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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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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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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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DUMMY

-뭐라고요?-


준영은 믿기 힘든 마 대표의 말에 다시 한 번 물었다.


-은우가 한강 다리에서 죽으려고 한다고요. 지금 좀 와 주십시오. 은우가 원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어서요.-

-예. 알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 다음 이혜진에게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저기. 저기요.”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혜진씨.”


그는 그녀에게 자세한 설명도 못하고 진료실을 뛰쳐나갔다.


이혜진이 놀란 표정으로 대기실까지 따라 나왔다.


두 선생이 그를 몇 번이나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이미 한의원을 뛰쳐나간 후였다.


#


택시는 양화대교 진입을 앞두고 거의 기다시피 했다.


그의 입은 바짝 타 들어갔다.


“기사님. 여기서 세워주세요.”


그는 택시에서 내린 다음 뛰기 시작했다.


도로를 따라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가 5분 정도 뛰었을 때,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여러 대의 경찰차도 보였고, 경찰들도 보였다.


마 대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울고 있는 은교 어머니와 은교도 보였다.


“원장님. 은우가 원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그가 가쁜 숨을 내쉬며 다가가자, 마 대표가 말했다.


그는 은우에게 다가갔다.


“원장님. 오셨어요?”

“그래. 왔다.”

“죽기 전에 원장님을 꼭 뵙고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말해.”

“원장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원장님.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갈려고?”

“예. 갈려고요.”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말릴 수는 없는데, 아아! 아까워서 어떡하니?”

“아깝기는 뭐가 아까워요. 나 같은 놈은 살아야할 이유가 없어요. 살면 뭐해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요. 댄스 가수하려고 죽어라 춤 연습했는데, 다리가 말을 안 들어 못하고. 그래서 이번에는 발라드 가수하려니까 성대가 고장 나서 또 못하고. 하고 싶은 건 다 못 하게 되고,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고. 살아봤자 식충이 밖에 안 되는데 아깝기는 뭐가 아까워요?”

“내 말은 너도 아깝지만 내가 찾아낸 새 치료법이 있거든. 그런데 네가 그만 가겠다니 아깝잖아.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새 치료법이요? 그게 어떤 건데요?”


은우는 울음을 조금 멈추고 그렇게 물었다.


“야, 인마!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새 치료법 강의 하라고! 너 같으면 말해주고 싶겠니?”

“새 치료법이 그렇게 효과가 좋아요?”

“내 생각에는 네가 맞았던 침법의 한 대여섯 배는 뛰어나지 싶다. 2주? 아니, 빠르면 열흘이면 깨끗하게 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아까워라.”


은우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원장님. 그러면 새 치료법 한 번 받아볼게요.”

“너. 죽겠다며 지금 그 난리 피우고 있는 거 아냐?”

“죽을 때 죽더라도 일단 치료는 한 번 받아보고요. 효과 없으면 그 때 다시 죽어도 되잖아요. 그나저나 효과는 확실한 거죠? 거짓말 아니죠?”

“이 자식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 너, 죽을래?”


그는 은우에게 다가가더니,


“확 밀어버린다!”

“밀지 마세요. 밀지 마세요.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가만 계세요. 제가 넘어갈게요.”


은우는 조심스럽게 난간을 넘어오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었는지, 경찰 여러 명이 달려들어 은우의 팔을 잡으려했다.


그러나 마음이 급했다.


잡는 다는 게 오히려 은우를 밀어버렸다.


은우는 몸의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어어!”


그러나 다른 경찰들이 재빨리 달려들어 은우를 잡았다.


십 년 감수한 은우는 시퍼렇게 질린 얼굴을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아. 놀라라. 아이 씨이. 죽을 뻔 했잖아요.”


은우는 경찰에게 화를 버럭 냈다.


“죽으면 아저씨가 책임질 거예요?”

“미, 미안하다. 괜찮니?”


그 때 은우 어머니와 은교가 은우에게 달려들더니 끌어안았다.


두 사람이 은우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는 동안 준영은 왔던 길로 다시 달려갔다.


“원장님! 어디 가세요?”

“야, 인마! 너 때문에 환자 진료하다가 달려왔잖아. 너, 집에 가서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나중에 연락할 테니.”

“알았습니다. 기다릴게요. 원장님. 전화주세요오오오.”


#


그는 급히 한의원으로 돌아왔다.


오후 2시 30분.


4시간 가까이 자리를 비운 셈이었고, 점심도 못 먹었다.


하지만 배도 고픈 줄 몰랐다.


첫 날부터 선 회장과의 계약을 어겼다는 사실과 헛걸음 했을 환자들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세 명의 환자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결같이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최대한 빨리 봐 드리겠습니다.”


그는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에게 일일이 고개 숙였지만, 그들은 여전히 뚱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27분이 기다리시다가 그냥 돌아가셨어요. 성원그룹 직원들도 몇 분 오셨다가 그냥 돌아 가셨고요.


차 선생의 입이 딱따구리의 부리만큼 튀어나와 있었다.


“이혜진 씨는요?”

“그 분도 가셨죠, 뭐.”

“화는 안 내셨고요?”

“드러내놓고 화내시지는 않으셨지만 불쾌한 표정이던데요.”


그는 기다리던 환자들 진료를 마무리한 뒤 이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는 잠깐 동안 고민하다가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도 답장은 없었다.


#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늘어지기만 하는 몸으로 퇴근했다.


저녁은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생각에 잠겼다.


“내 생각에는 네가 맞았던 침법의 한 대여섯 배는 뛰어나지 싶다. 2주? 아니, 빠르면 열흘이면 깨끗하게 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떨결에 말이 튀어나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은우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튀어나온 거짓말이었다.


이젠 그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시간이다.


그는 연축성 발성장애란 병에 대해 생각을 모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은우에게 행했던 치료법에 대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점검했다.


그로서는 비록 처음 치료해본 연축성 발성장애지만, 치료효과는 기대이상이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 없었다.


상황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은우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그렇고, 마 대표의 포기 선언이 그랬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대여섯 배까지는 아니라도 훨씬 탁월한 치료법을 찾아야한다.


그는 서너 시간 정도 생각에 잠겨 있다가 눈을 떴다.


번개가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아, 이런!’


그는 지금까지 자신도 모르게 연축성 발성 장애라는 서양 의학적 병명과 병리의 틀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어차피 한의사이고 한방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서양의학적인 병명이나 병리는 머리에서 지워버리자.’


그런 병명과 병리가 잘못되어서는 결코 아니다.


‘난 어차피 보톡스 치료를 할 것도, 수술을 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좀더 한의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연축성 발성장애를 성대의 이상으로만 보지 말고 전신질환으로 보자. 그게 훨씬 더 한의학적인 사고이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유기적(有機的)이면서도 전일적(全一的)인 존재로 인식한다.


즉, 머리끝에서 부터 발끝까지를 하나로 본다.


‘그런데 난 성대에만 지나치게 집착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눈앞으로 새로운 치료법이 영화처럼 펼쳐졌다.


그는 눈을 뜨고 자신의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이거야. 바로 이거야.”


그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0시 52분.


그는 은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 지금 어디야? 통화 가능하니?-


은우에게서 곧바로 전화가 왔다.


-원장님. 저, 집이에요.-

-너 지금 침 맞자.-

-지금요? 밤11시가 다 돼 가는데요?-

-고치기 싫니?-

-아, 아뇨. 고치고 싶죠. 당연히.-

-좋았어.-

-그러면 지금 한의원으로 갈까요?-

-아냐. 내가 지금 너희 집으로 갈게. 꼼짝 말고 집에 있어라.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은우어머니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잠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으며,


“아니! 지금이 몇 신데 침을 놔주러 온다는 거야? 사람 당황스럽게 하네.”


#


그는 그래도 예의는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자정을 넘기지 않고 은우 집에 도착했다.


은우어머니는 그런 그가 못마땅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어머님도 방으로 들어오시죠.”


그는 다짜고짜 은우와 방으로 들어가며 그렇게 말했다.


“은우야. 너, 팬티만 입고 옷 다 벗어라.”

“예?”

“침을 놓을 거니까 옷을 벗으란 말이야.”


은우는 팬티만 남기고 옷을 벗더니 평소처럼 침대위에 엎드리려 했다.


“아니! 엎드리지 말고 그냥 돌아서 있어라. 오늘은 선 채로 맞을 거니까.”

“서서 침을 맞는다고요?”


옆에 있던 은우어머니가 물었다.


“예. 서서 맞을 겁니다.”


그는 침통을 펴놓고 돌아서있는 은우의 머리부터 뒷목을 다 눌러보기 시작했다.


성대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몸 전체에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한의학적인 치료 방법이다.


그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치료를 하려는 것이다.


그는 이상이 감지되는 곳을 찾아 그 곳에 자침했다.


자침한 부위가 의서에 기록된 혈자리이든 아니든 따지지 않았다.


그러니 혈자리 이름도 따지지 않았다.


그런 껍데기는 다 버리고 오로지 본질에만 집중했다.


뒷목, 양 어깨. 등, 허리.


일단은 여기까지.


모두 12군데 자침했다.


자정 전에 시작한 자침을 끝내고 나니 12시 32분이다.


침 하나 놓는데 3분 가까이 걸린 셈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자침해서인지 기운이 쭈욱 빠졌다.


겨우 침 한번 놨을 뿐인데 두 달은 늙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머님. 저 좀 눕겠습니다.”

“예? 아 예. 예.”


은우어머니는 몹시 황당해했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그는 은우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코를 곯았나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흔드는 것을 느꼈다.


눈을 떴다.


“저기 원장님. 주무시는데 죄송합니다만, 우리 은우 침은 언제 뽑나요?”

“아 예. 침 놓은 지 얼마나 지났나요?”


그는 누운 채로 은우어머니에게 물었다.


몸이 무거워 일어나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선생님 주무신 지 20분이나 지났습니다.”

“20분이나요?”


그는 벌떡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


“은우야. 지금 느낌이 어때?”

“목이 아주 시원한 느낌이 드네요. 마치 박하사탕을 먹은 것 같습니다.”

“그래? 또? 다른 건?”

“온 몸이 으슬으슬 추운데요.”

“그건 발가벗고 있어서 그런 거고. 자! 노래 한 번 불러봐라.”

“예? 지금요?”

“그래. 지금. 침 꽂은 상태로.”

“침 꽂은 상태로 노래 불러도 괜찮나요?”

“안 괜찮으면? 죽으려고 작정했던 놈이 뭐 그런 걸 다 걱정 하냐? 불러 봐.”


은우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날 닮은 너를 보며>를.


“야야. 서은우! 뭐하냐? 감정은? 감정은 어디로 다 사라진 거냐?”

“무서워서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 인마! 얼굴도 안 움직이고, 고개도 빳빳하고. 두 손도 차렷 자세로. 그 자세로 노래가 잘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 아냐? 너 지금 로봇 같아.”

“움직여도 돼요?”

“아아, 자식. 겁 되게 많네. 돼. 돼. 되니까 리듬을 타면서 부르라고. 고개도 움직이고 팔도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에 따라 몸을 움직이면서 부르라고. 침은 의식하지 말고. 알겠니?”

“예.”

“처음부터 다시 불러 봐.”


은우는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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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3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3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6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2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8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2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3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3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3 23 12쪽
»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9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3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9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9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6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6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5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50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40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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