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멸망 ( 人類滅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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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15.05.31 15:39
최근연재일 :
2016.07.26 02:03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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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30
추천수 :
803
글자수 :
161,829

작성
15.09.05 17:56
조회
754
추천
5
글자
6쪽

Episode 4 난국 ( 難局 ) [17]

DUMMY

보스는 감고 있었던 눈을 뜨고는 둘을 바라보았다. 둘은 보스의 휘황찬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재민은 붕대를 감은 손으로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렇게 지구가 제대로 멸망할 걸 알면서 대체 왜 이렇게 살아온 거지? 좀 더 좋게 살아갈 수도 있었잖아!”


“이봐, 너희들은 이 뭐 같은 난리가 일어난 뒤에 태어나서 모르겠지만 24년 전까지만 해도 질서는 무너져 있었고 꿈도 희망도 없던 시절이란 걸 알고 있나? 네들이 태어난 뒤에 우리들이 노력해 온 덕분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어, 젠장할.”


민수는 이를 꽉 물고 붕대로 감긴 손을 반대편 손으로 어루만지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보스의 총은 그를 겨누고 있었지만 민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들이 나였으면 어쩔 거였는데? 네들이 말한 AKA 방송국의 진행자처럼 독재를 꿈꾸며 주변 마을을 약탈하고 다닐 거야? 내가 정상적인 사람인 걸 감사히 여기라고. 오히려 이런 미친 세상에 정상적인 사람이 있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어?”


보스는 말을 끝맺고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민수 옆에 있던 찬영도 일어나 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스는 옆에 있던 달력을 보고는 날짜를 세고는 일어나 축음기 쪽으로 걸어갔다.


“앞으로 사흘 뒤면 모든 게 무너질 거야, 여태 내가 해온 모든 것들이. 이제 25주년이거든, 이런 세상이 시작된 지.”


보스는 잔을 비우고는 천천히 축음기를 향해 걸어가고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꺼버렸다. 선반 위에 있던 와인을 잔에 따라 깨진 부위 안으로 채워 넣었다. 그는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소파 앞에 서 있는 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젠 진짜로 끝날 거야. 너희들이 날 죽인다한들 사흘 뒤면 모든 게 다 끝난다고. 그렇게 헛되이 살고 싶은 거야? 남은 사흘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며 살면 안 돼?”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스는 다시 한 모금을 마시고 둘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인생에서 가장 허무할 때가 언제인줄 알아? 여태 모든 노력들이 헛수고가 됐을 때야. 이게 다 뭐였다고 고생한 걸까?”


보스는 와인잔을 건넸으나 둘은 받지 않았다. 보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둘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손에서 권총은 절대 놓지 않았다.


찬영이 엘리베이터를 부르는 동안 민수는 뒤를 돌아보고는 보스에게 물었다.


“만약 우리가 지금 당신에게 달려든 다음 죽여서 미래가 바뀌면 어떻게 되는데?”


“너희 2차 세계 대전에 대해 알아? 당시에 나치라는 국가 아래에 히틀러라는 대장이 있었는데 그 사람을 죽이려는 시도가 꽤 많았어. 그런데 그 사람만 죽이려는 게 아니라 그 측근들까지 죽이려고 했지. 왜냐하면 한 사람이 죽는다한들 국가는 무너지지 않거든. 다른 사람이 이어나갈 거라고. 그리고 이미 내가 우위에 있는데 너희들이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보스는 약간 흥분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가 24년 동안 무엇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놀고만 있었으면 이렇게 통조림을 만들고 마을을 재건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에게 엄벌을 처하고, 이런 걸 쉽게 했을 것 같아? 천만에, 24년 간 우리는 사람들이 후회 없이 죽도록 노력했어. 이게 무슨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인 줄 아는 거냐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자 문이 열리고 모두의 시선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둘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던 찰나 보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시 멈춰 세우고는 악수를 청했다.


“미안해. 내가 좀 흥분하는 성격이라 말이지. 나이 들고 사흘 뒤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니 이렇게 되더라고. 사실 나는 너희들이 오는 것을 들었지만 우리로 인해서 올 거라곤 예상치도 못 했거든. 유난히 마지막이 다가오는데 별에 별일이 다 일어나는 것만 같아, 안 그래?”


찬영은 마지못해 악수를 했고 민수는 분노의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찬영도 따라 들어가자 보스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전에 말을 이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야, 친구들. 무전으로 너희들이 내려간다고 전할 거니까 그리 알라고. 마지막으로 하는 악수였으니까 고맙게 여겨주면 감사하겠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며 보스의 모습이 사라지자 민수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찬영은 민수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우리 가족의 원수를.. 이렇게 떠나보내다니..”


“어쩔 수 없었잖아.”


민수는 훌쩍이며 찬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이렇게 끝인 걸까?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거지? 애당초 사흘 뒤에 모든 게 끝나는 게 진짜인 걸까?”


“나야 모르지.”


찬영은 민수의 눈물을 마저 닦아주었고 민수는 심호흡을 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찬영이 민수의 얼굴을 닦아주고는 엘리베이터 문 밖을 쳐다보자 ‘The One’의 병사들이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민수는 순간 헉 소리를 내며 놀랬고 찬영은 엘리베이터 문을 닫으려고 버튼에 손을 가까이 댔다.


‘인생에서 가장 허무할 때가 언제인줄 알아?’


그러나 버튼은 1층과 마지막 층 말고는 텅 비어있었다. 찬영이 다시 앞을 본 순간 병사들은 둘을 향해 무자비하게 난사하기 시작했다.


‘여태 모든 노력들이 헛수고가 됐을 때야.’


보스가 말한 말을 떠올리며 찬영과 민수는 병사들이 퍼부어대는 총알에 맞아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들이 총알세례를 받고 온몸에 구멍이 잔뜩 난 채로 엘리베이터 바닥에 고꾸라지자 병사들은 사격을 멈추었고, 피로 뒤덮인 엘리베이터 안에 쓰러져 있는 둘의 시체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다 뭐였다고 고생한 걸까...”


보스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아래에서 조그맣게 들려오는 총성을 들었다. 그러고는 잔에 남은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셨다.


다 마시고 나서 잔을 내려놓자 입술에서는 깨진 잔에 살짝 베여 피가 나고 있었다.


작가의말

Episode 4 도 마무리가 되었네요. 일연으로 올린 뒤 조회수가 엄청난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어요.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나봅니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완결 때까지 조회수 10000을 넘는 게 소원이네요 ㅎ


내일 완결과 함께 후기를 올릴 예정입니다.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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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4 난국 ( 難局 ) [17] 15.09.05 755 5 6쪽
66 Episode 4 난국 ( 亂國 ) [16] 15.09.04 714 6 7쪽
65 Episode 4 난국 ( 亂國 ) [15] 15.09.03 735 5 6쪽
64 Episode 4 난국 ( 亂國 ) [14] 15.09.02 579 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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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pisode 4 난국 ( 亂國 ) [10] 15.08.26 641 6 5쪽
59 Episode 4 난국 ( 亂國 ) [09] 15.08.25 727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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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pisode 4 난국 ( 難局 ) [07] 15.08.23 658 7 5쪽
56 Episode 4 난국 ( 難局 ) [06] 15.08.22 694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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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pisode 4 난국 ( 亂局 ) [03] 15.08.19 389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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