을 거 같아?”


“... 당연히 충격이었을 거 같아요.”


“그래. 충격도 받았고, 되돌리려는 시도도 해봤어. 마치 말이 통할 것 같은 저런 모습으로 나타나니까.”


그 뒷말은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베르도 백야를 몇 번 만나봤으니까.


“그 이외의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스트루프 되고 나면 우리와 마주칠 일조차 없거나 아니면 각성계에 동화되어서 ‘경계’ 근처에 관심조차 없어지는 거지.”


경계라. 현실계는 어디든지 각성계와 맞닿아서 열릴 수 있는 거 아닌가? 베르의 생각과 상관없이 설단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처음에 그것부터 묻지 않길래 이해했나 보다 했는데 그건 아니었구나.”


“... 그럼 각성자들이 스트루프가 되면 ‘악마’가 되는 거였죠?”


“그런 거지.”


“그러면 혹시...”


베르는 잠시 망설였다.


“그 악마로 가면서 악마 종족으로 바뀌기도 하나요?”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은 설단도 명확하게 아는 부분은 아니었다.


“백야도 그렇지만... 그걸 무슨 종족이라고 불러야 되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아마도 종족이 있긴 있는 것 같아.”


설단의 기억에 사무실 습격 때 악마가 머콘을 보고 ‘상위종’이라고 불렀던 게 기억났다.


“... 심지어는 자기들끼리 종족 간에 서열도 있는 것 같으니까.”


베르가 묻고 싶었던 것은 혹시나 머콘이 ‘서큐버스’가 되었을 가능성은 없느냐는 것이었지만 그걸 묻는 순간 자신이 변태처럼 느껴질까 봐 결국 끝끝내 묻지 못했다.


-----------------------------------


그렇게 결말을 짓지 못하고 찜찜하게 대표실을 나오다가 자이를 마주쳤다.


“... 진짜로 너 대표실 너무 자주 오는 것 같아.”


이번에는 정말로 억울했다. 최근에 간 적이 없었는데 어젯밤 꿈 때문에 물어보러 간 거였는데.


그때 갑자기 불현듯 베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자이형 그때 서큐버스한테서 환상이 아니라 본체가 보였다고 했잖아요.”


“... 네가 생각하는 글래머러스 누드는 아니었으니까 이상한 상상 마라.”


“아니 그게 아니라-”


반박을 하려다가 본체가 글래머러스 누드? 하는 생각이 들자 멈칫했다. 그리고 그 상상이 머콘으로 이어지려는 순간 베르는 깜짝 놀라서 팔을 내저었다.


“... 이상한 상상 하고 있는 거 맞잖아.”


“아니 그건 형이 이상한 말을 해서 그런 거고요.”


베르는 억울했다.


“그래서 본체는 어떤 형태였어요? 아주 괴물 같은 외모였나요?”


자이는 대답을 망설였다.


“다음에 서큐버스 만나면 아마 저도 각성 강화로 볼 수...”


아...? 나는 헤드셋 쓰면 ‘그놈’이 나와서 기억이 안 나던가?


베르가 말하다 말고 멈칫 하자 자이가 한숨을 푹 쉬고 말해줬다.


“사실 네 말이 맞아. 본체는 어느 정도 괴물의 형상을 띄고 있지만 글래머러스 누드바디가 맞아.”


자이는 청소년기라서 그런 거에 집착할 수 있다면서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니 그런 거 아니라고요! 그게 아니라 서큐버스가 된 머콘이라고 치고 본체를 볼 수 있다면 머콘과 대화할 수 있을까 생각한 건데...


오히려 꿈에 머콘 서큐버스(?)의 본체가 나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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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6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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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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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4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0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6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3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1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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