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하남기원수선전(HA男棋院修仙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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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명선생
작품등록일 :
2023.05.12 01:05
최근연재일 :
2024.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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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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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영웅이라는 놈들은 모두 죽어야 한다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DUMMY

"하하, 좋은 날씨로군!"



청색 장포에 비녀를 끼고서 단정하게 정돈한 긴 머리를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남자의 두 눈은 유달리 반짝이고 있었고 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후우, 그나저나 그 나무꾼들이 말한 장소가 여기가 맞는 걸까? 아무리 찾아봐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산 아닌가!"



남자는 주위의 장소를 탐색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 산은 태규산(太揆山)이라 불리는 장소로 나무꾼이 언제나 조용히 벌목하면서 근근히 살아가는 장소였다.

때때로 외지인인 약초꾼이 무언가 영험한 약초가 없나 살피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몸에 좋은 약초나 영지들은 자라지 않고 그저 나무꾼들이 캐먹을 만한 나물이나 버섯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 산에는 무언가 있다.'



이번에 협행(俠行)을 결심한 남자는 이 태규산에 무언가 살고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약초든 영지든 쉽게 자라나는 물건이 아니었지만 풀 한 포기 조차 없다는 것은 누군가가 산에 살면서 그것들을 독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단순한 산지기라면 생각도 안했겠지만 설마 하니 살인 멸구하는 산적이라면?"



산적이라는 말에 남자, 이홍립(李弘立)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산적이라고 하면 단순히 칼을 들어 생계를 유지하려는 농민도 존재했지만 한때 강호에 적을 둔 무부(武夫)도 존재했다. 그들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일반인을 노략하며 양민에게 손을 대는 악당이었고 실력 있는 이들은 녹림(綠林)의 호걸(豪傑)이라는 말로 언급되곤 했다.



"산적은 산적일뿐이다."



이홍립은 중얼거렸다. 그가 보기에 녹림의 호걸이라는 말은 산적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자신보다 강호의 경험이 많은 선배들의 얘기에 의하면 산에 살면 산적(山賊)이오, 물에 살면 수적(水賊), 말을 타고 다니면 마적(馬賊)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나름의 정의를 지킨답시고 보호비를 내면 사람들을 보내는 방식으로 자기 구역을 지켰지만 이는 관(官)에서 허락받지 않은 행위였다.



"침착하자, 아직 산적이라고 판명되지 않았다. 그저 머리가 좋은 산짐승일수도 있다."



이홍립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약 두 시진 동안 산을 둘러보았지만 아직도 튀어나오는 짐승 하나 없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후우, 좋아. 이건 짐승들이 나를 보고 겁을 먹었다는 뜻일 거야. 진정하자, 내게는 홍립검(弘立劍)이 있지 않은가?"



자기 이름을 붙인 애병을 쥐고서 이홍립은 긴장한 채 산을 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다면, 자신에게 공격해 온 이가 있다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벨것이다!



"홍립아, 홍립아. 너는 이제 선주문(先周門)의 막내 제자가 아니다. 내겐 이제 사제들도 있고 나를 바라봐주는 애인도 있다.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나는......"



순간, 풀숲이 움직였다. 이홍립은 기민한 움직임을 취하듯 금세 손에 들고 있던 홍립검을 뽑아 들고서 풀숲을 향해 외쳤다.



"누구냐!? 짐승이라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람이라면 더더욱 모습을 드러내야 할 것이야!"



이홍립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풀숲에서 남자 한 명이 튀어나왔다.

남자는 키가 팔척 장신을 넘었고 몸도 근육이 있어 어딘가 단련한 것처럼 보였다.



"당신은 누구요? 이곳엔 뭐하는거지?"



이홍립의 말에도 남자는 묵묵히 이홍립에게 다가 갔다. 그의 두 눈은 어딘지 모르게 고독을 품고 있어 이홍립의 집중력은 순간, 남자에게 쏠렸다.



"돌아가라!"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홍립은 멍해졌다.



"돌아가라고?"



남자는 그 말을 남긴 채 다시 풀숲으로 사라졌다. 이홍립은 황급히 남자의 뒤를 쫓으려고 했으나 남자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왜 그는 나보고 돌아가라고 했을까? 이곳은 평범한 산이 아니란 말인가? 그자는 무언가 단련한 흔적이 엿보였는데 설마 그자가 이 산을 차지하는것인가?'



꼬리를 무는 질문에 이홍립은 상념에 잠겼다. 아무래도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해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천에 떴던 해가 서서히 땅으로 떨어지니 산은 점차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내려가야 하나?"



이홍립은 망설였다. 이대로 그냥 내려가 버린다면 갑작스레 나타났던 남자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이 태규산의 비밀을 풀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흑흑......"



그러나 이때 다른 소리가 이홍립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여인의 울음소리였다.



"아니!"



이홍립은 깜짝 놀라 주변을 살폈다. 여인의 목소리는 구슬펐고 한(恨)이 담겨 있었다. 평범한 일반인이 들어도 함께 슬픈 심정을 나타낼 터였는데 하물며 강호인인 이홍립은 어떨까!



"누구요? 어디에 있소?"



이홍립은 떨리는 심정을 가라앉힌 채 조금씩 목소리의 근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의 발걸음이 점차 만들어진 산길에서 우거진 수풀로 향했다.



"살려주세요......"



울음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이홍립은 자신이 목소리를 잘 따라왔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들었다. 한밤중에 있는 산에서 여인의 울음소리는 어떤 위험함을 품고 있었다.



"여긴가."



이홍립의 발걸음이 멎었다. 그는 어떤 동굴에 도착해 있었다.



"흑흑흑......"



여인의 목소리는 동굴의 안쪽에서 들려오는 듯했고 이홍립은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선택해야만 했다.



'행여나 방금 전 남자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간다면 곤경에 빠진 여인을 도울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위험에 빠질 확률도 높았다. 이홍립은 선배들에게 강호인은 항상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악! 나리,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동굴 속의 목소리가 커졌다. 무언가 황급히 비는 여인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홍립의 두 눈에서 불이 났다. 때렸다는 여인의 목소리가 그의 협심(俠心)을 자극한 듯했다.



"좋아, 어디 한 번 가 보자!"



이홍립은 홍립검을 꺼내 든 채 동굴의 안쪽으로 향했다. 동굴의 안쪽은 거대한 짐승이 충분히 드나들 정도로 충분히 컸지만 안은 컴컴하여 사물의 분간이 어려웠다.



'나한테 화섭자(火攝子)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심스레 동굴 안쪽으로 나아가는 이홍립은 자신이 부싯돌을 가지고 오지 않은 부주의함을 탓하면서도 불을 피었다면 동굴 내부의 위험이 자신을 눈치챘을 거라는 결론에 마음을 다잡았다.



"살려주세요......"



다시금 살려달라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홍립은 자기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지는 물을 무시해가며 마침내 목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누군가 없어요? 제발 소녀(小女)을 구해주세요......"



이홍립은 목소리를 낸 여인을 찾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첫 번째로는 자신이 그녀를 찾았기에 자신이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그 여인의 미색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소저, 소저가 살려달라고 한 거요?"



검은 머리에 백색의 피부를 가진 여인이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 동작만으로 이홍립의 마음이 크게 동했다.



"저를 구해주러 오셨나요?"



붉은 입술이 움직이자 이홍립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 입술을 빼앗았으면!

그러나 이홍립은 이내 고개를 세게 내저었다. 정신 차려라, 이홍립! 네게는 아린(娥璘) 소저가 있지 않으냐!



"그, 그렇소."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힌 이홍립에게 여인은 말을 이어 나갔다.



"소녀의 이름은 맹(猛)이온데, 어느 양갓집의 딸로서 결혼을 앞둔 처녀였사옵니다. 그러나 혼수가 준비되어 신랑을 만나 마침내 결혼을 이루려고 하니 주변에 저에게 음심(淫心)을 품은 남자가 나타나 저를 도저히 시집보낼 수 없다며 다가오는 게 아니겠사옵니까."



그렇게 말하며 여인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은 마치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어찌 되었소? 맹 소저!"



이홍립이 맹을 채근하자 맹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저는 당연히 반항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자는 포악하고 성질이 더러워 제가 자신과 맺어지고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면 저의 처가는 물론이고 저와 결혼할 신랑의 집까지 모조리 쳐 죽인다 협박을 늘어놓지 않겠습니까? 소녀에겐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맹은 다시 흑흑하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분기탱천한 이홍립은 맹 소저에게 다가 갔다.



"걱정 마시오, 소저! 나 이홍립은 그 망할 놈의 신부 도둑을 가만히 두지 않을 뿐더러 소저를 안전히 집으로 데려가겠소이다!"



"정말요?"



안심한 듯한 맹의 목소리에 이홍립은 가슴을 두들기며 크게 웃었다.



"하하! 나 이홍립은 거짓말할 남자가 아니오!"



순간, 맹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럼 어찌 저를 구하실 건가요?"

"놈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일단 소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겠소! 그리하면 놈이 소저를 인질로 잡지 않을 테고, 행여나 내가 죽더라도 맹 소저는 도망칠 수 있을 거 아니오!"

"저를 위해 이리 신경 써주시니 나리께서는 진정한 호걸이시군요!"



맹의 감탄한 목소리에 이홍립의 가슴에 자부심이 생겨났다.



"하하, 걱정 마시오. 소저, 그럼 자 나를 붙잡으시오!"

"한 가지만 더 묻겠사옵니다."



이홍립은 몰랐다. 맹이라는 여자에게 정신을 집중하느라고 동굴에 박쥐 같은 짐승이 찍찍거리지 않았다는 것과 주변이 이상하리만큼 고요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무언가가 튀어나오지 않아도 이상할 정도의 적막감이 있었다.



"만일 홍립 나리께서 저를 데리고 가신다면 소녀를 첩으로나마 맞아주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그 말에 이홍립은 당황했다. 그는 맹 소저를 구하기 위한 온갖 어려움만 상상했을 뿐이지 이런 기쁜 소식을 전해 들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런 말 마시오. 나 이홍립은 탐욕을 위해서 사람을 구하는 남자가 아니외다. 내 소저를 무사히 구출한다면 소저의 처가와 신랑의 집안에 말하여 당신이 순결함을 증명하겠소!"



결의에 찬 이홍립의 말은 뭇 사람들을 기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맹이라는 여자는 이홍립의 선언을 듣고 못듣겠다는 듯이 검미를 찌푸렸다.



"정말 못 듣겠구나!"



맹의 목소리가 거칠게 변했다. 순간 이홍립은 검을 부여잡고서 맹에게서 떨어졌다.



"소저는 누구시오?"

"흥! 본녀가 누구인지가 중요할 것 같으냐! 네놈은 정말로 의기가 있고, 욕심도 없구나! 정말 구역질나는 사내새끼다!"



가냘픈 여인의 얼굴이 점차 험상궂은 사내의 몸으로, 그러더니 마침내 이홍립이 만났던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당신은......"



맹이 변한 모습은 이홍립이 대화를 나누고 길까지 가르쳐 주었던 태규산의 나무꾼이었다. 그는 교활하면서도 사악한 눈매를 지녀 비웃음 가득 찬 얼굴로 이홍립에게 손가락질했다.



"그래 나다! 세상천지에 너 같은 얼간이가 세상을 구하고 중생을 구도하겠다는 말을 뿌리고 다니니 나 같은 놈이 나설 수밖에 없지 않냐!"

"이 더러운 놈! 그 모습은 대체 무엇이냐! 역용술(易容術)인 것이냐!"

"하하, 졸(卒)조차 되지 못 하는 네놈은 알 것 없다!"



일다경이 지나기도 전에 태규산에서는 비명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는 한이 담겨 있었고 슬프기 그지없었다.

잠시 후, 태규산에서 내려오는 인영이 있었다.



"하하, 이번 놈도 잘 죽었군. 소위 욕심없는 영웅이라는 놈들은 모두 죽어야 마땅해!"



이홍립이었다. 그러나 이전의 정기에 가득 찬 눈은 어디로 갔는지 그는 음험함과 사악함을 갖추고서 태규산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런 일은 천하 곳곳에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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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39화 충격환의 탄생과 감씨의 꿍꿍이 24.01.18 25 0 12쪽
139 138화 진정 무서운 것은 매술, 연 장로의 과거 24.01.16 22 0 12쪽
138 137화 요무와의 일시적인 승리와 사후 처리 24.01.15 15 0 12쪽
137 136화 요무의 실패와 하의 능력 발전 24.01.13 23 0 12쪽
136 135화 가짜 장문인, 대요십간의 다섯번째 24.01.11 24 0 12쪽
135 134화 전혀 의외의 범인이 드러나다 24.01.10 16 0 12쪽
134 133화 마도의 앞잡이? 누명을 쓰게 되다 24.01.09 18 0 12쪽
133 132화 오대선문의 대항전은 점입가경? 24.01.08 18 0 12쪽
132 131화 치열해지기 시작한 대결의 전조 24.01.07 15 0 12쪽
131 130화 단수문 장문인의 폭탄 선언 24.01.06 19 0 12쪽
130 129화 남중 오대선문의 회합이 시작되다 24.01.05 20 0 12쪽
129 128화 왕의 권력은 나눠가지고 전설의 여인에 대해 듣다 24.01.04 20 0 13쪽
128 127화 연 장로와 오충에게 충고하며 요괴의 왕에 오르다 24.01.03 16 0 12쪽
127 126화 밝혀진 혈향단과 증표간 된 귀걸이 24.01.02 23 0 13쪽
126 125화 요기는 하의 함정에 걸려들고 발악하다 24.01.01 22 0 12쪽
125 124화 뱀과 원숭이, 손을 잡았다? 23.12.31 22 0 12쪽
124 123화 두 요왕과 원숭이 요괴는 뱀 부인과 만났다 착각했다 23.12.30 25 0 12쪽
123 122화 세 요괴들의 피의 연회에 난입하다 23.12.29 19 0 12쪽
122 121화 선동이 되는 세가지 방법, 어느것도 어렵도다 23.12.28 23 0 13쪽
121 120화 동자로 넘어가며 일어난 세 번의 종소리 23.12.27 20 0 12쪽
120 119화 철갑은 새로이 만들어지고 두 남녀는 경지를 올리다 23.12.26 21 0 12쪽
119 118화 감 사형, 남자답게 굴다 23.12.25 18 0 13쪽
118 117화 승급 시험의 끝,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얻다 23.12.24 23 0 13쪽
117 116화 여칠은 최후의 공격으로 하를 포식 시키다 23.12.23 18 0 12쪽
116 115화 감 사형은 또다시 호낭과 만나 개심한다 23.12.22 22 0 12쪽
115 114화 예상치 못하는 2대 1의 전투, 시작 23.12.21 19 0 12쪽
114 113화 여칠과 송철, 진심을 다하다 23.12.20 29 0 12쪽
113 112화 여칠과 송철 앞의 감 사형 23.12.19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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