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연재수 :
159 회
조회수 :
7,917
추천수 :
30
글자수 :
723,372

작성
23.08.28 18:00
조회
38
추천
0
글자
10쪽

백룡 (2)

DUMMY

철컹철컹.


쇠창살의 사이로 작은 손 두개가 불쑥 튀어나와 굵은 창살을 무자비하게 흔들어댄다.

문을 뜯어버릴 심산인 듯 상하게 흔들리는 철창을 보곤 경비병이 모여들어 철창에 감긴 손을 떼어 뒤로 밀었다.


“이거 열어! 열라고!”


굳게 닫힌 철창의 밑에서 들려오는 간절하고도 노기 섞인 목소리.

아윤은 벨리알이 내린 명령에 의해 지하 감옥에 수감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저벅저벅.


범상치 않은 발소리가 들려오다 아윤이 갇힌 감옥의 앞에서 멎어섰다.


[벨리알 님의 명입니다.]


나베리우스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아윤을 내려다 보았다.


“이러고도 내가 부성주야? 때려치우고 말지.”


[벨리알께서 이기기만 하신다면 바로 풀어드리죠.]


“반대라면?”


[그럴 일은 없습니다. 하늘에 있는 별을 따다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죠.]


“내가 아는 이찬은 그럴 애야. 아니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지.”


[그래서, 부성주께서는 밖으로 나가시면 뭘 할 수 있으시죠?]


“·······.”


[것 봐요. 별로 할 일도 없잖아요. 그냥 여기서 가만히 요양이나—]


콰아아아앙!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나베리우스의 면전에 고철 덩어리가 날아들었다.


[으핫!]


침음을 흘린 나베리우스가 날아드는 고철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무슨·······.]


터져 나간 폭발음의 뒤에는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궁!


나베리우스의 심경을 대변하는 소리가 감옥의 천장에서 들려왔다.


[아니,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난 나베리우스가 1층으로 가는 최단 시간 길을 따라 전력으로 달렸다.


[으아아아악! 나 죽는다아아아아아아!]


·······처절하고 절망이 담긴 비명과 함께.


***



콰아아앙!


벽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벨리알, 이찬, 고적마가 함께 터져나간 벽에서 나타난다.


푸과가가각!


고적마의 몸체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자 땅이 말 그대로박살이 나며 파편은 사방으로 튀었다.


푸흐흐흥!


고개를 휘저어 먼지를 털어낸 고적마가 다시 벨리알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십의 적영(赤影)이 고적마의 뒤를 따랐다.

말로 이루어진 군대가 벨리알을 향해 돌진했다.


휘오오오오.


벨리알은 가만히 그것을 보고 있다가 창을 뒤로 빼고는 창의 끝에 검은 그림자를 응축하기 시작했다.

응축된 검은 형상이 고적마에게로 쏘아졌다.


트득!

트드드득.


저항하려는 고적마와 뚫어내려는 벨리알의 격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그럼에도 고적마의 곁에서 달리던 말들은 멈추지 않았다.

벨리알은 이에 질세라 고적마에게 날렸던 것과 같은 그림자를 다시 수십 갈래로 쪼개어 말들을 향해 날렸다.


퍼엉!


격에 맞은 말들이 하나같이 소멸해 다시 고적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마침내 말들을 모두 처리한 벨리알이 숨을 골랐다.


“여유가 있나?”


뒤에서 들려온 서늘한 목소리에 벨리알이 다급히 코셰흐샤비브를 들어 횡으로 휘둘렀다.


촤아아악!


자세도 갖춰지지 않은 일격.

그 일격에 이찬은 이전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잃고 복부를 깊게 베여 뒤로 쓰러지듯 밀렸다.


[너도 지칠 대로 지쳤나보군.]


“·······.”


[너도 다른 버러지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놈이렷다.]


푸흐흥!


벨리알의 말이 불편하다는 듯 고적마가 그의 주의를 끌었다.


[넌 살려두고 싶지만, 이 녀석을 죽이면 너도 소멸하겠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벨리알을 보며 이찬은 다시 일어났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검을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눈은 반쯤 감겨 무엇을 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산발이 되고 피로 젖은 머리칼은 그가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더 하겠다고?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녀석이?]


“아윤을·······데려와·······.”


[이미 제정신이 아니네.]


서서히 이찬에게로 다가간 벨리알이 창을 들어 이찬에게로 꽂으려는 순간이었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벨리알의 그릇이 뒤로 대차게 밀려났다.

벨리알이 면전에 당도한 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윤?]


영어(囹圄)에 갇혀있다 격을 발현해 그것을 헤치고 나온 아윤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새 이찬의 곁으로 간 고적마가 이찬을 부축했다.


[으아아아악!]


그와 거의 동시에 나베리우스가 벨리알의 곁에 붙었다.


[지금·······신의 뜻을 거역하는 겁니까?]


나베리우스가 당황 섞인 눈으로 아윤을 바라보았다.

신의 뜻을 거역한다는 것은 하늘을 거부한다는 것.

하늘에 태양이 뜨는 것을 부정한다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관념》에서 신의 뜻을 거역하는 자는 유서감경의 여지 없이 즉결 처형된다.

그것이 상위 신의 주민이라면 더욱이.

높은 지위를 가질수록 더더욱.


“못할 것도 없지.”


아윤은 그런 조항을 모두 무시하곤 벨리알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어느새 벨리알의 곁으로 모인 군대의 사나운 격이 다름아닌 부성주 아윤에게 향했다.

그 기세에 살짝 질린 아윤이 뒤로 물러났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낮추었다.


[저 미친·······!]


결국 욕지거리를 내뱉은 나베리우스가 슬쩍 벨리알의 표정을 훑었다.

그러나 벨리알은 늘 그렇듯 무표정과 무감정의 눈으로 아윤을 바라볼 뿐이었다.


스으윽.


오른손에 굳게 쥔 코셰흐샤비브를 자신의 머리 위로 들어올려 아윤을 조준했다.


휘이이익!


창이 사정없이 공기를 가르며 나아갔고 아윤은 그것을 낚아챘다.


[발악해라.]


“내가 구해 줄게.”


아윤이 검은 점이 되어 벨리알에게로 쏘아졌다.


군대들은 그것을 몸으로 막아 세웠다.

창에 닿은 군대들이 형체도 남지않고, 피도 뿌리지 않고 소멸했다.

그리고 그런 정경을 이찬이 말없이 지켜봤다.

몇 개월 만에 조우하는 친구 사이라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장 한복판이 둘의 감동적인 재회를 막아서고 있었다.


푸흐흐흐흥!


그때, 이찬의 옆에서 그를 지탱해 주고 있던 고적마가 거친 울음을 토하고는 서서히 기운으로 화했다.

그리곤 이찬을 향해 그리운 듯한 눈빛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주황빛의 격이 이찬을 한껏 감쌌고, 서서히 그의 눈빛이 돌아왔다.

후들거리던 다리는 곧게 펼쳐져 세상 무엇도 지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을 놓기 직전의 손아귀에는 여태껏 겪어본 적 없던 강한 격이 깃들었다.


콰아아아앙!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벨리알과 유사한 수준의 마기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멀끔히 사그라들었다.

혼자 혈투를 벌이는 아윤을 돕기 위해 땅을 박차려던 순간.


타앗!


허공에서 무언가가 날아들더니 가볍게 땅에 착지했다.


[걱정시키지 좀 말라니까.]


발소리는 순식간에 배로 늘어났다.


“가만히 내버려 둘 줄을 모른다니까.”


사아아아.


[신의 체면을 구길 순 없지]


이찬을 양껏 걱정하던 우사도, 위협으로써 그를 제지하려던 가스페르도, 이찬을 믿어 주었던 풍백도, 말없이 그를 응원하던 이노도 모두가 함께 이찬의 곁에 모여들었다.


“체력을 보존해.”


이노가 이찬에게 충고함과 동시에 수십의 공룡을 소환했다.

하늘에선 비가 쏟아졌고.

가스페르는 어느새 그들에게서 멀어져 벨리알의 군대에게 마구 활을 발사했다.

심장에 꽂힌 활을 빼내려던 괴물들은 폭발하는 섬광에 의해 사체는커녕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터졌다.

풍백은 그런 이들을 보조하기 위해 바람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다들·······.”


[우리가 가진 승리의 열쇠는 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강구해. 그 전까지는 우리가 최대한 버틸 것이다.]


***


[나베리우스.]

[예, 신이시여.]

[달리 방도가 없다. 놈들을 모두 죽여라.]

[알겠습니다.]


발현된 「강령 소환」이 전쟁으로 모은 강령들을 모두 되살려 공룡을 무참하게 썰어버렸다.


“위험해! 전열을 갖춰!”


이노의 명령에 맞춰 공룡들이 일제히 일자로 방어진을 구축했다.


“고유격 발현, 「육식의 왕」, 「초식의 왕」”


대개 소환수들의 강함은 인지도로 결정된다.

그녀의 고유격 「육식의 왕」과 「초식의 왕」은 시시각각 바뀌는 인지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지금 지구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육식 공룡과 초식 공룡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 둘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것이었다.


짧은 앞발, 질질 끌고 다니는 긴 꼬리. 큰 아가리와 그 속에 있는 무수히 많고 날카로운 이빨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공룡이었다.


육식의 왕 티라노사우루스.

넓은 아가리가 나베리우스의 강령을 씹어 먹고는 점점 강해졌다.


쿠와아아아아!


초식의 왕 트리케라톱스.

명불허전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초식의 왕 트리케라톱스의 세 뿔이 달려드는 군대들의 몸에 구멍 세 개를 뚫으며 무자비하게 찢어 죽였다.


[내가 직접 간다. 나베리우스, 전장을 지휘하라.]

[예, 신이시여.]


[안녕?]


“안······· 안녕하세요?”


[아나? 난 너 아는데.]


“아, 아뇨 잘·······.”


[바람의 신 풍백이다.]


“아. 우사.”


[일단 이놈들은 다 쳐죽이고 다시 얘기하지!]


우사의 보조를 받은 풍백이 바람을 일순 강하게 터뜨리자 그 공간 자체를 없앨 듯한 격이 발해졌다.

이를 보면 전장의 기세는 완벽히 이찬에게로 넘어온 것 같았다.

그 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콰아앙!


기이한 폭음과 함께 누군가가 벨리알을 지원하기 위해 강림했다.


[마셰도?]


얼마 전 벨리알이 암두아시스를 처리하고 내어주었던 자리를 쟁취한 마셰도가 벨리알의 부름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제 마셰도는 한낱 부성주라고 치부하기에는 격과 상상력의 크기가 만만치 않았다.


[부성주 마셰도, 마신 벨리알의 부름을 받고 달음질하여 왔나이다.]

[때 맞춰 잘 왔군. 가타부타 말할 필요는 없겠지.]


씨익 조소를 머금은 마셰도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 죽여라.]


전쟁은 몇백 킬로미터 되는 터널을 통과하는 듯 끝을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지의 편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0 종이부시 (3) 23.12.08 66 0 10쪽
69 종이부시 (2) 23.12.06 90 0 10쪽
68 종이부시 (1) 23.12.03 67 0 10쪽
67 원행의 끝 (2) (1부 完) 23.09.10 34 0 10쪽
66 원행의 끝 (1) 23.09.09 27 0 10쪽
65 백룡 (5) 23.09.04 33 0 10쪽
64 백룡 (4) 23.09.03 48 0 10쪽
63 백룡 (3) 23.09.02 39 0 10쪽
» 백룡 (2) 23.08.28 39 0 10쪽
61 백룡 (1) 23.08.27 41 0 10쪽
60 바빌론 대혁명 (9) 23.08.26 29 0 9쪽
59 바빌론 대혁명 (8) 23.08.20 33 0 10쪽
58 바빌론 대혁명 (7) 23.08.19 39 0 13쪽
57 바빌론 대혁명 (6) 23.08.14 39 0 10쪽
56 바빌론 대혁명 (5) 23.08.13 35 0 9쪽
55 바빌론 대혁명 (4) 23.08.12 40 0 10쪽
54 바빌론 대혁명 (3) 23.08.07 35 0 11쪽
53 바빌론 대혁명 (2) 23.08.06 34 0 12쪽
52 바빌론 대혁명 (1) 23.08.05 57 0 10쪽
51 무장 (8) 23.07.31 41 1 11쪽
50 무장 (7) 23.07.30 42 1 10쪽
49 무장 (6) 23.07.29 40 0 10쪽
48 무장 (5) 23.07.24 40 0 9쪽
47 무장 (4) 23.07.24 63 0 10쪽
46 무장 (3) 23.07.23 38 0 10쪽
45 무장 (2) 23.07.22 43 0 10쪽
44 무장 (1) 23.07.17 41 1 9쪽
43 뇌봉전별 (3) 23.07.16 38 0 10쪽
42 뇌봉전별 (2) 23.07.15 42 0 10쪽
41 뇌봉전별 (1) 23.07.10 44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