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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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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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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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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 (3)

DUMMY

그 후로도 전략 회의는 계속되었다.


“내가 왔다! 어 가스페르?”


중간에 아윤이 합류해 더 많은 아이디어와 전략을 나눌 수 있었고 와중에도 가스페르는 계속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스페르, 좀 쉬세요. 낯빛이 말이 아닙니다. 아버지께서 잘 하고 계실 겁니다.”

“그럼 눈 좀 붙이겠습니다.”


가스페르가 구석에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 잠들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금방 합류한 아윤에게 이찬이 그간 가스페르가 겪었던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사실 나도 눈만 있었으면 당장이라도 보내 드렸겠지만··· ···.”


이찬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탄했다.


“지금은 그것마저 순탄치 않으니 원.”


여전히 영문 모를 이유로 눈은 감겨 있는 모습만 보일 뿐 절대 그것을 뜨지 않았다.


“계획까지 얼마나 남았어?”


슬쩍 벽에 붙은 달력을 흘긴 이찬이 침울해져 말했다.


“한 달··· ···.”


한 달.

적다고 하기는 무엇하나 결코 많지는 않은 시간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굉장히 적은 편에 속하는 시간.

게다가 이찬과 아윤은 중간에 개학이라는 상황도 끼어 있는 만큼 불안한 기색을 감추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


“시작이 어디라고?”

“광화문.”


대한민국 역사의 상징이자 서울의 한복판.


“쟤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시작 지점은 없다는 얘기네.”


아윤의 말이 이찬이 긍정했다.


“그래.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그리 나쁜 위치는 아니야.”

“왜?”


이찬이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펼쳐 광화문과 그들의 학교를 찍었다.


“이건 왜··· ···?”


아윤의 질문에 이찬이 한결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학교는 광화문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그렇다는 건··· ···.”


이찬이 뒷말을 흐리자 아윤이 받아 이어 말했다.


“유인하기 용이하다··· ···.”

“그렇지. 나는 놈들의 격이 켜지는 것과 동시에 격을 발현할 거야. 놈들도 신인 만큼 나를 알아채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고, 난 우리 학교로 놈들을 유인할 거야.”

“그럼 학생들은··· ···?”

“거기부터 네가 해 줘야 돼. 하신의 강림에 따라 결국 우리에게도 허용 상상력의 한계가 증축될 거니까 격을 펼치기 용이해져.”

“그러니까.”

“내가 놈들을 데리고 다시 인적이 없는 곳으로 유도하기 전까지 넌 학교로 날아드는 모든 공격을 쳐내 주면 돼. 어려운 부탁이라는 건 알지만··· ···, 가스페르도 있고 너도 그 정도는 되잖아?”


이찬의 말을 모두 들은 아윤이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질문을 거듭했다.


“그럼 넌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와서 등교할 건데? 다섯이서 뭉쳐 다닐 거잖아.”

“대충 중국으로 빠진다고 하면 이해할 거야. 이해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놈들은 명령을 이행할 뿐이니까.”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면 되지.”

“부탁한다.”


시계를 본 이찬이 화들짝 놀라 외출복을 차려 입었고 황급히 방을 나가며 말했다.


“가스페르에게도 전해줘.”

“응.”

"아 맞다."

"왜?"

"카드 좀 썼다?"

"뭐? 왜?"


이찬은 말없이 방문을 열어 급히 탈출했다.


"야··· ···. 야! 야아아아!"


허용 상상력에 규제 받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달려 어느 장소에 도착한 이찬이 망설임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다름 아닌 골목.

여전히 골목을 통해서만 연회장으로 갈 수 있다 보니 이찬이 발이 바쁜 것이었다.


“어둡긴 드럽게 어둡네 정말.”


이번엔 이찬이 지각한 것인지 문은 닫혀 있고 신들은 안에서 회의를 하는 듯 격의 파랑이 일었다.

자연스럽게 경비원들을 제치고 문을 활짝 열자 이목이 이찬에게 집중되었다.


“조금 늦었다.”


이 역시 신들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일찍일찍 다니자.]


일침을 쏘아대는 신을 슬쩍 바라본 이찬이 무표정을 고수하며 말했다.


“노력해 보지.”


무심하게 배정된 자리에 앉은 이찬이 다리를 꼬았다.


“신경 쓰지 말고 진행해라.”


그러자 사회자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아··· ···알겠습니다. 계속 이어서 말하자면··· ···.”


이찬이 고개를 돌려 신들을 마주하자 신들도 절대 질 수 없다는 듯 이찬을 노려보았다.


‘내 격이 강해진 건 맞나 보네.’


아무리 격이 제한되어 있고 하신이라 한들 결코 그들의 시선은 가볍지 않다. 오죽하면 인간과 평범한 영혼은 그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오장육부가 뒤틀리며 터져 버린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


“이렇게 각국의 수도 중 한 지역을 택하여 그 지역부터 서서히 늘려가면 되는 구조입니다.”


이찬이 아윤과 가스페르. 둘과 나눈 계획을 이행했다.


“굳이 작디작은 한국에 다섯이 몰려 다닐 필요가 있나? 나는 혼자 행동하겠다. 베이징으로 가 넷과 접선하겠다.


“흠, 좋습니다. 원칙대로면 절대 용납이 안 되는 행동입니다만··· ···.”


사회자가 눈을 흘겼다. 아마 신들이 주는 눈치 때문이겠지.


[넌 뭔데 특별대우를 받는 거냐. 너도 다같이 다녀라.]


스물다섯이 넘는 신들 사이에서 누가 발언했고 이찬은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뒤를 돌아 격을 일부 발현했다.

물론 이는 풍백의 것이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그들을 짓눌렀다.

겉으로 보기엔 별거 없는 듯 보이지만 이찬의 눈에는 확연히 드러났다.

그들이 격을 발현해 이찬의 격을 받아내고 있다는 것을.


“내가 너의 말을 따라야 할 이유가 뭐지?”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뻔뻔하고도 거만한 말투가 이찬의 입에 착 감겼다.


[크윽.]


결국 신 하나가 신음을 내며 겨우 거수했다.


[난··· ··· 난 동의한다.]


그러자 많은 신들이 따라 동의했다.


[동의한다.]


다수결에 의해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자 그제서야 이찬은 격을 거두었다.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전혀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 발현했으면 기절했을 거야. 와 죽을 뻔했네.’


그나마 연회장이 허용 상상력의 제약에서 벗어난 장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차 계획은 달성했다. 이제 다음은··· ···.’


이찬의 상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회자는 이찬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았다.


“명심하십시오. 우리의 주된 목표는 행동자 사살입니다. ‘행동자 사살과 동시에 지구를 멸망시킨다.’ 반드시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질문받겠습니다.”


질문이 속속들이 들어왔지만 별반 특별한 질문은 없었다. 모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에 눈이 멀어 하는 질문들이었다.


받을 수 있는 상상력은 얼마인가.

성공만 하면 정말 지신으로 승급할 수 있나.

행동자를 잡으면 얼마나 높은 격과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얻을 수 있는가.


대부분의 질문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들뿐이었다

간혹 영양가 있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그 행동자라는 놈은 얼마나 강하지?]


이찬이 이 질문으로 두 가지의 득이 있었다.

첫째는 이곳에서의 자신의 평가.

둘째는 그들이 자신 그러니까 행동자를 알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다음과 같았다.


“강합니다. 어쩌면 이분들의 반 정도가 희생되어야 겨우 치명상을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말에 신들이 발끈했다.


[우리는 신이다. 겨우 그런 이단에게 굴복할성싶으냐.]


“그렇지 않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여러분께서는 격의 2할밖에 발현할 수 없습니다. 이를 인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는지 신이 자리에 도로 앉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격과 상상력이 《관념》에 준하는 급일 때의 이야기. 지구에서는 그도 결국 조금 강한 인간일 뿐입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뜻이죠.”


이찬은 두 가지의 수확을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얻을 수 있었다.


“질문은 이쯤 하면 되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다음 회의는 실행일 전날입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찬이 연회장을 나가며 골똘히 생각했다.

일단 이들은 자신을 은근히 고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신들은 자신이 행동자인 것을 모른다.

달리 말하면 이들은 행동자를 들은 적도, 겪어 본 적도 없다는 소리다.

《관념》에서 깽판이란 깽판은 다 치고 다닌 자신을 어찌 못 알아보겠냐 싶었지만 결국 이는 이찬과 일행에게는 너무도 큰 이득이었다.


“좋다 좋아.”


이찬이 휘파람을 불며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누군가 그를 붙잡았다.


[어이 거기!]


자신을 부르는 줄 몰랐던 이찬은 의도치 않게 무시하고 나아갔다.


[저 새끼가.]


약간 열받은 듯한 신이 이찬의 어깨를 잡고 빙글 돌렸다.

그 찰나 사이에 표정을 바꾼 이찬이 서늘한 눈빛으로 신을 응시했다.


“왜 부르지?”


거대한 덩치의 누군가가 어둡고 스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찬에게 다가왔다.


[넌 누군데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는 거지?]


이찬이 한참을 올려다볼 정도로 거구의 사내가 자신과 한 조인 신들을 불러 모아 이찬을 해코지하려 했다.


“내가 대답을 해야 하나?”


물론 이찬은 쫄지 않았다. 오히려 맞받아쳤다.


“너는 딱 보니 메소포타미아 신화 죽음의 신 네르갈의 주민이군. 아니, 주민이었던가?”


이찬이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는 까닭은 간단했다.

공통격 상태창 분석.

아주 예전 이찬이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고 구매했던 상대의 정보를 일부 볼 수 있게 해 주는 격이었다.


<상태창 정보>


이름: ???

나이: 345세

성주(星主): 없음(초자연적 죽음의 왕)

고유격: ???

공통격: ???

존재격: ???

상상력: ???


허용 상상력의 철저한 제약 때문에 대부분이 물음표였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초자연적.

이를 이명으로 가지는 신이라면 모든 신, 그러니까 성주 중에서 단 하나뿐이다.

네르갈의 주민은 심히 당황한 듯 보였다.


[뭐··· ···뭐라는 거야?]


“경고하겠다. 쓰레기 같은 짓 말고 당장 가서 어떻게 너네 나라를 무너뜨릴지 생각해. 신에게 버려진 이단 주제에.”


이찬은 휙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걸었다.

그 뒤로는 그 자리에 망부석이 되어 버린 네르갈의 전 주민과 그 일행이 이찬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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