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균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F

완결

정훈한
작품등록일 :
2023.06.02 10:11
최근연재일 :
2024.01.03 18:0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5,138
추천수 :
136
글자수 :
659,494

작성
24.01.03 18:00
조회
27
추천
1
글자
10쪽

#130. 회의 : 에필로그

DUMMY

#130. 회의 : 에필로그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깔린 회의실에는 숨소리와 문서를 넘기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어두 컴컴한, 그 와중에 서로의 얼굴은 간신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조명만 깔린 회의실에는 통제부와 제2 도시의 주요 인사들이 다 모여있었다.


“그래서... 이 보고서에 내용에 따르면, 해밀이라는 제2 도시 중검소의 피시험체가, 다른 보균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하는 건가?”


길게, 그리고 동그랗게 뻗은 회의실 탁자 중앙에 앉은 감염통제부 장관이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내며 그렇게 운을 띄우자 그 앞으로 나란히 앉은 회의 참석자들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몇몇은 마른침을 삼키기도 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사전에 즉시 보고 드린 영상 자료와 복구한 CCTV 화면 등을 가지고 추측해 봤을 때 그 보균자에게는 바이러스를 조종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는 게 저와 여기 박석환 수석의 의견입니다.”


제2 도시 중검소 소장은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최대한 침착하게 장관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의 뒤에 서있는 박석환 수석은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떨구고 서 있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중검소 차관? 자네의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게 가능한 일인가?”


“영상을 저도 봤고... 그리고 보고서 내용도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제 생각엔 제2 중검소장과 박수석이 추측한 것처럼 윌프로텍이라는 회사에서의 화재사고를 계기로 그 보균자가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제부 장관은 중검소 차관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 도시의 중검소를 관리하는 차관의 의견이 그러하다 하니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 흠... 자네 생각은 어떤가 치안 사령관? 영상을 자네도 봤을 것 아닌가?”


“대원들이 특히 특작 대원들이 사용하는 헬멧은 감히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뚫을 수 없는 형태로 제작돼 사용돼 왔습니다. 그 점에 대해선 중검소 차관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러한 헬멧이 바이러스를 방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히 전사한 대원들의 감염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인위적인 무언가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관련해서 계속해서 제 뒤에 있는 제2 도시 치안대 대대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제2 도시 치안대 대대장은 자신이 언급되자 차렷 자세를 더욱더 견고히 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통제부 장관은 심드렁하게 바라보았다.


“거기 대대장. 현재 제2 도시의 현재 격리율은 몇 % 나 되는가?”


“에! 제2 도시 격리율은 95%입니다! 5%의 정부 관련 인사 외에 다른 인원은 절대 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게 조치해오고 있습니다. 전임 대대장을 포함, 지난 10년간 95%를 항상 유지해 왔습니다.”


“95%라...”


통제부 장관은 말끝을 흐리며 고뇌에 잠긴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초기 3 도시 중 하나인 제2 도시에서 95%라는 수치는 결코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95%도 모자라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시장님은 생각이 어떻습니까? 95%면 충분할까요?”


장관이 바로 옆에 앉아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시장에게 묻자, 제2 도시 시장은 손수건으로 자신의 목 주위를 닦으며 천천히 자신의 의견을 꺼냈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하다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좀 더 견고히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장의 말에 장관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2 도시 시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어떻게든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시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었지만, 사실 자신은 그저 ‘책임’만 떠안는 역할이었다. 문제가 터지면, 문제를 수습하고, 수습이 안되면 그저 모든 게 자신 앞으로 떨어지는 그런 시한폭탄 같은 자리였다.


“소문에 의하면 제2 도시의 격리구역에서 이미 탈주자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고 하던데, 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이 없네요. 시장님은 혹시 아시는 것 있습니까?”


“아아 그게...”


시장은 난처한 듯 미소 지으며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제2 중검소장과 그 뒤에 서있는 박석환 수석, 그리고 그 옆에 서있는 제2 도시 치안대 대대장을 힐끗 바라보았다. 모두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그의 시선이 닿기 전에 고개를 조금씩 비틀어 그를 피했다.


‘개XX들...’


시장은 속으로 그런 그들에게 욕을 한 뒤, 목을 가다듬고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통제부 장관에게 말했다.


“일부 탈주자가 발생했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저기 있는 제2 도시 치안 대대장과 경찰의 합동으로 대부분 다시 잡아들였습니다. 그 이후로 격리구역 근방의 보안 수준을 상향하고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라... 허허... 그럼 시장님 고민이 많으시겠습니다.”


통제부 장관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시장은 그냥 미소를 유지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시장의 머릿속에는 그저 이 회의를 무사히 빠져나가자는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자... 여러분, 바쁘신 중에 제가 모두 직접 뵙자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것이 단지 제2 도시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제부 장관은 주머니에서 굵직한 담배를 꺼내 들고는 불을 붙이며 말했다.


“초기 3 도시 중 가장 감염이 창궐했던 제2 도시를 봉쇄하고 격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건 모두가 잘 아시는 사실이지요? 그런데 거기가 지금 뚫리고 있다는 겁니다. 국가에서 오랜 시간 공들여 틀어막은 곳이 그 안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지는 거지요.”


장관의 말에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 해밀이라고 하는 이 특이한 보균자는 소재 파악도 안 되고 있는 실정인데... 지금 이 녀석을 잡지 못하면 내부에서 무너지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여기 보고서의 내용과 같이 이 보균자는 주변의 다른 멀쩡한 보균자들도 극단적으로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요. 지금 우리가 아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우리가 모르는 사건 사고들까지 하면 더 많겠죠.”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소각장 사건 이후 치안대와 경찰, 그 누구도 해밀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그의 모습은 소각장을 빠져나오는 그와 그를 추종하듯 따라다니던 여러 보균자들 뿐이었다.


“따라서 이렇게 제안합니다. 제2 도시 격리율 100%로 상향, 제2 도시 내 바이러스 관련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 최소화, 보균자 공공시설 인력 배치 최소화, 보균자의 이동권 등에 대한 박탈을 시작으로, 정지된 도시에서 해당 보균자와 그의 세력을 먼저 찾아서 제거하는 겁니다.”


“아... 하지만 장관님 격리율을 100%까지 올리면 정부 관련 인사들도 도시를 떠날 수가...”


시장이 난감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장관에게 말하자, 장관은 눈을 번뜩이며 그런 그를 노려보았다.


“혹시 어디 여행이라도 가실 계획이 있으셨습니까 시장님?”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시장은 장관의 말에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장관은 그런 그를 한 동안 노려보다가 계속해서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도시 전체를 100%로 격리해도 행정업무에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통신체계는 항상 유지되니까요. 아무튼, 보균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시민들이 우리에게 협조할 수 있게끔 언론사에도 공문을 보낼 생각입니다. 제2 도시의 보균자 전체를 공공 안전의 위험요소로 인식하게끔 만들어서 시민들과 함께 최대한 빨리 해당 보균자를 찾고. 녀석을 확보하면 그다음에 하나씩 다시 정상화시키도록 하죠.”


장관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마치 짠 것처럼 “예.”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각자 마음속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감히 그 누구도 통제부 장관에게 직접 그런 것을 드러낼 용기는 없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끄자 치안대 사령관과 통제부 차관이 그를 뒤따랐고, 나머지 제2 도시의 참석자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그들을 배웅했다. 그들이 떠난 회의실에는 한숨소리가 짙게 깔렸다.


“도시를 정지시키면서 까지 그 녀석을 찾는 다라...”


제2 중검소장이 실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맞은편에 있던 시장은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허공에다 대고 중얼거렸다.


“어차피 시민들 욕 받이는 따로 있으니까, 그래도 상관없다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대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머릿속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려 했다. 하지만 도저히 무엇 하나 뚜렷하게 그려지지가 않았다. 그의 경력에 있어 최대 난제에 부딪힌 듯한 기분이었다.


“대대장님은 어떻게 봅니까 이 상황을? 가능할 거라고 봅니까?”


시장이 그런 그에게 묻자, 대대장은 마른침을 삼킨 뒤 방안에 흩날리는 뿌연 담배연기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아주 많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2024.09월부터 '보균자 : 에필로그' 라는 제목으로 에필로그 겸 후속작을 천천히(약 주 2회)연재하고 있습니다.

혹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시간 여유 있으실 때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보균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그동안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4.01.04 16 0 -
» #130. 회의 : 에필로그 24.01.03 28 1 10쪽
129 #129. 지옥 Ⅱ 24.01.02 22 1 18쪽
128 #128. 지옥 Ⅰ 23.12.29 17 1 12쪽
127 #127. 터널 Ⅱ 23.12.28 24 1 12쪽
126 #126. 터널 Ⅰ 23.12.27 21 1 12쪽
125 #125. 시험대 Ⅱ 23.12.26 20 1 12쪽
124 #124. 시험대 Ⅰ 23.12.22 20 1 12쪽
123 #123. 낯익은 기억 Ⅲ 23.12.21 19 1 12쪽
122 #122. 낯익은 기억 Ⅱ 23.12.20 18 1 12쪽
121 #121. 낯익은 기억 Ⅰ 23.12.19 16 1 12쪽
120 #120. 마지막 탈출로 Ⅲ 23.12.15 20 1 12쪽
119 #119. 마지막 탈출로 Ⅱ 23.12.14 17 1 12쪽
118 #118. 마지막 탈출로 Ⅰ 23.12.13 15 1 13쪽
117 #117. 돌멩이 23.12.12 20 1 12쪽
116 #116. 계획 Ⅲ 23.12.08 25 1 12쪽
115 #115. 계획 Ⅱ 23.12.07 18 1 12쪽
114 #114. 계획 Ⅰ 23.12.06 19 1 12쪽
113 #113. 운동장 Ⅲ 23.12.05 19 1 12쪽
112 #112. 운동장 Ⅱ 23.12.01 22 1 12쪽
111 #111. 운동장 Ⅰ 23.11.30 20 1 12쪽
110 #110. 푸른 가운 Ⅲ 23.11.29 19 1 12쪽
109 #109. 푸른 가운 Ⅱ 23.11.28 17 1 12쪽
108 #108. 푸른 가운 Ⅰ 23.11.24 18 1 12쪽
107 #107. 재회 Ⅲ 23.11.23 16 1 12쪽
106 #106. 재회 Ⅱ 23.11.22 18 1 12쪽
105 #105. 재회 Ⅰ 23.11.21 17 1 12쪽
104 #104. 낯선 실험실 Ⅲ 23.11.17 20 1 12쪽
103 #103. 낯선 실험실 Ⅱ 23.11.16 17 1 12쪽
102 #102. 낯선 실험실 Ⅰ 23.11.15 20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