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길이는 희선이를 좋아한대요
[딩동딩동]
-쉬는 시간-
“얼레리꼴레리, 얘들아! 이것 봐라! 연애편지다. 하하하, 연애편지.”
“잉잉, 하지마! 잉잉.”
찬혁이를 좋아하던 희선이는 용기 내어 편지를 전하지만 어째서인지 찬혁은 그런 희선이를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희선이는 찬혁이를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엉엉”
“하하하”
[뚜벅뚜벅]
“어? 뭐야?”
[퍽]
“윽”
[풀썩]
나는 찬혁이의 배를 힘껏 때렸다.
“야! 김영길! 왜 때려? 아이구, 배야.”
[뚜벅뚜벅]
나는 아무 말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딩동딩동]
-수업시간-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뭐야? 다들 아침 안 먹었어? 큰 소리로 다시!”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그래! 바로 이거야! 수업 시작한다. 지난 시간 어디까지 했니?”
[힐끔]
[훌쩍]
나는 수업보다는 훌쩍이고 있는 희선이에게 눈길이 갔다.
[힐끔]
[훌쩍]
[힐끔]
[힐끔]
‘앗!’
그러다 희선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딩동딩동]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덜컹]
선생님이 나가시자마자
“김영길!”
찬혁이가 나를 덮쳤다.
“니가 뭔데 날 때려?”
[투콱투콱]
“와! 싸움이다! 찬혁이랑 영길이랑 싸운다.”
“어디어디”
[우르르르]
옆반 아이들까지 싸움구경을 왔다.
“싸워라! 싸워라! 이기는 놈 우리 편”
나도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휙]
나는 몸을 뒤집어 찬혁이를 누르고 올라탔다.
[투콱투콱]
“악악! 이 자식이”
엎치락뒤치락 찬혁이와 나의 몸싸움은 계속 됐다.
“그만!”
“!!!”
희선이의 말에 우리는 싸움을 멈췄다.
[덜컹]
“야! 너네 둘이 교무실로 오래!”
[교무실]
“왜 싸운 거냐?”
“......”
“어쭈? 말 안 하지? 둘 다 엎드려!”
[퍽퍽퍽퍽]
“아얏”
다음 영길!
[퍽퍽퍽퍽]
“......”
“다시는 싸우지마! 알겠지?”
“네”
“......”
창밖에서 희선이가 보고 있었다. 누가 그랬다. 여자아이들은 고무줄 놀이를 하며 친해지고 남자아이들은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초등학교 6학년 김영길, 나는 4학때부터 유도를 했다. 같은 반 전찬혁, 공부를 잘하고 얼굴도 잘생겨서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역시 같은 반 최희선, 찬혁이를 오래전부터 좋아해 왔다.
[H유도관]
“자! 다들 몸 풀고 자유대련 준비해!”
“넵”
“자! 허리 돌리기, 하낫, 둘! 셋! 넷!”
“준비!”
“끼얏”
[쿠당탕]
“......”
[연습 후 집으로 가는 길]
“어? 영길이 아니니?”
“......”
“아하! 맞구나! 나야 희선이”
“어! 희선아...”
“유도 한다고는 들었는데 체육관이 이 근처인가봐?”
“어? 응...”
“신기하네? 나는 저기 영어학원 다니는데... 참 속상해... 다니기 싫어서... 엄마가 중학교 가기 전에 영어 배워둬야 한다구 하셔서 억지로 다니고 있어!”
“아...”
사실 나도 그랬다. 유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 중에 체격이 좋아 선생님이 하라고 하셔서 억지로 하고 있는 것. 어쩌면 그게 너와 나의 첫 번째 공통점일지도 모르지.
“어이! 거기! 그럼 좋은데? 잠깐 우리랑 이야기 좀 하자!”
딱 봐도 불량해 보이는 사람... 머리를 깍은 걸 보니 중학생 형들로 보였다.
“야! 형 차비가 없어서 그런데 돈 좀 빌리자!”
“언제 갚아 주실건데요?”
“어쭈? 이 자식이 돌았나?”
[찰싹]
“꺅! 이러지 마세요. 여기 돈 드릴게요.”
“크크큭, 진작 그럴 것이지.”
‘이때다.’
나는 한 명이 돈 받으려고 방심한 틈을 타
“억!”
[쿠당탕]
업어치기를 날렸다.
“너 이 자식”
[덥썩]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옆에 있던 각목으로
[투칵]
“으악”
머리를 후려쳤다.
“희선아! 도망가자! 뛰어!”
“어멋! ”
[타다다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체 무작정 뛰었다. 그리고...
'아!'
희선이의 손은 참 따뜻했다.
[하아하아]
[하아하아]
“설마 여기까지 쫓아오진 않겠지?”
“쫓아와도... 내가 지켜줄게.”
“히힛, 너나 좋아하는구나!”
“!!!! 아... 아냐.”
“에이, 아니긴 얼굴 빨개진 거 봐. 귀여워.”
“내... 내가 귀엽다구?”
“응! 귀여워. 동글동글한 얼굴에 눈은 대빵 크고”
“아!”
“좋아! 오늘부터 니가 내 흑기사 해라. 또 그 사람들 나타나면 무서우니까 학원에서 집에 갈 때 때 데려다 줘.”
“어? 아! 응! 그래! 내가 니 흑기사가 돼 줄게.”
“히힛, 고마워.”
어느덧 해는 지고 달과 별이 초롱초롱 떠 있었다.
[며칠 후]
[딩동딩동]
“야야, 김영길! 너 희선이랑 사귀냐?”
“!!!!!! 아... 아니.”
“에이, 아니긴 어제 너랑 같이 가는 거 봤다던데?”
나는 그 녀석을 조용히 불러내서 말했다.
“야! 빵 사줄 테니까 모르는 척 해줘. 사귀는 건 아니야.”
“빵 받고 초코우유!”
“아! 자식, 알겠다. 대신 비밀 지켜!”
“알았어! 걱정마, 히힛”
“......”
[사귀는 건 아니야.]
‘좀 비겁한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혹시나 희선이가 나로 인해 상처받는 것이 싫었다. 희선이는 그 일이 있은 후로도 찬혁이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이렇게라도 희선이 곁에 있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체육시간]
“자! 자! 남자들은 축구하고 여자들은 피구한다! 실시!”
체육선생님은 언제나 그러셨듯이 공을 던지고 어디론가 가버리셨다.
“히힛! 가자!”
[뻥]
“와아아”
남자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공 하나를 두고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정신이 없었다.
“......”
나는 방과 후에 체육관에 가서 유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힘 빼고 싶지 않았다. 오늘도 벤치에 앉아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했다.
“꺄르르, 꺄르르 살살해.”
남자 친구들 보다는 여자 아이들에게 더 눈길이 갔다. 특히 희선이에게...
“아아... 왜 이러지?”
[풀썩]
“!!!!”
희선이가 쓰러졌다. 희선이를 지켜보던 나는 곧장 희선이에게 달려갔다.
“얘들아! 희선이가 쓰러졌어! 누가 선생님 좀 불러줘!”
아이들은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했다.
“얘들아, 잠깐만! 응차!”
[탓탓탓탓]
나는 희선이를 업고 곧장 양호실로 갔다.
[양호실]
“......”
“선생님! 희선이 괜찮은가요?”
“빈혈인 것 같구나, 좀 더 기다려보자.”
“으음...”
희선이가 깨어났다.
“괜찮아?”
“응... 나 또 쓰러졌나보구나. 챙피하게...”
“희선아! 그런 건 창피한 게 아니야. 선생님이 빈혈에 좋은 음식 적어 줄 테니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피곤하면 언제든지 와서 쉬고 가. 필요하면 영길이한테 좀 업어달라고 하고 아까처럼”
“네? 영길이가 저 업고 왔나요?”
“......”
나는 아무 말 없이 시계만 바라봤다.
“호호호, 둘이 함 잘 어울린다. 친하게 지내.”
“저... 저 먼저 가볼게요.”
“앗! 영길아! 잠깐만!”
황급히 문을 나서려 할 때 희선이가 말했다.
“고마워...”
“.......”
[타다다다]
나는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종업시간]
“자자! 내일 소풍인 거 알지? 부모님께 가정통신문 보여드리고 도시락 꼭 챙겨와라! 알겠지?”
“네!”
“반장! 수업 끝”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와! 드디어 내일 소풍이다.”
“하하, 짜식, 그렇게 좋냐?”
“그럼! 학교만 떠나면 기분 좋더라.”
“나도, 하하하”
“......”
[경주 보문단지]
“자! 여기서 도시락 먹고 다 먹으면 보물찾기 한다. 1등 상품은 무려 48색 크레파스니까 다들 열심히 찾도록. 그럼 밧 맛있게 먹으렴!”
“네!”
“와! 너 소세지 싸왔구나! 나 하나 먹어봐도 돼?"
"그럼! 자! 여기 먹어봐!”
“와! 나도나도. 내 동그랑땡이란 바꿔 먹자!”
“그래 좋아!”
“키득키득, 꺄르르 꺄르르”
아이들은 서로의 반찬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밥을 먹었다. 한 사람만 빼고...
“......”
“영길아! 도시락 안 싸온 거야?”
희선이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응? 아... 응!”
“히히 그럼 내 거랑 같이 먹자. 혼자 먹기에는 많아서”
“아냐 아냐. 아침을 많이 먹고 와서 괜찮아.”
[꼬르르륵]
“......”
“큭큭, 많이 먹은 거 맞아? 고집 부리지 말고 같이 먹자. 너 운동하니까 밥 많이 먹어야 하잖아.”
“어... 그... 그래. 고마워! 잘 먹을게.”
“자! 젓가락”
“응!”
희선이의 이 상냥함, 배려심 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충분히 알았다.
‘희선이가 내 여자친구였으면...’
영길은 희선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소망해 보았다.
[하굣길]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희선이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길이었다.
“저... 희선아!”
“응? 왜?”
“너... 아직 찬혁이 좋아하니?”
“......”
희선이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걸어갔다.
“잘 모르겠어... 확실한 건 나만 좋아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애...”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참기로 했다. 희선이가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
[교실]
“야야야! 대박사건! 나 빨간 비디오 구했다. 이따 우리 집에서 같이 볼 사람 손!”
“와! 나나!”
“나도 나도”
[젖소부인이 졌소]
“......”
[창수네 집]
“자! 그럼 재생한다.”
미성년자인 우리가 포르노를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금기를 깨버렸다. 나도 역시 그렇다.
[사장님!!!!!!]
[부인! 우리 뜨겁게 사랑합시다!!!!!]
“와...”
우리는 이상야릇한 생각에 잠겨 화면에 몰입했다.
“......”
그때가 처음이었다. 발가벗은 여인의 모습을 본 것이.
[하굣길]
“영길아! 어디 아파?”
“어? 아...아니...”
“얼굴이 빨간데?”
“아하하, 괘...괜찮아. 좀 더워서 그래...”
더워서 그런 게 아니다 그날 이후 여자애들을 볼 때마다 벗은 모습이 상상되어서 그랬다. 급기야
“앗! 미안해! 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미안!”
[타다다다]
“영길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골목길에 혼자서 애국가를 한참 부르고 나서야 내 몸과 마음이 진정되었다.
[교실]
“야야야! 또 대박사건 나 빨간비디오 하나 더 구했다. 보러 갈 사람 손!”
“오오오! 나 갈게.”
“나도”
“이번엔 제목이 뭐냐?”
“하하하 무려 오빠 오늘 홍콩가자임”
“으아 제목부터 야하다”
“히히, 재밌겠네. 어서 보러 가고 싶다.”
“.......”
나는 비디오테이프 하나에 흥분하는 얘들을 한심한 듯 바라보았다. 며칠 지나니 야한 생각이나 벗은 모습이 상상되는 현상이 없어졌다.
[하굣길]
오늘도 여느 때처럼 희선이를 바래다주는 길. 희선이가 나보다 조금 앞장 서서 걸었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그러다 희선이가 뒤돌아 보다
“영길아!”
“어! 응! 왜?”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어?”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구”
“어... 음...”
“히히, 아냐! 됐어.”
“아... 음...”
[터벅터벅]
분명히 할 말이 있었는데 그날의 나는 참 바보 같았다.
“엎드려!”
[퍽퍽퍽퍽]
“아아아아”
“아얏, 선생님 잘못했어요.”
“아얏아얏”
“어허! 똑바로 안 엎드려? 어디 피도 안 마른 것들이 포르노나 돌려 보고!!! 내일 당장 부모님 모셔와!”
[며칠 후]
“우와! 영길이 게임기 샀다고? 그것도 무려 슈퍼스페이스 16비트!”
“어... 엄마가 사줬어. 전부터 갖고 싶었는데 이번달에 장사가 잘 되셔서 한대 사주셨어.”
“와! 좋겠다. 나 너네 집에 놀러가도 되나? 나 게임기 좀 시켜주라.”
“우리 집에 놀러 온다고?”
“그래! 우린 친구잖아. 게임도 친구랑 같이 해야 더 재미있지 않겠어?”
“어어! 그래 그럼.”
“어어! 나도 나도 좀 데려가 주라.”
“어! 그래! 다 놀러와”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게임기 덕분에 놀러 오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영길아!”
희선이가 날 불렀다.
“나도 너네 집에 놀러가도 돼?”
- 작가의말
독자여러분 안녕하세요~~~^^
[무지개 빛 사랑] 으로 새롭게 인사드리는
제로드00 입니다
원래는 9월에 연재 시작 하려 했는데
필감을 잃어버릴까봐 좀 일찍 시작해 봅니다
로맨스 소설은 처음은데(사실 웹소설 자체가 처음) 좋아해주실지 모르겠어요
재밌게 써 보겠습니다
응원해주실거죠???
항상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같은 하늘 아래서
제로드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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