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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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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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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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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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실마리

DUMMY

“자, 우선 목 좀 축이고 자초지종을 들어봅시다.”


장중표는 서천문과 동송신에 관한 얘기는 빼고 간략하게 말해 주었다. 경험이 많은 혜 포두는 손가락으로 상을 톡톡 두드리며 얘기를 듣고는 씨익 웃었다.


“우선 그 창고로 가서, 그곳에서부터 시작합시다.”


파양현의 상요는 파양호에서 흐르는 강물이 지나가는 곳이었다. 따라서 이곳 부두에는 창고가 많았다.


동쪽에서 경덕진을 거쳐 수많은 화물이 이곳으로 몰려들었고, 싣고 온 화물을 동쪽이나 남쪽으로 운반했다.


혜 포두와 장중표는 다시 창고지기 모유건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애들이 이곳을 떠났을 때 비가 내렸다고 한다면, 애들은 멀리 가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비를 피했을 것입니다. 앞의 대로는 경덕진으로 향하니 일단 그쪽으로 가봅시다.”


장중표는 혜 포두와 함께 눈앞의 길게 뻗어있는 대로를 걸었다. 혜 포두는 연신 주위를 둘러보며 걷다가 멀리 있는 관제묘를 발견했다.


“애들이 비를 피하려면 저 관제묘가 유일하니 일단 가봅시다.”


관제묘에는 아무도 없었다. 혜 포두는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며 찾고 있었다. 장중표도 구석구석을 살피며 애들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아! 저건.....”


장중표가 관우상이 있는 제단 구석으로 뛰어갔다. 헝클어져 있는 눅눅한 짚 사이에 조그만 머리핀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 옆머리에 꽂는, 노란 해바라기 머리핀은 장중표가 사다준 것이었다.


머리핀을 손에든 장중표는 머리핀을 꽂고 깡충깡충 뛰며 좋아하던 취영이의 모습이 눈에 밟혀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멍하니 서 있던 장중표는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깊게 패인 마차바퀴 흔적을 살펴보는 혜 포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중요한 단서라도 발견했습니까?”

“뭐라 단정 짓기는 그렇지만 이곳에 마차가 왔다간 모양이요. 다행히 이곳은 발길이 드믄 곳이라 흔적이 지워지진 않았소.”


말을 마친 혜 포두는 관제묘 주위를 둘러보다가 멀리 떨어진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말씀 좀 물읍시다. 혹시 근래 관제묘에 온 마차를 본 사람은 없소?”


중년의 농부가 허리를 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 적이 있지요, 저 관제묘엔 지나가던 거지나 부랑자들이 찾아와 밤을 지내는 곳인데, 호화로운 마차가 서 있길래, 웬일인가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지요. 그래서 기억이 납니다.”


“혹시 그들을 기억하십니까?”

“멀어서 얼굴은 잘 안보였지만, 두 여인과 아주 조그만 어린애가 있었죠.”

“혹시 어느 쪽으로 갔는지 보셨습니까?”

“관제묘를 나와 경덕진 쪽으로 향했습니다.”


호화로운 마차와 여인이라, 혜 포두의 머릿속에 번갯불 같은 섬광이 번쩍였다가 사라졌다.


혹시 베일에 가려져 있는 대 도둑이 아닐까? 그들이 나타난 시기와 비슷했다. 그런데 어린애가 있었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러나 혜 포두의 직감은 그들을 쫓아가라고 충동하고 있었다.


“장 형, 서두릅시다.”


혜 포두가 급히 신형을 날리는데 앞에서 붉은말을 탄 임설매가 관제묘로 오다가 장중표 앞에서 멈췄다.


“실례지만 잠시 시간이 있습니까.”


장중표는 깜짝 놀랐다. 임설매가 자신과 동중신의 관계를 알고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중표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앞서던 혜 포두가 뒤를 돌아보았다.


“장형, 급해서 먼저 가니 경덕진에서 만납시다.”


혜 포두는 바람처럼 달려갔다.


장중표는 임설매의 실력을 알기에 이곳을 빠져나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침중한 안색으로 임설매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신지.....”


말에서 내린 임설매가 포권을 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앞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설매의 표정에 적의는 없었다. 임설매는 도망치면서도 사람들 뒤에 서 있는 장중표를 기억하고 찾아온 것이다.


“놈들이 파렴치하게 한 여인을 공격하기에 참지 못하고..., 참, 그때 듣기론 동송신이란 사람을 찾으시던데 찾으셨습니까?”


“그놈들 소굴엔 없는 게 분명합니다. 사기꾼 같은 구백청에게 속은 거지요.”

“서천문의 문주 구백청을 만났습니까?”


“대협은 구백청을 아시는 군요?”

“악랄한 그놈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이가 갈립니다. 그놈 덕에 감옥에서 몇 개월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서천문의 감옥에 있었다고요?” 호 혹시 다른 사람도 있었나요?“

“네, 갇혀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장중표의 말을 들은 임설매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아! 당장이라도 쳐들어가 구하고 싶은데 혼자선 엄두가 나지 않으니 어쩐담.”


(무정나찰 임설매가 동송신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구한다? 장무위가 동송신에게 공격을 받아 죽었는데, 남편의 원수를 구해준다니....?)


장중표로선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나 동송신을 구해주고 그 대가로 장진도를 노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음흉하고 악랄한 구백청이 가둔 걸 보니 그 동송신이란 사람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군요?”


장중표의 말에 임설매는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처참한 몰골로 집에 돌아왔을 때, 동송신을 만난다면 살을 한 점 한 점 발라 포를 떠도 피맺힌 원한이 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남편이 죽으면서 자신이 한순간, 보물에 눈이 멀어 진정한 충신을 죽일 뻔했다며 진심으로 후회하고 뉘우쳤습니다.


마지막 유언으로 동송신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용서받지 못할 죄를 대신 빌어달라고 했지요.


나는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동송신을 구해서 그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옆에서 보살펴드릴 작정입니다.“


임설매는 눈물 젖은 눈을 들어 먼 허공을 보고 있었는데, 그 표정은 진솔했고 전연 가식적이지 않았다.


임설매는 자신을 도와준 장중표에게 가슴에 맺혀있던 말을 쏟아내니 마음이 후련해진 것 같았다.


장중표는 머리를 긁으면서 임설매를 보았다.


“임 여협님, 사실 전 동송신을 잘 압니다. 임 여협님이 동송신을 해칠까봐 모른척했던 것 죄송합니다.”

“동송신은? 아직도 감옥에?”

“지금 저의 집에 계신데 제가 의부로 모시고 있습니다.”


장중표는 지난 일을 간략하게 말해줬다. 임설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동송신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죄송합니다. 전 지금 잃어버린 두 애들을 찾아야 합니다. 애들을 찾은 다음 임 여협님을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나도 한 팔이 되어드릴 테니 빨리 떠납시다.”


임설매가 도와준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 두 사람은 혜 포두를 쫓아 경덕진으로 말을 몰았다.


*******


두성이는 모지리의 비호 아래 거지로서의 생활이 점점 익숙해졌다. 애들도 이제는 배운 것도 많고 똑똑한 두성이를 믿고 따랐다.


저녁때가 되자 흩어졌던 거지새끼들이 자신들의 수확물을 앞에 내놓았다.


구걸해서 모은 동전 다섯 닢, 슬쩍 훔친 술병, 생선가게에 버린 생선의 머리와 내장, 살이 조금 붙어 있는 돼지 족발, 불어터진 국수, 먹다 남은 찬밥과 소채 등등 오늘은 수입이 짭짤했다.


두성이가 온 뒤로 애들이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모지리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하하하! 너희들 모두 수고했다. 그럼 맛있는 요리시간이다.”


취사담당인 노삼이 커다란 가마솥에 얻어온 음식을 모두 쏟아

붓고 맛있는 잡탕찌게를 끓였다.


부글부글 끓는 잡탕찌게의 냄새가 구수했다.


먼저 모지리가 솥에 둥둥 떠서 맛있게 보이는 생선 내장을 얼른 입에 넣고 씹으며 훔쳐온 술을 따라 한 잔 쭉 들이켰다.


“캬아, 쥑인다!!!”


모지리가 흐믓한 표정으로 맛을 음미하고 있자, 애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모지리가 먹으라는 말이 떨어지기만을 목을 길게 빼고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었다.


솥을 가운데 둔 거지들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숟가락을 앞에 세우고 전투태세에 돌입하고 있었다.


일각이 여삼추라! 드디어 모지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 어..., 엌!”


입은 크게 벌렸으나 말은 나오지 않았고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더니 앞으로 푹 쓰러졌다. 생각지도 못한 날벼락이었다.


두성이가 달려가 살펴보니 배를 꽉 부여잡은 모지리의 안색은 시퍼렇게 죽을상이었다.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빨리 의원을 불러야 돼!”


두성이가 다리위로 뛰어올라가며 큰소리로 외쳤다.


“사람 살려요! 살려주세요!”


뒤따라오던 거지들도 모두 입을 모아 살려 살라고 외쳤다. 다리 위를 지나가던 행인들도 모두 발길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거지새끼들을 쳐다봤다.


그러나 누구하나 거지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놈들 왜저래?”

“거지새끼들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

"골치아픈 일엔 끼지 말어."

“괜히 이 옮을라, 냅둬!”


거지새끼들의 절규에도 행인들은 침을 퉤! 뱉으며 발길을 돌렸는데 봇짐을 멘 사람이 두성이에게 다가갔다.


“얘야, 무슨 일이니?”

“우리 두목이 찌개를 먹다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구해주세요.”


그 사람은 두성이의 뒤를 따라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거지들은 놀래서 모지리 옆에서 울고불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작가의말

조회수가 3,000을 넘어서 자축하며 

(천 리 길도 삼천 보부터?)

한 편을 더 올립니다.

애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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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90 8 12쪽
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49 제49화, 방귀 뽕! 왕王자 23.07.18 521 7 11쪽
48 제48화, 왕파리 23.07.17 521 9 10쪽
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6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2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1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3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5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9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3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9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5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2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2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9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8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9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3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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