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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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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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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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1)

DUMMY

[뭐? 아탈란테가 죽었다고?]

[그렇다더군.]

[행동자가 그렇게 강한가?]

[아탈란테 정도야 상대도 안될 정도로 강한 건 맞지만. 놈은 행동자에게 죽은 게 아니야.]

[뭐? 그럼 그 동료들에게 죽은 건가.]


대화를 이어가던 둘 중 하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유감스럽지만, 그것도 아니다.]

[그럼 누구에게 죽었단 말이냐.]


한참을 뜸들이던 신이 입을 열었다.


[신전의 엉거주춤한 수호자.]


어떤 신의 이명이 그의 입에서 툭 튀어나오자 다른 신이 놀라며 되물었다.


[신전의 엉거주춤한 수호자?]

[그래.]

[그럴 리 없다. 그 녀석은 분명··· ···.]


말을 이어가려던 신의 말허리가 끊겼다.


[소멸했지.]


허나 신은 아랑곳 않고 놀라는 데만 집중했다.


[어떻게. 부활한 건가?]

[난데없는 소리. 부활은 듣도보도 못했다. ‘부활절’의 신화를 쓴 신도 결국 소멸의 굴레에선 벗어나지 못했어.]

[그럼 대체 어떻게··· ···.]

[부활한 것이 아니라면 답은 정해져 있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 신은 분명 웃고 있었다.


[소멸하지 않았다. 라고 명명할 수 있으려나.]

[시스템이 그런 실수를 한단 거냐?]


각자의 좌(座)에 앉아 이야기하던 신 하나가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그 철두철미한 새끼들이 실수했다고? 차라리 아까 죽은 신이 부활한다는 이야기가 더 신빙성 있겠군.]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 신이 앉아 있는 다른 신에게 말을 건넸다.


[슬 움직일 때가 됐다. 역병의 태양께서 오실 것이다.]

[귀찮군. 그놈 하나 때문에 일이 세 배로 늘었어.]


***


풍백이 성지화를 해제하자 반파된 연회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고, 그곳을 경찰과 기자. 그리고 의료진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당황한 이찬과 풍백이 재빠르게 각자 이노와 가스페르, 아윤과 남자아이를 들쳐업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도망쳤다.

이찬과 풍백은 근처 산봉우리에 자리잡았다.

인간의 눈과 카메라로는 쫓지 못하는 속도였기에 그들의 정체가 들켰을 가능성은 만무했다. 하지만 것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저 자리에 남은 연회장이었다.

아무렴 국과수를 동원한 경찰과 특종을 몰기 위해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온 기자들이 연회장을 수색한다면 정체가 들키는 것은 시간 문제임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전투의 격전지였던 그곳엔 미처 회수하지 못한 신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내가 다녀오마.]


그런 이찬의 생각을 읽은 풍백이 「풍화」를 발현해 다시 연회장으로 잠입했다.

그러곤 2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이찬의 곁으로 돌아왔다.


[이것 좀 들어줘 봐라.]


모든 서류와 신들의 사체를 들고.


팟!


깊게 땅을 판 풍백이 신들의 시체를 묻었다.


[워낙 나쁜 놈들이었으니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실이 될 것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곳을 지켜 줄지도 모르지. 놈들을 묻은 이 땅이 꽤나 양지바른 곳이거든.]


신들의 명복을 빈 풍백의 품에서 회색빛 물체가 튀어나와 도망을 시도했다.


찍찍!


하지만 이찬에게 금세 붙들린 그것이 얇고 가는 울음소리를 냈다.


“넌··· ··· 서생원?”


바들바들 떠는 그 쥐의 정체는 서생원이었다.

이젠 상상력을 전부 잃고 그저 지능 높은 평범한 쥐로 돌아가 버린 후였지만 말이다.

금방이라도 손을 움켜쥐어 터뜨려 버리고 싶었지만 이찬은 꾹 참았다.

그의 계획은 지금부터 시작이었기에.


“난 널 살려줄 거야.”


서생원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느덧 깜깜해진 하늘과 빛나는 가로등, 그보다 더 작게 희미한 빛을 뿜으며 발하는 별이 있었다.

이찬은 자신의 위를 밝히는 가로등을 보았다.


“너희 신에게 가서 똑똑히 전해. 너희가 찾아오지 않아도, 내가 너희를 찾아 갈 거라고.”


그리곤 저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별을 응시했다.


“때론 저 멀리 우주에 있는 희미한 별빛보다, 길가의 가로등이 더 밝게 빛나는 법이야.”


이찬이 서생원을 꾹 쥐고 저 멀리 던져 버렸다.


“으으··· ···.”


그 일이 있은 직후 아윤과 이노, 가스페르가 동시에 일어나 머리를 짚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


가스페르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이찬에게 질문을 건넸다.


“뭐, 다 빼고 결과적으로만 말씀드리면 저희가 이겼습니다.”


차크몰과의 전투를 시작하기 직전. 이찬은 풍백의 보호막 안에서 가스페르와 아윤, 이노에게 회복 물약을 먹였고, 그 약효가 지금 발휘되는 참이었다.


“길게 설명하면 한없이 길어지니까 나중에 안정이 되면 하시죠. 여기 활입니다.”


가스페르에게 아르코 솔을 건넨 이찬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근데··· ···. 어떻게 돌아가죠?”


그곳에 있던 모두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이노야 혹시 그 공룡··· ···.”


이찬이 말끝을 흐렸지만 이노는 그 말의 진위를 파악했다.

말로 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가능의 의사를 표했다.


“어··· ···.”


결국 이찬이 스마트폰을 켜 급히 숙박업소를 예약하려 했지만 그 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딸깍.


“아니, 이게 왜 안 켜져?”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린 것이다.

덕분에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은커녕 검정의 스크린과 그 중앙에 비치는 이찬의 당황한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이거 충전할 수 있는 사람··· ···?”


아무리 이 인원들이 전부 다재다능한 인재들이라 해도 방전된 전자기기를 충전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난관은 난관을 몰고 온다고 했던가.

돈도 바닥나 직접 가 예약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 되었다.

결국 이 험준한 산세에서 노숙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던 그때, 이찬의 진짜 찐 마지막 최후의 보루가 발동했다.

우린 잠시 가스페르의 시선으로 옮겨가자.


가스페르는 구석에 이노, 아윤, 풍백과 서로 맞대어 당황하는 이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절한 남자아이는 그의 등에 기대게 했다.

지친 가스페르가 이찬에게 알리고 노숙을 준비하자고 말하려던 순간.


“야아아아아!”


갑자기 이찬이 하늘을 향해 고성방가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아아아! 보고 있는 거 다 알아! 당장 나와!”


드디어 이찬이 미쳤나 싶은 가스페르가 이찬을 말리기 위해 일어나 이찬에게 향했다. 그리곤 그런 이찬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듯 눈을 감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이찬. 우리는 괜찮습니다. 묵을 곳이 없다면 만들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자연이 우리를 도울 겁니다.”


되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가스페르가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이··· ···이찬?”


이찬은 온데간데 사라져 없어졌다.

다급히 가스페르가 고개를 돌려 일행을 바라봤다.


“여러분··· ···? 이찬이 어디로 갔죠?”


허나 모르는 것은 동료들도 마찬가지.

가스페르가 황당한 얼굴로 다시 뒤를 돌아보자.


“가스페르으으.”


이찬이 가스페르의 뒤에 바짝 붙어 거친 숨을 쉬었다.


“이··· ···이찬? 뭡니까? 갑자기 사라져서는··· ···.”


거친 숨을 가쁘게 몰아쉰 후 이찬이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집으로 갑시다!”


황당무계한 발언이었다.

전까지만 해도 숙소를 예약할 돈과 수단마저 잃은 상황에서 절규하던 이찬이 아니었는가?

갑자기 아무 전조도 없이 집을 가자니?

아니. 전조가 없진 않았다.


“그보다, 어디 다녀오신 겁니까? 갑자기 사라져서는.”

“어디긴 어딥니까. 집에 다녀왔지요.”


드디어 이찬이 미쳤다! 싶은 순간이 가스페르에게 다가왔다.


“어린 나이에 벌써 그렇게 되셨습니까. 저흰 괜찮으니 취침 준비를 합시다.”


완전히 자기를 불신하는 눈빛에 이찬이 열불을 토해냈다.


"가스페르! 제 손을 잡으십시오. 빨리!”


이찬의 다급함에 가스페르가 얼렁뚱땅 이찬의 손을 잡자 이찬이 하늘을 보고 읊조렸다.


“우리 집.”


솨악!


갑자기 순간 이동되는 느낌이 들며 가스페르가 헛구역질을 했다.


“아직도 적응이 안되셨습니까?”


가스페르가 고개를 들어 이찬을 보았다.


“여긴 어딥니까?”

“어디긴요.”


이찬이 어딘가로 걸어가 딸깍 스위치를 돌렸다.


화악!


천장에서 밝은 LED 불빛이 비춰왔고, 그곳은 영락없는 이찬의 집이었다.

아윤의 어머니께서 양도해 주신 그 저택 급 되는 주택 말이다.


“어··· ···어떻게?”


가스페르는 이런 토할 것 같은 느낌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행동자의 전유물이라고 불리는 그 ‘눈’.


“설마··· ···.”

“맞을 겁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


공포의 눈은 본디 행성과 행성. 《관념》과 《현실》을 오가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스페르가 가지고 있던 그 상식의 선이 깨져 버린 것이다.

이죽거리는 이찬이 다시 가스페르를 잡고 경주의 산봉우리로 향했다.


“우에엑!”


제대로 깨어나지도 않은 정신이 결국 버티지 못하며 토해냈다.


“짜잔.”


이찬이 행성과 행성을 이동하는 것처럼 모두에게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으라 지시했고, 풍백은 어느때처럼 다시 이찬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우리 집.”


순식간에 서울의 집으로 돌아온 이찬이 뿌듯해했다.

이노를 제한 일행은 모두 구역질을 하느라 바빴지만 이찬은 할 말은 하는 편이었다.


“이제 모두 각자의 내일을 준비해 봅시다.”


***


그로부터 하루 뒤.

이찬이 일상으로 복귀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학교의 뒷산에서 벌어진 전투는 기자와 경찰이 발견하기 전에 이노가 정리를 마쳐 산세가 깎인 것 말고는 유달리 다른 일이 없도록 했고, 경주의 연회장에는 풍백이 전 서류를 모두 가져와 바람을 이용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갈가리 찢어 놓아 후환이 없도록 했다.

문제는 학교였는데.


“야! 이찬 등교했대!”


신들로부터 학생을 비롯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발현했던 격이 이들에게는 기현상으로 보이기에 충분했고, 덕분에 이찬과 아윤은 금세 학교에서 스타에 버금가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아··· ···.”


짧은 탄식을 내뱉은 이찬이 해명의 해명을 거듭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윤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기억 좀 지워 줘어어어억!!”


일사천리로 정신이 없어지는 지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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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영멸의 비애 (2) 24.04.10 18 0 12쪽
121 영멸의 비애 (1) 24.04.07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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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경계 (4) 24.03.29 14 0 11쪽
116 경계 (3) 24.03.27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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