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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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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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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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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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5)

DUMMY

“예?”


못들을 소리를 들은 듯 승현이 재차 물었으나 그 대답에 궁금증을 더한 순간 승현은 그의 눈앞에 놓인 허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후우우웅!


웅혼한 격이 승현을 향해 날아들었으나 승현은 가뿐히 몸을 왼쪽으로 틀어 발차기를 피해냈다.

피할 줄은 몰랐다는 듯 가스페르의 표정에 변화가 더해졌다.


빠르다.


이는 단순히 행동만을 향한 감탄은 아니었다.

가스페르는 단순한 발차기에 광휘를 더해 공격했다.

충분히 받아낼 수 있는 일격. 하나 광휘를 머금은 일격에 피부가 닿게 되면 미친듯한 고온에 저도 모르게 맞닿은 부분이 녹아내리거나 탄다.

그 점을 간파한 승현은 받아 치는 것 대신 피하는 것을 택한 것이었다.

이 빠르다는 감탄사는 단지 행동의 빠르기뿐만 아니라 두뇌 회전에 관한 감탄이기도 했다.


“위험한 격을 가지고 계시네요?”

“역시.”


다시 온몸에 황금빛 광휘를 두른 가스페르가 섬전처럼 승현에게 쏘아졌다.


투쾅!


땅껍질을 내딛는 소리가 마치 대포가 터져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이에 날렵한 체구의 승현 또한 가스페르를 마주보곤 거검을하늘 위로 높게 치켜세우고 가스페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침내 광휘를 두른 가스페르의 주먹과 거검(巨劍)이 공중에서 맞붙었다.


콰아아앙!


“콜록콜록!”

“뭐야?”


혼란에 빠진 관중들이 수군거렸고 이어 먼지가 걷히며 누군가 주저 앉은 윤곽이 드러났다.

그는 손에 거검을 쥐고 있었다.


“설마!”


대화랑 승현이 자리에 주저 앉은 채 당황한 표정으로 가스페르를 바라보았다.


‘전투 센스가 장난이 아니군.’


승현은 가스페르의 동태를 정확히 짚었다.


‘내가 검을 들어 빠지지 않고 내리치려는 걸 확인하고는 주먹에 모든 상상력을 몰아 일격을 날렸다. 만약 내가 반응할 수 있었다면 상상력이 스며들지 않은 약해진 부분을 쳐 충분히 이길 수 있었겠지만, 저건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한 승현이 다시 빠르게 털고 일어났다.


“판단이 굉장히 빠르시군요.”

“시답잖은 말씀을.”


물론 그도 마지막의 마지막에 몸 안에 있던 상상력을 끌어올 수 있는 만큼 끌어와 검에 집중하긴 했으나 가스페르의 전력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승현이 가스페르와 대화하는 잠깐의 틈을 타 강환중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격을 사용하겠습니다.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다.


-꼭 이겨야겠느냐.

-예.


어디선가 누군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표정이 느껴졌다.


-그럼 발현하라.


허락을 받아낸 승현의 사대육신에서 푸른빛 이채가 띠었다.

이에 가스페르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건 뭡니까?”


감은 눈을 뜨며 가스페르의 물음에 답했다.


“고유격입니다. 일명 「영화랑(靈花郞)」이죠.”


영화랑을 발현한 그의 곁에서 무언가 이형이 생성되었다.

이형은 어느새 승현이 들고 있던 거검에 휩싸였다.

뿐만 아니라 전신에도 이전과 비슷하지만 결이 다른 격이 스몄다.

피부로 느껴지는 따끔함에 가스페르는 저 격이 심상치 않은 것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미친, 조졌네.”


무심코 내뱉은 욕지거리.

이내 다시 자리를 잡은 가스페르가 격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 기세에 주변 관중들과 승현은 물론, 공기마저 그 힘에 경의를 표하듯 가스페르의 품으로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숫제 괴물이군.’


저 무위를 본다면 전투의 격을 익히지 않은 대부분의 영혼들은 그가 권(拳)과 각(脚)을 사용하는 무술인으로 볼 것이다.

하나 조금이라도 격을 수련한 이들의 눈에 가스페르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저자는 분명 무기술에 특화된 영혼일 것이다.’


근거로 근접을 선호하며 권과 각을 사용하는 영혼들은 절대로 무기를 든 상대에게 거리를 내어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스페르는 동희, 승현과 싸울 때 조금 밀리는 기색이 있다면 발빠르게 뒤로 빠졌다.


‘빠지는 거리를 본다면 최소 창이나 최대 활일 것이다.’


그런 영혼이 거검을 든 절대고수를 상대로 육탄전을 이행하고 있다니, 대체 어느 영혼이 그런 일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행할 수 있단 말인가.

승현이 이유 모를 공포를 느꼈다.

분명 이 전투는 그가 우세하다. 아니, 우세한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상처 하나 없이 그를 제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가 두려움을 느낀 것은 그의 무자비한 성장세와 전투 센스였다.

그렇게 승현의 머릿속엔 두 가지 생각이 양극화되어 점점 대립하고 있었다.


여기서 죽여야 한다.

잠재력을 인정하고 우리 성단으로 포섭한다.


미친 듯한 고민 속에서 강환중의 메시지와 가스페르의 일갈이 동시에 들려왔다.


“죽일 수는 있습니까?”


-죽이지 마라.


승현에게 충격이 되었던 것은 다름아닌 가스페르의 일갈.

강환중이야 성단 내에서도 절대를 다투는 인물인 만큼 그가 자신의 심경을 간파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나 가스페르는 달랐다.

분명 그보다 무위도 낮고 실전에서의 경험도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간파하다니, 이는 《관념》에서 눈칫밥을 먹은 영혼이라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경우였다.


까드득.


이를 세차게 간 승현이 강환중에게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가스페르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한번 더 격과 격이 맞부딪히는 충돌에 관중들은 다시 없을 이 광경을 담아 놓겠다는 듯 눈을 연무장에 고정시켰다.


슈웅!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가스페르의 발차기가 승현을 향했으나 승현이 여유롭게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해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강환중의 눈엔 당혹감이 서렸다.


‘지금 저 아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그리곤 불과 삼십 초 전 승현에게 받은 메시지를 재차 확인했다.


-아뇨. 저자가 정말 <켈트>의 일원이라면 죽이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저는 저 영혼을 사멸시키겠습니다.


‘정말 죽이겠다고?’


강환중과 승현, 둘은 사자(師資)의 관계다.

절대적으로 승현이 강환중의 말을 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승의 명을 거역하는 것은 사자지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깝다.


‘대체 저 아이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란 말인가.’


강환중의 눈에는 이 악물고 분전하는 가스페르의 모습이 담겼다.

분명 강환중 또한 가스페르가 심상치 않은 영혼임을 직감했으나, 그 감이 승현이 느끼는 격을 대신하기란 한 없이 부족했다.


푸슉.


어깻죽지에 옅은 상처가 나며 피가 흐른다.

가로로 베어지는 공기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고는 베어지는 공기 사이로 화한 푸른빛이 새어나와 가스페르를 감싸고 돈다.

그 푸른빛은 이내 검형(劍形)을 띠고 가스페르를 향해 낙하했다.

빠르게 달려드는 검형을 보며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가스페르가 모든 격을 발현해 날아드는 검형을 막아냈다.


쿠우우웅!


털썩.


무언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가스페르가 연무장의 가장자리로 나가떨어졌다.

엎어진 가스페르는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듯 뻗어있었다.

천천히 가스페르의 앞으로 다가간 승현이 푸른 영화랑을 한가득 품은 검을 위로 높게 치켜든다.

승현은 검을 당기려는 중력을 겸허히 받아들이고는 검을 지탱하던 팔에서 힘을 빼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순간 승현의 눈에 떨어지는 검이 느리게 보였다.

그러나 승현은 단단히 착각했다.

검이 느리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느린 것이었다.


타앙!


무언가 승현의 손목을 아래서 위로 세게 가격하며 미친 듯한 통증이 몰려들었고, 검은 허공을 날아 승현의 저 멀리에 꽂혔다.


캉!


맑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꽂힌 검의 뒤로 강환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승현이 눈을 번뜩이며 다시 가스페르가 있는 곳을 바라보자 가스페르는 온데간데 없고 누군가의 하체가 승현의 눈에 들어왔다.

하체는 긴 한복 치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고 고개가 위로 올라갈수록 화랑을 상징하는 문양을 새긴 한복이 그의 눈에 비춰졌다.

마침내 고개를 위로 올려 누군가의 얼굴을 본 승현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스······스승님.”


승현의 검을 쳐 떨구고 가스페르를 안전한 곳에 대피시킨 것은 다름아닌 강환중이었다.

그가 자신을 막을 줄은 몰랐던 승현의 눈에 당혹이 드러났다.

승현.

영혼이 되어 《관념》에 온 후로 격을 수련해 최단기간에 <태극>의 무신 중 하나인 신의 행성에서 화랑으로 인정받고 역사상 가장 강한 무인 중 한 명인 강환중의 수제자다.

그렇기에 환중도 최대한 승현의 의견을 존중하며 그가 내는 의견은 대부분 수용되어 왔다.

그런 그의 의견을 처음으로 강환중이 묵살하고 전투를 치르던 연무장에 난입했다.


“승현.”


목소리에 담긴 격에 승현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굽혔다.


“예······스승님.”

“일단은 보류하겠다. 살리는 것이 우선이니.”


빠르게 그를 지나쳐 가스페르의 쪽으로 향하는 강환중을 보며 승현이 작게 뇌까렸다.


“내가······틀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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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바빌론 대혁명 (8) 23.08.20 32 0 10쪽
58 바빌론 대혁명 (7) 23.08.19 3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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