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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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곰샤
작품등록일 :
2023.05.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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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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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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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장. 제국 용사 소환

DUMMY

<1장에서 10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아르카디아 제국력. 100년.

#아르카디아 제국, 수도 아일레로. 제국황궁.


화톳불이 밝히고 있는 어두운 지하.

로브를 깊게 눌러쓴 수십 명의 마법사가 마법진 주변으로 빙 둘러 서있다.

마법진 가장자리에는 온갖 마법이 깃든 진귀한 아티펙트들이 마법진을 보조하기 위해 세워져 있었고, 중심에는 제물이 될 동물의 사체와 광물 등이 놓여 있었다.


소환마법을 보조하기 위해 들어온 마법사들이 맡은바 역할을 마치고 마법진 밖으로 나간다.

의식이 시작되기 직전의 고요한 순간. 모든 마법사의 눈이 한 사람을 향한다.


높은 관모를 쓴 중년의 마법사가 천천히 걸어 나온다.

복장으로 보든, 행동으로 보든, 연배로 보든, 딱 봐도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다.

관모를 쓴, 푸른눈에 단정한 금발머리를 한 중년이 손을 들어 올린다.

시작을 알리는 손짓.


지시가 내려지자, 마법사들이 웅얼거리면서 주문을 외기 시작한다.

마법진을 따라서 마력이 흐르고, 강렬해진 마력의 흐름이 뭉쳐서 마법진의 중앙에 모여든다.

어느덧 사람의 형체를 이룬 마력. 그 주변으로 번개가 치듯 스파크가 튀기고, 주변을 빨아들일 것 같은 회오리바람이 발생한다.

펄럭이는 로브 자락과 눈도 뜨기 어려울 만큼 날리는 먼지들.

치지지지직 소리를 내는 스파크.


“오오! 성공인가!”


소환마법을 지휘하던 중년인이 날아갈 것 같은 높은 모자를 손으로 잡고, 눈을 가늘게 뜨고 감탄을 내뱉는다.

제국의 수석 마법사이자, 황실마법군단의 군단장인 ‘그란츠 마지쿠스’ 공작이었다.

마법진의 주변에서 주문을 외우던 황실마법군단의 마법사 몇몇이 어지러운 듯 잠시 휘청인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간 소환마법이 망할 판이다.


“조금만 더 하면 된다! 다들 긴장을 놓치지 마라!”


그란츠 공작이 만일을 대비해, 소환 마법진을 지탱할 여분의 마력을 보탠다.

공작의 손에서 푸른 마력 덩어리가 소환마법진을 향해 쏘아진다.


태풍처럼 격렬하게 불어오던 회오리 바람이 순식간에 멎고, 사람의 형상을 이룬 마력의 빛이 밝게 터져나가면서 나체의 여성이 나타난다.

소환당한 여인이 무너지듯 픽 하고 쓰러진다.


“됐다! 용사를 방으로 모셔라. 모두 고생이 많았다.”


끝났다는 말소리에 몇몇 마법사들이 휘청이며 무릎을 꿇는다.

소환마법을 위해 소진한 마력탈진을 버티지 못한 것.

뒤에서 지켜보던 보조 마법사들이 재빠르게 선임 마법사들에게 마력 포션을 가져다준다.

그란츠 공작이 문가에서 대기하던 시종들에게 손짓하고, 시종들이 들것을 들고 와서 용사를 데리고 나간다.

그란츠 공작이 한심하다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 한다.


“부단장. 무릎 꿇은 놈들은 보충 훈련에 필히 참석시키도록”


“네, 공작님. 부관. 이름 적어놔.”


주저앉았던 마법사들이 그란츠 공작의 말에 뒤늦게 일어나 멀쩡한 척을 해보지만 소용없다.

부관은 지시에 따라서 펜을 휘갈기며 명단을 작성한다.


지하광장을 나서는 그란츠 공작의 뒤를 부단장과 4대 원소 마법단장들이 따라나간다.



*

#아르카디아 제국. 황궁. 황제의 집무실


그란츠 공작과 그를 뒤따르던 마법사들이 황제의 집무실 앞에 도착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황제 폐하께서는 집무실에 계시는가?”


“네 수석 마법사님. 폐하께서 계속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소식이 없느냐?’ 며 몇 번이나 물어보셨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근위병이 집무실의 거대한 문을 열어준다.그란츠 공작을 따라 마법사들이 황제의 집무실에 들어선다.


집무실 한 가운데 거대한 책상이 있고 은백색의 긴 생머리를 한 호리호리 한 체격의 젊은 남성이 책상에 걸터앉아 있다. 아르카디아 제국의 황제 ‘레벤토 아르카디아’ 였다.

그의 옆에는 댄디한 헤어스타일의 숏컷 머리를 한, 검은 머리의 남자가 뒷짐을 지고 서있다.

황제가 들어오는 이들의 인기척을 느끼고 반겨준다.


“오! 왔는가 공작. 그래, 용사 소환은 어떻게 되었나?”


‘건방진 새끼! 감히 제국의 황제 옆에서 뒷짐을 지고 서있다니. 게다가 독대라니!? 누구지?’


그란츠 공작의 미간이 순식간에 구겨진다.

제국의 의전서열 2위인 그란츠 마지쿠스 공작이 들어왔음에도, 뒷짐을 지고 멀뚱히 서 있는 것은 제국의 공작인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게다가 저 검은 머리카락...

그란츠 공작은 마음 같아서는 큰 소리로 꾸짖고 싶었지만, 황제의 앞에서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표정을 관리하고 황제의 질문에 대답한다.


“예, 폐하. 폐하의 뜻대로 용사 소환에 성공했습니다.”


“오! 고생이 많았소, 용사 소환 준비에만 일주일은 걸린 거 같은데 정말이지 고생 많았소. 내 오늘 일은 섭섭지 않게 보답하리다.”


“아닙니다. 폐하. 저는 뒤에서 관리 감독만 했을 뿐입니다. 용사 소환이 무사히 마무리된 것은 황제 폐하의 은덕과 제 뒤에 있는 황실마법군단 마법사들의 고생 덕분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포상으로 필요한 게 있으신가?”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주시거든, 제 뒤에 있는 이 친구들에게 포상을 주십시오.”


“하하하! 내가 이래서 공작을 좋아하네! 이렇게 늘 자신을 낮추고 부하들의 공을 챙겨주니, 역시 우리 제국을 대표하는 웃어른이라 할 것이오!

그래, 용사는 어떤 사람인가? 실력은 있어 보이던가?”


“그것이... 젊은 여성이 한명이 소환되었습니다. 소환에 성공한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지금은 휴식을 취하게 지시해 두었습니다. 실력은... 일어나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여성? 여성이라니? 어허... 여성이 용사로 소환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아닌가? 마도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던데... 여성 용사가 막아 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렇기는 합니다만. 기록에 따르면 역대 용사들은 그 어떤 마법사와 기사들도 막을 수 없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모두가 압도적인 강함을 타고났던 만큼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심려치 마십시오. 폐하.”


“으흠... 하긴, 아직 눈도 못 뜬 용사를 두고 우리끼리 왈가불가할 필요는 없겠지. 용사의 적응을 챙겨주시게. 공작.”


“여부가 있겠습니까. 신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알겠네. 고생했을 텐데 돌아가서 푹 쉬게나. 모두 다시한번 수고했네. 고맙네.”


황제가 자신은 옆에 있는 사람과 할 이야기가 있다는 듯, 마법사들을 돌려보낸다.

그란츠 공작과 그 일행이 황제에게 인사를 하고 집무실을 나간다.



* * *

#황궁 복도.


그란츠 공작의 뒤를 뒤따르는 마법사들이 작은 목소리로 웅성웅성한다.


“황제 폐하와 옆에 있던 검은 머리카락의 그자. 누구야?”


“누구길래, 황제 폐하 앞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거지? 아는 바 없나? 자네가 가장 마당발 아닌가?”


“나도 잘 몰라. 처음 봤어.”


부하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란츠 공작이 외친다.


“감히! 누가 제국 귀족원의 합의된 규율을 깨는가! 외부인이 분명하다. 그를 황궁으로 데려온 이도 찾아라!”


분노가 서린 목소리에 마법사들이 움찔한다. 마법사 중 한명이 서둘러 뛰어간다.


그란츠 마지쿠스 공작은 복귀하는 내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아르카디아 제국의 귀족 중 황제와의 독대가 금지됐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이를 어기고 독대하는 이가 나왔다는 건, 한동안 멈춰 있던 좌파와 우파의 정쟁이 다시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마도국과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용사를 소환한 이 시점에.


아르카디아 제국의 건국 초기.

100년 전. 마왕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아르카디아 왕국은, 승전국의 권한으로 마왕에게 패망한 왕국들의 영토를 흡수했고, 인근의 중소 왕국을 공국과 제후국으로 받아들였다.


누군가에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다.

마왕 치하에서 망국의 ‘전 귀족’에서, 아르카디아 제국의 ‘현 귀족’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제국이 다른 나라의 세력을 하나로 규합하는 만큼, 귀족 체계를 새롭게 재편할 것이 분명하다.

누가 봐도 승부를 걸 타이밍이었다.


‘지금이 기회다.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황제의 신임을 얻어야 가문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고 믿었던 수많은 귀족은, 좌파니 우파니 하는 정치적 색채와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자신의 가문에 힘을 싣고자 과잉 경쟁에 들어갔다.

그런 그들이 선택한 경쟁의 방식.

그것이 황제와의 독대였다.


‘봐라! 제국 황제가 우리 가문을 얼마나 아끼는지. 우리의 뜻을 얼마나 귀담아듣는지를!’


황제를 단독으로 만나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황제에게 도움을 주거나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가문의 영예였고 영향력이었다.


‘황제가 인정한 명문귀족가’


모두가 이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 황제와 독대를 희망했고, 명문 가문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쟁이 점차 과열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가문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알아서 높고 낮음을 구분했고,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귀족들 다른 방법을 찾았다.

황제와 독대 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슬쩍 흘리고 더 높은 지위를 얻으려 했다.

공국과 제후국의 숨겨진 재산과 병력 사항, 타 가문의 위법 사항, 편입 귀족 중 제국에 대한 불만·불복하는 반항자 명단 등.

진위여부가 불명확한 정보들이 황제의 귀에 들어갔다.

수많은 귀족이 하나의 제국 소속이 되는 격변의 시기였으니, 내가 올라가기 위해서 남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는데...


제국의 초대 황제가 갑자기 예고 없이 노망에 들었다.

노망으로 총기를 잃은 황제는 모든 일에 사형으로 화답했다.


“백작이 뇌물을 수수했다고? 사형”


“공작이 관직을 팔아? 사형. 아닐 수도 있다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시끄러워. 사형.”


“왕궁 창고 재고가 서류와 안 맞아? 담당자 누구야? 사형시켜”


사망자들이 속출한다.

우리 가문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가 나오자, 복수심에 상대방에게 의혹을 제기한다.

황제가 사형으로 보답한다.

트집도, 누명도, 단순 의혹도 모두 제대로 된 수사도 없이 관련자들이 사형으로 귀결된다.


수많은 피해자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제야 뭔가 잘못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은 귀족들은 ‘황제와의 독대 금지’를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황제 폐하께서 노망에 드셨다! 앞으로는 그 누구도 황제를 독단적으로 만나지 말라! 누군가 경솔한 언행을 할 때는,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서 사실 여부가 불분명함을 지적하라!’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끔찍한 일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국의 기틀을 세우는 사건이 되었다.


건국 황제의 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은 제국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았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체계를 완성했다.

귀족들은 서둘러 최소한의 안전망을 준비했다.

다시는 억울하게 죽는 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체계적인 수사를 통해 모든 인과가 밝혀지기 전까지 처벌을 유예 받게 했다.

손쉬운 고발, 철저한 수사, 강한 처벌.

강력한 시스템 덕분에, 제국은 100년간 서대륙을 지배하는 최강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모든 게 건국 황제의 노망으로 인해 벌어졌다고 밝힐 수 없던 위정자들은, 초대 황제야말로 제국의 1000년 기틀을 만든 ‘위대한 건국 황제’라고 포장했다.


‘위대한 건국 황제 아라칸 아르카디아 만세!’


이후로 제국 귀족들은 ‘귀족원’이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황제와 독대로 만나는 귀족에게 불이익을 줬다. 경중에 따라서 최소한 ‘벌금’ 최악의 경우 5년간 ‘제국 정세 소식 접근’ 금지.

쉽게 말해 왕따.

그래서 모든 귀족은 황제를 독대로 만나지 않았다.

아무리 급한 소식을 전하더라도 행정관이나 근위병, 하다못해 귀족가의 시종이라도 대동하는 것이 관례였고,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그 불문율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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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레벤토 아르카디아 23.06.07 19 0 12쪽
29 28. 제국백화점2 23.06.06 18 0 12쪽
28 27. 제국 백화점 +1 23.06.05 22 0 12쪽
27 26. 제국구경 23.06.04 21 0 11쪽
26 25. 용사 안 할건데요? 23.06.03 18 0 13쪽
25 24. 용사 제국 적응기2 23.06.02 17 0 11쪽
24 23. 용사 제국 적응기1 23.06.01 18 0 11쪽
23 22. 용사 장예서 23.05.31 16 0 12쪽
» 21. 2장. 제국 용사 소환 +2 23.05.30 18 0 12쪽
21 20. 귀향 +1 23.05.29 22 2 14쪽
20 19. 마왕 로드워터2 +2 23.05.28 23 1 12쪽
19 18. 마왕 로드워터1 23.05.27 21 1 12쪽
18 17. 마왕성 습격 23.05.26 22 0 12쪽
17 16_ 흔들릴 때가 아니야 +2 23.05.25 26 3 15쪽
16 15_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1 23.05.24 31 0 12쪽
15 14_ 마왕성으로2 23.05.23 30 2 17쪽
14 13_ 마왕성으로1 23.05.22 24 2 16쪽
13 12_ 무시엘 공선전3 23.05.21 23 2 15쪽
12 11_ 무시엘 공성전2 23.05.20 27 2 15쪽
11 10_ 무시엘 공성전1 +2 23.05.19 31 1 17쪽
10 9_ 용사 출정 +2 23.05.18 29 2 15쪽
9 8_ 왕도 외출 23.05.17 29 1 14쪽
8 7_ 용사 준비 완료 23.05.16 31 2 16쪽
7 6_ 용사의 특별함 23.05.15 30 2 24쪽
6 5_ 용사훈련 23.05.14 32 1 24쪽
5 4_ 궁금증 해결 23.05.13 36 1 16쪽
4 3_ 용사 테스트 23.05.12 36 1 15쪽
3 2_ 용사 한정우 +2 23.05.11 43 1 22쪽
2 1부 1_ 왕국 용사 소환 +3 23.05.10 80 2 13쪽
1 0_ 프롤로그 +2 23.05.10 140 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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