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34,255
추천수 :
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6.05 12:24
조회
261
추천
11
글자
11쪽

36화 중국에서의 첫걸음(3)

DUMMY

청해성 고원과 이어진 깊은 계곡 안쪽.


바리케이드 위에 선 리 밍은 언덕 너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한 곳 없이 찢어져 있는 그의 전투복.

베어진 상처에서 붉은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물밀듯 밀려오던 괴생물체들이 잠시 공격을 멈췄다.

끝없을 것 같았던 공격이 어떤 이유에선지 놈들이 후퇴하면서 소강상태를 맞고 있는 것.


언덕 꼭대기에 세워놓은 바리케이드 위에서 내려다본 광경은 그의 등골을 여전히 서늘하게 했다.


언덕의 경사면을 덮고 있는 셀 수조차 없을 정도의 괴생명체들의 사체.

하지만 그 뒤로 그만큼의 몬스터들이 무리 짓고 있었다.


“키이.키이....끄르르. 끅끅.”


마치 돌격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 조바심을 내며 언덕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놈들.

뒤쪽 어딘가에 전투를 조율하는 리더가 있다는 의미.


처음 보는 기괴하게 생긴 몇몇 괴생물체는 다른 하급종의 사체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다.


그리고 그런 놈들의 한가운데에 마치 비어있는 듯 보이는 커다란 두 공간.


말로만 듣던 거대 라이노블레이드 두 마리가 은신 중인 곳.


그렇게 거대한 몬스터가 한순간 몸을 감출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처음 전투가 시작될 때는 알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처음에 놈을 맞닥뜨렸을 때 그가 느꼈던 공포는 여전히 남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비상호출이 떨어진 후, 상하이에서 이곳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브리핑을 받을 때만 해도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자신은 그래도 만인이 우러러보는 중국 랭킹 1위 헌터 아니던가.


그때만 해도 속으로는 여유로웠다.

그저 미친 짓거리를 벌인 중국 헌터 협회를 속으로 씹으며 비웃기만 했다.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탁상행정만 벌이는 고위층들로 같은 문제가 터지지 않았던가.


지구상의 인간이 쓰는 무기를 아공간으로 들고 들어가 사용한 것.

어리석음의 대가는 무고한 헌터들의 덧없는 희생과 아공간 균열의 확장.


그런 재난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하고 똑같은 일을 저지른 중국 헌터 협회.

그것은 실수가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였다.


급해지자 협회는 범죄자와 눈엣가시로 여기던 정치범들을 총알받이로 세웠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그것은 이미 헌터들 사이에 모두 알려진 사실.



이곳에 남아있는 헌터의 숫자는 부상자를 포함 이제 겨우 40여 명.


“장 리에라도 살아있다면...”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사망한 2인 자라 불리던 장 리에.


3위 장 시앙은 벌써 2주째 행방불명.


S급인 그 셋을 제외하면 나머지 헌터들은 간신히 A급으로 올라온 여전히 초보 헌터들.


경험이 부족한 30여명의 헌터는 이미 사망한 상황.


마석이 함유된 화살과 창은 이미 모두 바닥이 난 상태.

버틸 수 있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리 밍은 언뜻 자신의 등 뒤를 돌아보았다.


괴생물체와 싸울 훈련도 받지 못하고 끌려온 수백의 젊은 군인들.

몇 차례 놈들이 물밀듯 밀려온 후, 이제 자신들의 운명을 깨닫게 된 그들의 눈빛은 공포로 사로잡혀 있다.


그들 중 오늘 이곳을 살아서 돌아갈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캬아! 캬아아아아!”


어딘가에서 쇳조각을 긁는 듯한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무리 지어 물밀듯이 언덕 위로 새까맣게 몰려오는 몬스터들.


“...으으으으..”


옅은 신음소리에 언뜻 그가 옆을 돌아보았다.

오른쪽에서 양손에 단검을 쥐고 공격 자세를 취하던 어린 여헌터의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


“크아아!”


선두에 달려오는 괴생명체가 지르는 괴성.

바리케이드 바로 뒤에 세워놓은 발판 위에 서 있던 그가 손에 쥔 창에 힘을 주었다.


뾰족한 철망 위를 뛰어넘는 가르고토르의 목을 벤 그의 창끝이 어느새 철망의 틈 사이로 긴 혀를 내밀어 공격해오는 갈리니쿠스의 혀를 베어버린다.


머리 위로 날아드는 비행 중형종인 스켈로닉스의 배를 가른 그가 다시 거대멧돼지 형태의 아르수스의 뿔을 창대로 막았다.


“....쿠우우우우우”


“흐윽!”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코브라를 닮은 스티라토스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놈의 날카로운 거대 송곳니가 그의 전투복을 찢고 허벅지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창을 휘돌려 놈의 목을 베어냈다.

붉은 핏물이 무릎아래로 주르르 흘러내린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헌터들의 비명소리.

꼬박 16시간을 짧은 휴식만을 취하고 교대해가면서 버텨왔다.


“조금만 더 버텨라!!”


실낱과 같은 덧없는 희망의 끄트머리를 잡은 그가 악을 질렀다.


그의 머리 위를 날아 넘어온 스켈로닉스 두 마리.

후방 여기저기를 삽시간 헤집고 다니고 있다.

놈들이 휘두르는 초대형 낫과 같은 팔에 순식간에 목이 떨어져 나가고, 사지가 찢겨나가는 젊은 군인들.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온 그들의 애달픈 삶이 스러져가고 있다.


....그으으으으으으!!


순간,

귀에 들려오는 소리만으로도 뼛속까지 파고드는 공포.

한순간 모든 헌터들의 몸이 얼어붙었다.

몸을 바닥에 바짝 낮추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괴생명체들.


계곡 바닥 한가운데에서 느껴지는 움직임.

돌기둥처럼 굳어버린 리 밍이 간신히 눈을 돌렸다.


기괴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는 라이노블레이드.


원래의 코뿔소와 같은 형태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전에도 무지막지하게 거대했던 괴생물체였건만.

그랬던 놈은 체고는 이제 거의 곱절에 달하고 있다.


넓고 단단한 갑옷을 걸친 놈의 등에 불규칙한 간격으로 들쭉날쭉 튀어나온 가시들.

검붉은 빛으로 변해있는 놈의 거대한 뿔.


“...쿠오오우우우우....!”


마치 기지개를 켜듯 고개를 쳐들고 으르렁거리자, 계곡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쨍그랑.”


얼떨결에 쥐고 있던 카타나를 놓쳐버린 주변의 헌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서 있는 헌터들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눈빛이다.


천천히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는 거대한 괴물.


“....으으으으으.”


창을 쥐고 있는 그의 손도 이미 굳어버린 지 오래전.


‘...이제 여기서 끝이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꼬리에 맺혀있던 눈물이 양 볼을 타고 차갑게 흘러내렸다.


“..캬아아아아아!!”


기괴한 은광을 뿜으며 자신을 노려보던 놈의 육중한 몸이 자신을 향해 삽시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놈을 노려보며 어떻게든 창을 들어보려 하던 순간이었다.


.......쌔애애애애액!!“


뒤쪽 어딘가에서 번개처럼 날아온 검푸른 빛무리.


대포처럼 날아간 푸른 불덩이가 놈의 미간을 꿰뚫었다.


”...어.어...“


허공에 부-웅 떠오른 놈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튀었다.


...파지직!!

..퍼펑!!


시퍼런 불꽃이 놈의 이마에서 폭발하며 거대한 놈의 몸뚱이가 언덕 아래로 꼬라박혔다.


그 뒤로 달려드는 또 다른 라이노블레이드.


동시에 그의 머리 위로 날아오른 불가사의한 존재.

푸른빛을 내뿜는 물체가 허공을 가르고 놈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저건 ...“


온몸에 푸른 빛을 내며 놈의 옆을 스쳐 날아가는 건 설마...

인간?


놈의 옆구리를 일직선으로 긋는 창의 끝에서 폭발하는 푸른 마력.


허공에서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돈 사내가 이마가 터져버린 놈의 몸 위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퍼펑!!


어느새 놈의 목 깊이 박혀있는 그의 창끝에서 폭탄이 터지듯 폭발이 일어났다.


다시 그의 손끝을 떠난 단검 두 자루.

귀가 얼얼할 정도로 울리는 파공음에 순간 그의 머릿속에 멍해졌다.


나선형을 그리며 대포처럼 날아간 단검은 허공을 향해 포효하던 놈의 복부에 박혔다.


....쿠쿠쿵!


몸속에서 마력이 폭발하자 버티지 못한 놈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어느 틈에 날아든 사내의 손에 들려있는 카타나.


번개 같은 사내의 손놀림.

마치 회라도 치겠다는 듯, 놈의 온몸을 일정한 간격으로 긋고 있는 검선.


자신도 모르게 리 밍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끝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이미 죽음을 맞을 준비를 했었다.


허울만 그럴듯한 랭킹 1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죽음을 직면한 자신.


그런 자신에게 마치 두 번째 기회라도 주는 듯 나타난 사내.

인간일 리가 없다.


”...신의...신의 사자다!!“


주변 누군가의 입에서 터져 나온 고함.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경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주위의 헌터들.

사내의 몸놀림 한 동작 한 동작에 탄성을 지르며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다.


순식간에 라이노블레이드 두 마리를 처치한 남자.

창대 중간을 손에 쥔 그가 마치 풍차를 돌리듯 창을 정신없이 휘돌리고 있다.


그가 휘두르는 창의 궤적에 들어온 괴생명체들이 학살당하고 있다.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는 괴생명체들은 덤비지도 도망치지도 못한 채 꼼짝 못 하고 당하고 있다.


라이노블레이드를 보고 헌터들이 느낀 공포를 지금 사내를 직면한 몬스터놈들이 느끼는 것일 터.


”우리 것도 좀 남겨 놓으라구.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언덕 아래를 향해 누군가 악을 쓰듯 영어로 외치는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댄이 모조리 다 없애기 전에 서둘러!“


여성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의 옆을 바람처럼 지나 언덕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세 사람.


”나는 오른쪽을 맡는다. 제니스와 쿤은 왼쪽을 부탁해!“


”오케이 제이크. 놈들에게 거시기 물리지 않게 조심해.“




”그까짓 옷 갈아 입는 게 뭐 이리 오래 걸려?“


온몸에 푸른 마나를 두르고 창을 휘두르는 사내가 마치 궁시렁거리듯 외쳤다.


”댄이 몰라서 그러나 본대, 여자들한테 패션은 생명이거든?“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 거 몰라?“


마치 뜰에 있는 잔디를 베듯 꼼짝 못 하고 얼어붙은 놈들을 베고 있는 그들의 표정은 여유롭기까지 했다.


”쫌, 천천히 잡아요. 마석 수집하기 벅차단 말예요.“


그들의 뒤를 따라 놈들의 뱃속에 손을 집어넣고 있는 어린 동양 소녀가 볼 멘 소리를 냈다.


”....댄!“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리 밍이 한순간 중얼거렸다.


‘우 지에 부국장이 책임지고 데리고 오겠다고 공헌한 한국의 헌터.’


공교롭게도 우 지에 부국장이 방문한 때에 맞춰 청해성 아공간이 뚫려 버렸다.

경험이 많던 헌터가 담당하는 아공간이 뚫린 것도 이상한 일.


랭킹 시스템으로만 2위일 뿐,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던 장 리에.

그런 그가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헌터 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던 우 지에 부국장.


듣보잡 헌터에 거금을 쓴다고 처음에는 반대했던 국장과 고위간부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해지자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때까지도 리 밍 자신은 그런 부국장의 결정이 달갑지 않았다.


중국 국내 헌터들의 복지와 혜택은 나몰라라 내팽개치던 그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의 그런 결정은 순순히 따르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나타난 댄은 자신의 불신을 한순간에 허물어버렸다.


눈이 부시도록 황홀한 모습.

신의 사자라 충분히 불릴만한 권능.


”우리 부국장님이 선견지명이 있으셨네.“


마음속에서 물밀듯 밀려오는 환희과 감사를 그는 억누를 수 없었다.




그를 향해 창을 쥔 사내가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왔다.


”리 밍?“


온몸에 오라를 발산하는 사내가 입꼬리를 올린 채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22 mj*****
    작성일
    23.06.05 12:45
    No. 1

    와~ 이제 댄 돈 방석이네 ㅎㄷㄷㄷ. 넘사벽 실력으로 중국평정 ㅋㅋㅋ. 국뽕이 차오른다 크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6.05 16:48
    No. 2

    상황마저 댄을 탑으로 만드네요. 지금가지의 스토리 탄탄함에!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37화 푸른 대나무 숲의 노래(1) +2 23.06.06 250 10 12쪽
» 36화 중국에서의 첫걸음(3) +2 23.06.05 262 11 11쪽
36 35화 중국에서의 첫걸음(2) +3 23.06.04 257 11 11쪽
35 34화 중국에서의 첫걸음(1) +1 23.06.03 269 9 14쪽
34 33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3) +4 23.06.02 271 11 11쪽
33 32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2) +4 23.06.01 272 15 12쪽
32 31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1) +2 23.05.31 273 10 11쪽
31 30화 그림자 소환(2) +3 23.05.30 275 10 17쪽
30 29화 그림자 소환(1) +3 23.05.29 275 10 15쪽
29 28화 어나더 레벨(3) +4 23.05.28 262 10 12쪽
28 27화 어나더 레벨(2) +1 23.05.27 272 9 14쪽
27 26화 어나더 레벨(1) +3 23.05.26 281 11 12쪽
26 25화 태평양을 뛰어넘다. +2 23.05.25 269 9 17쪽
25 24화 각성의 시작(3) +2 23.05.24 284 7 14쪽
24 23화 각성의 시작(2) +6 23.05.23 318 14 14쪽
23 22화 각성의 시작(1) +5 23.05.22 307 13 13쪽
22 21화 아웃사이더(3) +5 23.05.21 290 11 13쪽
21 20화 아웃사이더(2) +5 23.05.20 295 12 12쪽
20 19화 아웃사이더(1) +5 23.05.19 316 9 13쪽
19 18화 어려진 건 몸 뿐만이 아니네? +5 23.05.18 334 11 12쪽
18 17화 외계 지성체의 영혼 조각 +3 23.05.17 324 9 13쪽
17 16화 풋꼬투리 속에 숨겨진 진실 +2 23.05.17 336 8 14쪽
16 15화 모래 속에 숨겨진 비밀 +5 23.05.16 345 13 16쪽
15 14화 담장위의 고양이 +4 23.05.15 375 9 17쪽
14 13화 뜻밖의 조우 +3 23.05.15 403 9 17쪽
13 12화 앞으로 한걸음 더! +4 23.05.14 455 10 16쪽
12 11화 우연을 가장한 필연 +3 23.05.14 487 12 16쪽
11 10화 지옥에서 온 이안 +5 23.05.13 829 12 15쪽
10 9화 린다 블레어 부국장 +2 23.05.13 537 12 16쪽
9 8화 난 네가 알던 우주가 아니야! +3 23.05.12 551 10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