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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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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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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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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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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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부 탈퇴?

DUMMY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하린은 조용히 자신의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 장의 사진.

연분홍빛 벚꽃 아래, 환하게 웃고 있는 노헌과 어색하게나마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재밌었어.’


그와 함께했던 하루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이렇게 친구와 놀았던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나,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미안했다.

노헌의 마음을 바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아직, 무서워···.’


떠오르는 것은 과거의 악몽.


“아니면, 옛날처럼 될 것 같아서?”


저번에 준서가 했던 말이 맞았다.

또다시 그때처럼 모두 떠날까 봐, 노헌 역시 그럴까 봐, 하린은 겁이 났다.

그런데도 그와의 인연을 이대로 놓고 싶진 않았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을 회피했으면서 기다려달라니, 노헌의 입장에선 분명 어이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


“기다릴게···.”


그러나, 그는 기다린다고 해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음에도 말해준 것이다.


‘고마워, 노헌아.’


그제야 용기가 났다.

이날, 하린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



‘그럼, 대체 무슨 사이인 거지?’


하린과 데이트한 그날부터 노헌은 늘 이 의문에 시달렸다.


‘데이트 신청은 하린이가 한 거잖아, 나한테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기다려달라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물론, 그땐 분위기에 휩싸여 긍정을 표하긴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의문만 남아있었다.


‘그때 이후로 연락이 늘긴 했는데···.’


하루에 한 번씩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친구 사이도, 연인 사이도 아닌 어중간한 이게 대체 뭔가 싶었다.


‘그리고 나는 하린이를 좋아하는 걸까?’


그저 한순간의 설렘인지, 아니면 진심이 가득한 애정인지, 그 또한 헷갈리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나는 고백도 안 했는데, 왜 차인 거야?”


그렇게 노헌이 하소연한 순간.


“뭐? 차였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차 싶었다.

그야, 지금은 학교 동아리 시간이었으니까.


“자세하게 말해봐.”


목소리의 주인은 신서아, 노헌과 하린의 데이트를 목격했던 장본인이었다.


“괜찮아, 노헌아. 언젠가 너랑 어울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래, 중요한 건 자신감이야!”


게다가 서아의 목소리에 이끌려온 나머지 둘까지.

신 씨 세 남매는 어느새 노헌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 아뇨. 신경 안 써줘도 되는데.”


노헌이 황급히 부정해봤지만···.


“우리가 이래 보여도 한때는 인기 많았었어.”

“그래~ 연애 상담도 많이 들어왔었어!”

“하나뿐인 후밴데 선배로서 챙겨줘야지.”


선배들의 눈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에휴··· 알겠어요.”


하는 수 없이 노헌은 현재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바로 입을 연 건 신 씨 삼 남매 중 둘째, 서아.


“그 하린이란 애가 저번에 내가 알바하던 카페에서 본 친구 맞지?”


노헌이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


“신서아, 너 알바 해?”


옆에서 툭 튀어나온 승아의 목소리.


“한지 좀 됐지.”

“아직도 전공 계속할 생각이야?”


연애 상담을 들어줄 때는 언제고, 분위기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포기 한다고 한 적 없어.”

“우리 집 사정 알고 있잖아?”

“그래서 알바하는 거야, 엄마, 아빠한테 부담 안 주려고.”


전에도 한 번 들었던 이야기였다.

비록 그땐 서아가 아닌 민섭에게였지만.

그리고 때마침, 그 역시 입을 열었다.


“나도 알바하고 있어. 음악 계속하고 싶어서.”

“뭐? 신민섭 너도?”

“반대로 물을게, 신승아. 너는 포기한 거야?”


어느새 2대1.

한동안 대답이 없던 승아.


“어쩔 수··· 없잖아.”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는 그 말만을 남기고 음악실을 나가버렸다.


그 뒤로, 이 자리에 내려앉은 무거운 침묵.

서아와 민섭 모두, 아무 말 없이 승아가 나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노헌은···.


‘왜 내 연애 고민이 이렇게 된 거지?’


남은 두 사람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노헌이 빨리 오기만을 기대했던 동아리 시간은 찜찜한 마음만 남기며 끝이 났고, 그에겐 한 가지 고민이 더 추가됐다.



♪♪♪



그날 이후로, 일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지나도, 신승아는 음악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남은 셋이서 연습을 계속해 나가긴 했지만, 결국 메인 보컬이 없다면 바늘만 있고 실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저기 혹시 집에서는···.”


세 남매는 한집에서 살기에, 마주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승아와 이야기할 수 있지 않냐는 말이었다.


“나는 더 할 얘기 없어.”


하지만, 단단히 화가 난 듯한 서아.


“보다시피 서아처럼 승아도 똑같은 상태라서.”


덕분에 집 안 분위기도 요즘 굉장히 안 좋다고 민섭은 덧붙였다.


“조금만 더 있으면 축제잖아요.”


4월의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는 현 상황.

축제가 5월 첫째 주인 만큼, 남은 동아리 시간은 고작 다음 주뿐이었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지···.”


어떻게든 승아를 설득해야만 했다.


“승아 누나는 보통 학교 끝나면 뭐 해요?”

“어, 아마 도서관 갈걸? 그런데 그건 왜?”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제가 한 번 이야기 해 볼게요.”


학교가 끝나고 노헌은 곧바로 연습실로 향했다.


‘나도 내 할 일은 있으니까.’


축제가 끝나면 곧 콩쿨이기에 연습을 빼먹을 순 없었다.

게다가···.


‘공부 끝날 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민섭에게 듣자 하니, 승아는 도서관이 문 닫을 시간이 돼서야 공부를 끝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오후 10시일 터, 그 시간까지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도 쓸데없는 짓이었다.


“연습 끝나고 도서관 가면 될 거 같네요.”

【좋은 자세야.】


안 그래도 요즘 고민이 많아진 탓에, 연습에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하린과의 관계, 그리고 밴드부.

어느 한쪽 쉽게 풀리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쳐야지.’


어떤 상황이라도 피아노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꿈은 피아니스트였으니까.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깜깜한 어둠만이 내려앉은 밤.

노헌은 도서관 앞에 서 있었다.


【저기 오는 거 같네.】


때마침 공부를 마쳤는지, 입구 쪽으로 다가오는 승아의 모습.

그녀는 이내 노헌을 봤는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노헌아? 무슨 일이야?”


혹여나 승아 누나가 그녀의 남매에게 하듯 자신 또한 무시하면 어떡하나 고민했었는데 다행히 말을 걸어주었다.


“안녕하세요, 누나. 다름이 아니라 잠시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요.”

“뭐야, 혹시 그때 못한 연애 상담이야?”

“···네? 아, 뭐 그것도 해주시면 좋긴 한데.”


노헌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농담이야, 밴드부 일 때문이지?”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우리 가정사에 너까지 말려들게 해서 미안해.”

“괜찮아요.”


지금이라도 축제 연습을 하면 가능했다.


“그러면 다음 주, 동아리 시간에는 참가하시나요?”

“그래야지, 마지막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내야, 후련하게 떠날 수 있으니까.”

“네? 마지막 공연이요?”


노헌이 되묻자, 뒤이어 나온 그녀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나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밴드부를 나갈 거야.”


그것은 영락없는 탈퇴 선언이었다.


“아니, 왜요? 이번에 싸운 거 때문에 그래요?”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야.”


홧김에 말했다기엔 승아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중했다.


“이제 곧 고3인데 공부에 전념해야지.”


살며시 미소 짓는 그녀는 마치 체념한 듯 보였다.


“민섭이가 말했던 것처럼··· 음악은 포기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노헌의 눈에, 그녀의 모습에서 누군가가 비쳐 보였다.

너무나도 익숙한 한 남자의 얼굴.

그 사람은 바로.



“포기하면 안 돼요.”



이노헌, 자신이었다.



“위로는 고맙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포기하면 모두 끝나버려요.”


비록 그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과거의 노헌에게 포기란 습관이었다.

처음 한두 가지씩 포기하던 것들이 점점 늘어나, 어느새 시작하는 것마저 포기하고 말았다.


“꼭 포기해야 해요? 비록 전공이 아니더라도 취미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승아가 과거의 자신처럼 되지 않길 바랐다.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오지랖인 건 알아요. 그래도 저는 누나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헌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승아의 눈을.



♪♪♪



첫째, 신승아.

둘째, 신서아.

셋째, 신민섭.


신 씨 세 남매에겐 어려서부터 취미가 있었다.

각자 노래, 기타, 그리고 드럼까지, 모두 음악과 관련된 것이었다.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우연히 본 TV 음악 프로그램에 유명 밴드가 출연했을 때였다.


“우와~ 멋지다.”

다양한 악기들과 모든 것을 뚫고 나오는 보컬의 시원한 목소리.

그것은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뺏기엔 충분했다.


“나도 저 사람처럼 노래 부르고 싶어!”

“나는 옆에서 기타 쳐줄게!”

“그럼, 나는 응원해줄게.”

“무슨 소리야? 너도 해야지.”

“민섭이, 너는 힘 세니까, 드럼 쳐!”


사소한 계기였으나, TV에서 나온 그 곡을 연주하기 위해 세 사람은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비록 처음이라 생소한 마음이 컸지만, 언젠가 함께 합주할 날을 상상하면 즐거운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세 사람은 처음으로 무대에 서게 되었다.

무대라고 해도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저 초등학교 학예회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첫 무대를 마친 순간.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성취감, 무대에 내려와서도 식지 않는 열기,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나 중학교 들어가서도 밴드 하고 싶어.”


그 말을 한 것은 승아도, 서아도 아닌, 응원만 하겠다고 했던 민섭이었다.

물론, 다른 두 사람도 그의 말에 찬성이었다.


계획대로 세 사람은 입학한 현성중학교에서도 밴드부에 가입했다.

실력을 갈고닦았고, 학교 공연뿐만 아니라, 길거리 버스킹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저 재밌었으니까.


어느덧 취미로 시작했던 음악은 세 사람의 꿈이 되어있었다.


“우리 나중에 밴드 만드는 거 어때?”

“좋은데?”

“그럼, 전공해야겠네!”


꿈을 위한 첫걸음으로 전공.

하람예고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입시 학원에도 다녔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게 된 예술고등학교 입시.

결과는 셋 모두 합격이었다.


“고등학교에는 다른 악기를 하는 애들도 많겠지?”

“그럼, 그중에 피아노랑 베이스 치는 친구들이랑 같이 공연하면 되겠다!”

“그러고 보니, 하람예고에는 과목 중에 작곡도 있으니까, 배워서 우리 자작곡도 만들자!”


희망찬 고등학교 생활을 꿈꾸며 입학을 꿈꿔왔다.


하지만.



“아··· 아빠가 쓰러지셨다고요?!”



사고는 전조도 없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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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비밀 (수정) +4 23.06.25 90 6 11쪽
38 탑의 정상 +2 23.06.24 65 6 11쪽
37 선장과 선원 +2 23.06.21 68 6 11쪽
36 축제 +3 23.06.21 77 6 12쪽
» 밴드부 탈퇴? +3 23.06.18 79 8 11쪽
34 벚꽃이 흩날리던 밤 +3 23.06.16 89 8 11쪽
33 데이트 신청 +3 23.06.15 88 9 11쪽
32 쇼팽 콩쿨 +2 23.06.13 98 7 11쪽
31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3 23.06.11 100 7 11쪽
30 나은과 나비 (2) +2 23.06.09 89 9 12쪽
29 나은과 나비 (1) +3 23.06.07 88 10 12쪽
28 재회 +2 23.06.06 98 7 12쪽
27 All in +2 23.06.05 104 8 12쪽
26 엇갈림 +2 23.06.04 118 8 12쪽
25 졸업식 +2 23.06.03 112 8 11쪽
24 김준서의 목적 +2 23.06.02 120 9 12쪽
23 피아니스트의 대답 +2 23.06.01 122 11 11쪽
22 소년의 답장 +2 23.05.31 135 10 11쪽
21 걱정이 너무 많아 +2 23.05.30 138 11 12쪽
20 독일에서의 만남 +2 23.05.29 151 9 12쪽
19 그거 거짓말이지? +2 23.05.28 154 11 11쪽
18 리나의 선생님 +2 23.05.27 147 12 12쪽
17 랩소디 인 블루 +2 23.05.26 174 10 12쪽
16 싸라기눈 +2 23.05.25 173 9 11쪽
15 기적 +2 23.05.24 186 11 12쪽
14 두 번의 사과 +2 23.05.23 184 10 12쪽
13 그래도 나는 +2 23.05.22 193 11 12쪽
12 이미 늦었어 +2 23.05.21 205 11 11쪽
11 여정의 끝 +3 23.05.20 223 13 11쪽
10 천재와 범재 +2 23.05.19 21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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