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91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5.10 15:05
조회
392
추천
18
글자
11쪽

<3> 백령기주 냉면귀

DUMMY

*

일존, 쌍룡, 삼혼, 오귀. (一尊, 雙龍, 三魂, 五鬼)


마교의 최상위 위계 서열이자 이는 곧 무공의 서열이기도 했다.


일존.

마교의 현 교주인 풍도우검 율리납.


쌍룡.

교주 다음 서열로 아무도 그들의 정체를 모른다는 검무룡과 도제룡.


삼혼.

교주 직속 3대 기관인 지밀원의 원주 무영혼, 내령각의 각주 소유혼, 외진각의 각주 설파혼.


그리고 다음이 마교의 주력 부대인 오령기를 이끄는 다섯 명의 귀신, 오귀였다.


흑령기의 수장은 암행귀 야율, 홍령기를 이끄는 건 적묘귀 선우요화, 녹령기는 야초귀 유율극, 청령기의 대장이 창해귀 벽리산이었다.


그리고 칠백칠십칠명의 백령기를 이끄는 인물이 바로 냉면귀 백야탄이다.

지금 바로 로운의 눈앞에 있는 깡마른 그 중년의 인물.


‘밀집 진형 사이를 가로지르면서 헛되게 쓴 발걸음이 없었다. 평이해 보이나 꽤 효율적인 보법이다. 단봉을 사용하는 것도 제법 날카로운 면모가 보이긴 하나.....’


로운이 잠시 보여준 일전을 모두 살펴 본 백야탄은 이미 로운의 높이를 판단했다.


‘꽤나 쓸만한 보법을 가진, 내외공은 아직 준고수급. 다만 사자후의 위력은 판단 보류.’


그것이 백야탄이 평가한 로운의 높이였다.


“본좌가 물어 본 걸 기쁘게 생각해라. 냉면귀 백야탄이 이름을 물어본 것만으로도 너의 죽음은 영광이 될 터이니.”

“냉면 뭐? 평양 출신이냐? 이름 한 번 저렴하네.”


냉면귀 백야탄이 대답 대신 피식 웃음과 함께 몸을 움직였다.


귀영무흔(鬼影無痕).

귀신의 그림자는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냉면귀의 보법.


로운의 보법이 제법 쓸 만 하다해도 자신의 보법에 비하면 애기 걸음마 수준에 불과할 터, 단 일초식이면 눈앞의 꼬마는 뭉개진 육신을 땅에 두고 영혼만 저승으로 훌훌 날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판단이었고 결과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절대 무공을 지니고 반백년 강호를 주유한 냉면귀에 비해 로운은 이제 막 강호에서 눈을 뜬 상황이니까.

당연히 실전 경험이 전무한 로운이 순간이동처럼 갑자기 눈앞으로 달려온 냉면귀의 공격을 피할 도리는 없었다.


- 콰앙!!!


하얗게 서리를 내뿜는 냉면귀의 오른 손바닥이 로운의 가슴에 적중했다. 가슴이 빠개지는 고통을 느끼며 로운은 뒤로 십여 미터나 물러났다.


‘뭐지?’


냉면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백령귀의 수하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단 하나, 로운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 때문에.


이제껏 냉면귀의 일장을 적중당하고 살아있는 자는 세상에 없었다. 군웅맹 고수 중 두 명이 일장을 맞고 버텼으나 두 번째 공격에 황천객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초면의 젊은 놈이 단 몇 걸음만 밀려나고 멀쩡히 살아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냉면귀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의 손바닥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반탄지기(反彈之氣)같은 건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구할 공력을 실은 나의 뇌정한빙장(雷頂寒氷掌)에 저렇게 멀쩡하다고? 갈비가 으스러지는 느낌도 없었다. 피를 토하지도 않았어. 설마 저놈 옷 안에 천의보갑이라도 받쳐 입었단 말인가?”


냉면귀가 혼자 나지막히 읊조린 그 소리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로운의 귀에는 따박따박 꽂혀들었다.


“으으으. 뭐가 멀쩡하단 거야? 냉면인지 귀신인지 시캬! 지금 가슴팍이 완전! 아고고고~ 아파 뒤질.... 아고고고고! 이 씨#&($&*@^ 시키야-!”


욕설을 뱉은 로운은 심해지는 고통 때문에 쿨럭 대며 가슴팍을 쓰다듬었다.

만약 고통 때문에 죽는 일이 있다면 열 번은 죽을 만큼 아팠다.


인간의 갈비뼈는 24개라지만 지금 고통은 2400개 이상 아작 난 것 같았다.

그러니 쌍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죽었어야 마땅한 로운이 멀쩡히 살아서 쌍욕 얹은 고함을 질러대자 냉면귀의 얼굴이 점점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심지어 입 안에서 중얼거린 내 말을 들었다? 저 놈 속으로 갈무리한 공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냉면귀의 두 눈에 서슬 퍼런 살기가 돋아났다. 이번에는 진심이었고 전력을 다할 것이었다.


‘본교의 앞날을 위해 절대 살려 두어선 안 될 놈!’


냉면귀가 두 팔을 슬쩍 벌렸다.

두 팔이 근처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공기는 금새 얼어붙어 손끝에서부터 하얗게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뇌정한빙장.


냉면귀 백야탄이 설산에서 삼십년 수련한 극음지기의 장법. 일장만 제대로 맞아도 내장까지 한기에 휩싸여 꽁꽁 얼어붙은 시신이 되고 마는 절초.


그런데 지금 냉면귀는 단 한 번도 세상에 내보인 적 없는 뇌정한빙장의 마지막 절초를 꺼내 든 것이다.


육신은 물론 영혼까지 얼려 버린다는 마지막 초식 뇌정빙혼(雷頂氷魂).


로운은 냉면귀가 지금 끌어올리는 무공이 어떤 건지 알 리가 없었다. 아니, 강호 무림의 무공에 대해서, 고수들의 싸움에 대해 아는 게 전무했다.


하지만 지금 뭔가 강력하고 위험한 공격이 시작되고 있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젠장! 저건 또 뭐야? 손이 왜 저래?’


그렇다고 로운 역시 이번에는 그냥 맞아줄 생각이 없었다.

몸은 버틸지 몰라도 고통은 고스란히 느껴지니까.


‘나도 지옥의 석 달 수련코스를 마친 몸이다. 사부들이 장담했어. 이제 어디 가서 쳐 맞고 다니지는 않을 거라고!’


단봉을 단단히 꼬나 쥐었다.


일순 냉면귀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라졌다 싶은 순간 로운의 눈앞에 서릿발 날리는 냉면귀의 손바닥이 밀고 들어왔다.


그 때 로운의 눈에 아까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시간의 격리 현상.

냉면귀의 움직임이 슬로우 화면처럼 인식되었다. 사라진 냉면귀의 동선과 나타날 지점이 예측되었다.

그와 동시에 로운의 육체도 빛의 속도로 움직였다.

냉면귀보다 더 빠르고 훨씬 단순한 동작으로.


로운의 한 발이 슬쩍 뒤로 물러나며 상체를 슬쩍 틀었다.

냉면귀의 서릿발 손을 가슴 앞에서 장봉으로 툭 밀어내는 것과 동시에 스쳐가는 냉면귀 팔 안쪽으로 오른손 어퍼를 쳐 올렸다.

어퍼?

정확한 표현은 아닐 거다. 사부가 뭐라고 무공 이름을 알려주긴 했지만 어려운 한자라서 까먹었다.


- 떠엉!


둔중하면서도 쩌릿한 타격감이 주먹에 전해졌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로운이 도관에서 옥풍선인한테 배운 무공.

맨처음 배운 무공이며 가장 힘들게 수련했으며 마지막 날 까지도 완성하지 못했던 바로 그 무공.


그 무공이 긴급한 상황이 닥치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펼쳐진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로운의 주먹에 턱을 내 준 냉면귀의 몸이 허공으로 붕 뜨며 뒤로 휘청 밀려났다.


수십년 도산검림에서 수많은 승부를 치러온 바 있는 냉면귀였다.

당혹스런 일초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찰나지간에 얼른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육체는 정신보다 빠를 수 없는 법. 몸의 균형을 아직 잡아내지 못했는데 눈 앞에 커다란 주먹이 보였다.


로운의 일권이었다.


- 떠엉!


로운의 두 번째 정권이 안면에 꽂히자 그 순간 냉면귀는 완전히 정신의 끈을 놓고 말았다.


- 뻐억! 빠각! 퍼억!


세 번, 네 번, 다섯 번.....

로운의 연속 공격이 냉면귀의 안면에서부터 몸통 전체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허공에 뜬 냉면귀는 바닥에 떨어질 틈도 없었다.

한 대 맞고 휘청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 하면 로운의 주먹과 발이 어느새 반대쪽에 작렬했다.


그렇게 냉면귀는 샌드백이 되었다. 살과 뼈로 만들어진 샌드백.

반격은커녕 피할 수도 없었다.

두 번째 공격에 이미 정신을 잃었으니까.


로운의 공격은 정확히 서른세 번까지 이어졌다.

이미 정신을 잃은 냉면귀는 다섯 번째 주먹에 이빨 여섯 개가 허공으로 튀어나갔고 일곱 번째 초식에 갈비뼈 넉 대가 부러졌으며 열세 번째 초식에 안와가 골절 되었고 스물두 번째 초식에 내장이 뒤틀렸다.


- 털썩!


서른 세 번의 공격이 모두 끝났을 때에야 냉면귀는 편안하게 바닥에 누울 수 있었다.


편안하다?

적절한 표현일 수 없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그의 팔 다리는 인간의 근육과 뼈가 취할 수 없는 기이한 각도로 부러져 있었으니까.


*

시간과 공간이 모두 얼어붙은 듯 조용했다.

수 백 명 백령기 무사들 그 누구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말을 할 수 없었다.


방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경계를 넘은 그 이상이었기에.

누구든 경계 밖의 세상을 보면 입을 닥치게 되는 법이다.


당연히 냉면귀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정신을 잃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니까.


놀라고 당황한 건 로운이도 마찬가지였다.


‘헉! 이런! 젠장! 이게 아닌데! 멈출 수가 없었다고!’


본능적으로 펼친 그 무공. 가장 먼저 배우기 시작해 마지막 날까지 수련했던 그 무공은 사실 완성 상태가 아니었다.


회수.


한 번 펼치면 삼십삼 초식을 모두 쏟아 부을 때까지 무공을 회수할 수가 없었다.

중간에 끊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로운이는 뜻하지 않게 삼십삼 초식을 전부 다 펼쳐버린 거다.


무공 회수가 안 되자 어떻게든 초식에 힘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기 때문에 그나마 백야탄이 죽음까지는 이르지 않았던 것이다.


수백 무사들의 시선이 박살이 난 백야탄을, 그리고 로운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선빵을 한 대 맞긴 했지만 서른 세대를 되갚아 패버린 건 심각하게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경찰의 입장에서 봐도 이건 정당방위를 훨씬 넘어서는 과잉보복이니까.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여기서 톤다운 들어가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를 일이다.


로운은 그냥 더 강하게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들 봤지? 다시 한번만 더 기회 준다. 살고 싶으면 삼초 안에.....”


로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령기의 한 놈이 몸을 돌려 달아나며 비명을 질렀다.


“튀, 튀어!”


놈의 공포가 전염병처럼 번졌다. 그들을 덮은 공포는 광란의 도주로 이어졌다.

어디선가 나타난 저 괴물의 손에 죽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 평생 가장 빠르게 다리를 놀려야 한다는 생각 뿐.

기괴한 소리들을 내지르며 수백 명의 백령기 대원들이 미친 듯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정신이 있는 몇 놈이 냉면귀를 들쳐 매고 달아난 건 그 중 다행이었다.


수백 명의 백령기 무사들이 왔던 길로 사라져 버린 건 한 순간이었다.

약속한 3초도 걸리지 않은 듯 했다.

텅 빈 들판에 흙먼지만 자욱하게 날렸다.



*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뒤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협! 누군지 모르오나 저희를 구해주신 것에 진심을 다해 감사드리옵니다!”


조금 전 말발굽으로 로운의 이마를 갈기며 달아났던 그 자들이었다.


등 뒤에 쌍검을 X자로 비끌어 맨 사내가 앞에 나서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로운에게 포권의 예를 올렸다.


“너, 이 새끼! 아까 그 놈이지? 내 마빡 치고 간 놈!”

낙장불입.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8> 일월신주와 단봉 +4 23.05.12 190 7 9쪽
7 <7> 혈편랑 효지림 +5 23.05.11 219 9 12쪽
6 <6> 혈란과 군웅맹 +4 23.05.11 267 12 12쪽
5 <5> 천부경과 공동제자 +9 23.05.10 321 17 11쪽
4 <4> 신비무공 낙장불입 +7 23.05.10 329 17 11쪽
» <3> 백령기주 냉면귀 +7 23.05.10 393 18 11쪽
2 <2> 여기가 어디? 나는 누구? +7 23.05.10 480 21 12쪽
1 <1> 초보형사 이로운 무림에서 눈을 뜨다 +16 23.05.10 851 2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