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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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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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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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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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헛돈

DUMMY

117화 헛돈


“저는 제 생각대로 말씀 드리는 것뿐입니다. 최종 결정은 회장님께서 하시는 거고요.”

“혹시 자네가 잘못 본 거 아닌가? 자네도 사람이니까 실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다시 한 번 찬찬히 봐.”


선 회장은 자신의 얼굴을 그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내 사주도 다시 뽑아 보고.”

“저는 회장님께 드릴 말씀 다 드렸습니다. 그러면 저는 회장님께서 김재철 님 보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실 거라 믿고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가 선 회장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데,


“잠깐만! 자네가 잘못 본 거 아니란 말이지? 그럼 한 가지만 더 묻겠네. 나는 올해 안 좋지만 민경이는 아주 좋다고 했잖나? 그러면 그 회사 인수를 우리 민경이가 주도하면 어떻겠나?”

“그건 더 위험합니다.”

“무슨 말인가?”

“두 분은 크기가 다릅니다. 회장님의 크기가 고무대야만하다면, 민경 씨의 크기는 밥그릇만 합니다. 열심히 배우면 언젠가는 회장님처럼 크게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그런가?”

“아무리 좋은 밥그릇이라도 밥그릇일 뿐입니다. 그런 큰 회사 인수 작업을 주도하려면 민경 씨 정도의 크기로는 안 됩니다.”

“으음. 그렇군.”


선 회장은 자신이 원하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자 실망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더 선 회장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나도 미쳤지. 저 자식이 기업 경영에 대해 뭘 안다고 이런 걸 물어 봐?”


선 회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곳을 노려보았다.


#


그는 침대에 엎드린 김재철씨의 허리 곳곳을 눌러 보았다.


“음. 많이 좋아졌네요.”

“그럼요. 원장님께 치료 받기 전에는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당기고, 오른 쪽 다리 안쪽이 당겨서 밤에 잠도 못 잤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거의 안 아픕니다.”


좌골신경이 눌려 다리가 당길 때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다리 뒤쪽, 족태양 방광경을 따라 통증이 오는 경우와 다리 외측, 족소양 담경을 따라 통증이 오는 경우가 제일 많다.


이런 경우는 치료가 상대적으로 덜 힘들다.


그러나 다리 안쪽의 족소음신경을 따라 통증이 오는 경우는 훨씬 힘들다.


김재철씨는 다리 안쪽을 따라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회복세를 보여, 지금은 통증을 거의 안 느낀다고 하는 것이다.


“앉았다 일어나는 건 어떠세요?”

“그게 좀 힘들기는 한데, 그래도 조심하면 앉았다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걷는 것도 많이 좋아지신 것 같고요?”

“예.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장님께서 기적을 만드신 겁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두어 달 정도 치료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호전된다면 한 달 내로 회복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만일 집이 한의원 근처라면 몇 달이고 치료 받으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지였다.


모텔이 아니라 아무리 시설이 좋은 호텔이라도 내 집보다 편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김재철 내외가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그들을 계속 붙잡아 두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리고 이틀 뒤였다.


그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투약할 처방을 구성하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났다.


임 선생이었다.


“원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지금은 바빠서 곤란하시겠죠?”

“괜찮습니다. 말씀하시죠.”

“어제 성원미래개발에서 사람이 와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남편 보상금 문제를 꺼내더라고요. 합의를 보자면서요.”

“반가운 일이네요. 그래서요?”

“우리야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어째 좀 이상하잖아요. 3년이 지난 일을 여태 가만있다가 이제와서 합의를 하자고 하는 게요.”

“음. 이상하긴 하군요.”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그 사람들 태도에요. 3년 전에 300만원 줄 때는 사람 진을 다 빼놓고 줬거든요. 거만한데다 또 얼마나 무례한지 무서워서 말을 못 붙일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다르던데요. 우리한테 굽신굽신 거리는 게, 이 사람들이 뭘 잘못 알고 찾아온 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더라니 까요.”

“하하. 그래서요?”

“그래서 김재철 씨를 찾아온 거 맞냐? 주민등록번호까지 다 확인했다니까요. 잘못 찾아온 건 아니던데요.”

“합의는 보셨어요?”

“예. 봤죠. 처음에는 천만 원 부를까하다가 분명히 깎을 것 같아서 5천만 원 달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두 말 않고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5천만 원이요!”

“서류에 싸인하고 모텔에 돌아와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 사람들이 사기꾼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설마요. 돈을 달라면 몰라도 돈을 주겠다는 사기꾼이 어디 있어요?”

“그러게요. 아무튼 조금 전에 연락이 왔는데 입금했으니 확인해보라고해서 확인했거든요. 아, 그런데 남편 통장으로 정말 5천만 원이 딱 들어와 있는 겁니다.”

“아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근데 좋기는 좋은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요. 꿈인가 생시인가 싶네요.”


그는 임미순의 뺨을 꼬집었다.


“아!”

“보세요. 꿈 아니잖아요. 임 선생님. 그냥 넘어 가면 저 화낼 겁니다. 한 턱 쏘세요?”

“호호호. 한 턱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쏴야죠.”

“나 오늘부터 굶어야겠어요.”

“그런데 원장님. 혹시 그 분들 아세요? 성원미래개발 사람들이요.”

“아뇨. 그 회사에 아는 사람들 없는데요. 왜요?”

“아니, 합의 보는 과정에서 그 사람들이 원장님에 대해서 자꾸 묻던데요.”

“이상하네. 왜 나한테 대해서 자꾸 묻지?”

“혹시 이번 일 원장님이 성사시킨 일 아닌가요? 성원에다가 우리하고 합의보라고 하셨나 해서요.”

“허허 참. 제가 그런다고 그 사람들이 합의 보러 찾아오겠어요. 그럴 힘이 있으면 제가 여기서 이러고 살겠습니까?”

“여기 성원그룹 직원들도 오고 하니까, 원장님이 뭐라고 한 마디 하신 건가······?”

“제 기억으로는 성원미래개발 직원들은 한 명도 온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임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꼭 한 턱 내셔야합니다. 안 그러면 저 삐집니다.”

“예. 알겠습니다. 원장님한테는 당연히 한턱내야죠. 호호호.”


#


며칠 뒤 선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허 원장. 바쁘신가?-

-한 오 분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나 내일 미국 가네. 회사 인수하기로 결심했어.-

-아아! 인수하시겠다고요?-


그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벌써 인수체결을 했을 걸세. 그런데 자네한테 자문을 구한 다음 결정하려다가 이렇게 늦어진 거지. 자네가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는 바람에 늦어졌고, 인수하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또 늦어졌지. 다른 사람들은 다 인수하라고 하는데, 자네만 하지 말라, 고하니 내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래서 며칠 고민 하셨는데, 결국 인수하기로 결정하셨단 말씀이네요?-

-그렇지. 만일 이 회사 인수에 성공하면 우리 성원이 재계 5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아무리 생각해도 놓치기 아깝단 말이야.-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회장님. 한 번만 더 고민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난 원래 심사숙고하는 스타일이 아니야. 타고난 동물적 감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스타일이거든. 그래도 지금까지 큰 실수 안 하고 잘 해왔거든. 이번 일만큼 이렇게 오래 고민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야.-

-저 때문에 심사숙고하는 바람에 시간 낭비했다고 원망하시는 건가요?-

-아니. 뭐 원망하는 건 아니고. 내가 자네한테 전화한 건 미국 가기 전에 좋은 말 한 마디 듣고 싶어서야. 그러니 ‘좋은 결정이다,’ 이 말 한마디만 해주시게. 그래야 내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미국 갔다 올 거 아닌가?-

-회장님. 심정적으로야 열 번이라도 좋은 말씀해드리고 싶죠. 하지만 올해는 큰 일 벌이시면 안 됩니다.-

-자네 끝까지 이러긴가? 좋은 말 한 마디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회장님. 정 그렇게 인수하시고 싶으시면 올해는 넘기고 하시던가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런 알짜배기 회사가 나만 기다리고 있대. 서로 가져가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그러면 그 회사는 눈에 불 켜고 있는 사람들 가져가라고 내버려두시고, 회장님은 인수전에 뛰어들지 마십시오.-

-시끄럿! 젊은 사람이 하도 반듯하다싶어 오냐오냐했더니 끝도 없이 기어올라.-

-회장님. 기어오르는 게 아니고요.-

-닥쳐. 보자보자 하니까. 자네 앞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말게.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야. 두 번 다시 자네 꼴도 보기 싫어. 에이! 고얀 사람 같으니라고.-


선 회장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


다음날.


그는 퇴근 준비를 마치고 한의원을 나오다가 누군가에 의해 납치 되었다.


그를 납치한 사람은 선 회장의 자가용 기사였다.


그는 고급횟집 밀실로 끌려왔는데, 전에 선 회장과 같이 온 적이 있는 횟집이었다.


그가 밀실로 들어서자 선 회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회장님. 오늘 미국 가신다고 하셨잖아요?”

“하하하. 그렇게 됐어. 허 원장. 안게. 아, 어서 앉으시게. 하하하.”


그는 자리 잡고 앉았다.


“일단 내 술 한 잔 받게.”


선 회장은 그에게 술 석잔을 연거푸 먹였다.


“그만 주세요. 천천히 마시겠습니다. 저 원래 술 많이 안마십니다.”

“일단 자네가 알딸딸하게 취해야 내가 말하기가 좀 편할 것 같아서 말이야. 술에 취해야 사람이 너그러워지거든.”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저 지금 알딸딸하게 취했으니까 술 그만 먹이시고 말씀하십시오.”

“이보시게. 허 원장.”


선 회장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맙네. 정말 고마우이. 우하하하.”


그는 선 회장이 잡고 있는 손을 스윽 뺐다.


“고맙다니요? 어제하고는 너무 다르십니다.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면서요? 꼴도 보기 싫다고 하셨잖습니까?”

“내가?”

“설마 기억 안 난다고 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어젠 술이 많이 취해서 그랬나보군.”

“회장님 어제 술 한 방울도 안 드셨잖아요!”

“······ 어제는 미안하게 됐네.”

“그건 넘어가고요. 지금 이 시각이면 미국행 비행기 안에 계셔야할 분이 왜 여기 계십니까?”

“아아! 이 나쁜 놈. 때려 죽여도 시원찮은 놈.”


그는 깜짝 놀라 선 회장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자네 말고. 우리가 인수하려던 미국 회사 말일세. 그 회사에 부채가 있는데 감쪽같이 누락시킨 걸 뒤늦게 알았어. 그래서 다 취소하고 온 거야. 나 자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공항에서 바로 온 거야.”


선 회장은 그를 너무나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반면 그는 그런 선 회장이 싫어 고개를 돌려버렸다.


“우리가 받은 자료에는 부채가 한화로 약 2조 정도야. 그 부채를 우리가 떠안는 조건으로 5조 5천억에 인수하기로 얘기가 다 되었거든.”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선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놈들이 8조가 넘는 부채를 숨겼더라고. 페이퍼 컴퍼니 몇 개를 만들어서 이 회사 부채를 그 쪽으로 다 떠넘기고 자기들은 부채가 2조 정도 밖에 안 되는 걸로 조작했더라니까”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네가 하도 반대를 하기에 께름칙해서 미국 언론사에 있는 사람한테 좀 알아 봐 달라고 했지,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고 있는데 연락이 왔더라고.”

“말도 안 돼. 아니, 회장님 지난번에 인수 작업을 M&A 전문가들한테 맡겼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럼. 맡겼지. 수수료도 많이 줬어.”

“얼마나요?”

“100억을 착수금으로 주고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나머지 돈 더 주기로 했지.”

“우와! 나 열 받네. 열 받아. 아니, 일을 이 따위로 한 놈들한테 착수금으로 100억이나 줬다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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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1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2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5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1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 117화 헛돈 +1 23.08.12 1,117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0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2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2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3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2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8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5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4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4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4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9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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