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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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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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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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DUMMY

“예, 애들을 파양호 근처에서 보았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에 두 대인이 마차를 타고 찾으러 갔데요. 내일쯤이면 애들과 함께 돌아올 테니 걱정 말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천만 다행이오. 그러나 날이 밝는 대로 표국에 가서 말을 빌려 타고 내가 직접 가야겠소.”


동송신은 두 눈을 감고 침중한 안색으로 앉아 있었다.


장중표는 자기가 없는 동안 아내 혼자서 얼마나 애를 태우고 고생을 했을까 생각하니 안쓰러워 한동안 껴안고 석상처럼 서있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아내의 몸이 매우 마르고 뼈만 남은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장중표는 용호표국으로 갔다.


용호표국의 대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그동안 손을 보지 않아 칠도 군데군데 벗겨지고 판자가 떨어져나간 곳도 있어서 사람이 살지 않는 곳 같았다.


기세 좋게 펄럭이던 용호표국의 깃발도 그 빛을 잃고 쓸쓸하게 늘어져 있었다.


좌우에 자리 잡은 용과 호랑이 조각상 또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채 먼지만 잔뜩 뒤집어쓰고 있어서 옛날의 위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과 반년사이에 흉물스럽게 변한 용호표국의 대문 앞에서 지난날 번성했던 광경을 떠올리니 영욕(榮辱 영예와 치욕 )이 교차해서 자신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솟았다.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서글픔에 젖어있던 장중표는 대문을 두드렸다. 한참을 두드리자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른 아침부터 누구요?”


대문이 힘겹게 조금 열리더니 그 사이로 늙은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용호표국에서 잡일을 보던 왕삼이란 노인이었다. 왕삼은 장중표를 보고 놀라 부르짖었다.


“아니, 장표사가 아니오? 아이구, 살아 있었구려! 자, 자, 어서 들어오시오.”


“왕삼, 그동안 안녕하셨소? 총표두께선......”


“다행히 요 근래 많이 좋아지셔서 거동은 하십니다.”


왕삼은 반가워서 장중표의 손을 잡고 놓을 줄 몰랐다. 장중표도 반가워 왕삼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장중표는 아내한테 용호표국에서 일어난 일을 들었기에 총표두 하일웅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왕삼의 안내로 안채로 들어간 장중표는 하일웅의 방문 앞에서 인사를 했다.


“총표두님, 건강은 어떠십니까. 제가 왔습니다.”


장중표의 목소리를 들은 하일웅이 방문을 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자네가 맞는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장중표가 큰 절을 하자 하일웅이 어깨를 잡아 일으키며 눈물을 흘렸다.


하일웅은 그동안 장중표를 막내 동생처럼 아껴주었다. 죽었다고 생각한 장중표가 살아 돌아오자 기뻐서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일웅은 기적적으로 몸이 회복되어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밖에까지 나가지 못하고 겨우 방안에서만 움직일 뿐이었다.


장중표는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말해주었다. 동송신이 자신을 구해주고 무공도 가르쳐주었다고 얘기했지만 보물에 관해선 일체 말을 하지 않았다.


같이 갔던 육백이 서천문의 제자들에게 살해당했다고 얘기하자 하일웅은 치를 떨며 분개하였다.


“그놈 구백청이 자네들이 물건을 잘 전해주고 표국으로 떠났다고 해서 난 철썩 같이 믿었다네.


단지 자네들이 돌아오는 도중 험한 꼴을 당한 게 아닌가하고 생각했지, 하여간 이제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우리 함께 표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세.”

“네, 명심하겠습니다.”


장중표는 집안의 사정을 말하고 우선 애들을 찾으러가야 하니 말을 한 필 빌려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하일웅이 장중표의 손을 잡고 사과하였다.


“미안하네, 아무리 내가 누워있었어도 자네 집안을 챙겨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서 자네 얼굴을 볼 면목이 없네......”


“아닙니다. 사경을 헤매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이렇게 회복되셔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이해해주니 정말 고맙네. 우리들 애긴 다음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자네 애들을 찾는 게 급하니 서두르게.”


하일웅은 왕삼에게 분부하였다.


“마구간에 말이 몇 필이나 있는지 모르지만 제일 좋은 놈으로 준비해주게. 그리고 여비도 내주게.”


장중표는 한시가 급하였기에 하일웅에게 인사를 하고 얼른 나와 말을 타고 파양호로 향했다. 애들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마음을 안정시킬 수가 없었다.


최대한의 속력으로 말을 몰아 파양호로 향하는 장중표는 애들의 모습이 눈에 밟혀 다른 건 일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급한 마음에 점심도 만두로 때우고, 쉬지 않고 달려서 파양호에 거의 당도했을 무렵엔 사람도 말도 모두 지쳤다. 말은 입에서 허연 김을 내뿜으며 헐떡거렸고 속도도 느려졌다.


말이 쓰러지기 직전이라 할 수없이 길가에 세웠다. 안장에 매달린 물통을 꺼내 한 모금 마신 후 말에게도 먹였다.


장중표는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갈기를 쓰다듬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때 멀리서 마차가 달려오고 있었는데 마부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이제 전보다 무공이 비약적으로 늘어 장중표의 시력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기에 마부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평소에 알고지내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망나니로 소문난 개코 팽염이 분명하였다.


두풍만과 같이 애들을 찾으러 갔다는 말을 들은 장중표는 반가워서 말을 끌고 마차의 앞길을 막았다.


개코 팽염은 웬 사내가 난데없이 길을 막자 말을 세우며 대뜸 신경질을 부렸다.


“비켜라.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느냐!”


그러자 장중표가 웃으며 대답했다.


“수고가 많소, 난 장중표라는 사람이요. 우리 애들을 찾으러 갔다고 들었는데 애들이 마차 안에 있소?”


말을 마친 장중표는 웃으면서 마차의 휘장을 들추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팽염은 장중표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까무러칠 듯이 놀라 얼굴색이 하얗게 변해 어찌할 줄을 몰라 부들부들 떨었다.


마차 안에 있던 두풍만도 마차가 갑자기 서자 웬일인가하고 내다보다가 ‘장중표’라는 이름이 들리자 자라가 머리를 집어넣듯 잽싸게 휘장을 내리고 몸을 숨겼다.


장중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전씨를 농락하려 한 것인데 버젓이 나타나 눈앞에 있으니 귀신을 본 듯 기절초풍했다.


게다가 애들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판이라 죄지은 놈이 제발 저리다고 안절부절 어쩔 줄 몰랐다.


전씨가 자초지종을 다 말해 자신들을 찾아왔다고 생각한 두풍만은 지레 겁을 먹고, 뚱뚱한 몸뚱이를 사시나무 떨 듯 발발 떨었다.


얼마나 혼이 뻐졌는지 이빨도 제대로 다물 수 없어 입에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팽염은 애들을 꾀어 파양호에 있는 창고에 가두어놓았는데 애들이 도망쳐서 간곳을 알 길이 없으니 장중표가 알면 목숨이 제대로 붙어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난국을 피해야 했는데 좀처럼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색이 되어 달달 떨고 있던 팽염이 용기를 내어 마차에서 내리더니 장중표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였다.


“자 장대협, 무 무사하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댁으로 가는 중이었습죠. 애들을 봤다는 제보가 있어 어제부터 찾아봤는데 찾을 길이 없어 실망을 하고 돌아가는 중입죠.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아, 애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을까.”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팽염의 말을 듣자 장중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팽염의 얼굴을 보니 잔뜩 굳은 표정으로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애들도 아닌데 이 먼 곳까지 찾으러 와서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고마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장중표는 팽염의 두 손을 잡고 말했다.


“팽 형,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마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군요, 애들을 찾은 후 반드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장중표는 팽염에게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하고 마차의 문을 열었다.


안에서 떨고 있던 두풍만은 장중표가 아직 내막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장중표가 마차 안에서 잔뜩 긴장해 있는 두풍만을 보고 말했다.


“두 대인, 바쁘신데 애들을 위해 수고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찾을 테니 돌아가 쉬십시오. 나중에 찾아뵙고 인사를 따로 드리겠습니다.”


“아니, 뭐 뭘......”


두풍만은 우선 살았다싶어 얼굴을 펴고 얼버무렸다. 장중표는 마차의 문을 닫고 팽염을 향해 말했다.


“애들을 봤다고 제보한 사람을 알려주십시오. 자세한 걸 물어보고 애들을 찾아야겠습니다.”


팽염은 입장이 아주 난처했다. 제보한 사람을 대지 않으면 자신을 의심할 수 있었고, 만약 친구인 모유건을 알려준다면 장중표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


팽염은 만약 일이 잘못되어 자신이 한 짓이 드러나기 전에 두만풍에게 한밑천 뜯어내서 타향으로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하고 모유건이 있는 창고를 알려주었다.


장중표는 파양호를 향해 말을 달렸다. 급하게 달려가는 장중표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팽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마차를 몰았다.


두풍만은 지옥에서 빠져나온 것 같아 길게 숨을 내쉬며 잔뜩 찌푸렸던 안색을 폈다.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말을 몰던 팽염이 돌아보며 말했다.


“두 대인, 일단 위험은 모면했지만 아무래도 몸을 숨겨야 되겠습니다. 장중표가 그간의 사정을 알면 우리 둘 모두 죽은 목숨이겠죠?


대인께선 모든 걸 나한테 미루고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십시오, 제가 다 책임을 지겠습니다요.”


“어흠, 자네가 의리를 지켜준다면 내가 보답을 하지.”


“돌아가는 즉시 보따리를 싸서 타향으로 떠날 테니 안심하십시오. 그러려면 돈이 좀 필요한데....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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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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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2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1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7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4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5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9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3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50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5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3 10 10쪽
»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2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3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4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9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8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9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4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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