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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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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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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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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 (2)

DUMMY

정신을 차린 가스페르가 다급히 벌떡 일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멈출 줄을 모르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와 배기음이 가스페르가 정신을 차리며 상황을 인지하는 것에 방해를 주었다.


“저거 뭐야? 코스프레인가?”


가스페르가 무작정 허완의 격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절그럭, 절그럭.


헤랴에서의 복장이 바뀌지 않은 채 순간이동 되었기에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장식이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함은 이곳에는 다른 격이 존재하지 않아 허완의 격을 더 많고 넓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허억. 헉.”


몇 분을 내리 달려 도착한 곳에는 허완이 있었다.

한 공원의 초입부. 시계탑의 바로 밑에 누워 있는 허완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허용 상상력의 한계치를 넘었을 때 나타나는 보라색 무형의 쇠사슬에 묶여 기절한 상태였다.


“성주님.”


가스페르가 허완을 재차 불렀고, 다행히 허완은 정신을 차렸다.


[··· ···! ··· ···.]


“예?”


[··· ···? ··· ···!]


그러나 가스페르가 달려온 것이 무색하게 허완의 성대는 제 역할을 못했다.

이내 보랏빛의 사슬과 허완의 영혼이 사라지며 가스페르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무··· ···뭐야?”


허완의 소멸에 신경을 둘 틈도 없이 강한 격의 누군가 가스페르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었다.

격이 여럿 뒤섞이며 그 본질을 찾기 힘들어진 격이었다.

어쨌거나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확실히 인지한 가스페르였기에 휙 뒤를 돌아 활을 소환해 쥐었지만 허용 상상력의 부족으로 아르코 솔은 나타나지 않았다.


“젠장.”


결국 주먹을 그러쥔 가스페르가 다가오는 미지의 생명체와 싸울 준비를 마쳤다.


‘이 정도면 거의 그 두 신을 합한 것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다.’


순간적으로 둘의 윤곽이 허공에 겹쳐 보이며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가스페르는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그 녀석들도 여기서는 제 힘을 모두 발현하지 못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만큼 허용 상상력의 존재는 누구에게나 큰 제약이었다.

마침내 그것의 위치가 가스페르와 지척에 놓이고 말았다.


기다리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판단한 가스페르가 먼저 달려나가 그것을 향해 주먹을 쥐어질렀다.

같은 공격이나 방어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 가스페르의 귀에는 지금 그의 각오와는 전혀 맞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으아악?


바닥으로 나뒹굴며 다시 자세를 잡은 것은 적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가장 든든한 우군.


“이찬?”


이찬이었다.


“가스페르?”

“어찌 여기 계십니까?”

“그건 제가 질문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만? 왜 여기 계십니까? 아니,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걸 나한테 말씀하신다는 건··· ···.”

“예, 여긴 지구입니다.”


그제서야 가스페르는 주변을 여유로이 둘러볼 시간을 갖았다.

푸르른 하늘에 평화로운 일상.

그뿐이었다.


“내가 여기 왜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죠.”


이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물었다.


“네. 어떻게,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당신은 분명 헤랴에··· ···.”

“이찬. 잘 들으십시오. 저는 당신과 행성을 이동할 때 온몸을 휘감았던 금색의 빛과 함께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무슨··· ···.”

“그러니 제가 묻겠습니다. 정말 당신이 절 이곳으로 보낸 것이 아닙니까?”


가스페르의 말에는 작지만 무엇보다 날카로운 가시가 돋쳐 있었다.

어찌됐든 그는 행성 헤랴의 왕이었고, 누구보다 백성을 위해 일하는 이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지금 자신의 행성 수도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한 날, 가장 중요한 공간에서 죽었다.

그곳에서 자기만이 살았다는 것과 자신 때문에 그 많은 이들이 죽었다는 죄책감이 가스페르의 전신을 지배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이찬도 매한가지였다.

자신 때문에 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렇기에 지금 이찬은 이 세계에서 가스페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존재였다.


“맹세코, 제 모든 것을 걸고 절대 저는 ‘공포의 눈’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찬의 굳은 눈빛이 가스페르를 한층 수그러들도록 했다.


“게다가 전 지구로 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빌어먹을 눈을 한 번도 보지 못 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저를 움직인 건 누구죠?”

“그건 지금부터 고민해 보면 될 일입니다. 일단 먼저··· ···.”


이찬이 우물쭈물 겨우 이야기를 꺼냈다.


“그 촌스러운 옷부터 갈아 입으러 가시죠.”

“그래도 나름 왕실 복장입니다.”

“여긴 왕조국가가 아닙니다.”


의류매장으로 향한 이찬이 옷을 관찰하듯 봄과 동시에 최대한 가스페르의 크기에 맞도록 선별해 건넸다.


“갈아 입으시죠.”


모든 옷을 건네받은 가스페르가 탈의실에서 나왔다.

평범한 슬랙스와 운동화. 티셔츠에 베이직 색상의 코트까지 갖춰 입은 가스페르는 여느 웹툰에서처럼 비련의 가을 남주인공으로 탈바꿈했다.


“잘 어울리네요.”


이보다 시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게 카드를 긁은 이찬이 가스페르와 함께 매장에서 나왔다.


“덕분에 제 한 달치 식량비를 날렸습니다. 잘 입고 다니세요.”


이찬은 한껏 생색을 냈지만 그 정체는 아윤의 카드였다.


‘미안하다 나중에 꼭 갚을게.’


자신의 왕실 복장은 이찬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구겨져 있었다.


“저희 집으로 갑시다. 할 얘기가 너무도 많아요.”


가스페르는 이찬의 집에 도착 후 이찬의 안내에 따라 방석에 앉았다. 그러자 백호양이 가스페르를 경계하며 이찬의 뒤에 숨었다.


“저건 뭡니까?”


가스페르가 묻자 이찬이 백호양을 번쩍 들어 자신의 무릎에 앉힘과 동시에 자신도 방석에 앉아 벽에 몸을 기댔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입니다.”

“고양이··· ···.”

“고양이 처음 보십니까?”

“예. 듣는 것도 처음입니다.”


그러자 이찬이 가스페르를 향해 백호양을 보냈다.

가스페르와 백호양이 서로 당황하며 마주 보았고, 먼저 다가온 것은 경계를 푼 백호양이었다.

가스페르의 다리 위에 앉았다. 그에 따라 가스페르도 천천히 경계를 풀고 백호양을 쓰다듬었다.


“보드랍네요.”

“물론이죠.”


먼저 이찬이 물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가스페르는 지난 8개월간의 이야기를 꽤나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덕분에 이찬 일행을 노리는 집단의 머릿수와 그들의 목적 그리고 신의 개입까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 집단의 목적은 우리 넷 이찬, 아윤, 가스페르, 이노를 죽이거나 생포하는 것이고 그중 아윤이랑 저는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둘의 우두머리가 있다는 뜻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넷 중 하나는 가스페르께서 죽였고 그 후 8개월의 시간 이후 달과 해를 상징하는 두 신이 강림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와중 공포의 눈이 발동했다··· ···.”


이찬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심하고 있자 백호양이 이찬의 근처로 가 몸을 비볐다.


“짐작가는 바는 충분합니다. 두 우두머리의 정체도.”


이찬이 한숨을 푹 내쉬고 표정을 굳혔다.


“일단 우리의 주적은 올림포스입니다.”

“예? 대형 성단 <올림포스> 말입니까?”

“예, 하지만 이 일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올림포스가 아닙니다. 그 피조물들이죠.”

“그럼··· ···.”

“이제 제가 겪은 일들을 나열해 드리겠습니다.”


의문의 초대장을 받아 연회에 참석하자 그곳에서는 지구를 포함한 타 행성의 멸망 계획과 이찬을 비롯한 행동자의 사살 계획. 지구의 관념화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을 말해 주었다.

그들의 조 편성 방식과 구체적인 계획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가스페르의 머릿속엔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럼 대한민국은 나와 아윤, 이찬이 막는다고 해도 다른 대륙? 들은 어떻게 합니까?”

“한 곳으로 모아야죠.”


이찬이 주먹을 그러쥐었다.


“모두 한국으로 모을 겁니다.”


가스페르는 물음표를 그렸다.


“어떻게 모으려고 그러십니까?”

“방금 말씀드렸죠. 신은 자신의 총 격의 2할밖에 쓰지 못한다.”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한 조당 신의 숫자는 넷입니다. 그중 하나가 접니다. 그럼 남은 신의 숫자는 셋. 원래는 제가 둘을 상대하고 ‘허용 상상력’을 거의 위반하는 아윤이 나머지 가장 약한 하나를 상대하려고 했습니다만.”


이찬이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가스페르를 마주했다.


“가스페르께서 오셨으니 2:1의 경우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아무튼 그래서 최대한 빨리 놈들을 섬멸한 후엔 속전속결입니다. 제 존재가 드러나면 다른 신들을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한 자리에 모이게 되겠죠.”


이제야 가스페르가 깨달았다는 듯 이찬의 말에 덧붙였다.


“허용 상상력의 초과.”

“그렇습니다. 놈들이 쓸 수 있는 격은 본 격의 2할뿐이지만 저희는 다르죠.”


이찬이 씨익 조소를 머금었다.


“격의 차이를 느끼게 해 줍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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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가월의 밤 (3) 23.12.15 6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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