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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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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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글자수 :
2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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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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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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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9쪽

<8> 일월신주와 단봉

DUMMY

*

“아... 속하는 진우번이라 하옵고.... 불러주신다는 말씀은 감사하오나 속하는 이곳 백령기에 뼈를 묻겠다고 맹세한 지라.....”


“진우번? 아휴~ 이름도 귀엽네. 누나가 잊지 않을게. 진우번~.”


혈편랑이 현청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진우번은 석상처럼 굳어 꼼짝을 할 수 없었다.


틀림없이 이름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그건 곧 그녀의 노리개가 되었다가 일찍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당장이라도 일월교를 버리고 도망쳐야 할 것만 같은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

효지림이 현청 안 본실로 들어서자 냉면귀를 치료하던 의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고 물러섰다.


냉면귀는 커다란 침상에 누워 있었다.

얼굴을 뺀 온몸에는 부목을 대고 붕대를 칭칭 감아 놓았다.

코뼈가 내려앉고 안와까지 부서져 얼굴 조차도 알아 보기 힘들었다.


가는 숨은 쉬었지만 금방 저승으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걸 본 효지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중상이라 들었지만 백령기주 냉면귀 백야탄이 이 지경이 되었으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효지림이 공력을 실은 손을 내밀자 냉면귀의 상체가 스르륵 일어났다.

효지림은 곧장 냉면귀의 등에 장심을 대고 내공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굳어있던 냉면귀의 온몸이 들썩들썩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 우드득~ 우득~


어긋났던 뼈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막혔던 혈도가 뚫리면서 내장 혈관에 고여 있던 검은 피가 코와 입으로 흘러내렸다.


효지림이 온 힘을 다한 한 시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드디어 백짓장 같던 냉면귀의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아왔다.


짧지 않은 시간, 전력을 다해 내공을 쏟아 붓고 있는 효지림의 온 몸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


- 커헉!


마침내 냉면귀가 막힌 숨과 함께 커다란 핏덩어리를 토해냈다.


이제 막 올라섰던 황천길 계단에서 두 발 중 하나는 다시 내려놓은 셈이었다.


백령기로부터 취소연의 행방을 찾았다는 보고를 받은 외진각주는 곧장 혈편랑을 이곳으로 보냈다.

혈편랑이 도착할 때쯤이면 백령기가 취소연과 벽자룡을 포박해 놓았을 것이고 혈편랑은 그 둘을 데리고 외진각으로 압송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반나절 만에 백령기주 백야탄이 이 꼴로 누워 있을 줄이야.


“백동생! 정신 들어? 나야, 혈편랑! 알아 볼 수 있겠어?”

“아.... 효누님! 누님이 날... 살렸구료.”

“움직이진 마. 너 아직 반은 죽은 거야. 잠깐 정신만 깨웠어. 상황은 알아야하니까. 대체 누구한테 이 꼴로 당한 거니?”

“놈을...찾아야....하오.... 놈을... 말살 해야만.....살아 ...”

“살아? 누가 산다는 거지?”

“우리가... 일월교가..... 살아... 놈은.... 상상 그 이상..... ‘일월.... 작은.....신주’....”


남은 힘을 겨우 쥐어짜내 그 말을 하고는 다시 의식을 끝을 놓치고 털썩 혼수상태로 빠지고 말았다.


“하아~ 이 새끼도 어버버버~ 말에 조리가 없다니까. 그러니 부하들도 다 그 따위지! 죽을까 봐 다시 깨울 수도 없고...”


냉야탄의 치료 때문에 일시에 내공을 쏟아낸 효지림의 얼굴도 이십대의 탱탱한 외모가 아니라 잔주름 가득한 중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효지림이 벌떡 일어나 현청 문을 열었다.


공력을 쏟고 일시적으로 중년의 원모습으로 변한 효지림의 모습을 백령기 대원들은 금방 알아보지 못했다.


“야! 진우번! 너 이리 들어와!”


효지림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눈치 빠른 몇몇 백령기 대원들만이 그녀가 바로 아까의 그 효지림임을, 내공을 급격해 소모해 진짜 나이로 돌아간 것임을 눈치 챘다.


진우번의 눈이 공포로 떨리기 시작했다.



*

열한 살에 일월교에 입문한 진우번은 동기들 중에서는 성취가 빠른 축에 들었다.

오년 만에 백령기에 선발되었고 다시 오년이 지나 백령기 대원 삼십 명을 이끄는 분조장에 올랐다.

이번 중원 출진에서도 제법 공을 세운지라 곧 백령기 구십 명을 지휘하는 중조장에 선임될 거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그렇듯 곳곳에 파도와 암초가 숨어 있기 마련인 법.


불려 들어간 진우번은 혈편랑의 섭혼음양지공에 온몸의 기를 빨린 채 스물 두 살 생일을 열흘 앞두고 썩은 나무토막 같은 시신으로 변했다.


그의 죽음 덕에 효지림은 다시 스무 살 남짓의 외모로 돌아갔다.

신선한 사내의 양기 덕에 외모 뿐 아니라 평소 넘쳐나는 호기심에도 잔뜩 독이 올랐다.


‘괴물이라 했던가? 대체 어떤 놈일까? 일단 냉면귀는 열흘 이상 누워 있어야 할 것이고.... 각주님께 보고를 올리면 틀림없이 관쌍 영감을 보내 같이 추격하라 할 텐데..... 그럴 바에야 나 혼자서.....’


차기 외진각주를 두고 음양노동 관쌍과 경쟁하고 있는 혈편랑은 이번 일을 홀로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냉면귀가 마지막에 다하지 못한 말, ‘일월’과 ‘신주’가 마음에 꽂혔다.


‘일월신주’

그것은 일월교 교주 율리납의 신병이기다.


‘만약 괴물이란 놈이 일월신주와 관련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괴물을 잡는 게 큰 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괴물이라 해봐야 군웅맹 찌끄래기 아니겠어? 내겐 혈편과 섭혼음양지공이 있으니까....’


혈편랑은 곧장 현청 마당으로 나가 열두 명의 심복을 불렀다.

십이편복이 달려와 혈편랑의 명을 받들었다.


“취소연과 벽자룡을 찾아라. 더 중요한 건 그들과 동행인 자다. 놈들을 찾으면 위치만 확보해라. 손은 내가 직접 쓸 것이니까.”


- 휘리릭


명을 받은 열두 개의 신형이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현청 담을 넘어 쏘아나갔다.


멀어지는 편복들을 바라보는 혈편랑 효지림의 얼굴에 불길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떠올랐다.


‘일월... 작은... 신주... 라고 했지. 일월신주가 아니 작은 신주? 대체 무슨 뜻일까.....?‘



*

미친 놈처럼 진동하던 단봉의 움직임이 조금씩 잦아들더니 잠시 후 완전히 멈췄다.


로운이 단봉을 흔들어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별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원래대로의 밋밋한 검은 단봉일 뿐.


어떤 금속으로 만든 건지 모르지만 상당히 가벼운데 비해 강도는 얼마나 단단한지 도검과 부딪혀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물건이었다.


“거 참 이상하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고장인가?”


단봉이 움직임을 멈추자 로운은 얼른 뒷춤에 다시 꽂아 넣었다.


그제서야 두 사람이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왜? 그냥 잠깐 놀란 거야. 눈 부라릴 일은 아니잖아.”


로운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순간 로운의 시선 밖에서 속도의 격차가 감지되었다.

위기 상황에 벌어지던 바로 그 느낌.


취소연의 검이 벼락처럼 로운의 미간을 노리고 찔러왔다.

벽자룡의 쌍검도 두 줄기 은선을 그으며 로운의 요혈을 노렸다.


로운의 눈앞으로 두 사람의 세 자루 검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로운의 손도 즉시 반응했다.


- 키릭!


오른손의 젓가락으로 취소연의 철검을 비껴 막았고,


- 철컥! 쩡!


왼손으로는 쌍검 하나의 날을 밀어 다른 쪽 검을 막아냈다.


취소연과 벽자룡의 공격은 더 없이 신속했다.

심지어 로운과 거리는 탁자 하나 뿐이었다.

절대고수를 넘어 대라신선이라 해도 그 거리에서 요혈을 노리는 세 자루 검을 한 번에 막아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만큼 로운의 반응은 빨랐고, 정확했으며, 효율적이었다.


또한 그만큼 취소연과 벽자룡의 충격과 전율도 컸다.


순식간에 공방을 일초를 나눈 세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침묵과 달리 취소연과 벽자룡의 머릿속은 혼돈과 경악으로 어지러웠다.


‘나의 일검을! 거기다 벽자룡의 쌍검까지 이토록 손쉽게 막아낸다고? 이 자의 높이는 대체!!!’


침묵을 깬 건 로운이었다.


“갑자기 왜들 이래? 단봉이 좀 말썽 있었기로서니 그게 이럴 일이야?”


“그 단봉! 똑똑히 봤어!”


“그러니까 내 단봉이 왜? 너한테 욕이라도 하디?”


취소연이 대들듯 물었다. 의심과 분노가 그대로 드러났다.


“당신 정체가 뭐야? 그 단봉은 어디서 난 거야?”


로운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파란이는 차분하기라도 하지. 넌 진짜 인간이 예의도 없고 경우도 없고 앞뒤도 없네. 뭐 때문에 화가 났고 뭐가 알고 싶고 뭐가 문제인지 설명을 해줘야 내가 대답할 거 아니냐!”


취소연이 로운의 젓가락에 잡혀 있던 검에 갑자기 힘을 주었다.

칼끝이 따끔하고 로운의 이마를 찔렀다.


“죽기 싫다면 묻는 말에 대답해! 마교 교주와는 어떤 관계야!”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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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일월신주와 단봉 +4 23.05.12 190 7 9쪽
7 <7> 혈편랑 효지림 +5 23.05.11 219 9 12쪽
6 <6> 혈란과 군웅맹 +4 23.05.11 267 12 12쪽
5 <5> 천부경과 공동제자 +9 23.05.10 321 17 11쪽
4 <4> 신비무공 낙장불입 +7 23.05.10 328 17 11쪽
3 <3> 백령기주 냉면귀 +7 23.05.10 392 18 11쪽
2 <2> 여기가 어디? 나는 누구? +7 23.05.10 480 21 12쪽
1 <1> 초보형사 이로운 무림에서 눈을 뜨다 +16 23.05.10 851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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