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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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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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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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3.0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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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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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29. 이 타이밍에...?

DUMMY

“단이 괜찮냐?”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이춘봉이 들어왔다.


“아니 선배님들! 이제야 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설단이 반쯤 우는 소리를 했다.


“쯧쯧... 덩치는 산만한 놈이 그거 하나 감당 못해서는... 딱 봐도 이미 다 나았구먼. 걱정해 주는 우리가 손해여.”


“만운 형님. 저 이번에 진짜 죽을 뻔했는데요.”


“백야 그놈이 그렇게 세더냐?”


사실 백야가 세긴 했지만 단순히 백야가 세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었다.


“일단은 너무 기습이었죠.”


“그러게. 너 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백야가 뒷일 생각 안 하고 너한테 달려든 거냐?”


“저도 그걸 모르겠다니까요.”


설단은 한숨을 쉴 뿐이었다.


“대놓고 현실계로 쳐들어오다니... 그렇게 막 나가는 녀석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춘봉이 옆에 있다가 끼어들었다.


“혹시 스트루프의 영향 아닐까? 뇌가 스트루프 해버렸다든지.”


“그런 이유면 지금껏 그런 놈들이 한둘이었겠어? 악마까지 끼고 달려든 거 보면 뭔가 단단히 마음을 먹고 끼어든 건데.”


“악마 놈 이름이 뭐라고?”


박만운도 듣긴 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뭔 거스름인가 고드름인가 한 거였는데.”


“‘그을음’입니다. 형님.”


“그거나 그거나.”


이춘봉이 물었다.


“베르는?”


“아마 한동안 학교만 다닐 겁니다.”


“지금 가장 문제는 오히려 그 녀석 아니야?”


“네?”


이춘봉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 대체 이 바닥에 몇 년을 있었는데 아직도 감이 안 오냐? 무조건 혼자 남는 놈이 스트루프에 빠지는 거야.”


“아...”


스트루프의 가장 큰 조건 중 하나는 고립이었다. 어찌 보면 머콘도 차라리 처음부터 전투에 함께 했다면 고립되지 않고 스트루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소라라는 여자애도 좀 챙기고. 머콘이 그렇게 가버렸으면 여자애가 혼자라서 그 아이도 쉽지 않을 거다.”


“... 이래저래 어려운 일들 뿐이네요.”


딱!


이춘봉이 설단의 머리를 때렸다.


“아얏! 왜 그러시는 겁니까?”


설단은 억울한 듯이 머리를 어루만졌다.


“엄살 그만 피우고 이제 일어나라. 너한테서 그놈의 곰 같은 회복력 빼면 뭐가 더 남겠냐?”


“아니 저도 가끔 쉬어야죠.”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설단도 이미 복귀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교회를 가자는 어머니의 말에 베르의 표정이 굳었다.


“저 교회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알지. 아는데...”


현우 엄마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지금 마음이 복잡한 베르 – 현우는 거기에 신경 쓰기 어려웠다.


“현우 네가 요새 어려운 일이 많잖아. 혹시 어려울 때 의논도 좀 하고 털어놓기라도 하면...”


현우는 맥이 탁 풀렸다.


대체 교회에 가서 뭐라고 털어놓는단 말인가. 나는 각성자고 악마를 잡으러 다닌다고? 이번에 악마의 습격으로 동료를 잃었다고?


조용히 정신병원에 신고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제 일은 알아서 할게요.”


딴에는 감정을 억누르고 말한다고 했지만 말에 냉랭한 기운이 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그냥 한 번쯤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였어.”


현우 엄마도 길게 강요할 생각은 없었기에 미안해하면서 물러섰다.


짝!


이야기를 마치고 방으로 가는데 동생이 갑자기 등짝을 때렸다.


“아 따거따거! 뭔데?”


아무리 아끼는 동생이라지만 갑자기 등짝을 맞은 현우는 어이가 없었다.


“오빠! 정신 차리라고!”


“뭔 소리야. 너.”


뜬금없이 때려놓고 정신을 차리라니.


“오빠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않잖아. 지금 오빠 이상해.”


“...”


그러고 보면 지금 자신은 뭔가에 약간 감정적으로 휘둘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나 나한테 이야기해야지. 혼자서 끌어안고 엄마한테 성질이나 부리고.”


“... 미안하다.”


동생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동생과 엄마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각성계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니까.


다른 각성자들은 대체 어떻게 했을까? 그래서 가족들과 연을 끊게 되는 걸까?


-----------------------------------


어라우절 엔터는 그래도 빠르게 수습이 되었다. 설단도 다시 출근을 시작했고 베르도 다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여. 베르.”


“자이형!”


다행히 자이도 괜찮아 보였다.


“의식을 잃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어요.”


“아 뭐. 의식만 잃었으면 다행인데...”


뭔가 씁쓸해하는 자이였다.


“설대표님 말로는 자이형이 자기를 구했다던데.”


“음. 그렇긴 한데 아주 잠깐이었지.”


“대체 정확히 형 능력이 뭐예요?”


“나는... 사실 만능이야.”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야?


베르는 눈살을 찌푸리고 자이를 쳐다봤다. 자이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도 강화계야. 그리고 보다시피 웬만한 능력은 다 강화가 가능하지.”


“아니 설대표님이 몇십 년을 강화계를 했는데 자이형이 더 세다고요?”


“아니.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냐?”


자이가 어이없어했다.


“모든 능력이 다 가능하다면서요? 설대표님도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은데.”


“당연한 거지만 그 능력에는 제약이 붙어있어.”


“어떤 제약이요?”


“그냥 그런 단점이 있구나 생각하고 넘어가면 안 되냐?”


“... 남자를 밝히게 된다던가?”


“왜 얘기가 그쪽으로 새는데?”


“아니 밝힐 수 없다길래...”


“밝힐 수 없는 게 아니라 밝히지 않는 거뿐이지.”


“아...”


그러고 보니 언제 우리끼리도 스트루프가 발생하면 서로를 겨누게 될지 모른다. 그걸 생각하면 자신의 약점을 아는 것은 치명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군요...”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자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또 뭔가 네 멋대로 착각하고 있겠지. 여하튼 그래서 버틸 수 있던 거야. 서큐버스에게서도 마찬가지였고.”


“역시나...?”


베르가 자연스럽게 한 발 물러서자 자이는 한숨을 쉬고 상대하지 않겠다는 듯이 가버렸다.


아니 마지막은 진짜 농담이었는데...


가버리는 자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누가 어깨를 두드렸다.


“안녕?”


“아! 선배님!”


요새 한창 음원 1위에 방송활동으로 바빠야만 할 데스티니의 단디가 서있었다.


“아니 요새 바쁘실 텐데...”


“그래도 대표님이 나아서 나오셨다 길래 한번 들렀어. 조금 있다가 또 가봐야 해.”


“음방 1위 후보 축하드립니다.”


“고마워~!”


단디는 갑자기 내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까만 눈동자가 일렁이며 내 눈을 들여다보고 있다.


... 갑자기 그러시면 심쿵하잖아요.


“현우 너 요새 무슨 고민 있어?”


“고민이요?”


이런 게 여자의 감이라는 걸까?


“흐음... 혹시 소라 때문이야?”


그리고 여자의 감이라는 게 항상 맞는 건 아니구나.


“아닌가? 여자 때문인 거 같은데?”


“아니 저 아직 연습생인데요... 여자 문제 같은 걸 가지고 있을 리가...”


“어? 난 소라랑 사이가 좋아 보이길래...”


베르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보시면 그걸 사이가 좋다고 보실 수 있는 겁니까. 예쁘지만 눈치는 없으시구나...


“어? 맞다! 그러고 보니까!”


“네?”


“맞지? 맞지? 그 홍보팀에 있던 김지희 대리님.”


... 갑자기 머콘의 이름이 나오자 베르는 자기도 모르게 얼어붙었다.


“홍보팀 다른 직원들이 이야기하던데. 김대리님이 연습생이랑 사귄다고. 근데 우리 남자연습생 너뿐이잖아?”


“... 아니에요.”


“아. 그러고 보니...”


그제야 단디도 기억이 났다. 그 김대리도 사고 후유증으로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었다.


“... 혹시 그분이 많이 아파?”


“... 뭐. 그렇죠.”


다시 볼 수 없을 만큼.


“그렇구나. 힘들겠다. 미안해.”


“아니요. 선배님이 미안할 일이 아니죠. 아. 그리고 저랑 그분이랑 사귄 거 아니에요. 그냥 좀 친했던 것뿐이죠.”


“아... 그래?”


믿는 것 같지 않네.


“현우야.”


“네.”


“힘든 일이 많아도 결국 언젠가 딛고 일어서게 될 거야. 항상 그래왔거든.”


“... 그러겠죠?”


“그럼. 정말 안 되겠다 싶을 때는 시간에 맡겨버려. 뭐든지 해결해 주거든.”


“그러겠네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어두운 얼굴 그만하고. 파이팅!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서툰 위로지만 나름대로 위로가 되었다.


사실 어라우절 엔터에 들어오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나는 그게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극단적인 생각도 많이 했던 거고.


사실 내가 무언가를 움직인 것은 없었다. 그저 우연히 들은 노래에 반했고, 그 길로 연이 닿아서 각성자로 그리고 연습생으로 살게 되었다.


이번 일도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때문에 답답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었다.


-----------------------------------




베르는 다시 원래의 생활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열심히 연습했고, 나름대로 다시 루틴을 찾고 있었다.


결국 소라도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그렇게 머콘이 없이도 우리는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설단이 사무실로 우리를 부른 것은 그 무렵이었다.


똑똑.


“들어와.”


베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설단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 노크를 하길래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대체 내 이미지가 왜 이런 거야.


“소라도 어서 오고.”


소라는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깜짝이야. 인기척이라도 좀 내라.


“안녕하세요.”


그래도 머콘이 있을 때는 좀 더 감정표현도 있던 소라는 그다지 표정이 없었다. 원래 적던 말수도 극단적으로 줄어든 느낌이었다.


“음. 그래.”


설단은 힐끗 시계를 보았다.


똑똑.


“들어와.”


“부르셨어요?”


“그래.”


자이까지 대표실로 불려 왔다. 무슨 일이지?


“아마도 ‘그 일’ 이후로 다 모인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설단은 어차피 꺼내야 될 이야기라고 판단했는지 먼저 ‘그날’을 끄집어냈다.


“그렇다고 우리가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지금도 춘봉이 형님과 만운 형님은 발바닥에 땀나게 뛰고 계시니까.”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이번 데스티니 싱글을 풀었더니 각성자 한 명이 합류하게 됐다.”


아니 이 타이밍에 새 각성자라고? 머콘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는데?


“마음은 알겠는데,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돌아올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적으로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야. 그러니 마음을 빨리 추스르는 것이 맞아.”


뼈저린 말이지만 사실이었다. 다들 아무 말 없이 딴 곳만 쳐다볼 뿐이었다.


“... 새로 온 사람 들어와도 그런 태도로 할 생각들이야?”


“... 아니죠.”


설단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그건 납득할 만한 이유였다.


“일단 내가 부상 중일 때 오는 바람에 바넘이 확인했고, 각성명도 받았을 거야. 그리고...”


설단은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너랑 같이 데뷔할 멤버로 연습생으로 들어올 거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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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 고립 23.03.10 14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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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 꿈에도 그리던...? 23.03.08 155 4 13쪽
31 30. 완벽한 모범생 23.03.07 15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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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 남은 사람들 23.03.05 166 4 14쪽
28 27. 역습의 후폭풍 23.03.05 164 4 13쪽
27 26. 각성계의 역습 23.03.05 175 4 14쪽
26 25. 또 하나의 베르 23.03.04 168 4 14쪽
25 24. 데스티니의 신곡은? 23.03.03 169 4 13쪽
24 23. 진화한 흑염룡 23.03.02 172 4 12쪽
23 22. 각성 주문의 상태가 또...? 23.03.01 172 4 13쪽
22 21. 각성 업계(?)의 비밀 23.03.01 178 4 14쪽
21 20. 각성의 강화 23.03.01 183 4 14쪽
20 19. 취향의 문제는 아닌데요. 23.02.28 190 4 15쪽
19 18. 흔들리는 마음 23.02.27 205 5 15쪽
18 17. 구출은 했지만... 23.02.25 212 5 14쪽
17 16. 업계 포상인가요? 23.02.24 220 5 13쪽
16 15. 구출작전 23.02.23 224 5 13쪽
15 14. 어긋난 팀워크 23.02.22 241 5 15쪽
14 13. 나한테 왜 이래? 23.02.21 24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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