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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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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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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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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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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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안달 난 선 회장

DUMMY

-뼈다귀 해장국집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야. 축하한다. 데뷔 무대로는 그런 데가 제일 좋아. 노래 부르고 나면 해장국 공짜로 주겠지? 설마 돈 내고 먹어야 되는 건 아니겠지?-

-그것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겠죠?-

-그래. 주겠지. 걱정 하지 마.-

-아, 저 너무 걱정 돼요. 실수하면 어떡하죠?-

-아, 자식. 걱정도 팔자다.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내가 깨끗하게 다 고쳐놨는데 쓸데없이 그런 걱정은 왜 해? 잘 할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너하고 싶은 대로 불러.-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나저나 노래는 뭐 부를 거야? 아무래도 뼈다귀 해장국집에서는 발라드보다는 트로트가 잘 어울리지 않겠니? 역시 신나는 트로트를 불러야 한 그릇이라도 더 팔릴 텐데?-

-예. 그래서 제 곡으로 발라드 하나 부르고, 트로트로 두 곡 부를 생각이에요. 신나는 곡으로요.-

-잘 했네. 선곡 좋다. 그래 열심히 해라.-

-예, 또 전화 드릴게요, 원장님.-


#


김재철 내외는 치료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수원 집으로 돌아갔다.


“마음 같아서는 몇 달이고 원장님께 치료 받고 싶지만, 사람이 염치가 있지. 더는 원장님께 신세를 질 수가 없네요.”


그는 그들 부부를 더 이상 잡지 않았다.


“두 분 좋을 대로 하세요. 다시 치료 받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오시고요.”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원장님.”


그렇게 해서 부부는 수원으로 돌아갔는데 며칠 뒤에 다시 나타났다.


임미순 씨 혼자서 점심시간 한 시간 전에 자신의 몸 만한 가방을 들고서.


그녀는 가방을 열더니 그 안에서 뭔가를 잔뜩 꺼냈다.


김밥인데, 20인분은 너끈히 될 것 같았다.


“아이고, 죽겠다.”


그녀는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대기실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웬 김밥을 이렇게 많이 사 오셨어요?”

“사 온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만든 김밥이에요, 원장님.”

“예? 설마 이 많은 김밥을 수원에서부터 가져 오신 건 아니겠죠?”

“왜 아니에요? 전철타고 버스타고 가져왔어요, 원장님.”

“오 마이 갓!”

“사실은 이젠 나이도 있고, 마트 일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고요. 그래서 이참에 분식집을 열었어요.”

“그래요? 아유, 축하드립니다.”

“우리 집에서 십 분 거리에 시장이 하나 있거든요. 그 시장 안에 장사가 안 돼 나온 분식집이 있기에 그거 그대로 받아 하는 거예요. 워낙 장사가 안 돼 권리금도 없고 그냥 쓰던 자재들만 헐값에 인수받아 하는 거예요.”

“돈이 부족하지는 않으셨어요?”

“지난번에 성원에서 받은 돈으로 인수하고 나니까 천만 원 정도 남았어요. 워낙 장사가 안 되던 자리라서 소문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여유돈은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죠. 그래야 마음이 조급하지 않죠.”

“오늘부터 장사 시작해요.”

“아니. 그런데 사장님이 여기 와 계시면 어떡해요? 장사는 누가 하고요?”

“자꾸 원장님 생각이 나서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내 손으로 만든 첫 김밥은 원장님께 꼬∼옥 대접하고 싶어서 이렇게 가져 왔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무거운 걸 들고 그 먼 길을 오셨어요?”

“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말리지 마세요, 원장님.”

“이미 오셨는데 말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따뜻할 때 자셔야 되는데 다 식어서 맛이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김밥은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식으면 식은 대로 다 맛있죠. 제가 김밥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지금 하나 먹어볼까요?”


점심시간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아 있고, 대기실에는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김밥을 먹었다.


기다리던 환자들에게도 나눠줬다.


“우와! 맛있다. 우와! 정말 맛있는데요.”


그가 연신 감탄 하자, 그녀는 좋아서 입을 못 다물었다.


김밥을 먹어 본 환자들도 하나같이 칭찬했다.


“원장님. 제가 얼굴이 못 생겨서 그렇지 음식 솜씨 하나는 기가 막히거든요.”

“그러게요. 저는 장사 안 돼 문 닫는 분식집을 인수해서 괜찮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다 믿는 게 있었네요.”

“호호호. 그럼요. 두고 보세요, 원장님. 석 달만 지나면 손님들이 제가 만든 김밥 사 먹으러 줄을 서게 될 테니까요.”

“야아. 그러다 빌딩 짓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꼭 그렇게 되실 겁니다. 꼬∼옥이요.”

“저, 이젠 가봐야 해요. 원장님. 시장골목이라 오후 장사를 해야 하거든요.”

“아 예, 김밥 잘 먹겠습니다. 분식집 번창해서 부자 되세요.”

“원장님도요.”


그녀는 그렇게 한의원을 나갔다.


#


선 회장은 자택 접견실에서 외동딸 민경과 마주 앉았다.


그는 요즘 딸만 보면 살맛이 난다.


한지석과 헤어지라고 그렇게 다그쳐도 도무지 말을 듣지 않던 딸이 스스로 그와 헤어졌으니 큰 걱정을 던 셈이었다.


“한지석이 매달리는데 민경 아가씨가 오히려 냉정하게 뿌리쳤습니다.”


비서실의 보고 내용은 그랬다.


보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지석 문제는 이젠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가능만하다면 전 재산을 다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던 딸의 정신병치료도 단 돈 백만 원 정도에 말끔히 해결했으니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런 만큼 이 모든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준 준영에 대한 고마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허 원장하고는 자주 만나니?”

“일 주일에 두 번이요.”

“그래! 그러면 정식으로 사귀는 거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사귄 지 며칠? 뭐, 그런 것도 세고 하나보던데. 며칠된 거냐?”

“아빠! 일주일에 두 번 한의원으로 치료 받으러 가서 만난다고요.”

“치료 받으러 가는 거 말고 데이트 하냐고? 내 말은.”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요.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요.”

“그 사람 좀 모자라는 거 아니냐?”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그렇잖아. 이번에 미국 회사 인수 건으로 수 조원을 날릴 뻔한 걸, 허 원장 덕분에 살아났잖아. 만일 날렸으면 우리 성원 전체가 휘청 거렸을 거란 말이야.”

“그 일 생각하면 저도 아찔해요. 게다가 M&A 전문가들한테 착수금으로 100억이나 줬다는 말씀도 하셨다면서요?”

“아! 순간적으로 흥분하는 바람에 했지. 그 말은 안 하는 건데 말이야. 그 따위로 일하는 놈들한테 100억이나 낼름 쥐어줬다고 욕만 얻어먹었다.”

“흥분하시기는 하셨나보네요. 매사에 신중하신 아빠가 그런 말씀 하신 거 보면요.”

“일이 이 정도 되면, 허 원장이 나한테 돈을 요구하는 게 상식적인 일 아니냐? 100억 이든 200억이든. 돈을 요구할 것 같아서 한동안 연락을 안 했거든. 그래서 그런지 저도 연락이 없어.”

“그래요.”

“나는 연락을 안 해도 저는 전화해서 돈 내놓으라느니 뭐니 해야 이게 상식적인 일 아니냐 말이야?”

“그렇죠.”

“심지어 지난번에는 나한테 뭐라는 줄 아니? 다신 연락하지마래. 하아! 세상에! 내가 연락 한 번 주십시오, 라는 말은 수백 번 들었어도 연락하지 말라는 소리는 처음 들어 봐. 아니, 세상에 뭐 이런 놈이 다 있냐?”

“그래서 그 후로 연락 안 하셨어요?”

“미쳤니? 연락 하지 말란다고 안 하게! 장사꾼이 필요하면 연락하는 거고, 필요 없으면 안 하는 거지.”

“······.”

“차라리 돈을 달라고 하면 그게 오히려 편해. 100억 달라, 고하면 주고 1000억, 2000억 뽑아내면 되는 거잖아. 허 원장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거든. 아, 그런데 돈 얘기는 한 마디도 안 꺼내니 더 무서워 전화도 못 하겠어.”

“어이가 없네요. 정작 허 원장님은 가만있는데 왜 아빠가 몸이 달아 그러세요?”

“내가 허 원장한테 물어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

“물어봤자 무조건 모른다고 할 텐데요?”

“그래 맞아. 그게 사람 더 미치게 만든다니까. 차라리 돈 받고 돈 값하면 되는데 말이야. 난 그런 스타일이 편하거든.”

“그렇죠. 그게 오히려 편할 수도 있죠.”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럴수록 자꾸 끌린단 말이야. 이 자식, 이거 <밀당의 신>아냐? 전생에 <밀당의 신>인데 이번 생엔 한의사로 환생한 거 아닌가 몰라.”

“크큭. 정말 그런 건가? <밀당의 신>”

“넌 어때? 허 원장 남자로서 말이야.”

“저만 좋으면 뭐해요? 그 사람은 나한테 관심이 없는데요.”

“하아! 거 참. 아니, 내 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너 정도면 일등이 아니라 특등 신붓감인데 왜 관심이 없을까? 그것도 밀당하는 거 아냐?”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혹시 좋아하는 여자가 있나?”

“여자요?”

“윤지현. 내 생각에는 허 원장이 윤지현을 좋아하는 거 같은데, 내가 잘못 짚은 건가?”

“글쎄요.”


#


민경이 치료를 받으러 왔다.


이젠 거의 완치가 되어 더 이상 치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녀는 일주일에 두 번은 왔다.


주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요즘은 우리 회사가 너무 바빠 평일에 치료받으러 오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새로 나온 화장품이 너무 잘 팔리거든요.”

“잘 팔린다는 건 지난번에 말씀하셔서 알고 있었지만 계속 잘 팔리나 보네요?”

“점점 더 잘 팔려요. 얼마 전 터키에 수출하기로 계약 했죠, 브라질, 아르헨티나, 게다가 일본에도 수출하게 됐어요.”

“전부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네요?”

“그럼요. 지금 중국하고 계약 협상 진행 중인데, 이거 터지면 정말 어마어마하죠.”


준영조차도 이 정도 대박이 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젠 해외로까지 수출되니까 수요를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서 얼마 전에 생산라인을 새로 늘렸어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원장님이 보유하고 계신 우리 성원생명과학 주식 지분 평가액이 50억이 넘을 걸요?”

“당황스럽네요. 제 재산을 민경 씨가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호호호. 그런 가요? 어쩔 수 없죠. 주요주주들의 주식보유현황은 다 공개되어 있으니까요. 저처럼 몇 주 안 갖고 있는 사람은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지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받지 말 걸 그랬나? 아니면 다른 회사 주식으로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다른 회사는 사이즈가 커서 제 주식 지분은 티가 안 날 거 아니에요.”

“다른 회사 주식은 아빠가 안 주셨을 걸요?”

“그렇겠죠.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회장님은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는 느낌으로 저한테 던지셨으니까요.”

“호호호. 맞아요.”

“생산라인을 얼마나 늘렸는데요?”

“원래는 세 개였는데 두 개 더 늘렸어요.”

“두 개나요?”

“왜? 너무 많이 늘린 건가요? 하나만 늘릴 걸 그랬나요?”

“아, 아뇨. 그냥 물어본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그런데 생산라인을 늘린다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이거든요.”

“지금은 너무 잘 팔려서 증설했는데 나중에 판매가 주춤하면 증설한 생산라인이 애물단지가 된다는 말씀이죠? 직원도 더 뽑았을 텐데 함부로 감원할 수도 없고요.”

“그렇죠. 사실은 증설하기 전에 원장님께 자문을 구할까하다가 그만 뒀어요. 어차피 모른다고 하실 거 뻔하다.”

“모르니까 당연히 모른다고 할 수 밖에요. 그런 건 회사에서 매일 일하시는 분들이 더 잘 알죠.”

“현재 상황이야 회사사람들이 더 잘 알지만 앞날은 원장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아유. 무슨 그런 오해를 하고 계십니까? 아닙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알면서!”


민경은 배시시 웃었다.


“모릅니다.”

“으으응! 알잖아요.”


민경은 몸을 살짝 흔들면서 애교스럽게 콧소리를 냈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지난번에 월급 받아서 성원생명과학 주식 샀다고 하셨죠?”

“예. 또 사요? 앞으로 월급 받을 때마다 계속?”

“마음대로 하시구랴.”


민경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원장님도 한의원 확장하셔야겠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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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3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3 24 12쪽
»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6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1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7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1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3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3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2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9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6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5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4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9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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