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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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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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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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봉전별 (1)

DUMMY

날아드는 단검을 피해내며 아윤이 부르짖었다.


“아니! 누구신데 다짜고짜 공격을!”


그 와중에도 예의를 차려 말하는 아윤이었다.

아윤의 상대는 총 두 명.

한 명은 아윤의 사방에서 단검을 흩뿌리는 닌자의 복장을 한 여성이고, 다른 한 명은 남성으로 일본 전통 무사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저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 둘의 전투에 개입하지 않았다.

아윤은 순발력을 발휘해 바닥에 꽂혀 있던 두 개의 단검을 뽑고는 암기(暗氣)를 담아 단검쟁이에게 던졌다.


쐐애애애액.


가공할 소리와 함께 닌자의 왼쪽을 지나간 단검이 그녀의 귓불에 붉은 선혈을 드러내게 하였다.

암기가 담겨 있어 꽤나 고통스러운지 그녀는 귀를 부여잡고 한 발짝 물러섰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아윤이 그대로 코셰흐샤비브를 아공간에서 꺼내어 충만한 암기를 담았다.

귀를 부여잡은 여자가 뒤적뒤적 단검을 꺼내는 찰나.

아윤이 그녀의 목을 베어 버리려던 순간.


챙!


은빛의 검이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갑자기 복부에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촤아아악.


사태를 지켜보던 남성이 개입해 아윤의 복부를 발로 차버렸고, 이에 아윤은 바닥에 쓸리며 뒤로 크게 밀려났다.

입에 고인 침을 한번 퉤 뱉은 아윤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동시에 「무가치한 존재」를 발현해 그들의 격을 한 층 낮췄다.

어딘가 격에 이상을 느낀 둘이 시선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아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윤은 눈을 감았다.


-때론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그녀가 지구에 있던 때.

누군가 말해준 문장이었다.

그때의 그녀는 시뻐하며 넘겼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누군가의 의지를 이어 강해졌고, 눈을 감으면 남들의 격을 느낄 수 있었다.


사라지거나 도망친 것이 아니다.


기감으로 느껴지는 어딘가에 둘의 기운이 감지된다.

번뜩 눈을 뜬 아윤이 감각이 이끄는 대로 창을 찔렀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던 허공에서 붉은 선혈이 튀었다.


잡았다.


그대로 창을 휘둘러 반대편을 한번 더 베었다.


크윽.


옅게 신음을 흘린 여자가 던지려던 단검을 떨어뜨렸다.

첫 번째로 남자를 베어 자리를 이탈시켰고, 이어 바로 여자를 찔러 공격했다.


“당신들은 대체 누굽니까?”


전투하는 시간 내내 침묵을 유지하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여기를 지켜야 해.”


질문에 상응하지 않는 대답이었으나 아윤은 대답의 속내를 완벽히 파악했다.


여기에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거네.


어떻게든 둘을 제압하고 이 문을 열겠다는 다짐을 한 아윤이 망설이지 않고 「불꽃 생성」과 「암흑 다루기」를 발현해 자신의 격을 최대한 크고 강하게 발현했다.

이와 함께 벨리알의 고유격인 「무가치한 존재」까지 겹쳐지니 일순간 등잔불이 깜빡이고 공간이 요동쳤다.


오래 유지할 수는 없겠어.


빠르게 둘을 처리할 심산으로 창을 크게 가로로 베었다.

무언가 베이는 느낌을 강하게 들었으나 둘을 마무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빠르게 몸을 뒤로 운신한 둘이 격을 발현해 아윤을 짓눌렀다.

물론 지금의 아윤은 누를래야 누를 수 없는 상태였다.

어두운 보랏빛을 띈 불꽃이 주변을 활활 불태웠다.


사실 그들의 정체는 단순한 수문장이 아니었다.

날 때부터 이곳에 은둔하여 수련하고 가끔 찾아오는 스승으로부터 격을 전수받고, 이곳을 지켜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여 상대를 압도하는 이들.


암전남아(暗轉男兒)와 독검여아(毒劍女兒).


이 둘이 있기에 네노쿠니의 비밀 장소인 이곳은 그 어떤 외부인에게도 들키지 않고 문을 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 한 명에게 쩔쩔매고 있다.

절대 그들이 강함에 취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강함에 취할 겨를이 없었으니까.

침입자를 처리하면 또 얼마 뒤에 다른 침입자가 잠입하여 문을 여는 시도를 행하고.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침략자가 이곳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암암리에 암전남아와 독검여아로 불리게 된 것이었다.


“후아.”


아윤은 격을 회수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양 옆에는 암전남아와 독검여아가 기진맥진하며 쓰러져 있었다.

시큰둥하게 둘을 무시한 아윤이 큰 대문의 앞으로 다가왔다.


철컹 철컹.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탈한 웃음을 지은 아윤이 창에 격을 담아 내고는 전력을 다해 문고리를 베었다.

허나 문고리가 떨어져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아윤의 창에 잠깐의 이상이 생겨났다.

당황한 아윤이 여러 차례 창을 휘둘렀다.

그렇게 한참을 창을 휘두르는 데 몰두하며 시간이 흘러갔다.


“그거, 그렇게 하면 안 열려.”


아윤이 그 말에 뒤를 돌아 보았다.


“그게 무슨······?”

“말 그대로야. 저 문은 특별한 기수식이 없으면 절대 열 수 없어.”


기수식.

무림이나 <반고>에서 검법을 사용할 때 처음으로 내딛는 초식.

그러니 이 문에는 초식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잠금장치가 걸려 있는 셈이었다.

아윤이 깨어있는 암존남아에게 물었다.


“넌 이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


그러자 그 옆에서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일어난 독검여아가 말했다.


“그건······우리도 잘 몰라.”

“그럼 너희는 왜 여기 있는 거야?”


마치 요원한 옛 이야기를 머릿속에 되새기듯 독검여아가 입을 열었다.


“우린 저 문 안에 있는 무언가와 같이 이곳으로 이송됐어. 정체 모를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이곳에서 평생을 갇혀 있었지.”


그들의 나이는 많아 봐야 무조건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인 상황.

결코 오래 살았다고 할 수 없는 세월.

그들은 평생을 이곳에 갇혀 살았던 것이다.

어쩐지 안쓰러움이 들었던 아윤은 그들에게 같이 이곳을 탈출할 것을 제안했고, 그들은 제안을 거절했다.

아윤이 이유를 묻자 남아가 말했다.


“우리는 스승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이곳을 나갔다간 지······지옥으로······.”


남아가 말을 흐렸다.

이들은 아무래도 이곳이 지옥인 걸 모르는 듯 했다.

안전한 세상은 이 좁은 공간뿐인 것이라 믿고 있겠지.

마치 놀이터의 작은 모래사장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개미와 같았다.

아윤은 어떻게 해서든 이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스륵.


아윤은 어디선가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인기척을 숨긴 느낌.

여아와 남아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이곳에 분명 누군가 있다.

이미 이들을 상대하며 상상력을 많이 소모했기에 더 이상의 전투는 피해야 했다.


탓.


어디선가 발돋움을 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창을 곧이 잡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암기를 담아 휘둘렀다.

분명 누군가는 맞고 신음을 흘려야 하는 일격이었다.

한 방에 끝낼 심산이었기에.


탓.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다시 한번 누군가가 발돋움을 하는 소리뿐이었다.

결국 아윤이 상대를 불러 내었다.


“누구냐!”


그러자 노호성 담긴 목소리가 아윤의 양 귀를 울렸다.


“감히 우리 아이들을 넘보려 하다니.”


온 장내에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한마디에 여아와 남아가 반응했다.


“스승님?”

“스승.”


아무래도 이들의 스승인 모양.

이어 괴이한 모양의 날붙이가 아윤에게 달려들었다.


피하기엔 늦었······!


반사적으로 창을 들어 이를 막아낸 아윤이었으나 날붙이는 아윤의 왼쪽 검지 손가락에 작지 않은 자상을 만들어 냈다.

챙 하고 튕겨나간 날붙이를 낚아 챈 누군가가 아윤의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 대는 남자가 저벅저벅 아윤에게로 다가왔다.


“누구냐.”


명백히 적대감을 드러내는 목소리에 아윤이 답했다.


“침입자.”

“침입자?”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 침입자.”

“저 둘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인가 보군.”


그의 시야는 아윤의 양 옆에 쪼르르 붙어있던 남아와 여아에게 향했다.

아윤은 반사적을 둘을 자신의 뒤에 숨기며 질문했다.


“당신이 이들의 스승인가?”

“그래.”


긍정의 대답이 돌아오자 아윤은 남자를 도발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당신을 따르는 것 같지 않은데?”


하나 침착인지 허세인지 모를 표정을 지은 남자가 답했다.


“그럴 수도.”


성의 없는 대답에 아윤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러고도 당신이 스승인가?”

“엄밀히 스승은 아니지. 그저 무에 대한 가르침을 조금 전수해 주었을 뿐.”

“이 부근에만 갇혀 살아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나 본데, 그게 스승이야.”


같잖은 말장난을 들은 듯 남자의 기세가 더욱 흉흉해졌다.


“아이를 넘기고 나가라.”


제안이었으나 협박이었다.

이에 아윤이 기 싸움을 이어갔다.


“싫다면?”

“죽여야겠지.”


호의를 베풀 듯 말하는 그의 얼굴엔 노기가 서렸다.


“죽일 수는 있고?”

“더 말할 가치가 없군.”


순식간에 연기로 화한 그가 아윤의 주위를 맴돌았다.


“얘들아. 여기서 나가고 싶니?”


아윤이 작게 아이들에게 말하자, 아이들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윤에게 속삭였다.


“나가고······싶어.”


아윤은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는 여태껏 보여주지 않았던 찌르기의 자세를 취했다.


“우리,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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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백룡 (1) 23.08.27 4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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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바빌론 대혁명 (8) 23.08.20 33 0 10쪽
58 바빌론 대혁명 (7) 23.08.19 38 0 13쪽
57 바빌론 대혁명 (6) 23.08.14 39 0 10쪽
56 바빌론 대혁명 (5) 23.08.13 3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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