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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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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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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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탐

DUMMY

※※※



곤륜산 백학봉(白鶴峰).


본파에서 조금 떨어진 봉우리다. 사방으로 솟은 산맥보다 살풋 낮은 장소인데, 그 위에 정갈하게 청강석이 깔린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드넓은 곤륜산맥.


본디 오래 전에는 산맥 전체를 따라 곤륜파가 자리잡고 있었다고 했다. 수십개의 봉우리마다 도인들이 수련을 거듭했다고.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천하가 합쳐졌다 쪼개진 뒤, 다시 합쳐졌다 쪼개지기를 수차례 반복하기도 이전의 일이었다고 들었으니.


작금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아니다. 산맥의 사이, 자그마한 분지에 둘러싸인 공간이 곤륜파의 본문이 자리잡은 장소. 그 사방으로 솟아오른 봉우리들마다 연무장을 마련해놓은 것도 근래의 일이다.


백연과 청율이 기를 쓰고 주장했던 일이다. 수련하는 장소에 휘감긴 자연지기의 성질에 따라서 조금씩 미세하지만 다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운결은 그 말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았으나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수없이 몰려든 정파 무림의 무인들을 전부 감당하기 위해서는 연무장 하나로는 부족했을테니까.


휘영청 떠오른 달빛이 구름 한점 없는 하늘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연무장을 적신다. 그 위에 홀로 선 운결이 천천히 순백의 검을 치켜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곤륜파의 장문령부로 불리기 시작한 검.


운결이 일보를 내딛음과 동시에 운룡검(雲龍劍)이 스치듯 하늘을 베어내며 떨어진다. 유려한 종격으로 떨어지는 검이 희끗한 궤적을 그려내고, 다음 순간 운결의 시야 한중간에 시리도록 새하얀 선이 새겨졌다.


쩌저정!


“......음?”


시야가 이지러지고, 다음 순간 검을 내리그은 운결은 미간을 좁혔다. 그의 검에서 저토록 시린 백광이 일어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 까닭이다.


“장문인.”


뒤이어 백광이 옅어진다. 어둠속에 흐리게 나타난 인영을 보며 운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연이 아니더냐. 어디서 올라온게냐?”

“그냥 돌아다니다 걸어왔습니다. 장문인께서 어디계신지 몰라 조금 헤메고 다녔던지라......”

“그 뒤는 절벽인것을?”

“북방을 도는 동안 얻은게 좀 있었습니다. 헌데......”


백연이 말끝을 늘였다. 운결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했다. 허나 백연이 입을 열기 직전, 손을 들어올린 운결이 중얼거렸다.


“되었다.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예?”

“소홍의 일로 온것이 아니더냐.”

“......”


침묵하는 소년. 그 사이 운룡검을 납검한 운결이 천천히 수염을 쓸어내렸다.


백자배 아이들 중 막내에 가까운 백연.


운결 자신의 제자이나, 운결은 그것이 절반의 의미임을 잘 알고 있었다. 외려 저 아이가 다른 모든 아이들의 스승이라 봐도 좋은 일이다.


때문에 각별하다.


백자배 아이들과 단순히 사형 사제의 관계가 아니라는 소리.


백연이 아이들을 쳐다보는 눈빛은 그저 사형이나 같은 배분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다. 언제나 지극히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이 느껴지니까. 운결은 그 눈빛이 자신의 것과 진배없다고 느꼈다.


저 아이는 자신의 사형들을 제자처럼, 가족처럼 여기고 있겠지.


“찾아올 줄 알았다. 생각보다는 늦었구나.”


그렇기에 운결은 이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백연 또한 무턱대고 백자배 아이들을 감싸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어디까지나 일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대(對) 마교전의 정탐 역할.


평범한 무인들이라면 목숨을 버리는 임무다. 초월에 가까운 이라 해도 마찬가지일 터다. 당장 구파의 지고한 고수들조차 마교의 군세를 정탐하고 확실하게 살아 돌아올 수 있음을 장담하는 사람은 몇 없을테니까.


다만 운결은 소홍의 자질을 믿었다. 그 자신의 눈 또한.


“사형은 아직 부족합니다. 아니, 평시라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만, 이건 좀 다른 일이지 않습니까. 장문인께서는 이리 위험한 일을 왜 허락해주시고......?”

“소홍은 부족하지 않으니 걱정 말거라.”

“......마교입니다. 검신께서도 쉬이 침투하실 수 없을겁니다. 살막주는 모르겠지만, 소홍 사형은 명백히 아직 초월과는 거리가 멀지요.”


불안이 섞인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하는 백연. 허나 운결은 느릿하게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정탐에는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

“그건 맞습니다만, 혹여나 걸린다면......아니, 걸릴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리 된다면 나머지 두 사람은 몰라도 사형은 위험해집니다.”

“왜 걸릴것이라고, 그리 생각하느냐?”


운결이 물었고, 백연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야......”

“네가 항시 최악을 가정하고, 언제나 그것을 대비해 움직이는 것은 안다. 허나 그렇게만 모든 일을 처리하면 너는 너 스스로밖에 믿을 사람이 없지 않겠더냐. 모든 상황에 대처 가능한것이 너 뿐이니.”

“그렇지 않습니다. 사형들도......”

“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도 그들이 처리할 수 있다 확신하는 일만을 맡기겠지.”


운결이 말했다.


백연은 반박하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그가 그러했던가.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지 않으면......


“네가 소홍이를 지켜줄 필요는 없단다.”

“......지켜주려 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역량을 네 잣대로 판단하여 일을 맡기는 것도 마찬가지니라. 너는 네 사형들을 보호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내 일이지.”


백연은 가만히 중년의 도인을 응시했다.


백의 운결.


이끄는 사람이다. 이 순간 내뱉는 말마저 그러했다.


“내 곤륜의 장문인으로써 하는 말이니 듣거라. 너희들의 자질을 파악하여 가불가를 정하고, 모두를 지킬 수 있도록 움직이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내가 맡아야 하는 일이니.”


장문인으로써 소홍이 이 일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판단했다는 이야기였다.


곤륜파의 장문인.


위에서 본다. 백연은 알고 있었다. 운결은 정이 많고, 모두를 품어내는 사람이지만 그와 동시에 더없이 냉철한 시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만일 소홍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 책임이니 네가 신경써야만 할 일이 아니다.”

“......”

“네 생각에 곤륜의 장문인은 누구더냐?”

“그야 당연히 제 눈앞에 계신 분이지요.”

“네 정녕 그리 생각하고 있다면, 책임과 결정은 내게 맡기거라. 그것이 일문의 장문인이 해야 할 일이다.”


백연은 천천히 한숨을 삼켰다.


운결의 말에 틀린 것이 없는 까닭이었다. 뒤이어 덧붙이는 말 또한 그랬다.


“네가 걱정함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서는 안될 일이다. 검신께서 소홍의 자질을 보고 지목했고, 소홍이 또한 가겠다고 수락한 일이다. 곤륜이라는 문파가 행하는 모든 일을 네가 인가를 내리는 것은 안되지 않겠느냐.”


그리 말하고는 흐리게 웃으며 수염을 쓸어내리는 운결.


“아니면 네가 장문 노릇을 하겠더냐? 헛허.”

“......죄송합니다.”

“너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네가 어찌 곤륜에 들어왔고, 무슨 마음으로 이곳을 일으켜 세우고 아이들을 그리 가르친지 기억하라는 의미다.”

“천하제일문(天下第一門).”


백연이 뇌까렸고, 운결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는 백연이 네가 한 말을 항시 기억에 새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뤄지리라는 사실도 믿고 있지.”

“그런걸 말입니까?”

“네가 된다 하지 않았더냐. 그리고......”


운결이 시선을 돌렸다. 곤륜산맥을 따라 흐리게 일렁이는 불빛들이 수도없이 많았다. 제각기 다른 문파와 집단들의 빛이었다. 산맥의 사방을 따라 원을 그리며 늘어서 있는데, 그 정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것은 곤륜파의 건물들이었다.


“그리 머지않았다고도 생각하고 있단다.”

“머지않았다......”

“허니 소홍이를 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네 사형은 뛰어나니.”


백연은 고개를 살풋 끄덕였다.


운결의 눈. 그가 운결을 장문인으로 인정한 이상 믿어야 할 일이다. 장문인이 저리 말한다면, 소홍이 괜찮으리라고 믿는 수 밖에.


더불어 검신이 소홍을 원했다는 소리.


‘......자질을 본건가?’


무언가를 본 것이 틀림없다. 검신은 본질을 꿰뚫는 눈을 지닌 무인. 백연을 볼때도 쉼없이 그를 꿰뚫어보던 사람인데, 그녀가 소홍을 콕 집어 원했다면 아마 확신에 가까운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겠지.


특히 그의 사형이 지닌 기척은 백연 자신도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옅었으니.


‘차라리 사형에게는 기회인가.’


직전 옥수에서 소식을 듣자마자 올라온 까닭에 경황이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다. 두 동행자가 초월에 이른 무인들이니. 누군가에겐 기연으로도 여겨질 수 있을 상황.


말도 없이 사라져 당황하긴 했으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을 정도는 된다.


‘하지만.’


허나 고개를 끄덕인 백연의 말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헌데 장문인. 사형과 별개로 알려드려야 할 다른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한층 낮아진 백연의 목소리.


“무엇을 말이더냐?”

“살막주 말입니다.”

“말해보거라.”


백연이 운을 띄우자 운결이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이라도 의연히 답해주겠다는 듯이.


하지만 그 의지는 얼마 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가 해랑이의 친부 같습니다.”

“......뭐라?”


곤륜산의 봉우리처럼 즉각적으로 치솟은 눈썹. 잠시간 고민하듯 미간에 주름을 만드는 모습이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운결이 이마를 짚었다.


“......정말이더냐?”

“아직까진 추론이긴 합니다. 사실 본래 이것을 확인하려 했는데, 살막주가 이미 떠났다고 해서.”

“허, 허허......”


머리를 짚은 운결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선화에게 소식을 막 전해들을 때의 백연과 똑같은 표정을 지은 그가 중얼거렸다.


“우선은 무탈하게 돌아오길 빌자꾸나.”



※※※



어둠속을 한 사람의 인영이 갈랐다. 밤하늘 아래 늘어지는 흑포가 꿈결처럼 흐리게 출렁였다.


그 끝단에 새겨진 매화 자락이 달빛 아래 유독 선명하게 빛난다.


맨발로 대지를 박참에도 걸음에 흔들림이 없다. 발 아래 닿는 대지에는 푸른 새싹마저 삽시간에 자라났다 떼는 순간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는데, 그 경지가 한없이 지고했다.


화산파 장문인. 운하검신 서일화.


이 순간 서방 신강을 향해 내달리는 중이었다. 지독할 정도의 극쾌(極快)에 이른 경공 질주.


소리마저 짓이기며 전진한다. 밤하늘 아래 옅은 암향만을 흩뿌리면서.


홀로 거침없이 밤을 열어젖히는데, 어느 순간 그녀의 인영이 크게 일렁이더니 훅 멈춰섰다.


사박.


옅은 발소리와 함께였다.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가 갈까요.”


멈추는 순간마저도 꿈결같다. 강대한 경공질주의 여파는 어딘가로 사라졌고, 처음부터 내달린 적이 없었다는 듯이 뒷짐을 지고 평원의 한 가운데에 솟아나듯 멈춰선 그녀가 중얼거렸다.


“밤잠을 충분히 자야 내달릴때 편하니.”

“검신 당신은 이대로 신강까지 가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 순간이었다.


허공이 후욱 휘어지더니, 녹빛 눈동자가 밤하늘 아래 갑작스레 떨어져 내렸다.


“당신이 익힌 검. 장기전으로 가도 압도적인 공능에 이른 듯 보이는데.”

“제 문제만은 아니니까요.”


검신의 답에 어깨를 으쓱인 살막주가 태연히 중얼거렸다.


“원하신다면야.”


그와 동시였다.


스르륵.


바람결이 일렁이더니, 어느 순간 살막주의 곁에 선 그림자가 흐리게 이지러졌다. 그 사이에 선 것은 작은 키의 소년이었다. 잠시 고개를 갸웃 기울인 살막주가 뒤이어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언제?”

“......”


소홍의 투명한 시선이 살막주를 눈에 담았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었지만, 정작 호흡 한톨조차 그런 티를 내지 않는다.


아니, 아예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살막주의 감각에도 그리 느껴졌다. 지금 그의 곁에 선 소년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지 않다면 놓쳐버릴 것 같다고.


“그래서, 바쁘게 출발하느라 못 들었는데 이제 물어보도록 하지요.”

“무엇을 말인가요?”

“검신 당신이 이번 정탐을 요구했고, 그를 위해 이 아이를 뽑았다 들었는데.”


소홍을 힐긋 눈짓한 살막주가 덧붙였다.


“소홍, 맞지요?”

“네.”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홍. 그 모습에 살막주가 입매를 비틀었다.


“자질을 본겁니까?”

“그런 셈이지요. 비무제전때도 눈여겨 봤는데, 이번에 곤륜파에 들어서며 보니 더욱 성장해 있더군요.”

“확실히......”


소홍을 쳐다본 살막주가 중얼거렸다. 검신과 그 자신의 대화를 코앞에서 듣고 있음에도 신경쓰지 않고 태연히 장포를 벗어놓곤 자리에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준비하는 모습.


“괴이한 수준이군요.”

“살막주의 눈에도 그 정도인가요?”

“제가 이 아이를 길거리에서 봤다면, 다음대 살막주는 이미 정해졌을겁니다.”


자질에 대한 극찬.


잠깐이나마 나뭇가지를 모으던 소홍의 손이 살풋 흔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살막주는 그런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덧붙였다.


“왜 백락을 고르지 않았는지 알겠군요.”

“이 아이가 더 뛰어나니까요. 이번 일에서는.”


그리 말하며 소홍의 곁에 다가간 서일화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네가 지니고 있는 자질.”

“......”

“반응을 보아 이미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듯 한데, 왜 그것을 깊게 갈고 닦지 않았는지 물어봐도 될까?”

“살수였습니다. 어렸을 때.”


소홍의 짤막한 설명이었고, 검신은 그 속에 서린 감정의 격류를 읽었다. 뒤이어 덧붙이는 말에 서린 것 또한.


“백연, 곤륜파의 검은......”

“살수의 무공이 아니다. 뭐 그런 말이군요. 보아하니 살수 무공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몸짓을 보니 천살문 무공의 흔적을 씻어내려 노력을 꽤 한것 같은데......”


끼어든 살막주. 그에 소홍이 미간을 좁혔다. 소년의 시선이 녹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허나 살막주의 목소리는 한없이 태연할 뿐이었다.


“하지만 소홍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은 백락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아니, 애초에 그와 같은 사람이 또 있을수는 없지요.”


그리고는 검신에게 시선을 던진다.


“혹시 이번 일에 제가 온것도 이 아이 때문입니까? 가르쳐달라, 뭐 그런건가 궁금하군요.”

“아니요? 당신에게 그런것을 요청할 생각은 없습니다. 애초에 저는 살막주 당신이 곤륜에 머물고 있는지도 몰랐으니까요.”


어깨를 으쓱인 검신이 허리춤의 검파를 쥐었다.


“화산의 검은 살수의 무공과 비슷한 면이 있지요. 본래 문파의 검을 외인에게 알려주는 일은 없으나, 이건 제가 엮어낸 실전용 살검(殺劍)과 보신경.”

“......그런?”


당황한 표정을 지은 살막주를 뒤로하고 검신이 소홍을 응시했다.


곤륜파의 존재감 옅은 소년. 그에게 있는 자질을 검신은 어느 정도 엿보았다. 그것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도.


소홍이 조금만 배운다면 마교의 군영을 제집처럼 거닐 수 있으리라고 검신은 생각했다. 아직 배운것이 없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막주와 검신마저 그의 기척을 쉬이 잡아낼 수 없으니까.


압도적인 자질.


그리고 지금은 그 자질이 필요했다. 마교를 상대함에 있어, 가장 가능성 높은 최선의 수만을 두어야만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까닭이다.


“일찌감치 판단했지요. 이번 일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 아이의 자질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소홍을 바라보며 말했다.


“충분히 배운다면, 살수의 정점에 오를 자질이 네 안에 깃들어 있으니.”

“......정점이요?”

“허나 네가 마음먹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궁금한데.”

“......”

“강요하는 것은 아니란다. 네가 익히지 못하고 마교와 마주친다면, 나와 이자가 먼저 움직이면 될 일이니까.”


소홍은 눈을 깜빡였다. 그때 곁에 서 있던 살막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검신은 살수가 아니지요. 제게도 배우면 더 쉬울겁니다.”

“살막은 외인을 가르치는지?”

“정파의 운하검신이 가르치는 것보다야.”

“둘다 가르치는 것으로 합의를 보지요.”

“......시간이 없으니 그게 효율적이긴 하겠군요.”


동시에 두 사람이 소홍을 돌아보았다. 이어지는 살막주의 말이 가볍다. 허나 그 내용은 아니었다.


“원한다면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천하에 이름을 새길 살수가 될 수 있도록.”


두 초월에 이른 무인이 소홍을 쳐다보았고.


소홍은 잠시 볼을 긁적였다. 두 무인이 무언가를 크게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가 과거에 살수 무공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곤륜파의 검을 수련하다보니 자연스레 살수 무공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워 치워버렸을 뿐.


지금 소홍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백연의 곁에서 함께 싸울 수 있는 검을 손에 쥐는 것. 그렇게 자신의 사제를 지켜주는 것.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소홍은 참으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항시 무표정인 소년의 눈에 옅은 기대가 깃든 것은 두 사람 모두 알아채지 못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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