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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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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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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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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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DUMMY

어스름한 달빛에 비친 장중표의 얼굴은 비록 머리는 산발이었고 먹지 못해 얼굴이 초췌하였지만 이목구비는 반듯했다.


장중표의 말에 진심이 느껴진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반찬은 없지만 남은 밥이 있으니 차려드리죠.”


장중표는 염치불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널찍했고 침상과 탁자가 있었으며 잘 정돈되어 깔끔했다.


장중표는 한쪽에 아버지를 앉히고 옆에 앉았다. 여인이 부엌으로 나가자 침상에 비스듬히 걸터앉아있던 다른 여인이 미소를 지었다.


“노인네가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약은 제때에 드셨나요?”

“아직 약을 구하지 못해 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십니다.”


“나한테 좋은 약이 있는데 드릴까요?”

“주신다면 황송할 따름입니다.”


여인은 침대맡에 있는 예쁜 상자에서 노란 환약을 꺼내들고 장중표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얼굴을 가까이하고 웃음을 지었다.


여인의 화사한 얼굴이 눈앞에서 방긋 웃고 있자, 살짝 벌어진 옷 속에 여인의 은밀한 속살이 보였다. 장중표는 무안해서 눈을 내리깔았다.


장중표의 얼굴이 발개지자 여인은 재미있다는 듯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내상에 좋은 약이니 노인께 먹여드리세요.”


동송신은 아무 말 없이 귀머거리처럼 천장만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장중표가 주는 환약을 우물우물 씹어 삼켰다. 잠시후 호흡이 편해지고 몸에 활력이 솟아났다.


부엌으로 나갔던 여인이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 이 깊은 산속에서 어디서 구했는지 하얀 쌀밥에 소채, 고깃국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시장할 텐데 어서 드세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이 눈앞에 있었다. 동송신은 한사코 장중표에게 밥을 덜어주었다. 두 사람은 염치불구하고 허겁지겁 먹었다.


소채는 물론 국물까지 말짱히 비운 장중표는 제대로 정신이 돌아온 듯 고개를 숙이며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


“베풀어주신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두 분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밥상을 들고 온 여인은 웃으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난 채홍이라하고 쟤는 변하로 우린 죽마지우랍니다.”


침상에 앉아있던 변하가 깔깔 웃었다.


“은혜를 꼭 갚는다고 했는데 몸으로 때우실 건가요? 호호호!”

“얘는 농담도 지나치구나, 노인네도 계신데.”


동송신은 모른 체했지만, 이 여인들은 색정수라(色情修羅) 채홍과 색정나찰(色情羅刹) 변하로 돈 많은 부자들을 꾀어 재산을 갈취하여 사치를 일삼는 여자였다.


이들은 얼굴과 외모만 반반한 게 아니라, 무공실력도 뛰어나 일류에 속했다.


특히 가벼운 독에도 조예가 있어서 상대하기가 무척 껄끄러운 여인들이었다.


지금은 관아에 연줄이 있는 부유한 상인을 잘못 건드렸다가 체포령이 떨어져 깊은 산속에 숨어있는 중이었다. 채홍이 밥상을 내가며 장중표를 불렀다.


밥상을 내려놓고 부엌에 달려있는 방을 가리키며 웃으며 말했다.


“창고로 쓰고 있어서 좀 누추하지만 저 방을 쓰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장중표가 고개를 숙이자 채홍은 얼른 장중표의 손을 잡았다.


“너무 예의를 차리면 내가 불편해요, 이리 따라오세요.”


채홍이 장중표의 손을 잡고 뒤꼍으로 데리고 갔다. 커다란 항아리엔 물이 가득하였고 옆엔 나무로 만든 대야가 있었다.


“자기 전에 이곳에서 목욕을 해도 됩니다.”


장중표는 채홍의 세심한 배려에 오직 감격할 뿐이었다. 일단 아버지를 업고 부엌에 달린 방으로 왔다.


방안엔 곡식자루며 올무나 덫 등 사냥도구 있었고, 천장엔 마른 고기들이 매달려있었다.


“아버지 뒤꼍에 물이 있는데 목욕을 하시겠어요?”

“그럴까?”


장중표는 뒤꼍에서 아버지를 말끔히 씻겨드리고 방안으로 모셔왔다.


“아버지, 개운하시죠? 오늘밤은 좋은 꿈 꾸시고 푹 주무셔요. 저도 씻고 오겠습니다.”


동송신은 정말 친아들처럼 살갑게 구는 아들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



집 앞에서 눈이 빠지게 엄마를 기다리던 두성이와 취영이는 밤이 늦도록 엄마가 오질 않자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고 서성였다.


급기야 어린 취영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두성이에게 떼를 썼다.


“오빠, 엄말 찾아와! 엄마 보고 싶어!”


두성이는 엄마가 오고 있다고 동생을 달랬지만 취영이는 생떼를 쓰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두성이는 울부짖는 동생을 억지로 등에 업고 토닥이며 달랬다.


“취영아, 착하지? 오빠가 재밌는 노래를 불러줄게.


아궁이엔 생쥐가 찍찍! 마루 위에 고양이가 야옹!

마당에는 오리가 꽥꽥! 닭장에는 암탉이 꼬꼬댁!

나무에선 참새가 짹짹! 나무 밑엔 염소가 메에에!

찍찍, 야옹, 꽥꽥, 꼬꼬댁, 짹짹, 메에에!”


두성이가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고 팔짝팔짝 뛰자, 울며 보채던 취영이가 까르르 웃었다.


취영이를 업고 방으로 들어가 살살 달래며 밥을 먹이자, 억지로 밥을 먹은 취영이가 제풀에 지쳤는지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두성이는 동생을 잘 눕히고 방을 나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집집마다 불이 꺼지고 사방은 고요했다.


집 앞에서 조바심하며 서성이던 두성이는 시장에 가보고 싶었지만, 잠이 든 취영이가 깨서 울고불고 찾으러 나올까봐 갈 수도 없었다.


엄마한테 혹시라도 나쁜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으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서성이던 두성이는 방으로 들어와 새근새근 잠든 동생 옆에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날 아침, 어린 취영은 눈을 뜨자마자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했다. 두성이가 아무리 달래고 어루만져주어도 막무가내로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두성이는 할 수 없이 어린 동생을 업고 집을 나섰다.


신발과 옷을 사온다고 한 엄마의 말이 생각나서 시장에 가서 엄마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엄마를 찾으러 간다고 하자 그제야 동생은 울음을 그쳤다.


두성이가 동생을 업고 시장으로 가는데 앞에서 덜그럭거리며 낡은 마차를 끌고 오던 팽염이 두성이를 발견했다.


“야! 네 이름이 혹시 두성이 아니냐?”

“네, 맞아요. 그런데 아저씬 누구세요?”


두성이가 묻자 팽염은 마차를 세우고 웃으며 말했다.


“마침 잘 만났다. 난 네 엄마의 말을 전하러 왔단다. 네 엄만 어젯밤에 급히 옷감을 살 일이 있어서 좀 멀리 가셨단다.


내가 모셔다주고 오는 길이야. 네 엄마가 말하길..., 조금 늦을 테니 네가 그동안 동생을 잘 보살펴주라고 했단다.”


밤새도록 엄마를 걱정했던 두성이는 팽염의 말을 듣고 우선 마음이 놓였다.


“언제 오신다고 했지요? 동생이 보채고 떼를 쓰는데......”

“글쎄다, 아마 내일쯤엔 오시겠지? 말을 전해줬으니 그럼 난 간다.”

“아저씨, 잠깐만요.”


두성이는 마차를 몰고 가려는 팽염을 불러 세웠다.


“왜 그러느냐? 난 바쁜데....”

“아저씬 우리 엄마가 계신 곳을 아세요?”

“네 엄말 데려다 줬으니 물론 알지.”

“아저씨! 내 동생 때문에 그러는데 우릴 엄마한테 데려다주세요. 네?”


팽염은 자신의 계획대로 돌아가자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억지로 참고 시치밀 떼며 말했다.


“난 바쁜데 이걸 어쩌나......”

“아저씨, 우릴 데려다 주세요. 동생이 자꾸 보채요.”


팽염은 일부러 곤란한 척하며 미적거렸다. 그러자 두성이 등에 업힌 취영이가 울면서 말했다.


“엄마 보고 싶어, 엄마한테 갈 거야.”


그러자 팽염이 마지못한 척하며 말했다.


“알았다. 울지 마라, 엄마한테 데려다 주마.”

“아저씨, 고맙습니다.”

“자, 어서 타거라.”


팽염은 애들을 마차에 태우며 말했다.


“너희들 아침은 먹었니? 아직 안 먹었다면 거기 있는 만두를 먹어도 된다.”


두성이가 보니 옆자리에 봉지에 담긴 만두가 있었다. 만져보니 아직 따끈따끈했다.


“아저씨가 잡수시려고 산 건데 우리가 먹어도 돼요?”

“난 오면서 몇 개 집어먹어서 괜찮다. 너희들 배고플 테니 어서 먹어라.”

“그럼, 아저씨! 잘 먹겠습니다.”


두성이와 취영이는 신이 나서 만두를 먹었다. 마부석에 앉은 팽염이 뒤돌아보고 빙긋이 웃었다.


만두를 맛있게 먹고 난 두성이와 취영이가 하품을 하더니 맥없이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만두에 미혼약을 넣은 팽염이 아이들을 보고 음흉하게 웃었다.


(한 숨 푹 자며 꿈속에서나 네 엄마를 실컷 만나 보거라.)


마차는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관도를 따라 굴러가다가 얼마 후에는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개코 팽염이 모는 마차는 해질 무렵이 돼서야 파양호 인근의 상요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이곳은 서천문의 황인교가 세력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팽염은 황인교의 창고를 지키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 당분간 애들을 맡기려는 것이다.


마차는 강가에 있는 커다란 창고 앞에 멈췄다. 애들은 그때까지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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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51화, 불새단 23.07.21 49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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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44화, 길이 나오면 돌아가라 23.07.10 551 8 10쪽
43 제43화, 의적 공수불거(空手不去) 사마통 23.07.07 576 10 10쪽
42 제42화, 마침내 기연 奇緣 23.07.06 583 11 10쪽
41 제41화, 산적두목 홍미미 23.07.05 585 7 10쪽
40 제40화, 어마어마한 대물 大物 23.07.03 589 9 10쪽
39 제39화, 첫 무공수련 武功修鍊 23.07.01 583 8 10쪽
38 제38화, 각자의 길 (各自圖生 각자도생) 23.06.30 549 8 10쪽
37 제37화, 거지 신세를 면하다. (금선탈각 金蟬脫殼) 23.06.28 561 7 10쪽
36 제36화, 실마리 +1 23.06.27 575 9 10쪽
35 제35화, 누란지위 累卵之危 +1 23.06.26 584 8 10쪽
34 제34화, 창룡검법 蒼龍劍法 23.06.23 602 9 10쪽
33 제33화, 임설매와의 조우 23.06.21 603 10 10쪽
32 제32화, 호가호위 狐假虎威 23.06.19 583 10 10쪽
31 제31화, 애들을 찾아서 23.06.18 602 9 10쪽
30 제30화, 귀환 23.06.18 612 9 10쪽
29 제29화, 모성애 23.06.18 593 8 10쪽
28 제28화, 충 忠, 의 義, 신 信 23.06.18 603 8 10쪽
27 제27화, 처절한 절규 23.06.18 629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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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24화, 억장이 무너지다 23.06.17 689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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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화, 두 아이의 운명 23.06.16 744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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