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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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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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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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30화, 귀환

DUMMY

두성이가 얼핏 마차를 보니 마차 안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부인이 예쁜 비단옷을 입은 어린애를 안고 있었다. 그 애를 보자 동생 얼굴이 떠올랐다.


(저 애는 복이 많아 비단옷을 입고 저렇게 호화로운 마차를 타고 다니는데 내 동생은 지금 관제묘로 돌아왔을까?)


두성이가 잠시 동생을 생각하는 사이에 마차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쏜살같이 지나갔다.


마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두성이는 순간적으로 예쁜 비단옷을 입은 여자애의 얼굴이 어쩐지 낯이 익은 것처럼 느껴졌다.


동생 취영이를 닮은 것도 같아 물끄러미 멀어져가는 마차를 보고 있는데 소계자가 엉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야, 임마! 여기서 꾸물거리고 있을 거야? 빨리 가자!”


두성이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계자에게 등을 떠밀렸다.


관제묘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 봤으나 취영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두성이가 눈물을 흘리며 동생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소계자의 욕설뿐이었다.


관제묘를 나와 주위를 찾아봐도 취영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소삼이 멀리 보이는 마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마을에 가서 동냥질을 하며 네 동생을 찾아보자.”


두성이는 그들을 따라 마을로 가면서 동생을 찾기 전에는 절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속으로 결심했다. 마을 입구로 들어온 노삼이가 두성이를 보고 말했다.


“동냥질을 하려면 최대한으로 불쌍하게 보여야 식은 밥이라도 얻을 수가 있어.


우리는 밥을 달라고 구슬프게 노래를 할 테니 너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부모가 다 죽었다고 꺼이꺼이 우는 시늉을 해야 하는 거야. 알겠지?”


일부러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도 어려운데 살아계신 부모를 돌아가셨다고 하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두성이가 반문했다.


“성현들 말씀에 군자는 행동함에 있어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떳떳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어?”


그러자 소계자 또 두성이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놈아! 군자는 무슨 얼어 죽을 군자야? 너는 거지새끼라는 본분을 자꾸 까먹는데, 얼마나 얻어터져야 정신을 차릴 거냐. 엉? 이 거지새끼야!”


덩치가 큰 소계자가 자꾸 때리자 두성이는 그만 기가 죽어 조그맣게 말했다.


“눈물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울 수가 있지? 난..... 못해!”


“뭐야? 이 새끼가 아직 덜 맞았구나,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릴 테다.”


소계자가 주먹을 휘두르며 때리려하자 노삼이 말리며 말했다.


“무조건 때릴 게 아니라 우리가 선배니까 잘 가르쳐줘야 되잖아. 갑자기 눈물이 나오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두목이 말씀하셨단 말야.”


두성이는 별 희한한 소릴 다 들어보는지라 궁금해서 물었다.


“눈물을 나오게 하는 방법도 있어? 난 처음 듣는 소린데......”

“그래서 사람은 남 말을 귀담아 들어야 돼.”

“첫 번째 방법은 고춧가루를 갖고 다니다가 슬쩍 눈에 바르면 매워서 울지 말라고 해도 백발백중으로 눈물이 나오지. 그렇지만 지금 고춧가루가 없으니 안 되겠고...,


두 번째는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방법인데, 이리 가까이 와봐.”


노삼은 씩 웃으며 두성이를 손짓해 불렀다. 두성이는 뭔가 비밀스런 방법인줄 알고 노삼의 곁으로 다가갔다.


노삼은 빙그레 웃으며 두성이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느닷없이 두성이의 눈두덩을 후려갈겼다. 갑자기 눈두덩을 얻어맞은 두성이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아이고! 왜 맨 날 나만 때리고 그래?”


눈앞에 별이 번쩍번쩍 날아다녔고 눈에선 눈물이 저절로 질질 흘러나왔다.


소계자와 노삼은 깔깔거리고 웃더니 두성이를 잡아끌고 남의 집 문 앞에 서서 구슬픈 가락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에...... 한 푼 줍쇼...! 불쌍한 거지새끼에게 에...? 식은 밥이라도 줍쇼..., 부모는 모두 죽고 겨우 살아남은 에? 우리 형제에게 밥 좀 줍소.... 에?”


두 녀석은 입에 닳고 닳은 가사를 아주 구성지게 뽑았다.


옆에 서있는 두성이는 눈두덩이 부어올라 쓰리고 아파서 울지 말라고 해도 눈물이 질질 흘러나왔다.


안에서 아주머니가 먹다 남은 밥을 가지고 나와 울고 있는 두성이의 쪽박에 쏟으며 말했다.


“에그..., 불쌍한 것들......”


애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구걸을 했는데 시끄럽다고 호통을 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불쌍하다고 불어터진 국수나 살을 거의 발라먹은 오리발, 닭발 등을 주는 할머니도 있었다.


세 명의 바가지에 음식이 가득차자 소계자가 일단 다리 밑으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두성이는 얼떨결에 생전 처음으로 구걸을 했다. 혼자였으면 창피해서 죽어도 못했겠지만, 두 명과 같이 어울리니 그런대로 할 만했다.


동생이 어디로 갔는지 몰랐으나 동생을 찾기 전에는 결코 혼자서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무슨 낯으로 동생을 잃어버리고 혼자 집으로 돌아간단 말인가?


동생을 잃어버린 죄책감에 두성이의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몰래 도망가서 동생을 찾고 싶었으나 이곳이 어딘지도 몰랐다.


또한 도망을 가려고 해도 두 놈이 옆에 붙어 지키고 있어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어린 생각에 이들과 어울려 집집마다 돌아다니다보면 동생을 만날 것도 같았다. 두 애들과 어울려 다리 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책에서 읽은 옛 성현의 말씀이 떠올랐다.


(세 명이 길을 가다보면 그중에는 나보다 못한 사람도 있지만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배우라고 했지.


눈물이 나오게 하는 방법은 안 배워도 되지만 그래도 결국은 배웠구나. 앞으론 고춧가루를 조금 가지고 다니는 것도 쓸모가 있을 거야.)


두성이는 부어오른 눈두덩을 만지며 혼자 쓴 웃음을 삼켰다.


그들이 다리 밑으로 돌아오니 모지리는 그때까지 누워 있었다. 세 명이 얻어온 음식을 큰 솥에다 쏟아 붓자 모충이 누운 채로 점잖게 말했다.


“동생을 못 찾은 모양이구나. 살아만 있으면 꼭 만나게 될 테니 실망하지 마라.


너희들은 좀 쉬었다가 시장으로 가서 쓸 만한 것으로 동냥을 해 오너라. 소계자와 노삼은 신입을 잘 가르쳐서 훌륭한 거지로 만들어야 한다. 알았지?”


“네, 알았어요.”


두성이는 이때부터 팔자에도 없는 거지노릇을 하게 되었다.



********



동송신을 업은 장중표는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용호표국의 총표두와 의논을 하고 뛰어난 표사들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낮에 숲속에 숨어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 있던 장중표는 밤이 되자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몸을 움직였다.


간신히 서천문의 경계에서 벗어난 장중표는 별자리를 살펴 방향을 정하고 용호표국을 향해 움직였다.


장중표는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식구들을 생각하며 밤에는 경공술을 펼쳐 바람처럼 달렸고, 낮에는 걸음을 재촉해서 부지런히 걸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오직 애들의 얼굴과 부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가진 돈도 얼마 되지 않아 제일 싼 찐빵과 만두를 파와 함께 길을 가며 먹었다. 객점에 들지 못하고 처마 밑에서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다가 도둑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고생 끝에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남들이 모두 잠자리에 든 한밤중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부인 전씨가 애들 걱정에 마당에서 서성이고 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남편을 보고 놀라서 입을 떼지 못하였다. 장중표가 반가움에 얼른 다가가 손을 잡고 말했다.


“여보, 내가 왔소.”

“아! 다 당신......”


전씨는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눈앞에 나타나자 놀람과 반가움에 말을 잇지 못했는데, 낯선 노인이 등에 업혀있는 걸 보았다.


“저분은?”

“아, 의부님이요. 들어갑시다.”


장중표는 방안으로 들어가 동송신을 침대에 앉히고 말했다.


“제 처입니다.”


그러자 부인은 동송신에게 업드려 큰절을 했다. 동송신이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내 꼴이 이래서 미안하네, 어서 일어나 앉게.”


장중표는 그동안 죽다가 살아난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아내 전씨가 듣고보니 의부는 남편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다시 한 번 절을 하고 고마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말했다.


“비록 가진 건 없지만 앞으로 정성껏 모실 테니 친 며느리로 생각해주세요.”


산전수전 다 격은 동송신의 눈에도 장중표의 아내는 조신하며 진솔한 여인이었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다 늦게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에 가슴이 먹먹해지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장중표가 갑자기 생각난 듯 부인을 보며 물었다.


“애들은 모두 잠이 들었소?”


갑자기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와락 장중표의 가슴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부 부인 왜 그러시오, 무슨 일이 있었소?”

“애들을......잃...... 잃어버렸어요.”

“그게 무슨 소리요? 어쩌다가......”


부인은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러나 두풍만이 자신을 욕보이려 했다는 말은 하지 않고, 다만 품삯 때문에 다투다가 상처를 입혀 관가에 끌려갔다고만 하였다.


장중표는 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두풍만에 대해선 더 묻지 않았다.


“그래서 애들의 행방은 알아냈다는 것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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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90 8 12쪽
50 제50화, 일수불퇴 진용추 대협 23.07.19 515 8 10쪽
49 제49화, 방귀 뽕! 왕王자 23.07.18 521 7 11쪽
48 제48화, 왕파리 23.07.17 521 9 10쪽
47 제47화, 검은 고양이 묵묘 23.07.15 516 10 10쪽
46 제46화, 못난 사부 23.07.14 532 11 10쪽
45 제45화, 하늘이 무너져도 23.07.12 540 8 10쪽
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1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3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5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9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3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9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5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3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2 9 10쪽
» 제30화, 귀환 23.06.18 613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9 7 10쪽
26 제26화, 빗속의 마차 +2 23.06.18 658 10 10쪽
25 제25화, 방황 23.06.17 675 10 10쪽
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9 9 10쪽
23 제23화, 추적자 23.06.16 707 10 9쪽
22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4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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