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하남기원수선전(HA男棋院修仙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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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명선생
작품등록일 :
2023.05.12 01:05
최근연재일 :
2024.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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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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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대국에 손을 쓰다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DUMMY

남자는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모낳게 사각진 판에 줄이 가로세로 열아홉이며 흑과 백이 교차하고 있었다.



"바둑인가?"



남자는 중얼거렸다. 그는 바둑도, 장기도 체스와 같은 수를 두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승리를 거두는 일에 대해 감흥이 없었다. 남자는 가만히 앉아서 허허 웃으며 느긋하게 상대와 수 싸움을 즐길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여긴 또 어디일까?"



기이한 공간이었다. 주변은 조용했으며 소리를 낸 것은 오직 남자 한 명뿐이었다. 남자는 이 공간에서 움직여 보려고 몇 번이나 몸을 움직여 걸어 다녔지만 항상 같은 곳에 도착해 있었다.



"흠, 내가 아무래도 함정에 걸린 건가?"



남자는 추측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바둑판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기묘한 점을 발견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바둑판은 그가 알고 있는 그대로가 맞았다. 바둑돌도, 두 사람이 두었다는 증거가 있었듯이 찻잔은 두 잔이었고 간단한 요깃거리가 놓여졌으리라 예상되는 나무그릇도 두 개가 각각 서로를 마주 보는듯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바둑판 전체가 바둑알로 꽉 차 있었다는 점이다.

흑, 백, 흑, 백...... 검은색과 백색의 바둑알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져 있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형세를 이룬것처럼 움직인 것도 아니었다.

대국을 통해 흑백이 나누어져 서로의 우월함을 가리는 보드 게임의 일종이다. 정석, 포석이라는 말도 있고 집, 수라는 말도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도 하수와 고수라는 말이 있었고 현대에 와서는 단수로 누가 강한지를 겨루며 이긴 사람에게는 상금과 영예가 안기기도한다.

남자는 몇 번의 대국을 영상 매체로 보기도하고 두 눈으로 직접 보기도 했다.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그러나 남자는 단 한 번도 자기 손으로 바둑을 해 본자고 한 적은 없었다. 규칙만 알고 있을 뿐이지 깊이 파고들어 본 적이 없었기에 그와 대국을 해 보자는 이들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데 바둑판이 있지? 왜 바둑 돌들은 꽉 차 있는 걸까? 바둑을 둔 두 사람은 규칙을 모르는 건가?"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남자는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자는 이 장소가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는 것만 알았다.



'누가 올 때까지 기다려볼까?'



남자는 눈을 감아보았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시각은 벌써 2,3일은 건너뛰었다.

이 상태가 되면 수면과 식사하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쓰러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이런 제약들을 상관하지 않았다. 설령 일주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들 남자는 배고프다거나 물을 마시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좋아."



남자는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았고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 우웅!



무언가 알 수 없는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상한 공간은 깨지고, 흔들리고 때때로는 울부짖으며 남자를 압박했다.



"시끄럽다."



그러나 남자의 태도는 태연했다. 단 한 마디의 말하니 그의 의지가 공간 전체로 전체로 퍼졌다.

한동안 이상한 공간은 조용해졌다. 원래부터 그럴 예정이었는지 남자의 뜻에 따라 잠잠해졌는지 알 수가 없어 보였다.



"살려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어르신, 어르신! 어디 계십니까?"



이번에 남자를 자극한 것은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하나 같이 절망이나 슬픔에 빠져 있었고 누군가 그들을 도와주길 바라고 있었다.

남자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소리의 근원을 찾기로 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끊임없이 슬픔에 가득 찬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름 아닌 바둑알들이었다. 단지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서 그것들 모두가 울부짖고 있었고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이건 어떻게 된 노릇이지?"



남자는 조급함을 가지지 않은 채 천천히 바둑알을 살폈다. 바둑알은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서 그저 도와달라는 말만 계속하고 있었고 그중 어떤 것은 크게 눈에 띄었다.



"하하하! 어차피 세상이 망하는데 도리가 무슨 소용이요, 천리가 어디 있나! 다 같이 죽자꾸나!"

"나는 죽는 것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내가 닦는 도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피가 묻은 것처럼 검붉은빛을 띠고 있는 바둑알도 있었고 흑색이지만 밝게 빛나는 바둑알도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상반되는 대비를 하며 바둑판을 밝혔다.



"사람이 바둑알 속에 들어가 있는 건가, 바둑알이 사람 행세를 하는 건가?"



남자는 두 가지 가능성을 추측하면서 동시에 둘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사람임과 동시에 거대한 누군가의 손안에서 움직이는 바둑알 같은 존재인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남자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이런 장소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 만큼 태연한 정신력을 지녔지만 불쾌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 장소를 타파할 생각하게 되었다.



"후우......"



남자는 심호흡을 시작했다. 그러자 밝은 빛이 그의 몸에서 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두 눈은 형형히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남자에게 그가 있는 장소가 무시무시한 압력을 발했다.



- 그만두지 못할까!

- 조용히 있어라!



그런 그에게 두 종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 다 노인의 목소리로 하나는 정숙한 노인이었으나 또 하나는 사악함이 가미된 노인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남자는 여전히 몸에서 빛을 뿜어내며 더더욱 깊은 힘을 끌어내려 들었다.



- 고약한 놈, 만일 네가 우리와 싸우고자 한다면 넌 죽은 목숨이다!



첫 번째 노인의 목소리는 위엄을 가지고 이상한 공간 안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러나 남자는 무시하고 있었다.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지만 초조함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 흥! 저놈이 그런 말에 두려워할까! 이봐, 만일 얌전히 있는다면 일국의 황제, 왕후장상보다 더 한 직위를 내려주마! 불로불사의 비밀은 어떠냐?



"나는 그런 것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것들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내겐 하찮은 일에 불구하지."



- ((이놈!))



두 목소리가 동시에 겹쳐올랐다. 목소리들은 분노하여 남자를 향해 갖은 공격을 다 해 왔다.

어떤 것은 거대한 짐승이었고, 어떤 것은 힘을 담은 빛이었다.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치명적이며 맞으면 영혼을 뒤흔드는 무궁한 힘이 담겨 있었다.



- 이놈은 대체?

- 놈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 다른 놈들을 불러서......

- 이런 일도 감당하지 못한다면 우린 비웃음거리가 될 거야!



두 목소리는 잠깐 말싸움을 하는 듯했다. 그들은 남자의 실력에 한층 놀라는 눈치였고 동시에 두려움을 서서히 가지기 시작했다.



- 좋아,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두 번째 노인의 목소리가 이상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커졌다.



"아아아악!!!!!!"



목소리를 따져 보니 핏빛으로 물든 흰색의 바둑알이었다. 바둑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남자가 황급히 가까이 다가왔을 때에는 잿빛으로 변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어째서.....!"



바둑돌의 목소리는 이내 사그라지듯 조용해졌다. 남자는 순간, 눈빛이 변했다. 그는 진심으로 두 노인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네놈들은 아무래도 혼이 나야 정신을 차릴 것 같군."



남자는 천천히 부서진 바둑알의 조각에 다가 갔다. 조금 울적한 마음으로 남자가 그것을 접촉한순간,



- 지금이다! 놈의 혼백과 이지를 봉해라!



부서져서 단순한 쓰레기에 불과한 줄 알았던 잿빛 바둑알의 조각들이 남자를 향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노인의 목소리가 어떤 짓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기 전에 남자의 몸이 움직인다.



"하압!"



남자의 몸에서 한차례 빛이 나오더니 바둑알 조각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소용없다는 듯이 바둑알은 남자 주위를 감싸더니 이내 하나로 합쳐졌다.



"!"



순간 남자의 몸이 뻣뻣해지더니 공간이 주던 압력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힘과 압박감이 바둑알 조각에서 쏟아져 내렸다. 행성을 잡아먹는 블랙홀의 중력을 그대로 재현해낸듯했다.



"나는......"



남자가 말을 끝내기 전에 그의 모습이 부서졌던 바둑알로 빨려 들어갔다. 잿빛으로 변했던 바둑알은 어느샌가 다시 흰색깔을 보이며 평범하기 그지없는 바둑알로 변해 있었다.



"좋아, 좋아."



이상한 공간에 남자에게 말을 걸었던 첫 번째 노인이 나타났다.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긴 흰 수염에 현묘한 눈빛을 보이는 노인은 남자가 가둬진 것으로 보이는 흰색 바둑알을 이리저리 살펴댔다.



"흥! 자네에게 꽤 괜찮은 말이 하나 생겼군!"



이번엔 두 번째 노인이 나타났다. 그는 검은 머리를 지니고 어딘가 뒤틀리고 사악한 눈매를 한 채 첫 번째 노인을 향해 말했다.



"아니야, 아직 이 자는 굴복하지 않았어."



첫 번째 노인이 침음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인이 손에 쥐고 있던 흰색 바둑알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가 부서지기 시작했다.



"묵합(默合)!"



노인의 말에 바둑알은 부서지기를 멈추더니 조금 잠잠해지는 듯싶었다.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하지는 않았어. 자칫하면 이 공간이 무너질뻔했고 말이야."

"차라리 무너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지. 그랬더라면 상(上) 어르신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공간을 주었을지도 모르니깐 말이야."



두 번째 노인은 탐욕스러운 눈매로 첫 번째 노인이 들고 있는 바둑알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지금껏 자신이 가져 왔던 말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할게 분명했다.



"모르는 소리! 어르신은 지금도 바쁘네. 만일 이 사태를 아신다면 우리에게 벌을 내리며 대국을 중단하라고 할지도 몰라!"



두 노인은 잠시 몸서리쳤다. 잘은 몰라도 대국을 그만둔다는 것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무시무시한 벌이 틀림없다.



"하여튼 우리는 대국을 다시 시작할걸세. 좀 더 판을 키우고 좀 더 많은 말들을 이용해서 말이지."



노인들은 각각의 자리에 앉았다. 첫 번째 노인은 흰색 돌을, 두 번째 노인은 검은 돌을 집었다. 그들은 바둑알들을 바둑판 위에서 한 번에 쓸어 버리더니 각자의 바둑통 안에 흑백을 골라 담았다.



"이번 대국은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짧으면 백 년, 길면 천 년!"



두 노인은 서로의 기색을 읽었다. 둘은 실력이 비슷해서 상대가 어떤 수를 쓰는지 탐색하고 혹시 모를 반칙을 저지르지 않을까 근심하고 있었다.



- 우웅......



남자가 들어 있는 흰색 바둑알이 소리를 내며 떨었다. 그러나 두 노인은 바둑을 두기 앞서 시작된 탐색전에 바빠 그것을 눈치채지 못 하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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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6화 요무의 실패와 하의 능력 발전 24.01.13 23 0 12쪽
136 135화 가짜 장문인, 대요십간의 다섯번째 24.01.11 24 0 12쪽
135 134화 전혀 의외의 범인이 드러나다 24.01.10 16 0 12쪽
134 133화 마도의 앞잡이? 누명을 쓰게 되다 24.01.09 18 0 12쪽
133 132화 오대선문의 대항전은 점입가경? 24.01.08 18 0 12쪽
132 131화 치열해지기 시작한 대결의 전조 24.01.07 15 0 12쪽
131 130화 단수문 장문인의 폭탄 선언 24.01.06 19 0 12쪽
130 129화 남중 오대선문의 회합이 시작되다 24.01.05 20 0 12쪽
129 128화 왕의 권력은 나눠가지고 전설의 여인에 대해 듣다 24.01.04 20 0 13쪽
128 127화 연 장로와 오충에게 충고하며 요괴의 왕에 오르다 24.01.03 16 0 12쪽
127 126화 밝혀진 혈향단과 증표간 된 귀걸이 24.01.02 23 0 13쪽
126 125화 요기는 하의 함정에 걸려들고 발악하다 24.01.01 22 0 12쪽
125 124화 뱀과 원숭이, 손을 잡았다? 23.12.31 22 0 12쪽
124 123화 두 요왕과 원숭이 요괴는 뱀 부인과 만났다 착각했다 23.12.30 25 0 12쪽
123 122화 세 요괴들의 피의 연회에 난입하다 23.12.29 19 0 12쪽
122 121화 선동이 되는 세가지 방법, 어느것도 어렵도다 23.12.28 23 0 13쪽
121 120화 동자로 넘어가며 일어난 세 번의 종소리 23.12.27 20 0 12쪽
120 119화 철갑은 새로이 만들어지고 두 남녀는 경지를 올리다 23.12.26 21 0 12쪽
119 118화 감 사형, 남자답게 굴다 23.12.25 18 0 13쪽
118 117화 승급 시험의 끝,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얻다 23.12.24 23 0 13쪽
117 116화 여칠은 최후의 공격으로 하를 포식 시키다 23.12.23 18 0 12쪽
116 115화 감 사형은 또다시 호낭과 만나 개심한다 23.12.22 22 0 12쪽
115 114화 예상치 못하는 2대 1의 전투, 시작 23.12.21 19 0 12쪽
114 113화 여칠과 송철, 진심을 다하다 23.12.20 29 0 12쪽
113 112화 여칠과 송철 앞의 감 사형 23.12.19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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