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35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7.18 00:06
조회
47
추천
2
글자
9쪽

<59> 불령산 소격동의 마지막.

DUMMY

*

“자검위, 내가 잘 알지! 우리 개방은 벌써 알고 있지만서두 비밀에 붙이고 있었거든. 황제가 비밀로 하는데 우리가 떠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편방주가 턱을 들고 자검위의 존재를 수긍해 주었다.

절대 비밀 조직인 자검위의 이름이 사내의 입에서 나왔다는 건 그가 자검위 소속이란 반증이기도 했다.


“작금의 사태를 황실에서도 주시하고 있다는 뜻인지요?”

“아.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예의를 갖추는 듯 하면서도 건방진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무리 황제 직속의 인물이라 하더라도 군웅맹의 맹주와 소림과 개방 방주 앞에서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건 예의가 있다고 할 수 없었다.


“하하하. 젊은 친구가 요령이 좋구먼. 그 나이에 자검위 소속이라니. 근데 수장이 맞나? 내 정보로는 훨씬 연배가 있는 걸로 아는데?”


편방주가 딴죽을 걸었다.


“맹주도, 두 분도 원래는 그 자리가 아니었지요? 후후후.”


사내가 입꼬리를 묘하게 말아 올리며 웃었다.


“바뀌었단 말인가? 자검위 수장이?”


사내는 입을 다문 채 미소만 지었다.

황실 일은 관해서는 대답을 하지 않겠는 의미였다.

맹주가 가장 궁금한 걸 꺼냈다.


“자검위의 수장인 분이 어찌 여기로 오셨소? 황제의 명이오?”

“한 사람이 궁금한지라.....”

“누구 말씀이시오?”

“이로운... 이라 던가?”


맹주의 얼굴이 굳었다. 대행과 편방주도 그랬다.


“그 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아시고....?”

“온 나라에 그 소문이 워낙 파다한지라...... 황실에서 그런 소문의 진원은 살펴봐야 하니까.”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짓을 말 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자검위의 수장이라면 황제의 명을 대신해 온 것일 테니까.


“이로운. 그는.....”


맹주가 들은 것, 본 것, 겪은 것을 소상히 다 들려주었다.

무림인이든 아니든 누가 들어도 놀랄 이야기였지만 사내는 예의 그 미소만 띤 채 담담하게 듣기만 했다.


설파혼과의 일전, 단 한 번 단봉을 날려 소격동을 뒤흔들고 동굴과 절벽을 무너뜨린 이야기에도 일말의 동요조차 없었다.

다만 단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한 번 눈빛이 반짝였지만 그걸 눈치 챈 사람은 없었다.


“이게 우리가 보고 겪은 전부요. 그 사람에 대해 아는 모든 걸 다 말씀 드렸소.”

“그래요. 아주 잘 들었습니다.”


진심이라기엔 영혼이 없는 대답이었다.


“여기서 이러기 보다는 안으로 들어가서 저녁이라도 드시지요.”

“아... 식사.....”

“식사 아니면 술이라도 한 잔 하시면서....”

“아니, 식사를 하긴 해야 하는데.....”


사내가 맹주와 대행, 편방주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눈빛이 사람을 보는 것 같지 않았다.

대체 속을 모를 사람이었다.


“그럼... 오늘 식사는...... 아무래도 가장 고강한 놈?”


사내가 맹주를 보며 씨익 웃었다.


“놈? 뭔 말이여? 지금 맹주한테 놈? 이 썩을 놈이!”


편방주가 버럭하며 사내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여차하면 한 대 날릴 요량으로.

그러자 사내가 한쪽 손을 스윽 들었다.


순간 위기를 감지한 세 사람 모두 무기로 손을 뻗었다.


- 뻐억---!


하지만 손짓 하나로 편방주는 가슴에 일격을 받고 피를 토하며 나가 떨어졌다.


“아앗! 조심하십시오!”


벽자룡이 쓸려가는 편방주를 받아 세우는 사이 대행이 벼락 같이 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으로, 맹주는 철검을 곧바로 찌르며 사내를 압박했다.


- 콰아아---


대행의 장법이 먼저 사내의 가슴 요혈을 향해 날아갔다.


- 퍼엉-!


사내가 다른 손을 한 번 슬쩍 들어 흔들자 대행의 장법은 바람처럼 흩어지고 오히려 편방주처럼 가슴에 일격을 내주고 말았다.


- 지잉!


사내는 동시에 맹주의 철검을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으로 잡아버렸다.


“으윽!”


맹주가 철검을 비틀어 뽑아내려고 했지만 검은 마치 바위에 박히기라도 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단지 손가락 두 개로 잡은 것 뿐인데도.


맹주의 낯빛이 흙처럼 어두워졌다.


‘이...이 자는 또 뭔가? 이로운, 그에 비해 절대 아래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야아---! 이 놈!!!”


벽자룡이 쌍검을 휘두르며 맹주를 구하고자 달려들었다.


- 팟!


사내가 철검을 쥔 손가락을 살짝 비틀어 밀었다.


- 슈각--!


순간 맹주의 철검이 튕겨나가면서 허공을 격하고 달려드는 벽자룡을 향해 날아갔다.


- 츠각-!


놀란 벽자룡이 쌍검을 휘둘러 막아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철검의 끝이 벽자룡의 가슴에 가르며 지나갔다.


- 쿵!


벽자룡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와아아---!”

“맹주를 구하라!”


일대에서 맹주 일행을 지켜보고 있던 군웅맹 무사들이 일시에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내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로, 달려드는 무사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핏! 퍽! 펏!


천천히 걸어가는 사내의 손이 리듬을 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악!”

“윽!”

“헉!”


달려들던 군웅맹 동도들이 바람결에 날리는 낙엽처럼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내의 공격은 오직 하나였다.

점혈.

누군가는 사혈에 적중 되어 순식간에 고혼이 되었고 누군가는 마혈을 봉쇄 당해 꼼짝달싹 할 수 없게 되었고 누군가는 수혈을 점혈 당해 그대로 잠에 빠져 쓰러졌다.


“모두 물러나라! 물러나!‘


맹주가 바닥에 떨어진 철검을 집어 들며 외쳤다.

하지만 이미 소격동 안에 있던 군웅맹 무사들 절반이 쓰러진 뒤였다.

불과 눈 몇 번 깜빡일 순간이었는데도.


맹주의 고함에 무사들이 우르르 물러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사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물러나는 무사들 사이로 사내가 흘러 다니기 시작했다.

달려가거나 날아간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마치 물처럼 바람처럼 군웅들 사이를 흘러다녔다.

그리고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군웅들은 낙엽처럼 우스스 쓰러졌다.


“멈춰라--!”


맹주가 철검을 휘두르며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맹주가 온 힘을 다해 달려들어도 사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사내는 그렇게 소격동 안의 모든 사람들을 쓰러뜨렸다.

대행과 편하직도 일시에 마혈과 아혈을 봉쇄 당해 꼼짝달싹 하지 못한 채 두 눈만 치켜 뜨고 있었다.


그제야 사내가 흐름을 멈추었다.

맹주 앞이었다.


“대..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거냐! 네놈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냐!”


묻는 맹주의 입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공포였다. 그냥 원초적인 공포.

이런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이런 공포감이 사람의 마음 속에서 나올 수 있다는 걸 상상조차 못했다.

선친이자 선대 맹주인 철검자 취학명이 일월교주한테 목숨을 잃었을 때도, 이로운이라는 자가 나타나 단봉 하나로 소격동을 뒤흔들었을 때도 이런 공포는 아니었다.


흘러가며, 손짓으로만 수백 명을 죽이고 쓰러뜨리는 자, 과연 이게 인간이 닿을 수 있는 경지인가?


사내는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얼굴에 담고 있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담담함.

그렇게 아무런 감정 없이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왜냐면.... 식사 시간이니까.”


대답을 하면서 천천히 다가왔다.

사내가 다가오는 게 아니라 공포가 다가오고 있었다.


“죽인다---!”


맹주가 사내를 향해 튀어나갔다. 철검을 휘두르며,

공포가 발악이 되었다. 그 발악이 맹주가 가진 능력의 몇 배를 쏟아내게 했다.


- 텅!


하지만 가볍게 들어 올린 사내의 손에 철검이 튕겨 날아갔다.

평생을 수련한 그 철검이, 그 공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사내의 손짓 하나 앞에.


- 털썩


맹주의 무릎이 꺾였다. 맹주의 일생이 꺾였다. 맹주가 아는 세상이 그렇게 무너졌다.


- 스윽


사내가 손을 뻗었다. 맹주의 머리 위에 사내의 손이 닿았다.

맹주의 백회혈 안으로 이상한 기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있던 맹주의 눈동자가 풀렸다.

공포가 사라지고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온몸의 감각이 생생하게 돋아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죽었던 영혼이, 육체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소격동 안의 동지들을 쓰러뜨린 눈앞의 사내가, 악마가 아니라 신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벽이 느꼈던 바로 그 감정 그대로 맹주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 으드득!


사내의 손가락이 맹주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갔다.


“크아악---!”


극악한 고통이 머리부터 온몸으로 전류처럼 순식간에 퍼졌다.

사내가 넣어준 알 수 없는 기운 때문에 고통은 몇 백 만 배 더 크게 전해졌다.


고문이 시작되었다.


“끄아아아-------”


맹주의 절규가 이어졌다.

대행도, 편하직도 차라리 죽었으면 좋을 것 같은 고통스런 비명이었다.

마혈이 풀린다면 맨 먼저 맹주를 죽여주고 싶은, 고통을 끝내주고 싶은 그런 비명이었다.


하지만 고문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맹주의 고통이 가장 극점에 이를 때 까지는.


그 때가 와야, 그제야 사내는 맹주의 영혼을 마실 거니까.

악령이 되어버린 맹주의 영혼을.


*

"으아아악---!"


취소연이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났다.

악몽이었다.

낙장불입.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 이후 / 연재 주기에 관해 / 6월 3일 수정판 +1 23.05.14 126 0 -
67 <67> 묵광멸천(墨光滅天) +2 23.08.02 39 2 10쪽
66 <66> 이게 죽음인가, 생각보다 편안해..... +4 23.07.31 44 3 10쪽
65 <65> 희망은 평행우주 저 편의 진파란. +3 23.07.26 41 2 10쪽
64 <64> 일광개천(日光蓋天) 대 일광개천(日光蓋天) +2 23.07.25 38 2 10쪽
63 <63> 천 개의 봉우리가 몸을 떨다 +5 23.07.24 43 3 10쪽
62 <62> 교주와 검무룡, 율리납과 율리혁 +6 23.07.21 41 2 10쪽
61 <61>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 +4 23.07.20 44 2 9쪽
60 <60> 하루를 살아간다는 건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2 23.07.19 46 2 9쪽
» <59> 불령산 소격동의 마지막. +3 23.07.18 48 2 9쪽
58 <58> 소격동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사내 +2 23.07.14 66 2 10쪽
57 <57> 마음으로 죽이는 것, 실제로 죽이는 것. +2 23.07.13 60 2 10쪽
56 <56> 죽고 죽이고, 또 죽이고 죽는 +1 23.07.12 68 2 11쪽
55 <55> 그 영화의 그 대사 '좋아해요', '나도 알아' +5 23.07.11 55 2 9쪽
54 <54> 로운이 취소연의 양 빰을 후려치고 +1 23.07.10 60 2 10쪽
53 <53> 사흘에 한 번, 악령의 식사를 하는 자 +1 23.07.07 67 2 9쪽
52 <52> 고맙다...... 라는 말 +3 23.07.06 67 2 9쪽
51 <51> 원한과 복수의 고리를 끊는 일 +2 23.07.05 68 2 10쪽
50 <50> 세상에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2 23.07.03 59 2 10쪽
49 <49> 그녀의 낙장불입은 입맛이 쓰네 +3 23.06.30 67 2 9쪽
48 <48> 새꺄! 나 왼손잡이야. +3 23.06.29 72 2 9쪽
47 <47> 나한테 코피 내면 너는 피똥 싸는 거다. +2 23.06.28 69 2 10쪽
46 <46> 유유곡의 결전 +4 23.06.27 74 2 9쪽
45 <45> 임독양맥. 생사현관. 환골탈태. +4 23.06.26 75 2 9쪽
44 <44> 진심을 다해 죽음을 입에 담는 이 +2 23.06.23 69 2 9쪽
43 <43> 열빙지(熱氷池)에서 사흘 낮 밤을. +5 23.06.22 68 3 10쪽
42 <42> 죽어도 죽지 않는 자의 오로지 죽기 위해 사는 운명을... +3 23.06.21 66 3 9쪽
41 <41> 백발의 나체 노인, 생의선. +2 23.06.20 69 3 10쪽
40 <40> 멀고 아득하고 그윽한 곳, 유유곡(幽幽谷) +3 23.06.19 65 3 10쪽
39 <39> 소연아, 치킨 좋아하니? +5 23.06.16 87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