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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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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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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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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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2화 후계자

DUMMY

잘한다.


목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떨리지도 않았고, 음정도 안정됐다.


호흡도 만족할 만큼 깊어 감정 표현이 아주 좋았다.


은우는 완창에 성공했다.


두 차례의 녹음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1절을 소화하지 못했는데.


“됐다. 됐어. 이 정도면 대성공이야. 하하하.”


그는 발침했다.


“원장님. 저, 해냈어요. 제가 해냈다고요.”

“어라. 이 자식 봐라. 내가 해낸 거지 네가 뭘 했다고?”

“하하. 그러네요. 맞아요. 원장님이 해내셨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은우는 그에게 큰 절을 올렸다.


“난 이제 집에 가야겠다. 너무 늦었어.”


그는 진료가방을 주섬주섬 챙겼다.


“아유. 원장님. 이렇게 오셔서 아무것도 대접도 못하고, 어떡해요?”

“미안하세요, 어머니?”

“그럼요. 미안하죠. 또 고맙고요.”

“그러면 라면 하나만 끓여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거든요.”

“예? 아 예. 끓여드려야죠. 그럼요. 하나가 아니라 열 개라도 끓여드려야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원장님.”


은우어머니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


그는 새벽 2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숙면을 취했다.


그런 다음 오후 늦게 다시 은우 집으로 갔다.


“좀 어때?”


그는 은우에게 물었다.


“좋아요. 원장님 말씀대로 새 침법이 효과가 훨씬 좋은 것 같은데요.”

“자, 그러면 어제는 뒷면을 맞았으니 오늘은 앞면을 맞자.”


그는 어제처럼 은우를 세워놓고 얼굴에서부터 경결점을 찾기 시작했다.


얼굴에서만 3곳을 찾아 자침했다.


이어서 후두융기(Adam’ apple) 좌우를 만져서 2곳에 자침했다.


가슴주위를 만져 4곳에 자침했다.


배를 만져서 4곳을 자침했다.


그런 다음 그는 얼굴과 목, 가슴. 배 부위에 자침한 침 중 하나씩만 골라 수기(手技)를 구사했다.


침향을 성대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목구멍으로 쩌릿쩌릿한 느낌이 오지?”

“으으. 으으.”

“왜? 아프니?”

“으뇨. 쯔리쯔리 ㅎ요. 조아요.”


20분 후.


“자. 어제처럼 노래 한 번 불러 봐. 로봇처럼 부르지 말고.”


은우는 <날 닮은 너를 보며>를 불렀다.


단 한 곳도 귀에 거슬림이 없이 완벽하게 불렀다.


“좋은데! 정말 좋은데, 네 생각엔 어때?”

“죽여요, 원장님. 어제보다 더 좋은 건 같아요. 제가 원하는 대로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지! 내가 들어도 좋아. 이 정도면 녹음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작곡가 선생님도 오케이 할 수 밖에 없을 거야.”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은우야. 이왕 부른 김에 한 곡만 더 불러보자. 이번에는 댄스 음악으로 해보자. 너무 빠른 댄스음악 말고 미디엄 템포로.”

“해리 스타일즈의 <As it was> 불러볼까요?”

“그래. 그거 좋다. 미리 짠 것 같은 춤 말고, 그냥 느낌대로 추면서 불러 봐.”

“침 꽂고 춤도 추라고요?”

“춤이랄 것도 없고 그냥 몸만 흔들면서 리듬만 타라는 거야. 비보이 춤을 추라는 건 아니고.”


그는 휴대폰에서 해리 스타일즈의 노래를 찾아 틀었다.


은우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도 추었다.


은우의 몸에 꽂혀있는 침도 같이 춤을 추었다.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그 후로도 은우의 치료는 계속됐다.


그는 은우가 녹음 가능한 상태임을 여러 번 확인한 후 마 대표 설득에 나섰다.


“음. 제가 들어도 정말 많이 좋아지기는 했네요. 원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 안 된다는 걸 해내셨네요.”

“저보다 은우의 의지가 대단해서 이뤄낸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녹음실에 들어가서 지난번처럼 또 그럴까봐 그게 걱정이죠.”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에도 안 되면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은우 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겠습니다.”


마 대표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 결심했다,


“좋습니다. 원장님 믿고 한 번 더 가보죠.”


며칠 후, 세 번째 녹음이 진행되었다.


은우는 단 한 번에 노래를 끝내버렸다.


노래가 끝났는데도 작곡가는 멍한 얼굴로 부스 안의 은우를 쳐다보기만 했다.


어느 순간 정신이 돌아온 작곡가는 소리쳤다.


“그렇지. 이거지.”


작곡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박수를 쳤다.


“아니. 이렇게 잘 부르면서 사람 애간장을 태우고 그러냐 그러길. 하하하.”


작곡가가 찬사를 아끼지 않자, 은우 역시 활짝 웃었다.


“잠깐 쉬었다가 한 번 더 가면 어떨까요?”


마 대표가 작곡가의 의향을 물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대표님. 다시 불러도 이것 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200% 만족합니다.”


작곡가는 은우를 향해 말했다.


“은우야. 잘했어. 나와. 녹음 끝.”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은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더니 펑펑 울었다.


은우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치료는 꾸준히 받아야 해. 녹음이 완료되었다고 다 된 건 아니잖아. 가수 데뷔하면 라이브로 노래해야할 경우도 많지 않겠니?”

“예. 알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 치료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는 계속 치료 받을 거예요.”


#


큰 고비를 넘기자, 그는 이혜진과의 관계를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더라도 해명을 하고 정식으로 사과해야한다.


문자로 사과하기는 했지만 일의 전후를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은우가 벌인 일을 입에 올리기 꺼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그 날 그의 전화도 받지 않았고, 보낸 문자에 대해 답문자도 보내지 않았다.


선민경을 통해 해명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하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선민경도 그 날 이후 치료 받으러오지 않았다.


그는 큰 마음먹고 이혜진에게 여러 통의 문자를 보냈다.


은우가 <키즈 인 타운> 멤버였던 일, 하지마목으로 팀에서 제외됐던 일에서부터 연축성 발성장애를 앓았던 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그 날 극단적 선택을 시도 했던 일까지.


소설 한 편 분량의 문자를 보냈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그녀는 답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그는 또 문자를 보냈다.


-사과드리는 마음으로 식사 대접하고 싶습니다. 성원생명과학 회사 근처의 <이목>이라는 커피숍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응답이 없으셔서 일방적으로 약속 잡는 점 이해해 주십시오.-


그는 퇴근 후 이목 커피숍으로 갔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회사건물 바로 맞은편에도 커피숍이 하나 있기는 했다.


그러나 너무 가까운 곳은 그녀가 불편해할 것 같아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커피숍으로 정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지 않았다.


-10시 30 분이네요. 오늘은 안 오시는 줄 알고 그만 집으로 가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다음날.


그는 이혜진에게 또 문자를 보냈다.


-오늘도 퇴근 후 <이목>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약속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자 주십시오.-


그녀는 여전히 답문자를 보내지 않았고, 그는 퇴근 후 <이목>에서 기다렸다.


8시가 조금 넘어,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일방적이시네요. 약속도 마음대로, 진료하다가 나가시는 것도 마음대로, 그리고 약속도 일방적으로요.”

“핑계 같습니다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문자내용이 사실이라면 이해할 수 있어요.”

“사실입니다. 원하신다면 확인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그럴 거까지는 없어요. 더 이상 여기서 기다리지 마시라, 는 말씀 드리러 나온 거예요.”

“알겠습니다. 자리를 옮겨서 저녁을······?”

“아뇨.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야 제가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부탁드립니다.”


그들은 5분 거리의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문한 안심 스테이크가 나왔다.


막상 사과의 자리를 만든다고 만들기는 했지만 공감대가 별로 없는 남녀가 마주 앉아 있다는 것이 몹시 어색했다.


이런 어색함을 지우기에는 술만한 것이 없다.


“혜진씨. 혹시 술을 하시나요?”

“운전하셔야 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저 아직 차가 없습니다. 얼마 전 계약은 했는데 한참 기다려야 한다네요.”


맥주 두 병을 시켰다.


“민경 씨하고는 친하신가 봐요? 한의원에 같이 오신 걸 보면요.”

“민경이하고는 대학동기예요. 전공은 다르지만 동아리 활동하면서 알게 됐어요. 친하기는 하지만 편한 건 아니에요. 묘한 관계죠.”

“무슨 뜻인가요?”

“저보다 몇 년이나 입사 후밴데, 친구잖아요. 그것뿐만 아니라, 몇 년 후면 저보다 빨리 승진할 건 뻔하고. 그러니 묘한 관계죠.”


민경에 대해 질투심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지만 겉으로는 그런 걸 드러내지는 않았다.


“아아. 그런 면이 있네요.”

“그런 것만 아니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 같거든요. 서로 비슷한 점도 있고요. 하지만 오래 지속되긴 어렵겠죠?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

“그래서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서 지내려고요. 민경이도 어차피 이 회사에 오래 있을 건 아니니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성원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잖아요. 계열사 전부는 아니라도 몇 군데에서 경험을 쌓은 다음 후계 승계 작업에 들어가겠죠. 우리 회사 사람들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하필 성원생명과학일까요? 규모도 크고 실적도 좋은 계열사 다 놔두고요?”

“그러게요. 저도 그 부분이 이상하긴해요. 그런데 우리 회사 사람들 중에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민경이한테 어차피 망할 회사를 맡겨보는 거죠. 살리면 능력을 인정받는 거고, 망해도 부담이 없고요.”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나요?”

“몇 가지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있긴 해요. 하지만 그것도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고요. 지금까지 내놨던 신제품 열개 중 한 두개 꼴로 성공하고 다 실패했으니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버는 건 조금 벌고 손해는 크게 나고요. 계속 그런 식이니 신제품에 기대를 걸 수도 없고, 안 걸 수도 없고요.”


그는 지난 번 선 회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희한한 일이야. 민경이도 하고 많은 계열사 중에 성원생명과학에서 근무하겠다더니, 자네도 그 회사 주식을 원하는 건가?”


선 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성원생명과학행은 선 회장의 뜻이 아니라 민경이 택한 것이다.


“민경이한테 들었어요. 원장님도 우리 회사 주식을 원하셨다고요?”

“예. 맞습니다.”


그녀는 의미 있는 웃음을 지었다.


“거기에 대해서도 회사 사람들이 말이 많은가 보죠?”

“예?”

“선민경 씨가 성원생명과학을 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요?”

“원래 그렇잖아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항상 이런저런 말들이 떠도는 법이잖아요. 근거 있는 말도 있겠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말들도 떠돌고요.”

“그렇죠.”


그는 회사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괘념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대화를 다른 데로 돌리고 싶었다.


“아! 지난번에 한의원에 치료받으러 오셨는데, 치료도 못해드렸네요. 나중에 다시 한 번 오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가면요? 또 도망가시게요?”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는데 따지고 드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절대 그런 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정말 그 뗀 너무 어이없었어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요. 어이없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했고요.”

“이해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다시 한 번 더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눈을 흘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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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2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3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5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1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7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1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2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3 25 12쪽
»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3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8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2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8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0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6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8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6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5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4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49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39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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