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331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7.07 17:17
조회
576
추천
10
글자
10쪽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DUMMY

그리고 ‘동’자로부터 오른쪽으로 한 자 정도 떨어진 곳에 ‘비(秘’)자인지 ‘추(秋)’자인지 확실치 않은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두성이는 다시 지팡이로 글자 주위의 이끼를 조심스럽게 거둬내었다. ‘동’자와 마찬가지로 사각의 선 안에 ‘비’라는글자가 들어가 있었다.


이제 두 글자를 연결해보면 ‘비’자와 ‘추’자 중에서 어느 것이 맞는지 대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두성이는 두 글자를 연결해 소리 내어 읽었다.


“비동, 추동! 비동, 추동! 비동은 비밀의 동굴이고, 추동은 가을동굴이란 뜻이니, 아무래도 비밀의 동굴인 비동(秘洞)이 맞을 거야.”


두성이는 자신의 명석한 추리에 의기양양해서 지팡이를 들고 글자 하나하나를 짚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비! 동!”


글자를 외칠 때 신이 난 두성이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기에 두 글자가 한 치정도 암석 속으로 들어간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르르르릉!”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발밑에서 들려오며 한쪽 벽이 서서히 벌어졌다. 벌어진 틈으로부터 빛이 쏟아져 나오며 깜깜한 동굴 속을 훤하게 비췄다.


막혔던 벽에 어른 한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문이 생긴 것이다.


“어떻게 이, 이런 일이.....”


너무나도 신기한 사태에 어안이 벙벙해서 두성이는 벌어진 입에서 침이 떨어져도 다물 줄을 몰랐다.


흔한 얘기처럼 이런 비밀의 동굴에는 분명히 전대 고수의 유체와 천하를 오시(傲視)할만한 절세의 무공비급과 나라를 사고도 남을 금은보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으면서 주먹으로 입가를 쓱 훔치고는 용기를 내서 문 안으로 들어갔다.


두성이가 들어가자, 다시 우르르릉! 소리가 나며 문이 닫히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들어왔던 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들어오는 문이 있으면 반드시 나가는 문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두성이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동굴 천장은 그다지 높지 않았고 사방 벽에는 군데군데 야명주가 달려있어서 굴속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지금 서있는 곳에서 두세 걸음 앞에는 댓 자 아래로 직경이 삼 장 정도 넓이의 검은색 바닥에 일장 간격으로 둥그런 바위가 놓여있었다..


갑자기 비릿한 냄새가 풍겨오더니 검은색 바닥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래서 자세히 쳐다보니 그것들은 검은색의 독사였다.


놓여있는 두 개의 바위를 제외하고는 온통 검은 독사떼가 바닥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고 있었다.


징그럽고 오싹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맞은편 벽엔 작은 동굴이 보였는데 놓여있는 바위를 밟고 건너야 맞은편의 동굴로 들어갈 수 있었다.


두성이는 얼른 망태 속에서 울금과 당귀를 꺼내 손으로 쥐어짜서 손과 옷에 묻히고 발로 짓이겨 신발에 잔뜩 묻혔다.


울금과 당귀의 향을 뱀이 싫어한다는 것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즙을 짜낸 울금과 당귀를 첫 번째 바위 앞에 던졌다. 그러자 독사들이 당귀를 피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여기서 바위까지의 거리는 일 장, 무공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두성이에겐 벅찬 거리다.


있는 힘껏 뛰어 바위 위에 내려서야 했다.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간 독사들 위로 떨어져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것이다.


두려움에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그러나 뒤로는 도망칠 곳도 없었다. 오직 앞으로 가야만 그나마 살 수 있는 불확실한 희망이 보였다.


두성이는 그동안 호흡법과 보법을 꾸준히 연습하면서 체력을 키워왔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마음을 굳게 다잡으면서 몸을 날렸다.


바위에 가까워지자 쪼그려 앉으며 바위를 꽉 잡았으나 날아오던 힘에 의해 바위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이대로 바위와 함께 앞으로 구르면 독사들에게 물어뜯길 게 분명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다행이도 바위는 앞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뒤로 움직이며 앞뒤로 흔들거렸다.


밑에 있던 독사들이 바위에 눌려 배가 터지자 비릿한 냄새가 진하게 풍겨와 머리가 지끈거렸다.


배가 터져 죽은 독사의 살점을 물어뜯으러 해골바가지를 덮고 있던 독사들이 움직이자 그 자리에 백골이 된 시체들이 서너 구 드러났다.


검은 독사떼를 보지 못하고 땅바닥에 무작정 뛰어내린 사람들이 독사에 물리고 뜯겨 뼈만 남은 모양이다. 두성이는 그 참혹한 광경에 몸서리쳤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이번에는 발을 벌리고 서서, 발에 힘을 싣고 움찍거려 바위가 앞뒤로 움직이는 힘을 이용해서 앞의 바위로 뛰었다.


두성이가 두 개의 바위를 밟고 맞은편 동굴에 도달했을 땐, 온몸이 땀에 젖었고 살았다는 안도감에 진이 빠져나가서 바닥에 쓰러진 채 손끝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참을 누워있던 두성이가 천천히 일어나 마음을 다잡고 다시 앞으로 걸었다.


걷다보니 앞에 머리가 허연 노인이 쓰러져있었다. 두성이가 다가가자 노인이 힘겹게 눈을 떴다.


“물, 물을...!”


두성이는 노인을 부축해 앉히며 물주머니를 입에 대주었다.


“할아버지, 물은 많으니 천천히 잡수세요.”


물을 꿀꺽꿀꺽 단숨에 마신 노인은 숨을 크게 내쉬더니 간신히 말했다.


“한동안 굶어서..., 말할 힘도 없어..., 먹을 거 있으면...”


노인의 볼은 홀쭉해서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광대뼈가 튀어나왔고 눈은 움푹 꺼졌으며 손목은 가늘어 뼈만 남은 것 같았다. 굶은 지가 꽤나 오래되었나보다.


두성이는 망태 속에서 육포와 마른 빵을 꺼내 공손하게 바쳤다. 그러자 노인은 신경질을 부렸다.


“아니..., 이 딱딱한 음식을..., 이빨도 성치 않은 나보고..., 먹으라는 겐가?”

“할아버지, 죄송해요. 갖은 게 그것뿐이라...”

“그 그렇다면..., 할 수 없이 먹어줘야지...”


괜한 투정을 부린 노인은 무척이나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빵과 육포를 먹었다. 걸신이 들린 사람 같았다.


이빨이 성치 않다던 노인은 딱딱한 빵을 덥석 베어 물고, 질긴 육포를 거침없이 앞니로 물어뜯었다. 이는 가지런했고 노인네치고는 무척이나 이가 단단해보였다.


“아, 이제 살 거 같아. 네가 안 왔으면 난 굶어죽었을 거야, 근데 넌 여기가 어딘지 아냐?”


“전연 모르겠어요. 이대로 굴을 따라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나요?”


“들어왔으니 나가는 길도 있겠지..., 근데 난 다리를 삐어 걸을 수가 없는데 설마 날 놔두고 혼자가진 않겠지?”


“할아버지, 제가 모시고 갈게요. 일어설 수는 있죠?”


노인은 팔에 힘을 주어 일어서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이고, 양쪽 발을 다 삐었는지 일어설 수도 없네.”


“할아버지 저한테 업히세요, 이곳을 빠져나갈 때까지 제가 업어드릴 게요.”


두성이는 망태를 앞으로 메고 할아버지를 업었다.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두성이가 싫은 내색 없이 걸어가자 노인은 혼자 중얼거리더니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두성이는 혹시라도 노인이 깰까 봐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걸었다.


한참을 걸었더니 조금 트인 공간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시체가 보였다. 시체는 모두 썩지 않고 목내이처럼 비쩍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가슴부위와 배에 검이 깊이 박혀있었다. 등에 검이 박힌 시체와 팔다리가 떨어져나간 시체들이 얽혀있었다.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서로 싸움을 하다 죽은 것 같았다.


“할아버지,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죠?”


두성이는 근처의 바위에 노인을 조심스럽게 앉혔다.


“아! 정말 오랜만에 잘 잤다. 무겁진 않았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노인이 눈앞의 시체를 보고 놀라지도 않았다.


“저 시체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내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있었어. 아마도 서로 보물을 차지하려고 싸우다 양패구상 했겠지.”

“네? 그럼, 이곳에 진귀한 보물이 있나요?”

“넌 그런 것도 모르고 이곳에 들어온 거냐?”

“네, 전 뭣도 모르고 우연히 들어오게 됐어요.”

“허어,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나.”


노인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두성이를 찬찬히 뜯어보다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두성이의 손목을 잡았다.


두성이가 깜작 놀라 두 눈을 크게 떴지만 노인은 두 눈을 감고 아무 말이 없었다.


맥을 짚고 있던 노인은 두성이의 단전이 느껴졌지만 대수롭지 않았기에 아직 무공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어린애가 지도도 없이 혼자 이곳 비동에 들어온 것이 기적이라면 기적이었다.


“네 이름은?”

“ 말 두(斗)자에 별 성(星)자, 두성이에요.”

“난 천면노인(千面老人) 요오성이라 하지. 흔히 ”천면노“라고 부른단다. 너한테 신세를 졌으니 이곳에 대해 알려주마.”


천면노인 요오성은 현재 무림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무림십대고수에 속했다. 더구나 때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그의 변환술을 쫓아올 사람이 없었다.


천면노는 정파와 사파,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맞는 사람들만 사귀었다.


성격이 대쪽 같아서 은혜를 입으면 두 배로 갚고, 해를 입으면 네 배로 보복해서 항간에서는 그를 ‘둘넷괴인’이라고 불렀다.


천면노는 이곳 비동과 그간의 일을 두성이에게 자세히 알려주었다.


******


이곳 비동은 오백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뒤집어놓았던 전설적인 의적, 빈손으론 절대로 가지 않는다는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이 보물을 숨겨둔 곳이었다.


그는 사리사욕을 위해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오직 헐벗고 굶주리는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탐관오리나, 부정으로 재산을 긁어모은 부자들의 창고만 털었다.


민생이 도탄에 빠졌는데도 황제가 음주가무와 주색잡기에 빠져 있을 때는, 심지어 황궁의 보물도 서슴지 않고 털어 굶는 백성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룡검 시간을 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90 8 12쪽
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49 제49화, 방귀 뽕! 왕王자 23.07.18 521 7 11쪽
48 제48화, 왕파리 23.07.17 522 9 10쪽
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6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2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1 8 10쪽
»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7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3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5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9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3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50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5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3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2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3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4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9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8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9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4 1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