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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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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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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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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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전(4)

DUMMY

※※※



검가(劍歌).


음공 기예의 일종이다. 경지에 오른 검객중에 한번쯤 익히려 시도해보지 않은 이가 별로 없얼텐데, 그리 효용적인 무공은 아니다. 우선 피아식별이 안되는 까닭이다.


진기를 섬세하게 다뤄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피아를 구분하는 것은 음공에 대한 뛰어난 이해를 요하는 바.


칼잡이들이 흔히 익힐 수 없는 감각이다. 음공 자체로써 하나의 갈래를 이루고 있는데, 어린 나이부터 현을 뜯고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으며 연마하지 않으면 적용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이름난 검객들 중에서도 검가로써 이름을 날리는 이는 거의 없다. 당금 무림에 음공을 주력으로 자아내는 가장 유명한 무공은 팽가의 건곤연환탈백도(乾坤連環奪魄刀) 정도에 불과하니.


‘그건 도가(刀歌)인가?’


헛생각과 함께 검이 허공을 가른다. 동시에 극성까지 일으킨 자령안 안법에 보이기 시작했다. 대기를 따라 투명하게 아롱지는 진기의 파문들이.


검로(劍路)를 따라 새겨졌다.


반투명하게 아롱지는 진기 파문이 서로 겹치고 부딪히며 깨져 음률로 화한다.


칼의 노래.


백연은 익혔다. 아니, 검귀는 익혔었다.


낭인들 중에는 신비한 잡기를 익힌 사람들이 많다. 그것을 깊이 다듬어 쓸만한 무공으로 만드는 이들은 별로 없으나, 얕고 넓게 다듬은 기술도 배우는 사람의 식견이 깊다면 얻어낼 것이 있다.


당돌하게 검귀를 찾아와서 비무를 신청하던 검객이었다. 검가를 다뤄 싸우는 방식이 독특했는데, 검귀의 호신강기를 뚫을 정도는 되지 못했었다.


이후 검귀가 낭인에게서 강탈해 연마한 검가도 그러했다. 위력 자체는 강하지만 어디까지나 다수의 약자들을 상대로 강한 무공.


그가 추구하는 검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때문에 그 이상으로 발전시키거나 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다르다.


‘검끝으로.’


이어낸다. 검 자체를 붓 삼아 휘두르는 듯한 감각. 철검의 끝자락에 걸린 진기 파문이 이끌어낸 음률을 겹치고 비틀어낸다.


여기서부터다. 검가는 듣기 좋은 춤사위가 될 수도, 수많은 사람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게 만드는 음공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진기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


이 음률을 날카롭게 다듬고, 진기의 파문이 천둥처럼 사람들의 육신에 충돌하면 그것이 바로 광역 절기다.


하지만 백연은 그리 하지 않았다.


다만 직전 보았던 화율의 무공처럼, 부드럽게 진기 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을 뿐.


검끝에 걸린 음률을 이어내고 엮어내며 켜켜이 쌓아낸다. 진기의 파문이 하여금 사방의 풍광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가, 다시금 튕겨나오며 그 자신에게 돌아오도록.


그렇게 춤추듯 움직이며 휘두른 소년의 검끝에, 어느 순간 티없이 맑은 음률이 걸려들었고.


티잉-


청명한 소리의 파문이 반투명하게 허공을 뒤덮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화율의 표정이 곧장 뒤바뀌었다. 항시 눈을 내리감고 있는 화율.


이 순간 그녀의 시야에 비치던 풍광이 바뀌고 있는 까닭이었다.


‘이리 빠르게......?’


다라법왕공으로 바라보던 세상의 위로, 흐린 풍경이 스며들듯 덧칠된다. 티없이 맑은 음률이 더없이 섬세하게 세상의 모든것을 감각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덕분에 뼈대는 잡았습니다. 이제 다듬어야겠군요.”


백연이 말했다.


그에 화율이 멍하니 있다가 되물었다.


“뼈대란 말입니까? 어째서?”


그로써 완벽했다. 감각의 수련만 한다면 설향이라는 아이는 저것으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바람결 같은 진기로 음률을 자아내 검력(劍力)으로써 세상을 감각하는 백연의 검.


이 자리에서 방금 완성되었다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더 손댈 것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백연은 태연히 화율을 돌아볼 따름이었다. 어느 순간 내리감고 있던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리면서.


“단순히 생활에 지장이 없는 것을 원하는게 아니니까요. 물론 이것 자체도 조정이 필요합니다. 검명을 조용하게 상시로 일으킬 수 있어야만 평소에도 사용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백연이 검을 뻗었다.


한없이 여상한 손짓. 그러나 종으로 하늘을 그어내리는 검끝에, 지고한 검격 묘리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은 화율도 쉬이 눈치챌 수 있었다.


화아아아악-!


한순간 바람이 일어난다. 초월에 이른 검객이 잠깐이나마 의념을 일으킨 탓이었다.


“사저는 검객입니다.”

“......실전성을 추구하시는군요.”

“그렇지요.”


백연이 중얼거렸다.


“사저의 눈이 되어줌과 동시에, 검(劍)의 본 역할도 수행해낼 검법.”


이미 뼈대를 잡았다. 완성에 오랜 시일이 걸리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저녁에는 무궁각에 가야겠군요.”


완성해야할 비급이 많았다.



※※※



“아이에게 물어보겠소. 하지만.”


운결은 반대하지 않았다. 제자들을 감싸고만 돌 수는 없다.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는 소홍의 능력을 잘 알았고, 검신이 아무 이유없이 소홍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운결이 느끼기에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적어도 은잠행술에 있어서 만큼은 소홍이 백연보다도 훨씬 귀신같은 신출귀몰함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다만-


“두 사람은 적소이다. 무슨 일이 생길때를 대비해야 하오.”


그렇게 덧붙였을 따름이다. 그의 의견에 곧장 동조하는 것은 검선이었다.


“노부도 그리 생각하고 있소. 적어도 세 사람은 가야 하지 않겠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셋이라면 대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니.”

“헌데, 소홍이라는 아이를 정말 데려가는 것이 맞습니까? 곤륜파에는 백락이......”


한편으론 소홍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금정신니도 있었지만, 그 의견은 곧 고개를 주억거린 현천검제에 의해 묵살당했다.


“그 귀신같은 아이 말인고? 본적이 있네. 기척을 죽이는 것에 한해서는 그보다 뛰어나기도 어렵겠더군.”


묵직하게 내려앉는 검제의 말.


그 순간부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한켠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신승만이 허허 웃을 따름이다.


덕분에 주제는 곧장 넘어갔다. 정탐을 위해 세 사람이 가야 한다면, 누가 세번째 인원이 되는 것이 옳겠냐고.


“검신 그대가 원하는 인원을 선발하는게 낫지 않겠는가?”

“그 아이 외에 딱히 생각해둔 것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뽑자면 유성이도 괜찮은데, 아이는 지금 매화검수들을 이끌고 있는 중인지라 고민이군요.”

“잠시 하산해 있는게 아닌가?”

“맞습니다. 주변을 깨끗이 한다고.”

“허어. 노부가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네만, 아무래도 교주가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본문의 기척일테니.”

“검선께선 안됩니다. 무당과 소림의 무인들은 이번 일에서 배제할 생각이니 그리 알아주십시오.”

“허면 누구를.”

“역시 백락도 데려가는 게......”

“그리 되면 곤륜파만 두 사람이 가는것이 아닌지요? 한쪽이 지나치게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옳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때였다.


“저......”


바닥에 지도를 펼쳐놓고 있던 선화였다.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린 루주에게 곧장 좌중의 시선이 쏠린다.


“제게 의견이 하나 있는데......”

“무엇인고? 말해보게. 천라방 방주 대리의 의견이라면 중하지.”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키는 선화. 본래 항시 당당한 여인임에도, 있는 자리의 무게감이 지나치게 컸다.


주변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면면도 천하를 논할 지경인데, 그녀 자신마저 자리를 비운 천라방주 은림을 대신해 앉아있다.


자연히 얼굴색이 희게 질릴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흘러나왔다. 오랜기간 루주로써 살아온 사람답게.


“지금 저희 천라방의 임시 본단......그러니까 백야주루에 손님이 한명 있습니다.”

“손님?”

“잠시간 이곳에 몸을 의탁한다 했는데, 아마 백연과의 계약으로 정마대전에 손을 보태기로 한 모양이더군요.”

“누가 말인가?”

“새외 살막의 주인.”


찰나 모두의 눈빛이 바뀌었으나 선화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살막주 녹요귀도(綠繞鬼盜)입니다.”


잠시 침묵이 스쳤다. 모여있는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내는 신승과 같은 사람들도, 한편으론 미덥지 않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는 청운진인 같은 사람들도 있었다.


허나.


어느 누구도 그가 누군지 되묻지는 않는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이름자이기에.


녹요귀도, 혹은 세간에서는 살막주라 불리는 인물.


오래된 별호다. 수십년 전부터 중원에 노닐던 사람들이나 들어봤을 이름인데, 근래에 다시 나타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왜 이곳에 있단 말이오?”


잠자코 앉아있던 홍유각이 묻는다. 주변 사람들도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새외 무림에서도 가장 밖으로 나도는 인물 아니오?”

“백연......백락과 이야기가 된 모양입니다. 적어도 이번 정마대전만큼은 아군이라고.”

“백락? 또 그쪽과 관련된 일이란 말인지.”


그리 중얼거리며 헛웃음을 짓는 투검 홍유각. 한편으로는 유려한 턱끝을 매만지며 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검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좋네요.”

“검신. 새외의 무인을 이런 일에......?”

“녹요귀도 아닌가요? 이런 일에 있어 가장 적합한 사람이겠지요. 저보다 훨씬 잘할 듯 싶은걸요. 당장 천하 무림에 지금 이 자와 견줄 수 있는 무인이 천살문주, 무영방주를 빼고 또 있나요?”


단순히 무력의 문제가 아닌 일인 까닭이다. 본신의 무력과, 뛰어난 침투 실력이라는 두가지 전제 조건을 모두 지닌 무인은 별로 없다. 검신이 언급했듯 천살문주와 무영방주 정도나 되어야 비견할 수 있는 사람.


“우선 그에게 물어보고, 수락한다면 구태여 다른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검신이 말했고, 운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신께서 원한다면 그리 하시오.”


생긋 웃은 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앉아있던 검제와 신승은 조용히 입을 다물 따름이었는데, 그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다른 이들도 입을 열 여지가 없었다.


“그럼 언제쯤 출발할 생각인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요.”

“당장 살막주에게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겠어요?”


검신이 답하기도 전에 이미 선화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든 뒤였다. 손을 빠르게 움직이더니,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지는 모습. 후욱 스쳐든 진기 파문이 자리에 남아 일렁였다.


“허면 정탐이 먼저인 것인가.”

“맹의 후발대는 언제쯤 오는것이오?”

“아마 사흘 간격을 두고 도착할 것으로 보이외다. 출발할때는 그리 했는데.”

“그렇다면 오늘은 여기까지겠소. 검선. 맹의 후발대에 맹의 군사(軍師)가 함께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운결이 물었고, 무당검선 현궁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총군사와 부군사가 모두 이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전장을 형성하고 전략을 짜는 것은 그들이 도착한 뒤부터의 일이겠소이다.”

“그때부턴......”

“진정으로 정마대전의 시작이 아닌고.”


검제가 뇌까렸다. 비스듬히 햇살이 떨어지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매가 짙었다.


“지천이 격동하니......임전(臨戰)의 때가 오고 있구나.”


침묵이 회의장에 내려앉았다.


천하가 고요했다. 폭풍전야의 평야라도 되는 듯이.


아직까지는.



※※※



오후의 햇살이 기울때쯤 화율은 멍한 표정으로 하루동안 본 것을 복기하고 있었다.


“......검이.”


검법이 본래 저리 만들어지는 것이었나. 그녀가 일평생 지녀온 상식이 부정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 백연이 활약하는 것을 처음 본건 아니었으나, 이러한 짓거리를 해대는 것을 바로 곁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괴력난신.’


고금에 이름을 새길 천고의 재능.


그리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뭐야, 백연. 또 새로운거 만드는 중?”

“욕심내지마. 사형꺼 아니니까.”

“뭘 내가 욕심을 냈다고 그래. 근데 그렇게 말하는거 보니까 주인이 있나보다?”

“응.”


흥미롭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며 백연이 검법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곤륜파의 아이들. 하지만 그들의 흥미는, 말 그대로 흥미에서 멈춘다. 또 새것을 만드는 장인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잠깐 관심을 가지듯이.


그런 수준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님에도.


“주인이 있다고? 한 사람을 위한 검법은 좀 부러운데. 내껀 없나?”

“단휘 사형도 눈을 잃고 오면 고려해볼게.”

“아하. 설향이 검법이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네놈은 쓸데없는 거에 눈독 들이지 좀 마라. 거 다큰놈이 욕심은 많아서......”

“아니, 방금 전까지 검법에 욕심내던건 무진 사형 아니었습니까? 거 뒤에서 무슨 말 하는지 내가 다 들었는데......!”

“유언비어 퍼뜨리지 말아라.”


그저 농을 나누며 백연이 검법을 만드는 것을 팔짱끼고 지켜보는 소년 소녀들.


검법을 만드는 과정에 태연하게 농담섞인 훈수를 던지는 것마저 당황스럽다.


“좀더 올려치는게 낫지 않냐? 검가를 넓게 퍼뜨리려면.”

“무진 사형은 그게 문제입니다. 자기 신체 기준으로 생각하면 어쩌라는건지. 설향이는 사형 키의 절반이라고요.”

“그런가?”

“외려 낮춰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말에 크게 틀린 구석이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백연마저도 백자배 아이들이 툭툭 던지는 말에 검로를 조금씩 수정해보고는 씩 웃으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줄 지경이었으니까.


“의견은 둘다 좋은데? 검을 드는 위치를 낮추면, 인지 범위가 좁아져서 더 집중되는 효과가 있겠다.”


그렇게 검을 펼치기를 한참. 어느새 화율은 자신의 주변에 백자배 아이들이 가득 앉아있는 것을 깨달았다. 제각기 수련을 하다 온 듯 흙을 묻히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문득 익숙한 얼굴이 앉아 있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반색했다.


“해랑.”

“......누님?”


그러고보니, 곤륜파에 해랑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그녀다. 막 곤륜산으로 왔을 적에는 옥수에 머물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사방장군으로 인해 반파된 곤륜파에서 해랑을 찾아 만날 정신은 없었으니까.


마주칠 시간이 없었는데.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정말로요! 언제 여기 오신거에요?”

“......도착한지는 좀 되었습니다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그때였다. 한창 검을 휘두르던 백연이 어느새 해랑의 등 뒤에서 슥 나타나더니 그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었다.


“수련은 끝나고 왔어?”

“네, 형님! 덕분에 잘 마치고 왔어요.”

“흐음.”


웃으며 해랑의 머리를 쓸어낸 백연이 그 얼굴을 천천히 응시했다. 싱그러운 미소를 띈 소년의 녹빛 눈이 햇빛 아래 부서지듯 빛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닮았다.


살막주와.


그때였다. 화율이 의아한듯 되물었다.


“무엇이 닮았단 말입니까?”

“살막주 말입니다.”

“그는 왜......?”

“녹안이지 않습니까.”

“?”


화율의 얼굴이 의문의 빛으로 물들었고, 그제서야 백연은 깨달았다. 눈앞의 여인이 세상을 인지한다고 해서 색까지 보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잠깐의 시간동안 모든 정보를 받아들인 그녀가 천천히 백연을 응시했고, 내리감은 화율의 시선과 백연의 시선이 마주쳤다.


“어......말을 안했었군요.”

“몰랐습니다. 헌데, 녹안은 극도로 희귀합니다.”

“......확인을 해봐야 할까요?”


화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는게 옳겠습니다. 지금 살막주가 어디에 있지요?”

“옥수 백야주루에 머물고 있을겁니다.”

“당장 가보도록 하지요.”


그렇게 날이 어둑해질 무렵 두 무인은 자리를 정리하고 허겁지겁 옥수로 내달렸고.


“......어딜 갔다고요?”

“회의 결과, 마교 군세를 정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때문에 정탐을 맡을 별동대에 포함되어 반시진 전에 출발했습니다만?”

“별동대 말입니까? 대체 누구를 보냈길래.”

“그게, 운하검신 본인과 살막주, 그리고......소홍 공자입니다.”


난처한 표정을 지은 루주 선화의 말.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감각에 백연은 이마를 짚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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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결집(2) +6 24.08.13 1,309 4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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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별하늘이 지는 밤에(2) +6 24.08.01 1,435 44 17쪽
324 별하늘이 지는 밤에 +6 24.07.31 1,472 45 15쪽
323 용살(龍殺)의 검(4) +8 24.07.29 1,583 45 20쪽
322 용살(龍殺)의 검(3) +8 24.07.27 1,447 46 13쪽
321 용살(龍殺)의 검(2) +5 24.07.26 1,440 44 18쪽
320 용살(龍殺)의 검 +6 24.07.25 1,437 45 14쪽
319 초월(4) +5 24.07.24 1,445 42 13쪽
318 초월(3) +6 24.07.23 1,408 43 15쪽
317 초월(2) +7 24.07.22 1,492 40 14쪽
316 초월 +8 24.07.20 1,493 4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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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용해곡(龍骸谷)(4) +5 24.07.15 1,450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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