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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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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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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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9화 살아야겠다

DUMMY

“예? 침도 한약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요? 왜요? 그 때보다 덜 심한데요. 지난번에는 원장님이 제 난청을 고쳐주셨잖습니까?”

“그때는 난청 고쳐달라고 저한테 애원하셨잖아요? 난청만 고쳐주면 한지석 씨 재산 다 주겠다고 하신 거 기억 안 나시나요?”

“······.”

“저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 재산을 달라는 뜻이 아니라, 그 때는 병을 고쳐야겠다는 절심함. 살아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저는 한지석 씨의 삶에 대한 애착을 느끼고 치료에 나선 겁니다. 아, 나만 잘하면 고칠 수 있겠구나!”

“······.”

“지금은 그게 없어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

“당신이 스스로를 포기했는데, 침, 한약 그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 있냐고요?”

“으으으흐흑!”

“울지 마세요. 하나도 안 불쌍하니까요.”


지석은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울먹였다.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치면 내일 다시 한의원으로 오세요. 치료는 그 때부터 시작합시다.”


그는 벤치에서 일어나 한지석에게 인사하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


한지석은 다음 날 한의원으로 왔다.


그는 진료 끝난 후가 아니라 진료 시간 중에 왔다.


예약을 하지 않아 다른 환자분들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눈 감아 주기로 했다.


그는 2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다른 분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텐데도 묵묵히 받아들였다.


“피로감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무기력함을 많이 느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정신 집중이 안 되니 대본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요. 또, 어렵게 대사를 외워도 큐 사인이 떨어지면 머리가 하얘지는 게 단 한 마디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전에는 이렇지 않았거든요. 대사 잘 외운다는 말 자주 들었는데.”


어제와는 분명히 달랐다.


넋이 나간 얼굴도 아니었다.


내용과는 달리 말에서 힘과 탄력이 느껴졌다.


병을 고쳐야겠다는, 살아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


“식욕도 없고, 자꾸 잠만 오는데 막상 누우면 눈이 말똥해지기도 하고요?”

“맞습니다, 원장님.”


그는 이미 머릿속에 치료방침이 떠올랐다.


“고칠 수 있을까요, 원장님?”

“어떨 거 같습니까?”

“원장님이라면 저를 고쳐주실 거라 확신합니다.”

“한지석 씨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미 반은 고친 겁니다. 이런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 고쳐야 하거든요. 저는 그저 옆에서 조금 거들 뿐입니다.”

“저는 원장님만 믿습니다.”

“드라마는 언제부터 재촬영 하시나요?”

“모레부터요.”

“이틀 남았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틀 안에 정상 상태로 회복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틀 안에는 못하겠다며 나자빠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치료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침을 두 번 놓을 테니 먼저 반드시 누우시죠.”


지석이 반드시 누웠다.


“침을 뽑을 때까지 입을 약간 벌리고 계시는 게 좋습니다.”


지석은 입을 약간 벌렸고, 그는 침을 놓기 시작했다.


귀 주변에 위치한 청궁(聽宮)혈과 이문(耳門)혈에 자침했다.


이어 양쪽 손목 내측의 신문(神門)혈과 내관(內關)혈에도 자침했다.


그리고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사이에서 발목 쪽으로 약간 올라간 부위의 태충(太衝)혈에는 사법(瀉法)으로 자침했다.


간기울결(肝氣鬱結)을 풀어주기 위해 발가락 방향으로 사자(斜刺) 한 것이다.


15분 후.


발침했다.


“이번에는 등을 돌리고 앉으시겠어요?”


한지석이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자, 그는 귀 뒤의 안면(安眠)혈에 자침했다.


그리고 등의 배수혈(背兪穴) 중 심수혈(心兪穴:제 5 흉추(胸椎)와 제 6 흉추(胸椎) 극돌기(棘突起) 사이에서 약 3센티 옆으로 간 자리)에 자침한 다음 수기(手技)를 시작했다.


그는 우선 침향(鍼向)을 명치로 보냈다.


그의 손끝에 만족할만한 느낌이 오는 것을 확인한 후 지석에게 물었다.


“지금 어떠세요? 명치부위로 어떤 느낌이 오시나요?”

“예. 옵니다.”

“어떤 느낌이죠?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세요?”

“맞습니다. 마치 체한 게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아주 시원하네요.”

“그렇죠? 제대로 놓은 겁니다. 체한 게 뚫리는 건 아니고요. 스트레스로 인해 맺혔던 울기가 해소되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는데요.”


그는 이번에는 침향을 머리로 보냈다.


풍지(風池)혈에서 풍부(風府)혈로.


그리고 풍부혈에서 백회(百會)혈로 침향을 보냈다.


그의 이런 수기 수준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는 발침한 다음 물었다.


“한지석 님. 귀 뒤의 오목한 부위를 한방에서는 예풍(翳風)혈이라고 합니다.”

“예풍혈이요? 아, 저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예풍혈에 부항을 붙여서 사혈을 하고 싶습니다.”

“사혈을 하면 흔적이 남지 않나요?”

“예. 며칠 동안 흔적이 남습니다. 치료효과는 탁월한데 붉은 흔적이 남기 때문에 드라마 촬영에 문제가 없나, 여쭤보는 겁니다.”

“아아! 그렇습니까?”


그는 이미 촬영했던 장면들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예.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귀 뒤쪽은 피해서 찍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면 그렇게 알고 부항치료를 하겠습니다.”


그는 삼릉 침으로 양쪽 예풍혈을 찌른 다음 가장 작은 부항을 붙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귀 뒤 예풍혈에 무슨 피가 그렇게 몰려있었는지 꽤 많은 피가 흘렀다.


검붉으면서도 뭉친 덩어리 피가 꽤 많이 나왔다.


악혈이다.


그는 소독한 다음 그 자리에 밴드를 붙였다.


“오늘 침 치료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한약을 지어드릴 테니 내일부터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진료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지석에게 투약할 처방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한지석은 스트레스로 인해 잠도 잘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이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주는 처방이 필요했다.


인삼 황기 백출 당귀

진피 감초 용안육 향부자

산조인(炒:볶은) 죽여 지실 반하(생강에 법제한)

석창포 원지 시호 치자

산사육 사인 목향 길경


인삼과 황기는 양을 많이 늘렸다.


원기(元氣)를 보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구성한 처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뒤 지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준영 씨가 한지석 씨 치료해준 거 맞죠?-

-예. 나흘 치료했는데. 왜?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너무 잘해요. 한지석 씨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연기가 정말 민망할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어요? 완전하지는 않지만 90%는 돌아온 거 같아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사람들이 다 놀라요. 갑자기 확 좋아지니까요. 전에는 촬영장에서 다른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도 않고 혼자 차 안에만 있었는데, 지금은 말도 걸고 웃기도 하고요.-

-그 정도예요?-

-그렇다니까요. 하여튼 준영 씨 정말 대단해요. 한지석 씨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완전히 다시 태어난 사람 같다니까요. 세상에!-

-아유 뭘 그만한 일에 호들갑을 떨고 그러시나? 그러면 방영에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오늘처럼만 계속 연기한다면 방영일자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아! 큰 걱정 덜었네요. 준영 씨. 정말 고마워요.-


한지석은 그 바쁜 촬영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으러왔다.


한 번은 촬영이 밤 열두시에 끝났다며 그 시간에 문자가 왔다.


-원장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지금 치료 받으러 가도 되나요? 저는 댁으로 가도 되는데 아무래도 곤란하시겠죠?-


준영이 잠자리에 들기 전 시간을 확인한다고 휴대폰을 본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이 시간에 우리 집으로 오겠다고? 우와 이런 매너하고는.’


그는 못 본 척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신경이 쓰였다.


오죽하면 저러나 싶은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는 한지석에게 보낼 문자를 입력했다.


‘안 그래도 잠이 안 와 뭘 할까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잘 됐네요. 지금 우리 집으로 오셔도 됩니다. 침이나 놓으면서 놀죠, 뭐.’


그는 입력한 문자를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아냐! 어디서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라도 한 시 넘어서 올 거고, 치료하고 뭐하고 그러다보면 두 시 세 시 될 텐데. 이러면 내일 하루 종일 힘들어서 안 돼.’


눈 질끈 감고 못 본 척하자. 그리고 내일 아침에 문자를 보내면 돼.


-아유. 죄송해서 어떡하죠?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이제야 보내신 문자를 봤네요. 죄송합니다.-


그러면 지가 뭐랄 거야?


‘나를 죽일 거야 어쩔 거야?’


그는 문자를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고 화면을 터치했다.


아뿔싸!


잘못 건드렸다.


문자가 전송되고 말았다.


으으흐흐흑.


이 새벽에 집으로 오겠다는 문자는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잠시 후 무너졌다.


한지석이라는 이 인간, 정말 새벽 한 시가 넘어 왔다.


“이렇게 늦은 밤에는 침을 맞으시는 게 도움이 안 될 텐데요. 더구나 피곤하신 상태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 안 한 건 아닌데, 원장님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서요. 안 그러면 불안해서요. 얼굴 봤으니 됐습니다.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주무세요, 원장님.”

“자, 잠시 만요.”


그는 지석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지압해주고 보냈다.


남은 2회 분 재촬영은 며칠 만에 무사히 마무리됐다.


#


<키즈 인 타운>의 데뷔 앨범 활동은 정점을 지나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DS엔터의 전 분기 사업 결산이 집계됐는데, 지금까지와는 양상이 많이 달랐다.


그 전에는 윤지현이 벌어들인 돈이 회사 매출의 2/3를 차지했었는데, 이번에는 <키즈 인 타운>이 2/3를 차지해 천억이 넘었다.


그렇다고 윤지현의 매출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한지석이라는 스타까지 새로 합류한 걸 감안한다면 <키즈 인 타운>의 기여도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키즈 인 타운>은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 공연 모두 완전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물론 활동이 소강상태로 들어간 만큼 이런 매출이 매 분기 계속 지속 될 수는 없지만 실로 놀라운 결과인 것만은 분명했다.


“한지석이 속을 썩이지만 않으면 제 인생 최고의 한 해를 보내는 건데 말입니다.”


마 대표는 <키즈 인 타운> 자랑을 늘어놓다가도 마지막엔 꼭 한지석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는 했다.


“그래도 그 많은 DS 엔터 식구들 중에 한 사람만 속을 썩이는 게 어딥니까? 대표님이 인복이 많은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그러네요. 원장님. 하하하.”


<키즈 인 타운>의 대성공 덕분에 DS엔터의 주가는 3배나 올랐다.


준영이 받았을 때보다.


‘오우. 나 이러다 재벌 되겠는데!’


그는 아직도 팔 생각이 없었다.


집 장만도 했겠다, 팔아봤자 쓸 데도 없다.


#


며칠 전, 은우의 데뷔앨범이 공개됐다.


그는 마침내 간절히 원하던 가수가 된 것이다.


데뷔앨범에 수록된 여러 곡 중 준영이 가사를 쓴 <날 닮은 너를 보며>가 가장 먼저 반응이 왔다.


이대로라면 각종 차트 1위까지 기대해볼만 했다.


그러나 1위 못 하면 또 어떤가!


은우가 자신이 이 세상을 살아야 할 이유인 노래를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원장님. 저, 내일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라이브로 노래하게 됐어요. 축하해 주세요.-

-그래? 축하한다. 아암.-

-원장님께 제일 먼저 말씀 드리는 거예요. 우리 엄마 누나도 몰라요.-

-그래 고맙다. 그나저나 어떤 무대야? 열린 음악회? 아니면 예술의 전당에서?-

-파주에 새로 오픈하는 뼈다귀 해장국 집 앞에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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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3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3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6 24 12쪽
»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2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7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1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3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3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3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9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6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5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4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9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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